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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환경 개선에 투자자의 등판과 위기대응 요구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20년10월05일 17시10분
  • 최종수정 2020년10월04일 08시59분

작성자

  • 김성우
  • 김앤장 법률사무소 환경에너지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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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참 피곤하다. 올해 초 겨울을 코로나로 시작하더니, 관측사상 가장 더운 5월의 봄을 맞았고, 역대 최장기 장마로 여름을 보낸 후, 가을의 문턱에서 최강의 태풍을 만났다. 이 당황스러운 피곤함의 공통 원인은 기후변화다. 아이러니하게도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화석연료를 열심히 사용한 결과로 지구가 더워지고 있고, 이는 다시 삶을 피곤하게 만들고 있다. 

 

우리는 이미 화석연료를 사용하는데 너무 익숙해져 있어서 스스로 절제하기 힘들지도 모른다. 아침에 일어나 전기로 불을 켜고, 가스로 온수를 틀어 샤워를 하고, 휘발유 차를 타고 출근을 하며, 여름에는 긴팔셔츠를 입고 에어컨을 켜고, 겨울에는 반팔셔츠를 입고 난방을 한다. 기업도 화석연료로 전기도 만들고 물건도 만들고 있다. 모두 열심히 화석연료를 사용하는데 익숙해져 버려서 스스로 바꾸기는 쉽지 않을 것 같기 때문이다. 이에 사회 이해관계자 중 누군가는 습관의 방향을 바꾸어 줘야 하는데, 마침 투자자가 적극 나서고 있다. 

 

이해관계자 중 강력한 힘을 가진 투자자의 관련 요구가 ESG를 통해 구체화되기 시작했다. ESG란 투자자가 투자대상기업을 평가하고 개선을 요구하는 비재무적 항목으로,'Environmental Social Governance'를 말한다. 재무정보만으로는 투자대상기업의 시장가치(주가)가 충분히 설명되지 못하고, 환경개선 노력 및 사회적 책임 활동 등을 포함하는 기업의 비재무정보를 추가 고려시 투자대상기업의 주가가 보다 잘 설명되기 때문에, 투자자가 직접 투자대상기업의 ESG상태를 점검하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환경에 대하여 주주총회에서 의결권행사나 연례 서한발송 등의 상시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기업이 친환경 경영을 하도록 요구하고 있고, 요구가 관철되지 않으면 소송이나 투자철회 등으로 그 강도를 높여가고 있다. 세계 1위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CEO가 지난 1월 우리나라 대기업을 포함 다수의 투자대상 회사에게 보낸 연례서한에서 어떻게 기후관련 기회와 위기를 경영전략에 반영하고 이사회에서 관리할지 등을 올해 말까지 공개하라고 구체적으로 요구한 것이 상시소통의 한 사례이다. 

 

국내 대기업의 주요 주주이기도 한 블랙록의 요구는 그냥 지나칠 수 없을 만큼 무게감이 있어 국내 기업들도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 투자자는 기업이 공개하는 비재무정보를 바탕으로 ESG를 평가하는 ESG평가사의 평가결과와 투자자 스스로의 ESG기준을 근거로, 투자대상기업에 ESG관련 개선을 적극적으로 요구하기 시작한 것이다. 

 

최근 수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있는데 이 배경에도 투자자가 있다. 2017년 말 전세계 40조달러를 운용하는 450개 글로벌 투자자가 CA(Climate Action)100+라는 그룹을 조성해, 투자대상기업 중 전세계적으로 탄소배출이 많은 161개 기업을 선정하여 관여를 시작했다. 그 결과 2019년 10월 기준으로 이미 161개 회사 중 70%가 탄소감축을 선언하는 성과를 만들어 냈다. 글로벌 석유회사인 쉘(Shell)이 탄소감축성과와 임원급여를 연계하게 된 배경, 100년된 호주 국영 항공사인 콴타스(Qantas)가 탄소중립을 선언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그렇다면 ESG 투자자는 어떤 방법으로 투자대상기업의 화석연료 사용제한을 권유하는 걸까? 이는 돈을 빌려준 친구에게 착한 일을 하라고 권유 하는 것과 같다. 전화나 이메일로 권유하기도 하고, 주주총회에서 제안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착한 일은 커녕 오히려 사회에 해가 되는 행동을 한다고 생각되면, 소송을 걸기도 하고 투자금을 회수하기도 한다. 코로나로 투자자가 오히려 더욱 기후변화 이슈에 주목하게 되었다. 예를 들어, 북미 주주총회에서 기후변화 관련 안건의 주주제안 지지율이 2019년 22%에서 2020년 33%로 증가했다. 더 많은 주주가 기후변화 관련 투자대상회사의 개선안에 찬성한 것이다. 개선요구 내용도 자료공개에서 계획수립 및 이행점검으로 구체화 되어 가고 있다.

