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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주류화(主流化)의 4가지 요인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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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0년07월27일 17시10분
  • 최종수정 2020년07월27일 13시45분

작성자

  • 김성우
  • 김앤장 법률사무소 환경에너지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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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ce to Zero’ 캠페인 출범 … '순배출 제로'를 선언

 

지난 65일 세계 환경의 날 UN 주도하에 ‘Race to Zero’라는 캠페인이 출범했다. 995개의 기업이 2050년까지 탄소의 순배출을 제로화 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우선 최대한 감축해 보고 부득이하게 배출되는 부분은 나무심기 등으로 상쇄하겠다는 선언이다. 449개 도시 및 505개 대학도 동참했다.

 

전세계배출량의 약 1/4에 해당하는 배출주체들의 약속이고, 국가별 감축목표를 더 강화해야 한다는 시그널을 주기 위함이라고 한다. 더 놀라운 것은 순배출제로를 선언한 기업 중 BP, Shell, Total 등 순배출제로가 다른 업종보다 상대적으로 어려운 석유회사들도 각 2, 4, 5월에 2050 순배출 제로를 선언했다는 점이다. 특히, 이 세 회사를 포함한 5대 석유메이저의 올해 1분기 합산 순이익이 전년 동기에비해 절반 가까이 줄어든 시점에서의 친환경 선언이라는 점이 주목할 만 하다.

 

 코로나19 경제위기 와중에 비용이 많이 소요되는 순배출제로를 집단적으로 선언한다는 것은 글로벌 기업이 이를 선택이 아닌 지속가능경영을 위한 필수로 인식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환경과 경제는 상반되는 것이라고 여겨왔던 우리에게는 의아한 움직임이다. 국제사회의 이러한 움직임의 요인은 무엇일까?

 

필자는 최근 환경의 주류화가 시작되었다고 느낀다. 1992년 미국 폐기물매립장 모델링으로 환경실무를 시작한 이래 지난 30년간 대기업에서 환경에너지 투자업무, UN산하 최대 환경기금인 녹색기후기금 한국유치업무, 글로벌컨설팅사 기후변화부문 아시아태평양 대표 역할 등을 통해 다양한 환경업무를 경험해 왔지만, 지금과 같은 환경의 주류화는 처음 목격한다.

 

과거에 없던 새로운 4가지 환경요인

 

 여기에는 과거에는 없었지만 지금은 존재하는 4가지 요인이 있다. 합의된 환경목표, 투자자의 요구, 기술가격의 하락, 밀레니얼의 등장이다. 이 요인들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주류화의 원인과 더불어 향후 방향도 파악할 수 있다.

 

 <합의된 환경목표>

 

첫 번째로 국제사회에서 합의된 환경목표를 살펴보자. 2015년 제70 UN총회에서 2030년까지 달성하기로 결의한 의제인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는 지속가능발전의 이념을 실현하기 위한 인류 공동의 17개 목표다. 인간, 지구, 번영, 평화, 파트너십이라는 5개 영역에서 인류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17개 목표와 169개 세부 목표로 제시하고 있는데, 환경목표가 주요 항목들을 이루고 있다.

 

같은 해 21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도 195개국은 산업화 이전 대비 평균기온이 2°C를 넘지 않도록 유지하고(holding) 1.5°C를 넘지 않도록 추구한다(pursuing)는 목표를 설정하면서, 기후변화 적응력 향상과 더불어 온실가스 저배출 및 기후회복적 발전에 부합하는 자금 흐름의 조성에 합의했다.

 이와 같이 국제사회에서 새롭게 합의된 환경목표 달성을 위해 유럽연합은 연간 1,750~2,900억 유로의 투자가 필요할 것으로 보고, 지속 가능한 투자촉진을 위해 탄소감축, 기후적응, , 폐기물, 오염방지, 생태계 등 6가지 환경목표를 달성하고자 상세한 투자대상구분 및 친환경기준을 지난 3월에 발표했다. 예를 들면, 단위전력 1kwh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온실가스 배출량이 100g CO2-eq/kWh 이하일 경우에는 친환경이고, 이상일 경우에는 친환경이 아니라는 식의 기준이다.

