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주택시장, 조정기 올까? 정책해법은?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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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4분기, 대(大)혼돈에 빠진 주택시장
올 4월 들어 주택시장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거래량이 급감하고 아파트가격 상승폭이 둔화되는 가운데, 재건축시장은 다시 들썩이고 있다. 15억원을 초과하는 고가아파트는 신고가를 갱신하는 단지가 속출하고, 1억원 미만 주택 거래 수에 제외되는 초저가아파트는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시장전체로는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보다 부산, 대구 등 지방도시 주택거래가 더욱 침체되는 등 시장양극화 현상도 목격된다.
한마디로 혼돈(chaos)스런 시장이 펼쳐지고 있다. 작년 하반기이후 무차별적으로 오르던 시장모습과는 확연히 달라 진 모양새다. 정부가 공공참여주택정책을 발표한 2.4대책영향에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새로운 부동산정책 복안도 영향을 끼쳤다.
시장변화는 주택통계에서도 잘 드러난다. 4월9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지역 집값은 상승폭이 둔화되고 안정세를 찾아 가는 흐름 속에 유달리 강남 재건축과 역세권단지 아파트는 급등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예컨대,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1차 (전용196.21㎡)는 한 달 전보다 10억 이상 높은 63억원에, 대치동 은마아파트(전 76.79㎡)는 1억원 이상 오른 22억 4천만원에 각각 거래되었다.
굉장히 이례적인 현상으로 주목되는 변화이다. 과거경험을 보면 시장이 바뀌는 과도기에 나타나는 전형적인 현상으로 볼 수도 있다. 새로운 서울시정책기조변화에 대한 과도한 기대감내지 부작용이 시장을 흔들고 있다는 관측도 가능한 상황이다.
올해가 전환기, 고점 내지 변곡점 맞을까?
이에 따라 앞으로 주택시장이 더 오를지, 안정국면으로 전환될지를 두고 그 어느 때 보다 시장변화에 대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올해가 고점 내지 변곡점을 맞을 수 있을까?
지난 2014년 이후 장기급등세를 기록한 주택시장이 상승국면을 마감하고 경기변동내지 사이클 측면에서 전환기 내지 조정국면으로 진입한 게 아닌가하는 추측도 제기되고 있다. 아직은 1/4분기에 나타난 거래량, 시장가격, 심리동향 등 단기적인 주택통계를 근거로 추세적 전환내지 기저적 흐름의 변화를 예단하기는 이르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주택경기는 2개 분기 이상의 통계추이를 관찰해 볼 필요가 있다.
그러므로 주관적인 생각이나 관점이 아닌, 경제학적 관점에서 바라본 부동산경기의 예측내지 시장변동을 진단하고 예측해 본다. 부동산경제학에 답이 있다. 부동산시장 예측방법으로는 헤도닉 가격모형(hedonic price model), 부동산측정 지표법, 시장에 직·간접적 영향을 끼치는 선행지표지수 분석법, 소비자 태도를 조사하는 설문지 조사법, 10년주기설, 벌집순환모형 등 여러 가지 방법과 기법들이 있다.
필자가 즐겨 사용하는 10년 주기설과 거래량과 가격지표로 경기순환변동을 관찰하는 벌집순환모형(HONEYCOMB -CYCLE)에 관해서는 이전 칼럼에서 소개한바 있다.
여기서는 부동산경기 순환변동의 특징을 통해서 주택시장 흐름의 근본적 변화가 시작되었는지, 올해가 과연 집값 고점 내지 시장의 변곡점이 될 수 있는지를 진단해 보고자 한다. 그래서 전체시장의 풍향계 역할을 하는 서울지역과 가늠자(바로미터)기능을 하는 강남재건축을 살펴보는 일도 중요한 의미가 있다.
부동산 경기 변동의 특징 5가지
먼저, 부동산경기는 5가지 특성을 지닌다.
첫째, 일반경기에 비해 불규칙적이며, 2배 이상의 변동주기를 가진다. 우리나라는 9~12년을 주기로 상승과 하락 사이클이 등장하는 소위, 10년 주기설 내지 벌집순환모형이 존재한다. 두 가지 예측모델은 한국자산관리연구원이 1986년도 이후 주택통계를 기초로 자체 실증 분석한 결과, 70% 내외의 확률을 지닌 것으로 나타났다. 참고로 일본은 15년 주기설, 미국은 20년 주기설이 있다.
둘째, 일반경기에 비해 정점은 높고 저점은 낮은 즉, 진폭이 상대적으로 큰 편이다. 오를 때 많이 오르고 내릴 때 많이 내린다. 이는 주택가격이 타성(惰性)기간이 길고 공급의 장기시차 때문으로 보인다.
