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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대표 선출이후의 정국, 어디로?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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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0001년11월30일 00시00분

작성자

  • 김형준
  • 명지대학교 교수(정치학), 전 한국선거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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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7 재ㆍ보궐 선거이후 여야 모두 새로운 지도부를 구성했다. 보궐선거 참패이후 민주당은 새 원내지도부를 꾸렸다. 지난해 국회에서 민주당 입법 독주 당시 법사위원장을 맡았던 ‘강성 친문(親文)’의 4선 윤호중 의원이 새 원내대표로 선출됐다. 보궐선거 참패이후 쇄신을 외쳤던 여당 초선 의원(81명)들의 요구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2030 초선 5인이 제시했던 조국 사태에 대한 자성(自省)과 당 소속 단체장의 성추문에 대한 진정성 있는 사과 요구도 친문 당원들의 ‘문자 폭탄’과 당 지도부의 압박에 꼬리를 내렸다.

 

 결과적으로, 원내 대표 경선 투표 결과, 의총에 참석한 169명의 민주당 의원 중 104명(61.5%)이 윤 의원의 손을 들어줬다. 결국 민주당은 쇄신보다 안정을 택했다. 5ㆍ2 당 대표 선거에서는 계파색이 옅은 송영길 의원이 친문 홍영표 의원과 약 0.6%포인트 차이로 접전 끝에 승리했다. 송 대표는 취임 일성으로 “유능한 개혁, 언행일치의 민주당을 만들어 국민의 삶을 지켜내고 국민의 마음을 얻겠다”고 밝혔다. 송 대표는 선거 기간 동안 “당명 빼고는 다 바꾸겠다”며 변화의 의지를 강조한 만큼 향후 그의 행보에 관심이 집중된다. 

 

하지만 향후 여권은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도, 현재 권력과 미래 권력의 충돌, 친문 세력의 분화 등의 요인에 의해 크게 요동칠 것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4주년(5월10일)을 맞이하는 시점을 앞두고 한국갤럽이 실시한 조사(4월 27-29일)에서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29%)가 취임 후 처음으로 레임덕(임기 말 권력누수)의 '심리적 마지노선'이 30% 아래로 떨어졌다. 주목할 것은 현 정부의 콘크리트 지지층이었던 40대에서 조차 부정(52%)이 긍정(43%)보다 훨씬 높았다. 현 정부 8개 핵심 정책 평가 대상 중 긍정 평가가 외교·교육·고용노동·대북·경제 분야는 20%대, 공직자 인사는 14%, 부동산 9%에 불과했다.

 

 향후 문 대통령 지지율이 20%대 초반으로 추락하면 집권당은 현재 권력(친문)과 미래 권력(비문)간의 충돌이 분출되면서 친문 세력은 대통령을 수호하는 강경파와 현재 대권경쟁에서 독주하고 있는 이재명 경기도 지사에 줄을 서는 온건파로 분화될 것이다. 그 과정에서 이 지사에게 우호적인 송영길 대표와 강성 친문 최고위원들 간의 갈등이 일상화 되고, 친문 대선 후보들과 강성 문파들이 검증을 빌미로 이 지사에 대한 파상적인 공격을 시작할 것이다. 

 

 이러한 상황이 2007년 대선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과 집권당인 열린우리당이 몰락한 복사판이 될 수 있다. 노 전 대통령의 집권 4년 직후인 2002년 2월 26일에 열린우리당 김한길 전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 23명이 집단 탈당하면서 `국민통합신당' 창당 추진을 공식 선언했다. 이들은 ‘참회와 새로운 출발’이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통해 "우리는 열린우리당이 국민의 외면을 받게 된 것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며 기득권을 선도적으로 포기함으로써 `국민통합신당'의 밀알이 되는 것이 국민에 대한 참회와 반성의 길이라고 생각했다"고 탈당 배경을 밝혔다. 

 

 당시 한국갤럽 조사 기준, 노 전 대통령의 집권 4년차 4분기 국정운영 지지도는 12%에 불과했다. 결국 노 전대통령은 2007년 2월 28일 “역량 부족으로 한국 정치구조와 풍토의 벽을 넘지 못했다”면서 열린 우리당을 탈당했다. 말이 좋아 탈당이지 사실상 대선을 앞두고 조기 레임덕을 겪으며 당에서 등 떠밀려 나간 것이다. 그 이후  열린 우리당은 다음 대권을 차지할 가능성이 떨어지자 중도개혁통합신당, 중도통합민주당 등의 이합집산을 거쳐 2002년 8월 5일 대통합민주신당으로 재창당 했다. 결국 친노 세력과 대립했던 비노(非盧)의 정동영 후보가 대통합민주신당의 대선 후보가 되었다. 당시 친노 진영에서는 이해찬, 한명숙, 유시민 후보들이 출마했지만 힘 한번 써 보지 못하고 정동영 후보에게 패배했다.