 

국내 가스발전은 이 기준의 약 4, 석탄발전은 약 9배의 CO2를 배출하고 있으니 만만한 기준이 아니다. 이러한 상세한 친환경기준은 시멘트, 철강, 자동차, 석유화학 등 다양한 업종의 제품별로도 구분되어 있다. 2022년부터는 EU의 금융기관이 투자하는 기업의 활동이 친환경기준에 어느 정도 부합하는지를 의무 공개하는 규정이 입법화 중이다. 비록 EU의 친환경기준이지만 ISO(국제표준화기구)를 통해 국제표준화가 진행 중에 있고 한국 친환경기준도 별도로 수립 중이므로, 선진국의 기준으로만 간주하기는 어렵다. , 향후 점진적으로 환경분야에 대한 투자뿐만 아니라 경제활동과 관련된 모든 투자에 대하여 환경목표 달성에 얼마나 부합하는지를 공개하라는 요구가 확산될 것이다. 이 새로운 요구가 환경의 주류화의 첫 번째 요소이다.

 

<투자자의 요구>

 

두 번째 요소는 이해관계자 중 강력한 힘을 가진 투자자의 요구가 구체화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최근 투자자(특히 주주)‘ESG’를 강조하고 있는데, 이는 환경·사회·지배구조(Environmental, Social, Governance)의 약자로 투자자가 투자대상기업을 평가하는 비재무적 요소이다. 이 중에서도 특히 환경에 대하여 주주총회에서 의결권행사나 연례 서한발송 등의 상시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기업이 친환경 경영을 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예를 들어, 지난 527일 미국의 대표적인 석유회사인 Chevron 주총이 열렸는데, 주요 주주인 BNP Paribas는 회사의 로비활동과 파리협정 목표와의 부합 정도를 공개하라는 주주제안을 했고, 이 안건은 통과되었다.

 

특히 2020년 주요 글로벌기업들의 환경 관련 주주제안 내용을 살펴보면, 환경성과를 임원 보상과 연계하라거나 이사회 독립성을 보장하라는 요구, 환경이슈를 관리하는 목표 및 성과를 공개하라는 요구, 화석연료 또는 기후 리스크 발생이 우려되는 사업에 대한 투자를 배제하거나 리스크 검토 보고서를 발간하라는 요구가 주를 이루었다.

 주목할 점은 최근 환경관련 주주제안 중 3/4이 기후관련 제안이고, 2/3가 단순 공개요구가 아닌 구체적 행동을 요구하는 제안이라는 점이다. 더욱이 기후관련 주주제안 지지율이 매년 증가하는 추이를 보이고 있어 향후 주총에서 통과되는 주주제안이 늘어날 전망이다.

 

 또한, 세계 1위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CEO가 지난 1월 투자대상 회사에게 보낸 연례서한에서 어떻게 기후관련 기회와 위기를 경영전략에 반영하고 이사회에서 관리할지 등을 올해 말까지 공개하라고 구체적으로 요구했다. 국내 대기업의 주요 주주이기도 한 블랙록의 요구에 국내 기업들도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국내 금융계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국민연금도 2019년 말 ESG 반영 자산군을 확대하는 책임투자활성화 방안을 의결함으로써, 기업지배구조(G) 위주 보다 환경(E)과 사회(S) 이슈를 점차 부각시키고 2022년부터는 운용사의 운용보고서 내 ESG평가보고서를 의무화했다. 추가로 수탁자책임활동에 관한 지침 개정 및 적극적 주주활동가이드라인 제정을 통해, 2021년부터 ESG등급이 C등급 이하로 하락한 중점관리사안에 대하여 비공개대화 및 주주제안 등을 거쳐 수탁자 책임활동을 심화할 것을 천명했다.

 

<기술가격의 하락>

 

세 번째 요소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등장할 만큼의 큰 기술가격의 하락이다. 6월초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가 발표한 보고서에 의하면, 지난 10년간(2010~2019) 태양광발전기의 가격은 82% 하락했다. 과거 100원이었던 발전기가 지금 18원인 것이다. 이런 하락은 단순히 발전단가를 떨어뜨려 그리드 패러티(grid parity)를 달성하는 효용만 있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탄생하게 된다.

