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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출현과 새로운 한중(韓中)협력 모색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20년04월30일 17시05분
  • 최종수정 2020년04월29일 13시13분

작성자

  • 정재흥
  • 세종연구소 중국연구센터장

메타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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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세종연구소가 발간하는 ‘정세와 정책’ 8호(2020.4.17.)에 실린 것으로 세종연구소의 동의를 얻어 게재하는 것입니다. <편집자>​​ 

 

■ 코로나19 확산과 글로벌 팬데믹 출현 

 

 2020년 새해부터 중국 후베이성(湖北省) 우한(武漢)에서 시작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 일명 COVID-19)가 전 지구적으로 매우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2019년 12월 12일 우한에서 첫 환자 발생 이후 두 달도 채 되지 않아 중국에서만 약 1만여 명의 확진자가 발생하여 순식간에 전 세계로 확산되었고, 약 4개월 만에 100만 여명을 감염시키고, 7만 여명의 목숨을 빼앗아 갔다. 이로 인해 세계보건기구(WHO)는 코로나19에 대해 글로벌 팬데믹(Pandemic:세계적 대유행)을 선포하고 각국들에게 적극적인 대응 조치를 촉구하였다. 

 

코로나19가 확산되자 국제사회는 사실상 패닉상태에 빠졌다. 전쟁이 아닌 전염병의 공포로 글로벌 차원의 팬데믹이 발생하면서 국제질서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국가들 간의 자유로운 이동이 중단되었고, 몇몇 국가들은 국경을 폐쇄하기 시작하였으며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사람 간의 접촉과 교류가 단절되면서 상당수의 공공시설과 상점들이 문을 닫았다. 물론 3월부터 중국의 코로나19는 다소 진정세를 보이고 있으나, 이탈리아, 프랑스, 스페인 등 일부 유럽 국가들과 미국 내에서는 코로나19가 폭발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추세이다.

 

  현재 코로나19의 급속한 확산은 전 세계 경제에도 직접적인 타격을 주고 있다. 뉴욕증시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으며 공장과 기업들이 문을 닫게 되면서 설비가동률과 세계 교역량도 감소하는 등 코로나19의 급속한 확산이 전 세계에 상당한 충격과 변화 등을 야기 시키고 있다. 이번 코로나19로 인해 상당수 국가들은 더 이상 글로벌 이슈보다 국내문제에 집중하는 각자도생의 길 모색과 내부지향적인 접근을 취할 가능성이 높아졌으며, 미중관계의 지속적인 악화, 지역 간 다자협력 및 유럽통합 등도 약화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이번 코로나19로 인해 소비와 시장이 급격히 위축되면서 대규모 기업구조조정으로 인한 대량 해고가 급증하는 등 1930년대 경제 대공황 위기와 비슷한 수준까지도 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헨리 키신저 前) 미 국무장관은 "코로나19로 세계질서가 바뀔 것"이라며 "자유질서가 가고 과거의 성곽시대(walled city)가 다시 도래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결국 코로나19로 인해 여행과 이주 등이 어려워지고 생산공장 등을 포함한 글로벌 공급망이 다시 본국으로 돌아가는 계기가 되었으며 중국 인건비 상승, 미중무역전쟁, 로봇공학-자동화-3D 프린팅 기술 발전, AI(인공지능)발전과 일자리 상실 등까지 출현하면서 코로나19로 인한 글로벌 팬데믹 이후 나타날 세계는 과거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 예상된다. ​ 

 

■ 중국의 도전 과제와 대응 전망

 

 지난해부터 본격화되기 시작한 미중 무역전쟁과 경제성장 둔화와 이어진 홍콩 민주화 시위 및 대만 차이잉원 총통 재선 등으로 중국의 대내외적 환경이 갈수록 복잡해지고 있는 상황 속에서 발생한 코로나19는 중국에게 또 하나의 새로운 도전과제를 던져주고 있다. 특히 중국에서 코로나19 발생 직후 미국의 톰 코튼(Tom Cotton)상원의원이 우한의 국가급 지정 바이러스 실험실에서 생화학전 프로그램 실험 중 실수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유출되었을 가능성을 지적하자 역으로 중국의 중난산(鐘南山)공정원 원사는 코로나19가 중국에서 발원된 것이 아닌 외부에서 유입된 것이라는 결론을 제시하였다. 이어 자오리젠(趙立堅)외교부 대변인 또한 지난해 열린 제 7회 세계군인체육대회에 참가한 미군이 우한으로 코로나19를 전파했다고 주장하는 등 코로나19 발병원인도 미중 양국의 주요 갈등요인으로 크게 부각되었다.