 

코로나로 인한 경제 위기 속에서도 이렇게 투자자가 화석연료 사용제한을 권유하는 이유는 지구를 지키기 위한 환경적 이유도 있지만 실제로 투자 수익에 도움도 되기 때문이다. 투자관련 자료제공사이자 분석플랫폼인 모닝스타에 따르면, 코로나 확산으로 불확실성이 커져가던 올해 1분기 펀드 시장에서 3,847억 달러가 유출된 반면, 기업의 재무 가치뿐 아니라 환경 및 사회적 가치도 평가해 투자하는 지속가능 펀드에 유입된 글로벌 자금은 동 분기 457억달러에 달했다. 금융시장에서 돈이 나가는 와중에 ESG관련 투자로는 돈이 몰린 것이다. 

 

그렇다면 수익율은 어떨까? 국제금융협회에 따르면, 2020년 8월까지 78%의 ESG주식지수가 비(非)ESG주식지수 보다 성과가 좋았다. 영국 대표적인 자산관리사인 Charles Stanley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영국 주식에 투자한 일반 수익율은 -0.1% 였던 반면, 동 기간 지속가능 펀드의 투자 수익율은 9.1% 였고, 최근 미국의 대표적인 자산운용사인 블랙록도 이와 유사한 분석결과를 발표했다. 투자업종에서 ESG 및 지속가능성의 요소가 사치품이 아닌 수익의 동인이라는 설명이고, ESG와 투자수익율이 더 이상 트레이드오프 관계가 아니라는 증거이다. 

 

물론 이런 수익율의 배경에 대한 해석은 분분하다. ESG 투자가 이미 에너지 업종에 대한 투자를 배제해 왔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고, 글로벌 IT기업에 투자를 집중했기 때문이라는 견해도 있다. 확실한 것은, 글로벌 투자자의 ESG 의지가 점점 강화되고 있기 때문에 유사한 모멤텀이 쉽게 꺾이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우리나라도 ESG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예를 들어, ESG를 잘하는 기업에 투자하는 ESG 펀드의 증가다. 주식형 펀드는 고평가 ESG기업의 주식을 기초자산으로 편입하고, 채권형 펀드는 고평가 ESG 기업들이 발행한 채권을 기초자산으로 삼는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에 설정된 주식형 펀드(ETF 제외)에서 7월까지 4개월 연속 펀드 자금이 순유출을 기록하는 와중에도 7월까지 새로 출시된 ESG 관련 펀드는 6개로 예년 수준을 유지했고, 처음으로 채권형 ESG 펀드도 나왔다. 최근 정부의 그린 뉴딜 정책 발표 등 ESG에 대한 사회의 관심이 고조되면서 ESG가 하나의 투자 키워드로 인식되기 시작하기도 했다.

 

 ESG 채권의 국내기관의 발행 추이를 보면 이는 더욱 잘 드러난다. 2017년 5억불, 2018년 50억불, 2019년 120억불을 기록하더니, 2020년에는 상반기에만 120억불에 육박해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다만 국내에서 ESG 투자의 경험이나 기반이 충분히 갖추어져 있지 않고 평가 기준도 미흡한 실정이므로, 국내 ESG 투자는 이제 시작하는 사안으로 여겨 여건을 성숙시키며 경험을 쌓아갈 필요가 있다.

 

기업의 인식전환도 필요하다. ESG를 여전히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기업의 사회적 책임)로 간주하여 코로나와 같은 위기에 제일 먼저 우선순위를 낮추는 것은 장기적인 기업의 회복탄력성을 저해할 수 있다. ESG의 역사가 10년이 된 미국과 유럽의 기업과 직접 비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하더라도, 미국과 유럽의 투자자가 우리 기업의 주주이자 투자자인 만큼 ESG를 장기적 필수요소로 인식하는 것이 필요하다.

 

 마침 올해 초 국내 대기업도 블랙록 CEO 연례서한을 받았고, 올해 말까지 기후변화 대응계획을 투자자 관점에서 수립해야 하기에 본격적인 고민이 시작되었다. 투자자 뿐만 아니라 투자대상기업들도 ESG에 대한 관심을 제고할 수 밖에 없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는 것이다. ESG의 글로벌 트렌드가 우리에게 위기일 수도 있고 기회일 수도 있다. 다만, 우리는 피곤한 한 해를 보내면서 뭔가 개선되어야 한다는 사실에는 공감하고 있고, 기왕 외부 압력에 의해 개선할 것이라면 우리가 선도적으로 해서 유리한 점은 없는지 짚어 보아야 한다. 올해와 같은 피곤함을 미래에도 반복하는 것은 누구도 원치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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