 

 현재 민주당 대선 경쟁은 비문(非文)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초강세인 가운데 친문 후보들이 고전하고 있다. 최근 이 지사가 러시아 백신과 부동산 정책 등 주요 현안에 대해 다시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2007년 본격적인 대선 국면에서 선명성을 부각하기 위해 "참여정부와 완전히 다른 정부를 운영할 것"이라며 노 전 대통령을 치고받았던 정동영 후보를 연상하게 한다.

 

  향후 친문 세력의 반격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2002년 12월 대선을 1년 정도 앞둔 1월 대선(大選) 경쟁은 민주당 이인제 후보와 야당인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의 양자 구도가 대세였다. 당시 노무현 전 상임 고문의 지지율은 5%도 되지 못했다. 그러나 정당 사상 최초로 도입된 국민 참여 경선에서 노무현 후보는 3월 16일 광주 경선에서 37.9%의 득표로 호남 출신 한화갑(17.9%)과 대세론을 펼쳤던 이인제(31.3%)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영남 출신 노 후보가 김대중 대통령과 새천년민주당의 근거지인 광주에서 승리하면서 노풍(盧風)이 점화되었다. 그 이후 노 후보는 파죽지세로 승리를 이어갔다. 결국 이인제 후보는 전남 경선 직후 더 이상 역전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 4월 17일 후보 사퇴를 선언했다. 이후 노무현 후보는 2002년 4월 27일, 서울 경선을 끝으로 새천년민주당의 제16대 대통령 선거 후보로 공식 선출됐다. 

 

친문 주류 세력은 대선 후보 경선을 통해 현재 1위인 이재명 지사를 ‘이인제화’시켜 친문 후보를 민주당의 최종 대선 후보로 만들려는 전략을 끝까지 추진할 것이다. 이를 의식해서인지 최근 이 지사의 친문 갈라치기가 시작됐다. 그는 “문계(文系) 강경파가 과잉 대표되는 측면이 있다.”면서 “과잉 반응할 필요도 없다"고 했다. 또한 이 지사는 4월 20일 "실거주용 1주택 또는 2주택에 대해선 생필품에 준하는 보호를 해야 한다"고 말했고,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는 "기업들이 자유롭게 활동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공정하고 자유로운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정부의 역할"이라고 주장했다. 

 

 문재인 정부의 핵심 정책 기조와 다른 이런 발언들은 이슈를 매개로 친문을 갈라치기 하면서 중도로 외연을 확장하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대선주자로서 민주당 내 지위 굳히기를 위한 이 지사의 이런 승부 전략이 어느 정도 성공할 지 여부가 ‘2007년 정동영’이 될지 아니면 ‘2002년 이인제’가 될지 결정지을 것이다. 

 

지난 4ㆍ7 보궐선거에서 압승한 국민의힘은 2016년 총선이후 4연패의 고리를 끊고 내년 대선에서 재기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원내지도부도 개편됐다. 4선 김기현 의원이 지난 달 30일 의원총회에서 총 투표수 100표 중 66표를 얻어 신임 당 원내대표로 선출됐다. 그는 당선 인사에서 “내년 대선에서 이겨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회복하고 다시 한번 자랑스러운 나라를 만드는데 힘을 합치면 그 결과를 이뤄낼 것이라 믿는다”고 했다. 

 

김 원내 대표는 오는 6월 초로 예정된 전당대회에서 차기 당 대표가 선출될 때까지 당대표 권한대행을 맡아 정치력을 발휘해야 한다. 향후 야권 앞에 놓인 상황은 몇 가지 시나리오로 집약할 수 있다. 

 

첫 번째 시나리오는 국민의힘 중심의 흡수통합론이다. 보궐선거에서 압승을 거둔 국민의힘이 가장 선호하는 자당 중심의 ‘야권 대통합‘에 방점을 두고 있다. 한마디로 국민의힘을 야권 대통합의 플랫폼으로 만들어가려는 의도다. 국민의 힘과 국민의 당이 우선 합당하고 이후 윤석열 전 총장이 합류하는 것을 상정해 볼 수 있다.  