셋째, 일반경기에 비해 회복기간은 길고 후퇴기간은 짧게 나타난다. 우리가 알고 있는 상식과는 다르다. 주택경기가 냉각될 때 매도기회가 그만큼 적다는 뜻이다. 회복기에는 매수기회는 여러 번 주어지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넷째, 주거용 부동산은 일반경기에 후행하고, 상업용 및 산업용 부동산은 동행하는 것으로 보인다. 자금의 유동성 내지 자산가치의 균형성 때문이다. 이를테면, 주택경기의 상승 다음에는 상업용( 상가, 오피스, 오피스텔 등 ) 혹은 산업용 부동산(물류센터, 지식산업센터, 토지 등)으로 시중부동자금이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
다섯째, 지역적이고 개별적인 즉, 국지적 현상이 나타나는 경향이 강하고, 주택경기가 상승할 경우 전국적으로 확산 된다. 서울 집값이 오르면, 이는 전국적으로 확대 내지 확산되는 경우가 많다.
부동산시장 순환국면의 5가지 특성
다음으로 부동산경기는 일반적으로 회복기-상향기- 후퇴기-하향기 등 4가지 국면을 다음(그림 참조)과 같이 주기적으로 순환 변동한다.
첫째, 회복기 시장의 특성분석이다.
① 회복기는 주택시장이 저점에 이르고, 상승을 시작하는 시장이다
② 금리가 낮고 자금이 풍부해져서 거래가 활기를 띄고 부동산 투기도 일어난다.
③ 과거사례가격은 새로운 거래가격이 되거나 하한선이 되며, 매도자위주 시장으로 바뀐다.
④ 따라서, 경기회복은 서울 등 최상의 시장부터 국지적으로 이뤄지며, 점차 시장계층구조에 따라 하위시장(sub-market)으로 확산된다.
둘째, 상향기 시장의 특성 분석이다.
① 하향시장의 반대이고, 확장국면이다.
② 거래가 증가하고 지가와 집값이 계속 상승한다.
③ 과거사례가격은 새로운 가격의 하한선이 되며, 매도인은 거래보류하는 반면에 매수인은 거래성립을 서두르게 된다. 전형적인 매도자 위주시장이 나타난다.
④ 따라서, 부동산 경기의 고점현상과 후퇴시장의 가능성 둘을 내포하고 있으므로 투자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
셋째, 후퇴기 시장의 특성분석이다.
① 상향시장에서 하향시장으로 전환하는 후퇴시장이다.
② 거래 감소, 가격상승 중단 내지 보합세로 전환된다.
③ 과거사례가격은 새로운 거래의 상한선이 되며, 매수인 위주 시장으로 급격히 바뀐다.
④ 따라서, 매도자 매수자의 엇갈리는 매매태도와 혼돈스런 시장에 직면하여 일반인은 우왕좌왕, 갈팡질팡하는 행동을, 비전문가의 경우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없는 불확실성이 증폭된다.
넷째, 하향기 시장의 특성분석이다.
① 하향기는 수축국면에 해당하는 국면으로 거래가 한산하며, 가격도 하락하는 경우가 많다. 팔려고 해도 부동산이 잘 팔지 않으며 공가율, 공실률이 높아지며 금리가 상승하기도 한다.
② 규모가 크고 가격이 비싼 호화주택, 교외의 분양택지, 불요불급한 부동산이 가격하락을 주도한다.
③과거사례가격은 새로운 가격의 상한선이 되고, 매수자가 시장을 지배하는 소위 매수자 위주시장으로 바뀐다.
④ 따라서, 시장과열이후 시장흐름을 잘 타느냐 그렇지 않느냐 즉, 포트폴리오 재구성 전략에 따라 자산불평등이 더욱 심화될 수도 있음은 유의해야 한다. 안정형 부동산 혹은 불황에 강한 부동산으로 갈아타기 전략이 유효하다.
이밖에 안정기에 해당하는 시장 특성도 있다. 부동산가격이 안정되거나 경제성장률 내지 물가상승률만큼 가벼운 상승이 일어나는 것으로 가장 이상적인 시장유형으로 볼 수가 있다. 부동산의 위치가 성장하고 입지환경이 우월하며, 불황기에도 강한 부동산으로 꼽히는 소위, 도심권의 작고 가벼운 부동산이 이에 속한다.
2021년 하반기, 조정기 도래할 확률은?
