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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주택정책> (9) 주택거래량과 매매가격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20년12월20일 17시05분

작성자

  • 이종규
  • 대구가톨릭대학교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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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그동안 우리나라에서는 주택가격의 안정을 목표로 각종 규제들이 동원되었다. 다시 말해 정책적으로 가격을 관리하고자 하였다. 그런데 그 정책수단들의 단점이나 부작용으로 인하여 오히려 주택가격이 상승하고 말았다. 여기서 의심이 드는 것은 서울 주택“시장”은 시장이 아닌가 하는 점이다. 시장이라면 가격에 의해 수요와 공급이 조정되는 메커니즘이 작동하기 마련이다. 만일 이 메커니즘이 작동한다면 다소간의 가격 상승을 용인하더라도 시장에서는 수요의 감소 등의 반응이 수반됨으로써 중장기적으로 가격 상승이 진정될 여지가 많다. 이하에서는 서울 주택시장에서 이러한 메커니즘이 작동하는지 여부를 점검하기로 하자.

 

이 목적에서 서울 아파트 매매 가격과 거래량의 관계를 살펴보고자 한다. 즉 가격이 상승하면 거래량이 감소하는지 혹은 늘어나는지를 파악하고자 한다.

 

가격과 거래량의 관계에 대한 인식 

 

주택정책 당국에서는 주택거래량을 주택가격의 선행 지표로 인식하고 있다. 예컨대 정부의 2020년 6.17대책에서 “주택시장 선행지표인 주택거래량이 수도권 기준 전년 대비 2배 가까운 수준으로 지속 증가 중”이라고 기술하고 있다. 이러한 인식에서 출발하여 주택거래를 제한하거나 위축시켜 종국적으로 주택가격을 안정시키고자 여러 정책 수단을 동원하는 것이 현재 주택정책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 

 

이러한 서술 내용을 접하는 즉시 의구심이 들었다. 과연 당국의 인식이 올바른 것인가? 당장 수긍되지 않는 부분은 당국에서는 거래량을 외생적 독립변수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반적인 시장메커니즘에서는 거래량은 가격과 동시적으로 결정되는 내생변수로 보아야 한다. 그런데도 당국은 거래량과 가격을 별도의 변수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더하여 실제로 부동산시장에서 거래량과 가격의 관계가 어떤지를 규명하는 것이 흥미로울 것으로 생각되었다.  

 

사실 거래량과 가격의 관계는 이론적으로 매우 중요한 개념이다. 이 관계는 시장메커니즘이 작동되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기초 개념이다. 통상적으로 가격이 오르면 수요가 위축되어 거래량이 줄고, 반대로 가격이 내려가면 수요가 늘어 거래량이 확대된다. 즉 거래량과 가격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고 음(陰)의 상관관계를 보인다. 

 

이어 더하여 정책적으로도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 두 변수 중에서 어느 것이 선행하느냐, 그리고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지 여부에 따라 정책적 개입의 당위성이 결정된다. 실제로 주택거래량 확대가 선행하면서 매매가격을 상승시킨다면 시장 균형은 폭발적으로 발산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이는 시장의 붕괴를 의미하기 때문에 이 경우에는 당국의 시장개입은 당연하고 필수적이라 할 수 있다. 반대로 두 변수가 음의 관계인 경우 가격에 의한 수급 조절이 이루어진다는 것을 의미하고 이 경우 정책적 개입은 불필요한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한편 부동산시장에서는 거래량과 매매가격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현상이 자주 나타난다고 한다. 그 현상을 설명하고자 하는 이론(가설)들이 몇 가지 제시되기는 하였지만 설득력 있는 논리는 아직 제시되지 않은 상태라고 한다 (이용만 2012 * ).   


  * 이용만, 부동산시장의 이례현상들, 주택연구 제20권 제3호 2012. 8. pp.5~40.

 

아래에서는 두 변수의 추세 등을 살펴보고 간단한 통계적 기법을 통해 두 변수의 정확한 관계를 찾아볼 계획이다.  