Solar Home System(SHS)의 예를 들어보자. 우리에겐 흔한 전기지만 사실 전기는 전 인류에게 허락된 자원은 아니다. 지금도 전 세계 인구 중 약 1/5이 전기공급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 이들은 해가 지면 전기보다 더 비싼 돈을 내가며 흐릿한 등불로 어둠을 밝혀야 한다. SHS업체인 Simpa Networks는 이처럼 전기를 쓸 수 없어 고통 받는 사람들에게 희망의 빛을 만들어 주는 회사다. 태양광 발전으로 생성된 에너지를 배터리에 저장해 방마다 전등을 밝히고 선풍기를 돌리며 휴대전화를 충전하는데 쓰는 식이다.

 

이런 비즈니스 모델은 비싼 태양광발전기로는 불가능한 사업이다. 기술가격이 하락하면서 SHS 대당 200~300달러 수준의 제품을 만들 수 있어 비로소 경제적 보급이 가능해진 것이다. 이 회사는 폭발적인 성장을 했다. 한 때는 매달 10%, 매년 두 배가 넘는 성장도 기록했다. 빌 게이츠도  기술가격 하락에 팔을 걷어 부쳤다. 2016년 제프 베조스, 손정의 회장 등과 함께 Breakthrough Energy Ventures를 설립했다. 1조원의 종자돈으로 경제성 있는 친환경에너지 유망 기술개발에 투자하고 있다. 예를 들어, 양수발전을 대체하여 대용량 잉여전력을 저장할 수 있는 세일층 수압 저장기술에도 투자했다. 현재 전세계의 대용량 잉여전력의 대부분은 물의 위치에너지로 저장된 후 필요 시 양수발전을 통해 활용되고 있는데, 이를 대체하여 지층에 수압으로 에너지를 저장해 두는 기술에 투자한 것이다.

 

 또한,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보완하기 위해 용융소금열이나 부동액냉매로 에너지를 저장했다가 필요 시 다시 전력으로 변환하는 기술에 투자하기도 했다. 이러한 기술투자는 기술가격 하락을 목표로 하고 있기에 상용화 시 다양하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탄생할 것이다. 세계 1위 해상풍력회사인 덴마크 Orsted 등이 해상풍력으로 수소를 생산하는 기술에 투자해 2023년부터 생산을 계획하는 것도, 세계 1위 해운사인 Maersk CEO2050 순배출제로를 선언하며 25년인 선박수명을 고려할 때 2030년부터는 재생에너지로 운항하는 선박을 주문할 예정인 바 무거운 배터리를 선적하기 어려운 해운의 특성상 대체연료인 암모니아/바이오메탄/알코올이 비싸더라도 사용할 수 밖에 없음을 고백한 것도, 모두 기술가격의 하락을 촉진하는 계획들이다.

 

더욱이, AI기술의 접목으로 발전량 예측, 데이터 관리, 자원 중계를 가능하게 하여 전체 시스템의 효율을 높임으로써, 공급뿐만 아니라 수요관리 기술가격도 하락하고 있다. 상술한 움직임은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가 제시한 탄소감축을 위한 5대 기술인 전력화, 전력계유연성, 전통재생에너지(수력,바이오 등), 녹색수소, 수요기술혁신을 경제성 있게 구현하기 위한 전략과 투자라는 점에서 유의미하다.

 

<밀레니얼 세대의 등장>

  

 마지막 네 번째로는 환경이슈에 직관적으로 진지한 밀레니얼 세대의 등장이다.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전 재산의 8%를 기부한 아마존 CEO의 기부 동인 중 하나가 다수가 참여한 밀레니얼 중심의 온라인 시위의 위력이라고 한다. 아마존 임직원들이 회사의 기후변화 정책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며 더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을 요구했고 회사는 임직원들의 진지한 요구에 귀를 기울일 수 밖에 없다. 구글도 직원 반대에 따라 일부 화석연료관련 회사에 AI 및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 석유탐사에 IT기술제공을 안 하는 것이다.