이상을 종합하면 2021년 상반기는 주택경기의 정점을 지나고 있으며, 하반기 이후 국내 주택경기는 조정기 내지 후퇴기 초기국면으로 진입할 확률은 높아 보인다. 주택경기의 기저적 흐름 내지 중장기적 추세가 전환기(turn around) 내지 전환점(turning point)을 맞을 개연성은 커졌다. 강남은 2013년, 강북은 2014년 이후 7~8년간 집값이 고공 행진함에 따라 역대급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주택가격도 거품(bubble)이 축적돼, 서울지역은 최소 10~20% 이상 쌓인 것으로 측정된다. 시장금리가 슬금슬금 오르고 세금폭탄, 대출규제강화, 도심권재정비사업과 3기신도시를 통한 공급확대 추진도 향후 집값의 추가상승을 억제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재건축 활성화는 집값, 전세값 불안의 뇌관 혹은 독(毒)이 될 수도
하지만 또 다른 돌발변수도 있다. 대형악재로 작용할 수도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부동산정책이 시장불안의 뇌관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얘기다. 두 가지다. 하나는 향후 5년간 36만호를 공급하겠다는 오세훈 표 공급계획이 정부와 의회, 24개 구청장의 반대로 무산, 표류될 가능성이다. 그렇게 되면 정부의 공공주도정책도, 오 시장의 민간주도 정책도 무용지물이 될 수밖에 없다. 시장은 불확실성과 공급부족 불안감으로 언제든 ‘불장’으로 변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 하나는 성급한 강남 재건축규제 완화를 비롯해 경제3축 개발계획, 지하철 1~9호선 지하화 계획을 단기간에 무리하게 밀어 붙일 경우 발현될 수 있다. 해당지역은 물론 인근지역 땅값과 집값 폭등을 촉발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용산과 여의도의 통째개발 발표이후 용산과 여의도 집값이 급등하고 다급히 정책 자체를 철회할 수밖에 없었던 사례는 반면교사로 삼을 만하다.
그러므로 지금은 솔로몬식 해법과 정책조율 및 타협으로 신의 한수에 해당하는 묘책을 찾아야 한다. 임기 1년 2개월 짜리 시장으로 할 수 있는 일과 없는 일을 구분하고 정책의 선후경중완급을 조절할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정책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이 순서가 아닐까.
특별히 주의할 부분은 조기에 강남재건축을 규제완화를 통해 활성화하는 정책이다. 누가 봐도 주거대체성이 없고 선호도가 높아, 집값기폭제로 작동하는 강남, 여의도, 용산, 목동 등 노른자위 땅에 재건축 활성화는 땅값과 집값을 자극을 우려가 있다.
따라서 균형개발과 서민주택공급확대효과가 크고 집값자극우려가 적은 강북외곽이나 슬럼화 지역, 소외된 생활권을 우선 대상으로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 해 보인다. 재건축은 1~2년이 아닌 적어도 4~5년 정도는 앞을 내다보고 향후 전체시장에 미치는 파급효과와 전세대란을 막을 수 있는 최소한의 선제 대책을 마련한 후 순차적 이주계획에 따라 진행하여 한다. 필수적 안전장치로서 이를 위배할 경우 역풍내지 시장반란은 심히 우려되는 대목이다.
‘오세훈 매직’은 공공재건축 선도사업 공조가 시발점 돼야
주지하는 바와 같이 오시장과 국민의 힘이 처한 정책환경은 매우 열악하다 못해 처참하다. 지지율만 믿고 밀어 붙이거나 의지만으로 가능한 정책결정 조건과 구조가 아니다. 때문에 표밭이나 표심을 지나치게 의식하고 단기 공약에 치중해, 소위 정부정책과는 반대로, 마이웨이 방식으로는 정책실효성은 물론 성공가능성은 극히 낮다는 판단이다. 정부와의 정책갈등 내지 충돌로 아무 일도 하지 못하는 최악의 상황도 예상된다. 그렇게 될 경우 정부와 서울시 정책 모두 실패로 귀결될 것이다. 그 피해는 시장불안으로 국민의 몫이 된다.
어느 정부든 부동산정책의 목표는 시장안정과 서민주거 복지향상, 삶의 질 향상과 도시경쟁력 확보로 분명하고 불변적이며 공통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 다만 이를 달성하기 위한 방법론과 정책수단은 다양하다. 선택할 수 있는 정책수단의 스펙트럼은 넓다.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싱가포르 등 선진국 사례는 참고할만한 모범사례(best practice)가 되고 벤치마킹 대상으로 삼을 만하다.
당장 정부와 서울시가 머리를 맞대고 시범적으로 해 볼만 한 대표적인 협업과제를 제안한다. 4월 7일 정부가 발표한 관악구 미성건영, 광진구 중곡, 용산 강변강서 아파트와 중랑구 망우1구역 영등포구 신길13구역 등 5곳에 대한 공공재건축 선도 사업 후보지 5곳을 ‘공조정책 1호’로 선택해 보면 어떨까. 마법 같은 ‘오세훈 매직’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시발점이 될 것이다. 성공법칙은 첫 단추를 잘 꿰어야 한다. 정책공조, 시장안정, 정책신뢰라는 세 마리 토기를 한꺼번에 잡는 1석3조의 효과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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