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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국민이 사살당한 사건에 문재인 대통령은 왜 육성으로 말하지 않는가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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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0년09월27일 09시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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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상일
  • 국가미래연구원 연구위원, 단국대 석좌교수, 前 국회의원,前 중앙일보 정치부장·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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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해의 북한 해상에서 표류하던 대한민국 국민이 9월 22일 밤 북한군에 의해 사살당하고, 시신이 불태워진 사건이 발생한지 닷새가 지난 27일 현재까지 북한의 범죄행위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육성은 나오지 않고 있다. 24일 오후 청와대 대변인 입을 통해 대통령의 입장이 간단히 발표된 게 전부다. 

 

“충격적인 사건으로 매우 유감스럽다. 어떤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다. 북한 당국은 책임 있는 답변과 조치를 취해야 한다.” 

문 대통령은 이걸로 할 일을 다 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이후 아무런 이야기도 하지 않고 있어서다.

 

 북한이 국제법을 명백히 어긴 반인륜적 범죄를 저질러 우리 국민이 처참한 죽임을 당했다는 사실이 문 대통령에게 보고된 때는 23일 오전. 그로부터 하루 반나절이 지나서야 대변인을 통해 겨우 몇 마디 밝히고서는 입을 다물고 있는 대통령! 

 

 국민은 지금 묻고 있다. “이 나라 대통령은 도대체 어디에 있느냐?”라고. 

국민의 생명을 보호해야 하는 책무를 지닌 문 대통령이 뒤늦게나마 대통령다운 모습으로 국민의 분노를 가라앉힐 수 있는 기회도 있었다. 그러나 그는 그걸 날려버렸다.

 

 군 통수권자 다움을 전혀 보여주지 못한 대통령의 국군의 날 기념사

 

 25일 국군의 날 기념식. 북한에 대한 대한민국 대통령의 단호함을 보일 수 있는 자리였고, 국민도 군 통수권자인 문 대통령을 유심히 바라보았지만 그의 입에선 북한 만행에 대해 일언반구의 언급도 나오지 않았다. 그가 ‘어떤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다’고 정말로 생각했다면 왜 그렇게 판단하는지,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 대한민국 장병과 국민 앞에서 공개적으로 밝혔어야 마땅하지 않은가.

 

 문 대통령은 기념식에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그 어떤 행위에 대해서도 단호히 대응할 것임을 국민들께 약속드린다”고 말했다. 우리 국민이 비참하게 살해당한 과정에서 구출을 위한 어떤 노력도 하지 않은 문 대통령, 이 사건에 대해 육성으로 무슨 대응을 할 것인지 밝히지 않은 문 대통령이 ‘국민 생명 위협 행위에 단호한 대응’ 어쩌고저쩌고 했는데, 이걸 믿으라는 말인가. 행동은 없는 말뿐인 약속을 믿을 국민이 대깨문(대가리가 깨져도 문재인이란 뜻의 무비판적 친문세력)을 빼고 나면 과연 얼마나 되겠는가. 

 

 문 대통령은 이날 “누구도 넘볼 수 없는 강한 안보태세를 갖춰야 평화를 만들고, 지키고, 키울 수 있다”고 했다. 말이야 틀린 말이 아니지만 반감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누구도 넘볼 수 없는 강한 안보태세’를 문 대통령이 운운할 자격이 있는가라고 묻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문 대통령이 대한민국을 누구도 넘볼 수 없는 강한 나라로 만들었다면 북한이 천인공노할 범죄를 감히 저지르지는 못했을 것 아닌가. 