 

거래량과 가격의 변동률 비교

 

먼저 전년 동기대비 증가율을 비교하였다. 아래 그림 중 좌측 그림이 이에 해당한다. 각각의 증가율에 추세선을 추가적으로 그려 넣었다. 이를 잠정적으로 장기관계라고 하겠다. 이 추세선의 관계를 살펴보면 두 변수는 장기적으로 주택 거래량과 매매가격은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이 확연히 드러난다. 즉 장기적으로는 거래량과 가격이 반대로 움직인다고 결론 내릴 수 있다. 다만 이 그림으로는 어느 변수가 선행하는지는 알 수 없다.

 

전기 대비 변동률을 서로 비교한 단기 관계에서는 시기별로 차이가 있다. 현 정부 초반까지는 거래량 변동률의 추세선과 매매가격 변동률이 추세선은 서로 엇갈리는 방향으로 움직였다. 하지만 최근에 와서는 (특히 2019년 하반기 이후) 거래량과 매매가격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아래 오른편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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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관계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보기 위해서 시기별로 주택거래량 변동률과 매매가격 변동률의 분포도를, 그리고 추세선을 추정하였다. 거래량 통계가 2006년부터 편제되기 시작하였으므로 분석 대상은 2006년 이후로 잡았다. 그 이후 대략 4시기로 구분하여 추정하였다. 서울 아파트가격이 상승세를 유지하던 2008년 4월까지의 시기, 그리고 이명박 정부, 박근혜 정부 및 문재인 정부로 각각 시기를 구분하였다.  

 

분석의 대체적인 결론은 두 변수의 단기적 관계는 주택시장의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주택가격이 상승하는 시기에는 주택 거래량과 가격 변동률의 상관관계가 플러스로 추정되었다. 반면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거나 안정을 보인 이명박 및 박근혜 정부에서는 두 변수의 상관관계가 마이너스로 추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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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 상관계수의 크기를 보면 아주 작기 때문에 (설명력 R2 값이 매우 작기 때문에) 통계적으로 이 관계를 수용하는 어렵다.     

 

시차상관관계

 

가격과 거래량 중 어느 것이 먼저 움직이고 다른 변수에 영향을 주는지 여부를 검증하기 위하여 두 변수간의 시차 상관계수를 추정하였다. 시차 상관계수를 추정하는 데에는 전월 대비 변동률을 사용하였다. 앞의 분석에서 주택거래량과 매매가격의 단기 관계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은 점을 보완하고자 하는 의도도 내포하고 있다. 전기비 변동률을 이용하여 시차 상관계수를 추정하면 두 변수의 단기 관계를 좀 더 명확하게, 그리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시차 상관관계를 추정한 결과는 다음과 같다. 두 변수의 관계는 일방적인 관계라기보다는 선행 여부에 따라 달라지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즉 거래량이 선행하는 영역에서는 거래량이 먼저 늘고 가격이 올라가는 관계를 보였다. 거래량과 가격이 양(陽)의 상관관계를 보이고 있다. 반면 가격이 선행하는 영역도 있는데 이 경우에는 거래량과 가격의 관계는 마이너스 상관관계로 나타났다. 이는 가격이 올라가면 거래량이 감소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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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결과를 통해 우리나라 부동산시장의 작동 메커니즘을 보다 잘 이해할 수 있다. 먼저 어떤 요인에 의해 부동산 거래가 늘어나면 대개의 경우 가격이 상승하는데 상관계수의 크기 등을 감안하면 그 영향은 2달 정도의 시차를 두고 나타난다. 거래가 늘어난 해당 월에도 가격이 상승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상관계수가 크지 않은 점에 비추어 그 관계가 명확하지는 않다. 그리고 가격이 상승하고 나면 거래량이 감소하는데 가격이 거래를 감소시키는 효과 역시 2달 정도의 시차를 두고 가장 크게 나타났다. 가격 변동 효과는 약 5개월 동안 지속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 결과를 바탕으로 당국에서 부동산 거래량을 부동산시장의 선행 지표로 인식하고 있는 것을 평가하면 그 인식이 전적으로 틀리지는 않은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그 인식은 다른 측면을 놓치고 있다. 즉 가격에 의한 거래량 조정 메커니즘도 작동하고 있음을 간과하고 있다. 거래량이 선행하는 경우와 가격이 선행하는 경우 두 변수의 상관계수 크기를 비교하면 가격이 거래량에 미치는 영향이 훨씬(2배 이상) 크다.

