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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韓日) 정부, 플랜-B를 고려해야 한다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20년04월22일 17시05분
  • 최종수정 2020년04월22일 13시16분

작성자

  • 진창수
  •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

메타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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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이 글은 세종연구소가 발간하는 ‘정세와 정책’ 7호(2020.4.14.)에 실린 것으로 세종연구소의 동의를 얻어 게재하는 것입니다.<편집자>​​ 

 

​한일관계에서는 봄이 오면 순풍이 오는 것이 아니라 갈등이 찾아온다. 2월부터 ‘독도(다케시마)의 날’부터 시작하여 역사교과서 문제 등으로 언제나 우리를 괴롭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한국에서부터 이러한 분위기가 변화되고 있다. 3월 1일 문재인 대통령은 ‘일본은 가장 가까운 이웃이라며, 협력관계를 향해 노력하자’고 밝힌 것이다. 지난해 12월 한일 양국 정상이 만나 관계 개선의 필요성을 확인한 만큼 연설 내용의 수위를 조절한 것으로 보인다.

 

​ 그러나 최근 한국에 대한 일본의 입국제한 조치에서 보여준 한일관계의 갈등은 상대방을 고려하지 않는 민낯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아베 총리는 중국과는 사전 조율을 하면서도 한국에 대해서는 전혀 배려하지 않았다. 2002년 월드컵 공동개최를 계기로 시작되어 한일관계 발전에 기여한 상호 비자면제 조치조차 아베 총리는 아무런 망설임 없이 헌신짝처럼 버린 것이다. 

이에 문재인 정부는 논란이 된 중국에 대해서는 입국제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서 일본에게 만은 대항 조치를 취하는 것을 보면 논리적으로 설명하기 힘들다. 한일 양국 정상은 지난 12월에 서로 대화하고 협력하겠다고 선언을 하면서도 상대방에 대해서는 감정이 우선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 글에서는 한일관계 개선의 한계를 설명하면서 한일 양국이 가져야 할 전략적인 방향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1.  한일관계 개선이 어려운 이유    

 

 한일 양국이 대화가 지속되면서 한일관계가 개선될 것이라는 점은 미지수이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은 3가지다.

 

 첫째, 국장급 협의가 대화로 실질적인 해법을 이끌어내기에는 한계가 있다. ‘목표를 말하지 않고 대화에서 풀어라’라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여러 가지 해법이 있더라도 한국 정부는 사법부의 판단을 해치는 교섭을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민사재판이기 때문에 한국 정부가 관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고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반면 일본 정부는 ‘한국 정부가 국제법 위반의 상황을 시정해야 한다’는 전제하에서 물러나지 않는다. 국장급 협의에서 서로의 입장을 바꿀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 해법을 기대하는 것은 우물에서 숭늉을 찾는 꼴이다. 

 하물며 교섭의 전권을 가지지 못한 두 국장이 무슨 수로 해법을 만들며, 해법을 찾았다고 하더라도 청와대와 관저를 설득하는 것은 더욱더 어려울 수밖에 없다. 국장급 협의가 진행된다는 것은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국장급 협의에서 실질적인 해법을 찾기에는 한계가 명백하다. 

 

 둘째, 피해자 우선주의의 원칙에 의거하더라도 지금의 한일 정부의 노력으로는 한일관계 개선의 해법을 찾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 한국 정부가 피해자 우선주의에 의거하여 문제를 풀려면 무엇보다도 피해자와 피해자 변호사들의 입장을 듣고 이를 토대로 해법을 마련해야 한다. 지금도 정부는 열심히 하는 상황이라고 하지만, 피해자와 변호사의 입장에서는 한국 정부의 역할이 탐탁하지만은 않다. 그들은 한국 정부가 좀 더 적극적으로 강제징용 문제에 노력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국 정부의 노력이 강제징용 문제 해결을 위한 전제가 되지 않으면 한일 정부 간 협상은 의미를 갖기 힘들다. 또한 한일관계 개선을 하려면 일본 정부도 지금처럼 한국 정부에 미루기만 해서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적어도 일본 정부는 한국 정부가 피해자들을 설득할 수 있는 최소한의 성의를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피해자, 한국 정부, 그리고 일본 정부 모두가 노력하지 않으면 강제징용 문제의 해법이 찾아질 리가 없다. 

 

​  셋째, 정부 간 또는 정부와 피해자 간 대화가 진행되더라도 한일 리더십이 문제를 풀겠다는 의지가 없이는 강제징용 문제의 해법은 어렵다. 강제징용 문제에 대해서는 피해자가 전부 만족하는 해법은 없기 때문에 결국 한일 리더십이 국익을 생각하여 해법을 같이 모색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금의 한일의 상황에서는 반일(反日)과 반한(反韓)이 정치적인 지지를 얻는 상황이라 양국의 리더십이 적극적인 한일 관계 개선에 의지를 보이기는 힘든 구조가 되었다. 그렇더라도 한일 정상들이 한일관계를 개선하고자 하는 의지를 가지지 않는다면, 지금의 한일 양국의 분위기를 변화시킬 수는 없다.  