 

 북한이 만행을 거리낌 없이 자행한 건 대한민국을 우습게 여긴 탓일 테고, 그 책임은 군 통수권자인 문 대통령에게 있다. 북한이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해 버려도, 탄도미사일을 여러 번 발사해도, 비핵화 약속을 지키지 않고 핵무기를 계속 만들어도 항상 침묵하면서 단호한 대응을 하지 않은 문 대통령의 유약함 때문에 대한민국은 ‘누구나 넘보는 나라’, 특히 북한이 ‘밥으로 생각하는 나라’로 전락한 것 아닌가. 북한이 문 대통령을 겨냥해 ‘삶은 소대가리’라고 조롱한 것도 대북 굴종적인 문 대통령의 정신세계를 간파했기 때문일 것이다. 

 

 북한 국무위원장 김정은이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를 하자 감읍해서 ‘(김정은은이) 계몽군주 같다’(유시민 노무현 재단 이사장)느니, ‘남북관계의 전화위복’(정세현 민주평통 수석부의장)이니 하며 호들갑을 떨면서 북한의 만행을 다 잊어버린 듯한 여권 핵심 인사들의 언행 역시 ‘대북 굴종적 사고(思考)’를 입증하는 것이다. 북한이 보낸 통지문에 북한의 잘못은 전혀 없다고 주장하는 변명이 잔뜩 들어 있는데도 그들의 거짓말과 뻔뻔함에 대해 어떤 비판도 가하지 않는 집권세력의 비정상적 정신상태가 바뀌지 않는 한 북한의 대한민국 멸시는 계속될 것이다. 

 

 북한과 공동조사? 김정은의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에 감읍해 하는 태도를 본 북한은 코웃음 칠 것 

 

 청와대는 25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 회의를 열고나서 이렇게 밝혔다. “북한 통지문과 우리 측 첩보판단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계속 조사해서 사실관계를 규명하겠다. 북측에 대해서도 추가조사를 실시할 것을 요구하고 필요하다면 북측과 공동조사도 요청하기로 했다.”

 

 북한이 어떻게 나올지 지켜봐야겠지만 코웃음을 칠 가능성이 크다. 북한에 추가 조사 실시를 요구한다고? 북한은 아마 이렇게 나올 것이다.

 ‘우리는 통지문을 통해 사실관계를 다 밝혔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우리에게 남측이 추가 조사를 요구하는 건 불경스럽다(불경이란 표현은 북한이 통지문을 통해서 남한에 대해 이미 써먹은 것으로 대한민국을 깔보고 있다는 걸 나타냄).’

 

 문재인 정부가 ‘남북 공동조사’를 요구하면 북한은 ‘턱도 없다’며 아예 무시할 것이다. '최고 지도자 동지(김정은)의 미안하다는 말에 너희들이 감읍해서 이만 하면 됐다는 식으로 말해 놓고서 감히 공동조사라니. 삶은 소대가리 같으니라고‘라며 거들떠보지도 않을 것이다. 

 

 청와대가 공동조사 운운하는 건 화난 민심을 의식한 립서비스에 지나지 않는다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북한 앞에서는 한없이 작아지는 문 대통령과 집권세력이 남북 공동조사를 통해 진실을 규명할 의지는 전혀 없다는 필자의 주장에 동의하는 분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분노는 정의의 조건”이라고 했던 문재인의 분노!  북한은 빼고 왜 야당에게만 향하나?

 

 문 대통령은 2017년 대선 전에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불의에 대한 뜨거운 분노 없이 어떻게 정의를 바로 세우겠느냐.” 

국내의 반대세력 탄압에 집중됐던 그의 분노는 북한에 대해선 단 한 번도 표출된 적이 없다. 북한의 불의에 대해 문 대통령이 분노한 적이 없으니 북한의 불의는 계속되고, 북한에 대한 정의 바로세우기는 물거품이 되고 있는 것 아닌가. 문 대통령이 말한 논리대로라면 이 말이 옳지 않은가. 

