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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주택정책> (7) 문제점(Ⅰ)정책목표는 합당한가?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20년12월13일 17시05분
  • 최종수정 2020년12월07일 18시22분

작성자

  • 이종규
  • 대구가톨릭대학교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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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이제 과거 주택정책이 큰 효과를 보지 못한 이유를 분석하여야 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그 작업의 일환으로 이제까지의 주택정책 틀을 개략적으로 주택정책의 목표와 수단으로 나누어 살펴보고자 한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정책의 목표가 합당하게 설정되었는지, 그리고 그 목표를 달성하는 데 적합한 수단이 동원되었는지 등의 관점에서 주택정책을 평가해보고자 한다. 이 과정을 통해 그 문제점이나 효과가 크지 않은 이유 등을 일부나마 파악할 수 있을 것을 기대한다.  

 

주택가격 안정?

 

우리나라 주택정책의 목표를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이 물음에 답한다면 많은 사람들이 현재로서는 주택가격의 안정이라고 답할 것이다. 실제로 주택가격이 상승하는 징조가 있으면 그것을 억제하기 위한 정책수단들을 여러 동원해왔기 때문이다. 엄밀하게 얘기하면 주택정책의 목표는 ‘주택시장 안정’과 저소득층 등을 대상으로 한 ‘서민주거안정대책’으로 나뉜다. 이중에서 현재 문제가 되는 것은 주택시장 안정이다. 그런데 문제는 주택시장 안정이 개념적으로 ‘주택가격 안정’으로 변질되어 추진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주택정책의 변질 문제를 최근의 정책을 통해 살펴보기로 하자.        

 

현 정부가 출범할 당시 제시한 공약(100대 국정과제)에서는 ‘서민이 안심하고 사는 주거 환경 조성’과 ‘청년과 신혼부부 주거 부담 경감’을 주택정책으로 포함하였다. 이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으로 공공임대주택의 공급과 운영 관리 개선, 임대주택 등록 활성화, 신혼부부 주거비용 지원, 청년 임대주택 공급 등을 제시하였다. 이 단계에서는 주로 임대 주택 등의 특수 목적의 주택에 관심이 집중되었고, 일반적인 시민들이 생각하는 주택 혹은 아파트 등에 대해서는 당초 관심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즉 지금 문제가 되는 서울 등지의 아파트 매매시장에 관한 인식은 전혀 없었다.   

 

실제 정책에서는 ‘서민 주거안정 및 실수요자 보호’를 최상위 목표로 설정하였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주택에 대한 투기 수요를 차단하는 데 주안점을 두었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다음의 3대 원칙을 적용하였는데 투기수요 근절, 실수요자 보호, 생애주기별 소득수준별 맞춤형 대책 등이 그것이다.주1) 

※주1) 2020년 8월 대통령은 새로운 원칙으로 불로소득 환수, 투기 수요 차단, 공급 물량 최대한 확보, 세입자 보호 등을 제시하였다.

공약에 비하면 투기수요 근절이 추가되었는데 이러한 변화는 당시 서울 지역의 아파트 매매가격이 상승한 것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주택가격 상승이 서민주거안정에 해가 된다고 판단하고 주택가격 상승을 부추기는 투기를 억제하겠다는 논리를 제시한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주택정책의 실제 목표가 투기근절 내지는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 안정으로 바뀌었다. 정부는 아파트 가격 상승을 억제하여야 하는 이유로 “실수요자” 보호 혹은 “서민”의 주거 안정을 표방하였다. 이러한 견지에서 주택정책 목표를 “실수요자” 보호, “서민”의 주거 안정으로 볼 여지가 없지 않다. 하지만 그동안 수십 차례 반복되어온 과정에서 “서울 아파트 가격의 안정”이 최소한 운용목표나 차선의 목표로 운용되고 있다는 것을 부정하기 힘들다. 

 

“실수요자” 보호, “서민”의 주거 안정을 도모하기 위하여 서울 아파트 가격이 안정되어야 한다는 논리는 엄밀한 의미에서 성립되지 않는다. 실수요자와 서민을 보호하고 주거안정을 지원한다면 양질의 주택을 확대 공급하여야 한다. 그에 비해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대신 많은 사람들이 선호하는 지역의 주택가격이 오르는 것에 대응하여 수요 억제 대책을 다양하게 추진한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실수요자” 보호, “서민”의 주거 안정 등은 서울 아파트 가격을 규제하기 위한 명분으로 내세운 것에 불과하고 실제로는 서울 아파트 가격 안정을 우선적 목표로 인식하고 추진한 것으로 분석된다.