 

  이러한 한계로 인해 대화가 지속되더라도 한일관계의 개선은 어려울 전망이다. 바로 눈앞에 닥친 사법부 판결에 따른 일본 기업 재산에 대한 매각조치는 한일관계를 더욱더 불안정하고 대립적인 상황으로 몰고 갈수 있다. 지금이야말로 한일관계에 더 큰 관심을 갖고 한일이 지혜를 모아야 할 시기이다.

 

2. 강제징용 문제에 대한 최악의 시나리오를 대비해야 한다.  

 

 강제징용 문제에 대한 많은 해법이 나오고 있지만 어느 것 하나 만족스럽지 못한 상황에서 한일관계의 파탄을 지켜보고만 있을 수 없다. 강제징용 문제는 실타래처럼 얽혀있어 한일의 인식을 바꾸지 않으면 해법은 없다. 강제징용 문제는 한일 정부 간 문제임과 동시에 피해자와 일본기업 간의 문제이기도 하다. 현재 일본 기업은 피해자의 대화를 거부하고 있다. 일본 기업과 피해자간의 대화를 가로 막는 것은 일본 정부의 강경한 태도에서 비롯되고 있다. 최근에는 주주소송제도가 정착된 일본의 기업환경에서는 일본 기업의 경영주가 한국의 피해자에게 배상을 지불하기도 힘든 상황이 되고 있다. 따라서 일본 기업은 일본 정부가 강제징용 문제에 대한 입장을 변화하지 않는 한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지금까지의 추이를 보면 우선 한국 정부는 1(일본기업) + 1(한국기업)에 의한 해결을 일본에 제안하였다. 1+1 안에 대해서는 일본이 반대를 함으로써 무산되었다. 작년 10월에는 이낙연 총리에 의한 한일 정부간 조정이 진행되었지만, 그마저 성과를 보이지 못했다. 이후 한국 국회가 나서서 문희상 국회 의장안을 만들었지만, 피해자 단체들은 반대를 하고 있다. 강제징용 문제의 피해자 단체들은 양국 기업과 민간에서 기부금을 모으는 형태가 일본 정부와 기업의 책임을 면해주는 방식일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피해자 단체는 일본 측이 역사적 사실과 책임을 인정하고 사죄하는 내용이 빠졌다는 비판을 한 것이다.   

 

 반면 강제징용 문제 피해자들을 지원하는 한일 변호사와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2019년 1월 6일 공동협의체안을 발표하였다. 이들은 강제징용 문제 해결 방법으로 한일 양국 정계와 해당 기업, 피해자 측이 함께 참여하는 ‘공동 협의체’ 창설을 공식 제안을 한 것이다. 그러나 아직 구체적인 협의내용이나 형식이 나온 것은 아니다. 이 안에 대해서는 청와대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한국 정부의 민간이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과 맥을 같이 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일본 정부는 이에 대해 묵묵부답이다. 일본 정부는 강제징용 문제는 한국이 1965년 한일 기본조약을 위반했다고 보고 있기 때문에 한국이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아베 총리는 강제징용 문제에 대해 사죄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는 입장이다.

 

  강제징용 문제에 대해 지금까지 많은 해법이 나오고 있지만 해결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강제징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일본의 사죄, 한일 기업의 화해, 그리고 한일 정부 간 입장 차이의 해소 등 너무나 많은 허들이 있기 때문이다. 결국 한일 양국 정상들의 정치적인 결단만이 문제를 풀 수 있다. 그러나 이제는 한일 정상들이 결단하기에는 너무나 많은 부담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우선 피해자와 피해자 단체와의 사전조정이 필수적이며, 게다가 국민들을 설득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지금까지 강제징용 문제에 대한 추이를 살펴보면 일본기업에 대한 현금화 조치(강제집행)가 눈앞으로 다가옴으로써 한일관계의 파탄은 점점 현실화되고 있다. 현재로서는 원고 측 변호사들과 피해자들은 한일 양국의 정국 상황과 국내 여론을 염두에 두고 있어 현금화 조치를 강력히 집행할 의지는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일본기업에 대한 현금화 조치는 법원의 판단에 따라 언제든지 시행할 수 있다. 