 

 문재인 정권은 북한의 못된 버릇을 결코 고치지 못할 것이다. 북한 비핵화도 결코 이루지 못할 것이다. 올해 들어 문 대통령 입에서 북한 비핵화란 말이 나온 적이 있던가? 문재인 정권은 북한 핵 폐기를 이미 포기했으며, 북한 비핵화를 실현시킬 능력도, 의지도 없다고 본다. 김정은이 지난 7월 ‘자위적 핵 억제력 강화’를 선포한 것도 비핵화란 단어조차 입에 올리지 않는 문재인 정권의 굴종적 자세와 나약함을 알고 있기 때문이어서 일 것이다. 

 

국민생명 보호 책임 외면한 문 대통령, 이미 역사의 법정에 ‘죄인’으로 기소돼

 

 문 대통령은 이제 역사의 법정에 ‘죄인’으로 기소되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 모씨가 북한 해상에서 북한군에 의해 취조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문 대통령이 보고 받은 22일 오후 6시 반쯤부터 이 씨가 사살당한 때인 오후 9시반경까지 세 시간 동안 문 대통령은 이 씨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어떤 지시도 내리지 않고, 어떤 행동도 하지 않고 팔짱만 끼고 있었다. 이 사실 하나만으로도 문 대통령은 탄핵 받아 마땅하다(여당과 준여당의 국회의석이 190석 가량 됨으로 정치적 탄핵은 불가능하지만 역사의 법정에선  탄핵감으로 충분). 국민 생명을 보호해야 하는 대통령의 헌법적 책무를 저버렸기 때문이다.

 이 씨가 처한 상황을 대통령에게 보고하고서도 이 씨를 구출하기 위해 어떤 일도 하지 않은 사람들, 대통령이 당장 취해야 할 일을 대통령에게 진언하지도 않은 사람들, 그리고 이 씨의 죽음을 확인하고서도 대통령이 잠자리에 들었다는 이유 등으로 대통령에게 보고하지도 않고 자기들끼리 회의를 한 다음 23일 해가 밝아서야 대통령에게 보고한 사람들, 즉 이번 사건과 관계된 청와대의 모든 참모들과 장·차관들은 직무유기 등의 혐의로 법의 심판대에 서야 한다.   

 

 23일 오전 이 씨가 사살 당했다는 보고를 받고서도 북한에 대해 아무런 대응조치를 취하지 않은데다 국민에게 북한의 만행을 알리라는 지시도 하지 않은(국방부는 24일 오전 발표) 문 대통령의 문제는 22일 오후의 ‘무책임 죄’(세 시간 동안 이 씨 구출을 위해 아무 것도 하지 않은 부작위)와 합쳐져야 할 것이다. 문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국민과 수시로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겠습니다. 주요 사안은 대통령이 직접 언론에 브리핑 하겠습니다”라고 약속했던 걸 망각하고 국민과 불통의 담을 쌓아가고 있는 죄도 함께 물어야 한다.

 

 국민 단 한명의 생명도 결코 소홀할 수 없다는 책임감으로 무장한 대통령이라면 22일 오후 이 씨 상황을 보고받고 나서 그를 구출하기 위해 모든 수단과 방법을 강구했을 것이다. 청와대에 있는 김정은과 핫라인을 가동하거나, 국정원의 대북 채널을 가동하는 등 대통령이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취하고, 아랫사람들에게도 백방으로 노력하라고 주문하며, 분초 단위로 상황을 체크하는 것이 당연할진대 문 대통령은 수수방관했으니 우리가 어찌 대통령이라고 부를 수 있겠는가. 

 

 문 대통령과 김정은이 9월 8일과 12일 친서를 주고받은 사실과 친서 내용을 청와대는 25일 공개했다. 이 씨 사망이 알려지자 정부는 북한과의 소통 통로가 막혀서 구출할 길이 없었다고 했다. 그러나 청와대의 친서 교환 사실 공개로 정부의 ‘소통 채널 부재’ 주장은 변명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면치 못하게 됐다. 문 대통령은 22일 오후 이 씨 상황을 보고받고 나서 즉각 김정은과 연락을 취했어야 했다. 그러지 못한 문 대통령은 책임을 방기한 것이고, 직무를 유기한 것이다. 