 

다음의 예에서 보듯이 부동산 대책들이 동원되는 배경에는 전부 서울 지역 아파트 가격 상승이라는 현상이 자리하고 있다.

 

2018년 9.13 대책에서는 ‘전국 주택가격은 안정된 반면 서울은 7월부터 상승폭 확대’된 것으로 분석하고 그 원인으로 ‘풍부한 시장유동성을 배경으로 가격상승 기대가 형성됨으로써 매도물량이 줄어들어 공급자 우위의 시장 상황 지속’되고 ‘이 상황에서 갭투자 비중이 크게 증가하는 등 투기 수요도 가세’하였는데 이 결과 ‘실수요자들도 내 집 마련 불안감 등으로 추격매수에 가담’한 것으로 서술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 인식을 바탕으로 ‘주택시장 불안은 서민 주거안정 위협, 근로의욕과 경제 하려는 의지 저하, 자원배분 왜곡 등 국민경제 전반의 활력 저해하므로 주택시장 정상화와 서민 주거안정을 위한 정책 노력을 강화’하겠다는 정책방향을 제시하였다.

 

2020년 6.17 대책에서도 상황인식은 비슷하다. ‘서울 중저가주택, 수도권ㆍ지방 비규제지역 중심의 시장 불안 요인이 여전하며, 서울 고가 재건축주택의 상승 압력 가시화’되고 있고 ‘최저수준 금리, 풍부한 유동성에 따른 일부 투기수요가 지속되는 경우 (주택가격이 상승하면)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 기회 감소 우려’된다고 분석하고 있다.

 

정부의 각종 보도자료에서 ‘주택시장 불안’을 언급하기는 하였지만 그 이후 동원되는 주택정책의 수단과 연계하여 생각하면 주택시장 불안은 주택가격 상승을 의미한다. 요컨대 그동안의 주택정책들을 종합하면 정부의 부동산정책 최종 목표는 “집값 잡기”로 집약될 수 있다. 투기 심리를 봉쇄한다든가 다주택자의 보유 부동산 매각 유도 등의 다른 의도도 포함하고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주택가격 안정’을 핵심적 목표로 삼았다는 것이다. 그것도 서울 주택 가격의 안정에 초점을 맞추었다.

 

주택가격 안정과 주택시장 안정의 차이는 무엇인가? 겨우 한 글자 차이이지만 각각은 개념적으로 큰 차이가 난다. 시장 안정은 시장의 상황이나 여건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그것들이 변하더라도 그 폭이나 방향이 용인할 수 있는 범위 내에 그치고 또한 그 변화를 상당 부분 예측할 수 있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그에 비해 가격 안정은 가격이 변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사실은 가격 안정에도 예측 가능한 범위 내에서 가격이 움직인다면 용인될 여지가 있다. 하지만 그동안 정부가 주택에 대해서 가격 안정을 얘기할 때면 변동률이 크지 않더라도 주택시장 불안을 언급하면서 정책 수단을 동원하는 등 적극적으로 개입하였다. 이를 통해 유추하면 정부가 생각하는 가격안정은 가격 변동이 극히 적은 상태였다. 결론적으로 현재 우리나라에서 정책적으로 추구되는 주택가격의 안정은 주택가격이 거의 변동이 없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되었다. 곧 집값의 변동이 없어야 하는 상태를 뜻한다.

 

“집값 안정”이 주택정책의 목표가 될 수 있는가?

 

“집값 안정”이 주택정책의 목표로서 합당하고 달성 가능하며 최종적으로 주택과 관련한 문제들을 해결하는가? 주택 가격이 변동하지 않는 것이 “진정한 주거안정”인지 의문이 든다. 주택 가격이 변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은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가? 아파트 가격을 산정하는 과정에서 질적 변화도 반영하여야 한다. 각종 운동시설 등을 갖춘 새로운 개념의 아파트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데 그 가격이 기존의 아파트와 같아야 하는가?

 

이하에서는 이에 관한 논의를 전개하고자 한다. 논의는 주로 관념적 틀에서 진행될 것이다.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격을 직접적으로 통제하거나 관리하는 경우는 사실상 거의 없다. 이 논의와 관련한 실증적 논리가 부족하다는 현실적 측면에서 관념적 논의가 불가피하였다.  