 

 19차 당 대회 이후 시진핑 지도부는 중국의 꿈(中國夢) 실현을 위해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 (2021년)까지 전면적 샤오캉(小康)사회 실현,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100주년(2049년)까지 부강한 사회주의 강대국 실현이라는 ‵두 개의 백년(兩個一百年)전략′을 강조하고 있다. 따라서 2021년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까지 샤오캉(小康)사회⁕ 실현을 위해서는 6% 이상 경제성장률을 유지해야 하나 코로나19로 인해 대규모 실업, 수출둔화, 경기악화 등이 불거질 경우 샤오캉 사회 건설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 중국 공산당은 창당 100주년인 2021년을 맞아 중산층 국가에 도달하는 샤오캉(小康)사회의 전면적 건설을 목표로 내세우면서 2010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2배 이상 늘리겠다고 공언하였다.>

 

 예컨대 코로나19 사태를 조기에 수습하지 못할 경우 외국기업 철수, 재정지출 확대와 인플레이션, 금융시장 불안과 해외자본 유출, 대규모 구조조정에 따른 실업률 증가, 근로자소득감소, 부동산 시장 하락, 소비 위축 등이 예상된다. 이로 인해 최근 시진핑 지도부는 '인민전쟁(人民戰爭), 총체전(總體戰), 저격전(阻擊戰)' 구호 아래 코로나19 사태의 조기해결을 19차 4중 전회에서 강조한 중국 특색사회주의제도 구축에 있어 하나의 시험이자 반드시 승리해야 할 국가적 도전과제로 지정하고 당의 강한 영도 하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여 총력 대응에 나서기 시작하였다.

 

 한편 코로나19 발생 이후 중앙과 지방정부의 업무 부조화와 초기 대응 실패, 일선 당 간부들의 판단 실책 및 공개 데이터 신뢰성 문제 등이 지적되면서 중국 정부의 위기관리 대처 능력 제고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물론 중국은 2003년 사스(SARS)발생 이후 공공위기 대처 능력에 상당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중국은 정부 차원에서 공공위생 건강정보 시스템 구축, 병원 정보화와 진료 데이터 공유 등에 있어 AI(인공지능), 빅데이터, 클라우드, 블록체인 등 첨단 과학기술 분야에 지속적인 연구투자와 개발을 이끌어 왔으나 코로나19 발생 이후 종합적인 위기관리 능력과 대응 방면에서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문제점들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중국 정부의 강력한 코로나19 해결 노력에 힘입어 우한 봉쇄 76일 만인 4월8일 해제령 발표와 당 정치국 회의를 통해 업무복귀(複工), 생산재개(複產)를 촉구 하는 등 나름 조속한 경제회복을 위한 노력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미국을 포함한 유럽에서 코로나19가 일파만파로 급속히 확산되는 상황 속에서 코로나19의 완전한 종식을 선포할 경우 자칫 다시금 대규모 감염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는 강한 우려와 불안감도 존재하고 있어 정상적인 활동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예상된다. 

 

특히 코로나19가 중국 우한에서 처음 발생한 이후 전 세계로 급격히 퍼진 상황 속에서 완전한 종식 선포 이후 다시금 중국 내에서 코로나19가 확산될 경우 대내외적 지위 및 신임도가 추락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향후 중국은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자국 우선주의 정책과 대비되게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국, 러시아, 이탈리아, 이란 등과 매우 긴밀한 방역공조, 의료진 파견, 긴급구호물자(마스크, 방역용품 등)제공 등을 통해 국제적 차원의 공동대응을 적극 모색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 새로운 한중협력 모색

 

 그동안 한중관계는 사드문제로 인해 다소 냉각기를 거쳤으나 시진핑 주석 방한 시기를 조율할 정도로 완전한 회복기에 들어섰다. 예컨대 코로나19가 발생하지 않았다면 시진핑 주석의 조기 방한을 통한 한중관계 공고화와 상호 경제이익 창출, 남북중 3자경제협력방안 구상과 같은 매우 실질적인 현안논의가 이루어졌을 것이다. 

