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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업체의 이차전지 사업 진입과 시사점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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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1년04월11일 17시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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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집필-산업연구원 조철 선임연구위원, 김민지 전문연구원>

 

전기차 시장으로의 전환 가속화와 이차전지

 

  이차전지의 핵심 수요부문인 전기자동차 판매는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세계 전기자동차 시장은 2019년 한자리 수 증가에 머물기도 했지만, 2018년까지는 50~60%대의 높은 증가율을 보여 왔다. 2020년에는 코로나19로 전반적인 자동차 수요가 14%나 큰 폭의 감소세를 기록했지만, 전기자동차 수요는 43%나 성장하는 양상을 보였다. 이에 따라 세계 전체 자동차 시장에서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9년의 2.5%에서 2020년 4.2%로 크게 상승하였다. 이에 따라 2020년 이차전지 판매도 21.0%나 크게 증가했다.

 

  향후 전기차 시장에 대한 전망도 매우 낙관적이다. 단순히 가격이나 성능 등 경제성으로 보면, 시장 전망이 불투명하지만, 환경규제 강화라는 측면에서 보면 전기차가 증가될 수밖에 없다. 그동안 전기차 시장은 중국과 미국이 주도해왔는데 2019년 전기차 판매가 둔화된 배경에는 중국과 미국의 판매 감소가 크게 작용했다. 중국과 미국의 전기차 판매는 주로 보조금에 의존해왔고, 2019년 이후 미국과 중국의 전기차 보조금이 축소되어 판매가 줄어든 것이다. 이러한 빈자리를 메워준 것이 유럽인데, 2019년 유럽의 전기차 판매는 47%나 늘었고, 2020년에는 137%나 증가했다. 

 

  이러한 유럽의 전기차 판매 증가에는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환경규제가 자리 잡고 있다. 유럽(EU) 시장에서 자동차를 판매하는 업체는 판매 차량의 1km 주행 시 평균 CO2 배출이 95g를 넘지 않아야 하는데, 이를 초과할 경우 g당 95유로의 매우 큰 벌과금(초과 g×판매 대수×95유로)이 부과된다. 이에 따라 자동차업체들은 탄소제로로 취급되는 전기자동차를 일정 수준 판매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이러한 유럽의 CO2 규제는 2030년 59g/km까지 강화되는데, 이에 맞추기 위해서는 적어도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를 각각 1/3 수준 이상 판매해야 한다. 

 

유럽 다음으로 우리나라의 규제가 강한데, 현재 97g/km이고, 2030년 70g/km를 행정 예고하고 있다. 여타 다른 국가들도 대부분 연비나 CO2 규제를 강화하고 있어 전기차 판매는 규제에 의해 지속적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특히 최근에 논의되고 있는 2050년 탄소제로는 2050년에 판매 차량이 아니라 운행하는 차량의 탄소제로라는 목표여서 이에 맞추기 위해서는 획기적인 친환경차 보급이 필요하며, 이에 따라 전기차 판매 증가세는 더욱 가속화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 향후 자동차 시장은 친환경자동차, 특히 전기자동차로의 전환이 가속화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전기자동차 판매 증가는 이차전지 수요를 빠르게 증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며, 자동차산업에 있어서 이차전지의 중요성이 높아질 것으로 판단된다.


자동차업체와 이차전지업체의 상호 의존성

 

  자동차가 운송 도구라고 본다면, 자동차를 움직이게 하는 동력원이 가장 중요하다. 내연기관 자동차는 엔진이 그 기능을 하는 반면, 전기차는 이차전지와 모터가 그 기능을 한다. 전기차에 있어서 이차전지는 특히 중요하다. 최근 전기차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화재나 한번 충전해서 갈 수 있는 거리, 충전에 걸리는 시간, 차량의 높은 가격 등이 모두 이차전지와 관련이 있다. 