 

추정 결과에 대한 해석

 

이와 같은 상관관계가 형성된 배경으로 두 가지 가설을 생각해볼 수 있다. 즉 규제 효과 가설과 시장의 조정 메커니즘 가설이다. 

 

먼저 당국의 규제로 인하여 이러한 관계가 형성되었다고 해석할 여지가 있다. 어떤 요인으로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늘어나면 당국에서는 곧바로 규제를 동원하였는데 그 결과 거래가 위축되고 가격도 하락하였다. 그리고 어느 정도 시일이 흐르면 또 다시 거래량과 가격이 재차 상승하는 모습이 나타났다. 즉 주택 거래량과 가격 변동율의 시차 상관관계가 주로 규제로 인해 나타나는 현상으로 해석할 여지가 없지 않다. 

 

하지만 이 가설은 보편적인 것으로 수용하기 어렵다. 현 정부 이전의 시기, 예컨대 규제 대신에 부동산 진작책을 구사한 박근혜 정부 시기를 대상으로 추정하더라도 비슷한 모양의 시차상관관계를 얻는다. 따라서 위와 같은 시차구조는 규제에 기인한다고 보기보다는 부동산 시장의 보편적인 현상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거래량과 가격의 시차 상관관계가 이와 같이 나타나는 것은 시장에서 가격 기능이 작동하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즉 어떤 요인으로 거래량이 늘어나면 다음에는 가격이 상승하는 효과가 강하지만 시일이지나면(가격이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으로 상승하면) 가격조정 메커니즘이 발휘된다고 볼 수 있다. 단기간의 가격 상승에 대해 경계심 등이 발동하여 수요가 위축됨으로써 거래량이 축소되는 효과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는 전형적으로 가격에 의한 시장조정 메커니즘이 작동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특히 주택시장에서는 이러한 가격에 의한 시장조정 메커니즘이 나타나기 쉬운 구조가 형성되어 있다. 잠재적 수요자 중에서 가격이 상승하는 단계에서 일찍 주택을 구매하는 그룹은 상대적으로 주택구입 여력이 많은 계층이다. 이들이 주택을 구입하고 나면 상대적으로 주택구입 여력이 낮은 계층에서는 높아진 가격으로 주택을 구입하기 더욱 어려워지게 된다. 이에 따라 주택 구매의사가 급격히 약화되고 수요가 감소할 것이다. 즉 거래가 급격히 위축될 여지가 많다고 하겠다.

 

다만 이러한 메커니즘이 작동하는 것은 미래 주택가격 상승 기대가 형성되지 않은 경우를 전제로 하고 있다. 게다가 금융기관 등을 통하여 주택구입자금을 쉽게 차입할 수 있다는 사실도 감안하지 않은 결과이다. 가격 상승 기대가 형성된다면 차입 등을 통하여 주택구입수요가 더욱 늘고 거래도 확대되고 주택가격이 더욱 상승하게 될 여지가 있다.    

 

이와 같은 시장 기능이 작동하는 것을 수용하게 되면 현 정부가 반복적으로 사용한 수요억제를 위한 규제일변도 정책 효과를 분석할 수 있는 틀을 얻을 수 있다. 위의 시차구조가 형성된 상황에서 정부의 거래량 축소를 도모하는 규제는 단기와 중장기적으로 효과가 달라진다. 시차가 아주 짧은 2개월 내외의 단기에 있어서는 거래량 축소가 가격을 하락시키는 효과가 있다. 거래량이 선행하는 영역에서 거래량과 가격은 양의 관계이므로 거래량이 위축되면 가격이 하락하게 된다. 하지만 4개월 정도의 기간이 넘는 중장기적으로는 거래량 규제의 효과가 역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즉 거래량 규제로 가격이 시장 예상만큼 상승하지 않으면 낮은 가격이 거래 확대를 야기하고 이 과정에서 가격이 상승할 여지가 있음을 의미한다. 이는 앞의 그림에서 표시한 거래량 변동률과 가격 상승률 사이의 음의 상관관계와 같은 의미로 볼 수 있다.