 

지난해 5년 만에 한국을 방문한 왕이(王毅)외교부장은 한국은 중국이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이웃국가이자 경제 이익공동체로 한중 무역액 3천억 달러에 부합하는 새로운 한중관계 구축을 위해 경제–사회문화 교류를 넘어 정치-외교-안보분야까지 전략적 소통과 협력을 확대해 나갈 것을 강조하였다. 당시 왕이 외교부장은 전략적 소통 강화차원에서 ▲더 높은 수준의 정치적 상호신뢰관계 구축 ▲더 수준 높은 양자협력 실현 ▲더 높은 수준의 다자협력이라는 새로운 한중관계 발전 방향을 내놓았다.

 

 새로운 한중관계 구축을 모색하는 시점에 코로나19 대처과정에서 양국이 보여준 수망상조(守望相助)의 우정은 전 세계에 깊은 인상을 심어 주었다. 금년 초 중국의 코로나19 창궐로 인해 어려움에 처하자 한국정부, 기업, 민간단체들이 연이어 '중국 화이팅(加油), 우한 파이팅(加油)' 등의 구호와 함께 성금과 방역물자들을 긴급히 보내주었으며 이어 문재인 대통령은 '중국의 어려움이 곧 한국의 어려움'이라며 다함께 힘을 합쳐 극복해 나가자고 밝혔다. 

 

 중국 역시 한국의 신천지 교회를 중심으로 코로나19의 확진자가 급격히 증가하자 중국 정부와 인민은 한국이 겪고 있는 어려움에 공감하며 '도는 사람으로부터 멀지 않고 사람은 국가를 가리지 않는다(道不遠人, 人無異國)'의 마음으로 한국에 중국 내 각계각층을 통해 기부 받은 마스크와 의료물자 등을 보내주었다. 3월13일 처음으로 한중 코로나 대응 방역협력대화가 개최되었고 3월14일에는  시진핑 주석이 위로전문을 통해 "전염병은 국경이 없으며 중국은 한국이 처한 상황과 어려움에 공감하고 있으며 한국에 필요한 지원과 원조를 힘이 닿는 대로 이어갈 것"이라 언급하였다. 

 

 빠른 시일 내로 한중 양국이 서로 힘을 합쳐 코로나19를 종식시키고 연내로 시진핑 주석의 방한(訪韓)이 이루어진다면 한중관계 발전의 새로운 발판이 마련될 가능성이 높다. 예컨대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참여, 한중 환발해만 협력사업 구체화, 동북 3성과 연계한 남북중 3자 경제협력 청사진 모색 등을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과 상호 연계시켜 나가고 사드문제로 불거진 양국 간 불신의 폭을 다양하고 새로운 협력사업 등을 통해 줄여나가고자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한중관계는 사드갈등 봉합에도 불구하고 정체상태에 머물러 있었으나, 코로나19를 통해 한중협력의 새로운 모멘텀을 적극 고민하고 창출해 나가야 할 것이다. 

그동안 한중간 협력이 주로 경제 및 인적교류 분야에 치중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면, 코로나19를 계기로 보건, 의료, 전염병 예방 등과 같은 신흥안보분야까지 확대시켜 나가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현재 중국은 정치 이데올로기, 문화차이 등을 넘어 실질적 공동이익을 바탕으로 상호간 공존하고 협력하는 인류운명공동체 개념을 새로운 대외관계 노선으로 제시하고 있어 코로나19를 계기로 한중 양국이 주축이 되고 주변국들까지 참여할 수 있는 동북아 다자방역체계 구축 등도 모색해 볼 필요가 있다. 즉 이번 코로나19를 계기로 한중방역 협력을 토대로 북중, 한중, 남북중, 남북중러가 다함께 연대하여 신흥안보분야(전염병, 보건의료 등)에 있어 다자안보협력체제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따라서 한중 양국이 신흥안보 협력에 주축이 되어 북한을 포함한 주변국들의 참여를 점차 확대 시켜 나간다면 새로운 차원의 동북아 다자평화안보협력모델 구축도 충분히 가능하다. 이를 위해 한중 양국 모두 코로나19를 계기로 동북아 평화와 공존공영의 길을 모색하는 차원에서 정책적 소통과 협력을 더욱 강화해 나가야 할 것이다.     <ifs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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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0년04월30일 17시05분
  • 최종수정 2020년04월29일 13시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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