 

가격 지표는 경제 현상을 파악하는 징표의 하나이다. 특히 시장 저변에 흐르는 여러 가지 복합적 요인들의 힘이 상호 작용하여 나타난 결과가 가격이다. 가격 변동은 이러한 복합적 요인들의 변화를 감지하는 수단이 된다. 가격을 통제 혹은 관리한다고 가격이 표상하는 여러 경제 현상마저 관리된다고 착각하지 말아야 한다. 가격은 경제 현상의 실상을 파악하는 단초로 활용하는 것이 최선이다.

 

가격 지표는 강아지의 꼬리에 비유할 수 있다. 강아지는 심리상태를 꼬리로 나타낸다. 좌우로 흔드는 것은 반갑고 즐겁다는 마음을 표시하는 것이다. 만일 꼬리가 내려가 있다면 두렵고 우울하다는 표시이다. 꼬리의 모양을 임의로 바꾼다고 강아지의 본심이 바뀌지 않는다. 강아지로 하여금 꼬리를 흔들도록 강제하고 관리한다고 강아지가 기쁜 마음을 갖는 것은 아니다.  강아지의 본심은 꼬리에 나타나기는 하지만 그 꼬리를 강제로 억제한다고 억제된 꼬리의 모습으로 본심이 조작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만일 가격을 통제하게 되면 가격이 나름대로 수행하는 경제적 기능을 상실하고 만다. 그 기능을 몇 가지로 요약하여 <참고>로 정리하였다. 이중에서 특히 주택과 관련하여서는 가격의 계약 합의 촉진 기능을 강조하여야 할 것이다. 주택 거래에는 상대적으로 많은 거래비용(transaction costs)을 수반한다. 현실적으로 이 거래비용을 줄이기 위한 여러 가지 장치가 작동하고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가격이 이 기능을 수행하게 된다. 가격이 적절히 변화함으로써 계약을 쉽게 체결하도록 도와주고 결과적으로 거래를 촉진하게 된다. 만일 가격을 통제하게 되면 불확실성 증대 등으로 거래비용이 커지게 됨에 따라 그 부작용이 현저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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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우리나라 주택정책에서는 주택시장의 본래 모습/상태와 주택가격을 혼동하고 말았다. 주택시장 안정 대신에 주택가격 안정이 정책의 목표로 선택되었던 것이다.   

 

일반 국민들이 생각하는 주거안정은 주택의 구입과 보유 및 사용, 그리고 처분과 관련하여 큰 걱정이 없는 상태를 주거안정으로 볼 수 있다. 이것은 주택시장의 안정에 해당한다. 주택가격 안정은 주거안정의 여러 가지 조건 중의 하나에 속하는 것은 맞다. 하지만 주택가격이 전혀 변동 없는 상태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안정적인 주택시장에서는 주택가격이 변화하되 여러 가지 상황이나 여건에 따라 어느 정도 예상하는 범위 안에서 움직이는 것이 용인될 여지가 있다. 이런 측면에서 주거 안정이나 주택시장 안정은 정책목표로서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 

 

그에 비해 주택가격의 안정은 정책 목표로서 결코 적합하지 않다. 특히 단기적 관점에서 주택가격을 안정시키고자 하는 것은 문제가 많다.주2)

※주2)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주택시장의 안정과 주택가격의 안정이 개념적으로는 큰 차이가 나지 않을 수 있다. 이는 동원하는 정책수단이 동일하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단기적으로 가격을 안정시키고자 하는 경우 동원하는 수단에 따라서 경제상황을 왜곡시키고 가격을 더욱 상승시키는 부작용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사실 주택은 그 성격이 미묘하고 복잡하다. 시장에서 결정되는 가격의 적정성 여부를 판다하기도 쉽지 않다. 그런데도 제3자인 정부가 나서서 가격의 적절성 여부를 판단하고 관리하는 것은 쉽지도 않고 가능하지도 않다.  