 

두 번째 시나리오의 핵심은 ‘야권 후보 단일화 모델’이다. 검찰총장에서 물러나자마자 유력 대선주자로 급부상한 윤석열 전 총장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기성 정당에 입당하느냐 아니면 창당 또는 제3지대에서 독자적인 세력을 구축하느냐 여부다. 이번 재·보선에서 중도의 힘을 확인한 만큼 윤 전 총장이 당장 국민의힘으로 들어가는 것보다 독자적인 세력을 구축한 다음 국민의 힘 대선 후보와 최종 야권 단일화를 이뤄내는 것을 선호할지 모른다. 

 

세 번째 시나리오는 ‘중도통합 빅덴트론’이다. 이 상황은 중도통합의 기치를 내걸고 정권 창출에 성공한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 모델과 비슷하다. 그는 2012년 5월 15일부터 2016년 5월 14일까지 프랑수아 올랑드 정부의 대통령실 부실장으로 재직하면서 사회당 정부의 중도 우파적 정책들을 펼쳤다. 그러나 2016년 4월 중도 성향의 정당인 앙 마르슈! (En Marche!, 프랑스어로 "전진!"이라는 뜻)를 창당하고, 2017년 프랑스 대통령 선거에 처음 출마해 국민전선의 마린 르 펜 후보를 누르고 당선되었다. 

 이는 윤석열 전 총장뿐만 아니라 원희룡, 안철수, 김동연 전 부총리, 최재형 감사원장, 금태섭 전 의원 등 정권교체 세력이 빅덴트로 모이는 것을 상정해 볼 수 있다. 여기에 정권 창출이 어렵다고 판단한 국민의힘 개혁 성향의 초ㆍ재선 의원들이 이탈해 함께할 수 도 있다. 이것은 일종의 '윤석열 발(發) 야권 재편'으로 성공하면 한국 정당 사상 최초로 제3세역이 제1야당을 흡수 통합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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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째 시나리오는 여야 분열 4자구도론이다. 여당이 친문과 비문으로 분열되고 야권은 강성보수 세력과 중도보수 세력으로 분열되는 상황이다. 여권이 대선 전에 전략적으로 박근혜 전 대표를 사면해 야권이 친박근혜 세력 대 친윤석열 세력으로 분열되는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 여당이 어떤 플랜을 구상하든 야당이 어떤 시나리오를 갖든 자신들이 통제할 수 없는 정치 상황과 정치 의지, 그리고 민심의 향배에 따라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현 시점에서 국민의힘에게 내년 대선을 향한 유리한 선거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그러나 상황은 언제든지 급반전될 수도 있다. 단언컨대, 지난 보궐 선거 결과는 내년 대선의 선행 지표가 될 수 없다. 2030세대는 현 정부의 콘크리트 지지층인 40대와는 달리 특정 이념과 정당에 예속되지 않고 상황과 이슈에 따라 움직이는 스윙 보터(swing voter)로 변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내년 대선에서 이들 세대가 이번처럼 야당에게 몰표를 줄지는 알 수 없다. 2002년 지방선거에서 집권당인 새천년 민주당은 야당인 한나라당에게 참패했다. 당시 지방선거 2개월 후에 치러진 8ㆍ8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에서도 야당인 한나라당은 13곳 중 11곳에서 승리했다. 그러나 6개월 후에 치러진 대선에서 한나라당은 패배했다. 

 

이번 보궐 선거가 던지는 가장 핵심적인 함의는 진보로 ’기울어졌던 운동장‘이 이제 겨우 평평해졌다는 것 뿐이다. ’민심의 바다는 배를 띄울 수도, 뒤집을 수도 있다‘는 말이 있듯이 선거판은 언제든지 요동칠 수 있다. 국민은 결코 어리석지 않으며 늘 분노의 회초리를 든다. 패배한 여당도, 승리한 야당도 이번 보궐선거에서 드러나 민심이 무엇을 함축하는지 깊이 성찰해야 할 것이다.

 

 내년 대권 경쟁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자만하고 분열하는 세력은 패배하고, 참회하고 혁신하는 세력은 승리할 것이다. 특히, 어떤 세력이 시대정신에 입각한 이슈를 선점에 자신에게 유리한 프레임으로 만드느냐가 승패를 좌우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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