 

하버드대학 공공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심지어 포스트 밀레니얼 세대들 중 70%는 기후변화가 문제라고 인식하고 있으며, 66%는 기후변화를 긴급한 대응이 필요한 중대한 사안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하고, 최근 채용면접 시 젊은 후보자들이 회사의 환경 및 사회 정책에 대하여 문의하는 경우가 현저히 늘고 있다고 한다. 이 때문에 (포스트) 밀레니얼 세대를 대상으로 마케팅하는 기업은 새로운 전략을 고민해야 한다. 이 세대는 자신이 생활하면서 배출하는 탄소를 상쇄하려는 니즈(욕구)가 있기 때문이다. 즉 비행기를 타고 여행을 하면서 탄소를 배출할 수 밖에 없다면, 그 배출량만큼 나무를 심어 나무가 그 배출량을 흡수함으로써 이를 상쇄하고 싶어 하는 것이다.

 

이에 영국 저가항공사 Easyjet1년치 항공기 운항으로 인한 배출량인 7.5백만톤 상쇄배출권을 구매했고, 구찌 등을 보유한 프랑스 명품사 Kering2.4백만톤 상쇄배출권을 구매해 소비자 기대에 대응하고 있다. 또한 여행 앱 Hopper는 호텔, 항공권 예약 시 소비자에게 탄소 상쇄배출권을 지급하고, 미국 애틀란타 주 KFC매장에서는 Beyond Meat사의 도움으로 탄소배출이 없는 식물성 치킨너겟을 한시적으로 판매하기도 했다.

중요한 신규 소비자층인 밀레니얼 세대의 환경에 대한 진지한 관심을 마케팅에 반영하기 시작한 것이다.  치열한 경쟁의 성숙한 시장에서 경쟁우위를 점하기 어려운 시기에 환경을 활용한 마케팅은 효과적인 차별화이기도 하고 소비자 니즈에 대한 발 빠른 움직임이기도 하다.

 

환경 주류화(主流化)​ 추세 따라잡을 전략, 적극적으로 준비할 때

 

 상술한 4가지 요소로 본 환경의 주류화를 글로벌 기업들은 받아들이기 시작했다는 종합적 증거가 ‘Race to Zero’. 과거 금융위기 이후 환경으로 인해 유럽 전력회사의 영업이익 감소나 글로벌 석탄회사의 기업가치 폭락을 목격한 메이저 석유회사들이 코로나 19가 한창인 올해 상반기에 앞 다투어 탄소 순배출제로를 선언하며 대전환을 꾀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대표적인 글로벌 석유회사인 BP의 신임 CEO(Bernard Looney)는 선언의 이유를 사회요구, 임직원시각, 투자자요구를 고려한 것이고 엄청난 사업기회를 보았기 때문이라고 지난 519일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이는 상술한 환경의 주류화 4가지 요인과 결이 같다. 특히, 에너지 만드는 회사가 에너지를 사용하는 고객까지 순배출제로를 달성하도록 도와 주면 전체 사회문제가 해결된다고 언급하며, 재생에너지 공급비중이 60% 이상되면 공장운영, 프로젝트관리, 제품사용 등 전체 에너지시스템을 종합적으로 잘 아는 회사가 필수인데 이런 역량은 BP가 잘 갖추고 있어 기회가 된다라고 전환방향을 예시했다.

 

지난 4월 넷플릭스의 시가총액이 글로벌 대표 석유회사인 Exxon Mobil을 잠시 넘어섰을 때 Shell의 전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자금흐름이 에너지전환으로 향하고 있는 것이 명확하다고 진단해 환경의 주류화를 추가로 뒷받침하기도 했다. 하지만 우리 기업에게는 환경의 주류화든 탄소 순배출제로든 이를 당장 수용하기에는 어색한 면이 있는 것이 사실이고, 필요성을 인지하기까지 시간이 걸릴 수 있다. 그래서 지금 당장 행동을 촉구하는 것은 비현실적일 수 있다.

 

이에 국제사회에서 환경의 주류화 라는 변화가 시작된 것을 확인하고 이러한 변화에 대한 동종 업종 내 글로벌 대표기업의 수용 정도와 행동변화를 면밀히 살피다가, 향후 변화가 직접 와닿을 때 글로벌 경쟁사보다 늦게 시작하더라도 더 빨리 쫓아가 따라 잡을 수 있는 전략을 지금 고민해 보는 것은 현실적일 것 같다. 물론 직접 와닿을 때가 너무 늦지 않는다는 가정하에 말이다.

<ifs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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