 

주택은 단순한 경제재가 아니라 복합적 성격의 자산이다. 따라서 주택 가격은 여러 가지 의미를 내포하고 여러 경제 및 사회 현상을 반영하고 있다. 주택의 성격은 한 번의 소비로 소멸되는 일반 재화와는 완전히 다르다. 소비는 하지만 소멸되지는 않는다. 이익(임대료 등)을 창출할 수 있는 자본재이기도 하며 가격 변동으로 인한 이익과 손실도 예상되는 투자자산이기도 하다. 게다가 사회적 기능도 보유하고 있는데 사회적 신분이나 지위를 표시하는 부차적 기능도 수행하고 있다. 또한 주택은 지역사회를 구성하는 가장 원초적인 단위로서 사람들이 사회적 유대감을 형성하는 기초를 제공한다. 주택에 따라서는 많은 사람들이 보유하고 살고자 하는 일생의 희망사항이 되기도 한다. 이를 달성하기 위하여 평생을 근면하게 일하고 노력하는 등 경제 활동의 동인으로 작용한다. 또한 한 개인이 살아온 인생을 반추할 수 있는 소재가 된다는 점에서 그 소유자에게는 각별한 의미를 지니기도 한다. 심지어 주택이나 토지를 공공재로 취급하여야 한다는 주장까지 제기되는 등 사회정치적 측면에서는 다른 의미로도 해석할 여지마저 있다. 

 

요컨대 주택은 “가격으로 그 가치를 평가하는 게 합당한가?”하는 의심이 들 정도로 복합적 성격을 지니고 있다.  

 

위와 같은 주택의 일반적인 성격에 더하여 근래 서울 주택가격 상승은 다른 현상들도 반영하고 있다. 전원생활에 대한 향수 및 귀농 등으로 대표되는 탈도시화의 조류가 한 차례 지나가고 도심으로 회귀하는 새로운 사회 현상의 결과일 가능성도 있다. 수도 서울에 사람이 몰리는 우리 국민의 중앙집권적 속성(원시문화적 요소)을 반영하는 측면도 있다. 지방의 산업 붕괴가 위의 추세를 더욱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였을지도 모른다. 공기업 등의 지방 이전에도 불구하고 지방을 살기 좋은 곳으로 개조하는 데 실패하였다는 점을 뼈저리게 인식하여야 할 판이다.

 

사치품(a luxury good) 모형

 

서울 등지의 일부 인기 선호지역의 주택가격이 여타 지역의 가격에 비해 격차가 나기 시작한 것은 상당히 오래전부터이다. 그리고 근래에서는 선호지역의 아파트 매매 가격이 먼저 움직이고 그 이후 다른 지역으로 전이되는 양상을 보여왔다. 이 과정에서 주택정책은 서울 선호지역의 주택가격 안정을 목표로 보유세 인상 등의 방안을 강구하였다. 이러한 정책이 바람직한 것인가를 평가할 수 있는 틀을 찾아보았다. 그것은 일명 사치품의 가격 결정에 관한 이론이다.

 

이하에서 설명하고자 하는 모형은 Miller(1975)주3)가 제시한 사회적 신분을 표시하는 사치품에 대한 분석을 기초로 하고 있다. 

※주3) Miller, Edward, “Status Goods and Luxury Taxes,” The American Journal of Economics and Sociology, Vol. 34, No. 2 (Apr., 1975), pp. 141-154. 

단일 재화의 수요와 공급이라 하더라도 수요 측면에서 신분 과시 등을 위해 고가로 그 재화를 구입하려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고 본다. 이 상황을 그림으로 표시한 것이 아래 그림이다. 곡선 AB는 사치재 요소가 포함된 경우의 수요곡선이다. CD는 정상적인 재화의 수요곡선을 나타내고 있다. 편의상 공급곡선은 하나로 표시하였는데 SS'가 그것이다. 이 상황에서 사치품의 경우 가격이 높음에도 수요량이 많고 거래도 활발하다. 즉 사치품의 시장 균형은 F에서 이루어지고 거래량이 QL에 달하고 가격은 PL에서 형성된다. 그에 비해 정상재는 점E에서 균형을 이루고 거래량과 가격이 각각 QO와 PO로 사치품에 비해 월씬 적고 낮은 수준에 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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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상황에서 사치품에 대한 소비가 많다고 생각하거나 사치품의 가격이 정상재 가격보다 높다고 생각하여 균형을 점F에서 점E로 이동시키고자 하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그 방법으로는 거래량을 제한한다든가 조세를 부과하는 방법 등이 있을 수 있다. 어느 방법을 택하든 결과는 같아질 것이다. 사치품의 소비균형을 점E로 이동시킨다면 실제 시장에서 사치품의 가격은 당초 의도한 PO에 머물지 않고 사차품의 수요곡선 상의 점G에 해당하는 PH에서 결정된다는 것이다. 즉 사치품의 가격을 PL에서 PO로 낮추고자 하였지만 실제로는 PH로 상승하게 된다. PH와 PO의 가격 차이는 세금을 환수된다고 보면 된다. 종전 가격에 더하여 세금까지 부과되어 가격이 큰 폭으로 올랐지만 높은 가격이 지위 상승을 의미하는 기능이 작동하면서 수요가 지속적으로 존재하게 된다는 것이다.