 

요컨대 시차 상관관계 분석은 조세 강화, 대출 규제 강화 등을 통해 주택 거래를 억제하면 당장에는 효과가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그 효과가 없어질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규제로 인해 낮게 형성된 주택가격이 거래량(수요) 확대를 유도하게 됨으로써 거래가 다시 활발해지는 과정에서 가격이 상승하게 된다. 이 분석에 의하면 거래량 증가에 대응하여 인위적으로 거래를 줄이려는 대책보다는 가격 기능을 활용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최근 동향의 특이성에 대한 재해석

 

최근 들어서는 거래량이 지속적으로 늘어나면서 가격 오름세도 이어지는 특이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즉 6.17 대책에 이어 7.10 대책을 발표하였고 임대차관계법의 입법에 이어 8.4조치로 공급 확대 방안까지 발표하였음에도 가격 오름세가 이어지고 거래량이 크게 줄지 않고 있다. 아래 그림에서 가격상승률과 거래량 변동률이 동시에 늘어나고 대책 발표에도 불구하고 종전의 단기효과마저 나타나지 않은 것을 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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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의 서울 주택시장 상황을 어떻게 이해하여야 할 것인가? 규제에 대해 반응하지 않을 정도로 주택 매수 심리가 강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연이은 대책이 주택시장의 불안에 대한 징표로 이해하고 잠재 수요자들이 적극적인 매수 세력으로 주택시장에 참여하였다고 볼 수 있다. 또 다르게는 주택시장의 성격이 변모하였다고도 볼 수 있다. 각종 규제로 매물 출회가 지연되면서 매도자 우위의 시장이 형성된 결과로 해석될 여지도 있다. 두 가지 해석 모두 나름대로 수긍할만한 논리를 확보한 것으로 평가된다.

 

위 해석에 의하면 이제 규제 일변도의 정책이 한계에 봉착하지 않았는지 의심할 정도이다.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면 즉각적으로 그 반대효과가 나타날 정도로 시장은 예민해진 상태이다. 과거에는 적어도 2~3개월 정도의 관망세가 형성되는 시기가 있었지만 최근에는 이러한 흐름이 전혀 나타나지 않는다. 더 이상의 규제적 성격의 대책을 마련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그리고 주택정책의 틀을 새롭게 모색해야 할 단계에 도달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몇 가지 시사점

 

이상의 분석에 입각하여 몇 가지 정책적 시사점을 생각해볼 수 있다. 먼저 거래량을 축소하여 가격을 안정시키고자 하는 규제정책의 효과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그 효과가 크지 않고 오히려 부작용을 야기한다. 중장기적 관점에서는 가격에 의한 시장조정 메커니즘이 어느 정도 작동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하여야 하겠다. 중장기적으로는 주택가격의 안정을 위해서는 시장 기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관건인 동시에 필수적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차원에서 주택정책의 시계(Time-horizon)을 중장기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주1)

※주 정확한 시계의 길이에 대해서는 이 보고서에서 정확하게 기술하지 못하였다. 

 

주택가격 안정을 정책목표로 한다고주2) 하더라도 단기적 관점의 규제정책으로는 목표를 달성키 어렵다는 점도 알 수 있다. 중장기적 관점에서 가격안정을 도모할 수 있는 정책 수단 등을 동시에 동원하는 등의 시각변화가 수반되어야 한다. 지나치게 잦은 규제대책보다는 장기적 안목에서 주택 확대 공급 대책과 아울러 가격메커니즘을 활용한 거래활성화 대책 등을 병행하는 것이 합당하리라 생각된다. 

※주2) 주택정책의 목표로서 가격안정이 부적합다는 것에 대해서는 이미 논의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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