 

결국 전기차의 최종적 경쟁력은 이차전지에 의해 결정되고, 전기차업체는 얼마나 값싸고, 성능 좋은 이차전지를 조달받느냐가 매우 중요하다. 내연기관 자동차의 산업생태계 전반에서 자동차업체가 주도권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자동차업체가 엔진의 개발 및 생산을 주도했기 때문이다. 전기자동차 시대에는 이차전지의 개발 및 생산을 누가 주도하느냐에 따라 자동차산업의 주도권이 결정된다고 볼 수 있다. 최근 자동차업체들의 이차전지산업 진입 선언은 자동차산업의 주도권을 지속하기 위한 자동차업체의 노력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한편, 이차전지 시장은 최근 전기자동차가 주도하고 있다. 가장 고용량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이차전지의 용량이 30W 정도로 본다면, 전기차 한 대에 들어가는 이차전지 용량은 80kW로 스마트폰의 약 3,000배가량이 된다. 이차전지는 순수 전기자동차뿐만 아니라 하이브리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수소연료전기자동차 등에도 필요로 하여 자동차가 주요 수요 시장이 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특히, 전기자동차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이차전지 시장에서 자동차가 차지하는 중요성이 매우 커질 수밖에 없다. 결국 이차전지업체로서는 자동차업체가 가장 중요한 고객일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이차전지 시장에 자동차업체가 진입하게 되면 기존 이차전지 전문생산업체는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협력과 경쟁이 상존하는 이차전지 시장

 

  현재 자동차업체에 대한 이차전지의 공급은 전문업체가 주도하고 있지만, 전문업체가 단독으로 이차전지를 공급하는 경우는 드물고, 합작사를 설립하여 이를 통해 이차전지를 공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차전지는 셀에서 팩, 모듈, 시스템 등의 단계를 거쳐 자동차 조립에 사용된다. 자동차업체와 이차전지 전문업체는 지금까지 합작 투자회사를 설립하여 팩 생산이나 모듈 및 시스템의 조립 등뿐만 아니라 셀까지도 생산해왔다. 이미 자동차업체가 전기자동차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배터리를 일방적으로 배터리업체에 의존하는 구조는 피해 왔다는 것이다. 

 

현대기아자동차의 경우 LG와 제휴하여 만든 HL 그린파워에서 이차전지 팩을 패키징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으며, 최근 팩을 패키징하는 업체로 세방전지를 선정한 바 있다. 하이브리드자동차 생산을 위해 필요한 배터리 생산을 위해 도요타는 파나소닉과 합작사를 세워 배터리를 공급받아 왔고, 혼다와 미쓰비시도 GS 유아사와 협력을 추진해왔다. FAW, 지리, 상하이, 광저우, 동펑 등 다양한 중국 자동차업체들은 CATL과 합작을 통해 셀을 생산하고 있다. GM은 LG와, 테슬라는 파나소닉과 제휴를 통해 이차전지 셀을 생산하고 있다. 이러한 합자사나 자동차업체 및 관련 기업들이 셀을 공급받아 팩, 모듈, 시스템 등의 조립뿐만 아니라 합자사를 통해 셀 자체의 생산도 실시하고 있지만, 기술 등에 있어서 여전히 주도권을 전지업체들이 쥐고 있었다. 

 

  그러나 최근 자동차업체의 이차전지사업 진입이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은 이차전지 핵심 셀 개발 및 생산을 자동차업체가 담당하겠다는데 기인한다. 2020년 9월 세계 최대 전기차 생산업체인 테슬라가 배터리데이를 열고 독자적인 배터리 개발 및 생산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전고체 등과 같은 차세대배터리에 대한 생산 등을 발표할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셀 사이즈 확대, 건식공정 도입, 자동화, 소재변경 등을 통해 기존 배터리의 개선을 추진하여 궁극적으로 전기차 가격을 떨어뜨리겠다는 계획이었다. 결국 배터리의 개발과 생산을 테슬라가 주도하겠다는 개념이다. 

 

자동차업체가 보다 적극적으로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우려가 현실화된 것이 올해 폭스바겐의 파워데이이다. 기존에도 폭스바겐은 스웨덴의 노스볼트(North Volt)에 지분 참여를 하고 있었지만, 배터리의 조달은 기존 메이저 배터리 회사를 통해 이루어졌다. 기존 메이저 배터리 회사는 대부분 한국, 중국, 일본 등 아시아 3국의 기업이 주도하고 있다. 

 

폭스바겐은 노스볼트뿐만 아니라 중국의 Gotion High-Tech의 지분 24.7%를 인수하면서 최대 주주가 되었는데, 자체 수요 배터리 생산에 이들 두 업체를 활용할 예정이다. 또한 적용하는 배터리 타입을 각형으로 적용할 계획을 발표하여 기존 파우치형을 공급하고 있는 LG나 SK 등 우리 배터리업체에 우려를 주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배터리분야에서 치열한 주도권 싸움에 기인하는 것이라 보여 진다. 