       

서울 선호지역의 아파트 가격도 이와 같은 측면을 반영하고 있다. 즉 주택시장의 분화되고 있다고 하겠다. 이러한 변화는 비단 서울뿐만 아니라 지방 주요 도시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앞의 모형은 이 상황에서 선호지역의 아파트 매매가격을 다른 지역의 가격 수준으로 낮추기 위한 규제의 효과를 예측할 수 있다. 즉 선호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한 대책이 오히려 그 가격을 더욱 높이게 된다.

 

곧 주택시장에서 가격안정을 목표로 하여 시장을 선도하는 지역의 가격을 안정시키고자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심리적 요인과 주택가격 

 

주택가격은 단순히 객관적 현실만 반영하는 게 아니다. 주택 가격은 시장 분위기(market sentiments) 혹은 시장참가자들의 심리적 상태에 따라서 달라지는 특성도 있다. 부동산 시장의 동요는 경제주체들의 심리가 불안정해지면서 나타나기도 한다. 

 

특히 최근의 상황에서는 이러한 심리적 요인도 무시 못 할 정도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경기 침체, 코로나 확산에 따른 불황 심화, 유동성 확대 공급 등 부동산 가격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여러 요인들은 산재해 있다. 불안요인이 대두되거나 징후가 나타날 때마다 정부는 ‘강력한’ 대책을 강구함으로써 시장에서는 진짜 부동산을 염려하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말았다. 주택에 관심 있는 사람 사이에서 불안심리가 조성되는 상황이 전개된 것이다. 

 

이에 따라 실제 시장에서는 소위 자아실현적 속성(self-fulfilling property)이 발현되는 모습이다. 경제 및 사회적 불안 → 주택가격 상승 예상 → 실제 상승 → (정부) 대책 수립 → 관심 확대 → 주택 구입 실행 → 가격 추가 상승 → (대책 추가 강구) → 보다 많은 사람들이 시장의 예상 적중 현상을 인식 → 일방향 시장 분위기 형성 → 군집 행위(herding) 유발 등으로 이어지는 순환이 발생한 것이다

 

종합하면 주택가격은 넓게 보면 한 사회의 모든 측면을 축약 반영한다고도 할 수 있다. 주택시장의 수급상황에 더하여 일반 거시경제상황, 금융사정, 여타 자산시장의 동향,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반응, 교육정책 등과도 연관, 사회 정치적 요인 등을 이루 헤아리기 힘들 정도로 많다. 좁게는 개인적 특수 의미에서부터 넓게는 인구구조적 특성의 변화도 반영하고 있다.

 

이와 같이 복잡한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지 않은 채 표면적인 현상인 가격을 안정시키고자 하는 것을 주택정책의 목표로 설정한 것은 전혀 합당하지 않다. 게다가 다음에 살펴보겠지만 거시경제정책 등 부동산 시장의 여건 면에서는 전반적으로 부동산 가격 상승을 촉발하는 조치와 결정이 다양하게 추진되었다. 주택가격 안정을 위한 수단마저도 시일이 지나면서 그 부작용으로 주택가격을 상승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였다. 이러한 요인들을 감안하지 않은 채 주택 가격 안정을 꾀하였고 게다가 전국적 수준이 아닌 서울 아파트 가격을 직접적으로 관리하겠다는 식으로 접근한 것이다.

 

결론적으로 주택정책은 정책의 목표 설정(운용)에서부터 근본적인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주택의 특성, 가격 결정요인의 다양성 등 여러 측면에서 볼 때 주택가격 그 자체를 정책목표로 삼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가격 결정 방식이 비교적 간단한 공산품에 대해서도 정부가 가격을 관리하지 않는 것이 상례이다. 그런데도 복잡하기 그지없는 부동산 가격을 통제 관리하겠다는 의도 자체가 대단히 잘못된 것이었다. 

 

주택정책의 목표가 잘못 설정된 데 더하여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정책수단도 목표를 달성하는 데 적합하지 않았다. 주택정책의 수단 동원과 운용에 관해서는 다음 편에서 논의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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