   

 군은 22일 밤 10시가 조금 지나서 이 씨 사망 사실을 확인, 국방부에 보고했다. 청와대 위기관리센터도 즉각 보고받았다. 23일 오전 1시엔 청와대에서 긴급 관계장관회의가 열렸다. 그런데도 대통령에게 보고하지 않았다는 건 청와대 참모나 관계장관들의 판단력에 심각한 고장이 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 국민의 목숨이 위험하다는 사실을 22일 해질 무렵에 보고받고서도 상황 체크를 하지 않고 잠자리에 든 대통령의 판단력 역시 한심하기 짝이 없다. 정상적 대통령과 정상적 참모들이라면 수시로 정보를 공유하며 상황변화에 함께 대응하며 밤을 샜을 것이다. 

 

 23일 오전 1시26분쯤 실시된 문 대통령의 유엔총회 화상연설은 비웃음거리가 되었다. 북한이 비핵화를 위한 진전된 걸음을 단 한 발짝도 떼지 않은 상황에서 평화 운운하며 ‘종전선언’을 하자고 한 문 대통령의 주장은 미국 등으로부터 “북한의 속셈과 현실을 모르는 뚱딴지같은 소리”라는 지적을 받았다. 그런데 이 연설은 북한이 이 씨 사살이라는 만행을 저지른 뒤에 행해진 것이고, 그것도 문재인 정부가 이 씨의 사망을 확인한 다음 긴급 관계장관회의까지 연 뒤에 이뤄진 것이어서 국제사회는 물론 국내에서도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란 지적을 받았다. 

 

 정상사고(正常思考)를 하는 대통령이나 참모라면 유엔에 긴급히 연락해서 연설 일정을 하루 정도 미루고 내용을 대폭 바꾼 연설이 나가도록 했겠지만 대북 환상에 빠진 문 대통령과 참모들이 그처럼 정상사고를 해 왔다면 이 씨 사망이란 불행한 사태는 처음부터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문 대통령, 육성으로 유가족과 국민에게 사죄하고 유엔과 함께 북한 책임 묻겠다고 천명해야. 

국민 눈높이 못 맞출 경우 내년 4월 서울시장·부산시장 보궐선거 때 심판당할 것

 

 문 대통령은 이제 육성으로 국민에게 말해야 한다. 이번 사태의 가장 큰 책임은 자신에게 있다고 밝히면서 이 씨 유가족과 국민 모두에게 사죄해야 한다. 그리고 북한에 대해 단호히 책임을 묻겠다고 밝혀야 한다. 김정은의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로 적당히 넘어갈 일이 아님을 천명해야 한다. 북한 만행을 유엔에 고발하고 유엔이 우리와 함께 사건을 조사할 수 있도록 대통령이 나서야 한다. 

 

 하지만 북한 눈치 살피기가 고질병이 된 문 대통령이 이렇게 나올 가능성은 거의 없다. 때문에 국민이 회초리를 드는 수밖에 없다. 내년 4월 서울시장·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국민이 무섭다는 걸 투표로 보여주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다. 헌법정신을 저버린 데다 책임윤리도 지키지 않는 대통령과 정부, 북한 입장을 거드는 데 정신 팔린 여당에 우리 국민이 살아 있고, 깨어 있음을 보여주는 투표가 이뤄지면 좋겠다. 

 

 아담 세보르스키는 투표를 ‘종이 돌(paper stone)'이라고 했다. 잘못을 하고서도 인정하지 않는 권력, 북한에겐 비굴하게 굴면서 국내의 반대세력은 짓밟으려고 하는 권력, 정권 범죄를 덮어버리기 위해 검찰과 법원을 시녀로 만들려고 하는 권력에게 상식과 이성을 가진 국민들이 돌팔매질을 하는 심정으로 투표를 한다면 문재인 정권이 조금은 정신 차릴 것 아닌가.   

<ifs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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