 

  이와 더불어 도요타는 파나소닉과 제휴관계에 있지만, 전고체 배터리의 기술력을 활용하여 배터리 시장 및 미래 전기차 시장을 주도하겠다는 의도를 밝히고 있다. 도요타는 현재 하이브리드자동차가 위주이지만, 배터리에서 경쟁력을 확보한다면 언제든지 순수전기차 시장에 진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밖에 다임러도 중국의 Farasis 에너지와 합작법인을 설립할 뿐만 아니라 과거 인수한 독일의 Li-Tec를 통해 이차전지 기초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BMW도 자체 연구개발센터를 설립하여 이차전지 기술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최근 강력한 환경규제로 인해 유럽의 전기차 시장이 큰 폭으로 확대되고 있고, 이에 맞추어 유럽 자동차업체들의 전기차 생산이 크게 증가했지만, 이에 들어가는 배터리는 대부분 아시아 3국의 기업들이 담당하고 있다. 이에 따라 EU 전체 차원에서도 자체적인 배터리 기술 확보 및 생산을 위해 연구개발 등을 지원하고 있고, 유럽의 자동차업체들도 아시아 국가 기업들에 대한 의존을 완화시키기 위해 자체적인 노력을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자동차업체의 이차전지 주도권 확보 가능성 및 시사점

 

  제휴 형태가 아닌 자동차업체가 주도적으로 이차전지의 개발 및 생산을 추진하는 것은 기존 이차전지업체들에 크나큰 위협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이러한 자동차업체들의 선언이 얼마나 실현 가능할지는 불확실하다. 이차전지는 전기자동차의 경쟁력을 결정하는 핵심부품이기 때문에 성능이나 가격이 떨어지는 제품을 사용하면, 전가차 전반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요소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기존의 이차전지업체들은 장기간 생산기술뿐만 아니라 제품개발기술도 축적해왔기 때문에 새롭게 진입하는 자동차업체가 이를 넘어서기 쉽지 않을 것이다. 더더구나 획기적인 새로운 개념의 제품이 개발되지 않는 이상 기존 제품에서 가격이나 품질경쟁력, 수율 등이 기존 전문 이차전지업체를 뛰어넘기는 힘들 것이다. 또한 자동차업체가 이차전지를 생산하게 되면 수요처도 제한될 수밖에 없다. 아무래도 경쟁사가 해당업체의 이차전지를 구매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자동차업체가 이차전지 사업에 진입하겠다고 선언하는 것은 전지업체들이 가격 인하나 성능 개선 등을 보다 강화하도록 압박하는 의도로도 해석하고 있다. 

 

  현재 전기자동차는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에 비해 여전히 해결해야 할 많은 기술적 과제를 안고 있다. 우선적으로 전기자동차의 높은 가격은 보조금 없이는 구매가 쉽지 않도록 하고 있다. 맥켄지 등의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정도면 내연기관 차량과 동급 전기자동차의 가격이 비슷해지는 것으로 나오고 있지만, 이차전지의 가격이 얼마나 떨어질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충전하는데 걸리는 시간이나 한번 충전해서 갈 수 있는 거리 등도 이차전지가 당면한 기술적 과제이다. 최근 발생하고 있는 화재문제 등도 기존 이차전지가 가지고 있는 한계일 수 있다. 

 

효율적인 생산시스템을 갖추는 문제와 더불어 이러한 기술적 과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미래 이차전지산업의 경쟁에서 핵심이 될 것이다. 이차전지업체들이 이러한 기술적 과제를 해결하고, 생산에 있어 경쟁력을 보유한다면, 자동차업체들이 굳이 자체 이차전지 생산을 추진할 필요가 없고, 오히려 자체 생산이 차량의 경쟁력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할 것이다. 도요타는 현재 순수 전기차 생산을 하고 있지 않지만, 먼저 경쟁력 있는 전고체 배터리를 상용화하게 된다면 순수 전기차 생산도 본격화할 것이다. 

 

이렇게 된다면 전기차산업뿐만 아니라 이차전지산업에도 큰 충격을 주게 될 것이다. 또한 폭스바겐과 같은 대형자동차업체가 기존 이차전지업체에 비해 경쟁력 있는 제품을 생산하게 된다면 기존 전지업체의 제품을 사용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결국 자동차업체의 이자전지사업에 대한 실질적인 진입 여부는 기존 이차전지업체의 경쟁력 향상 여부에 기인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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