 

일부 원고 측 변호사는 한일이 강제징용 문제에 대해 원칙론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들은 현재 일본 아베의 행태는 사죄를 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일본 기업과의 화해의 길도 막고 있어 강제징용 문제는 해결이 불가능하다고 인식하고 있다. 오히려 한국의 도덕적 정당성을 실현하기 위해서라도 일본 기업의 재산 현금화 조치는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한 한국에 도덕적 정당성이 있는 한, 일본 정부의 대항조치에 대해서는 국제사회에로부터 비난을 받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 예로 그들은 2019년 7월 일본 정부의 보복조치로 시작한 한일 갈등상황에서도 한국이 별로 피해를 보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오히려 보복조치를 한 일본 아베의 행태는 국제적으로 비난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한국보다 피해를 보았다고 주장한다. 즉 한국이 일본보다는 도덕적 우위를 가지고 있어 한일관계가 대립을 하더라도 별로 손해 볼 것이 없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한국 법원이 한국 내 차압된 일본 기업의 재산을 현금화 조치(강제집행)를 강행하면 당분간 한일관계는 최악의 상황이 될 것이 분명하다. 일본 정부는 수출규제조치의 확대, 금융 분야, 일본 내 한국자산의 동결 등 다양한 형태의 보복조치를 할 것이며, 결국 그로 인해 한국뿐만 아니라 일본도 피해를 입는 것은 분명하다. 

 

한일 양국의 보복조치와 대응조치가 진행하게 되면 한일 양국의 감정이 폭발하면서 경제 이외의 부문에도 많은 악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우선 미국을 둘러싼 한일 간 외교전이 격화되면서 안보분야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은 분명하다. 그리고 독도에서도 일본 우익들이 출몰할 수 있는 가능성조차 배제할 수 없다. 게다가 한일 간이 극단적인 대립으로 발전하면 양 정부도 한일관계를 관리할 수 없는 상황을 맞이할 수 있다. 결국 한국의 도덕적 우위를 바탕으로 한 과거사의 해결은 더욱더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 이를 피할 수 있으면 피하는 것이 현명한 길이다.  

   

3. 한일관계의 전망과 전략적 방향  

 

 최근 한일관계의 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양국에서 높아지고 있지만, 양국 리더십이 적극적인 의지를 갖지 않는 한 올해에도 한일관계의 상황은 어려울 수밖에 없다. 한국은 대일정책에 대한 원칙이 바뀔 가능성은 적다. 게다가 일본 아베 정권은 올림픽을 1년으로 미루면서 정치적인 일정이 변화되게 되었다. 아베의 우선순위는 자신의 정권을 최대한 유지하면서 명예롭게 퇴진하는 것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점에서 한국과의 관계 개선은 우선순위에서 뒤쳐질 가능성이 높다. 한일 양국의 정치상황을 고려하면 한일 정상들이 개선의 전기를 마련하기는 어렵다고 할 수 있다.

 

 아쉬운 것은 코로나 사태에서 한일이 협력하였다면 한중일 협력의 꽃을 피울 수 있었건만,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서로 이웃집 불구경하듯이 한 것이다.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코로나19에 대한 동북아 국가들의 협력은 필수적이라는 것은 말할 필요가 없다. 그 예로 유럽에 가면 중국, 한국, 일본은 같은 취급을 당하면서 경원시되는 것을 보더라도 한중일 삼국이 힘을 합쳐 코로나19에 대응을 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명제가 되고 있다. 넓은 시야에서 한일관계를 고려하면서 동북아 협력을 이끌어 내는 실용 외교가 필요할 시기이다.  

 

 지금 한일관계 악화로 인해 고통 받는 한일 국민들을 생각하면 한일 양국 정부는 실질적인 해법을 마련하지 않더라도, 해결의 방향성은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우선 한일관계에서 강제징용 문제를 풀기위해서는 피해자와 피해자단체와의 솔직한 대화가 진행되어야 한다. 강제징용 문제의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반영하지 않고서는 강제징용 문제는 해결하기가 힘든 상황이다.  

 

 또한 일본 기업에 대한 현금화 조치(강제집행)가 현실화될 때를 가정하여 최악의 한일관계를 어떻게 관리할 수 있느냐에 대한 한일 양국의 협의가 필요하다. 한국의 강제징용 문제에 대한 사법 처리는 현금화 조치(일본 기업의 자산 매각)로 완결될 수 있다. 한국 법원의 사법 처리 이후 한일관계의 악화를 관리하는 것은 양국 정부의 몫이다. 일본 기업에 대한 현금화조치(강제집행)이후에 한일 양국 정부는 감정에 따라 극단적인 대립을 하는 것은 무책임하다. 한일 양국이 원활한 대화를 통하여 극단적인 갈등을 피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지금까지 일본 기업의 피해를 만회할 수 있는 안은 몇 가지 거론되고 있다. 한국 정부가 강제징용 문제 피해자에게 배상금을 지불하고 한국 정부는 일본 기업에게 구상권을 청구하는 안과 한국기업이 일본기업의 자산을 구입하여 일본기업에게 돌려주는 안 등이다. 한국이 일본 정부와 현금화 조치에 대한 사전협의와 조율을 할 수 있다면 한국으로서는 강제징용 문제의 사법 처리가 일단락될 수 있다는 이점은 있다. 일본으로서도 강제징용 문제가 한국 내 해결로 일단락될 뿐만 아니라, 일본 기업의  피해가 현실화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남아있는 과제는 강제징용 문제의 피해자의 배상과 구제를 어떻게 할 것인가이다. 또한 한일 양국 국민들의 감정을 어떻게 관리할 수 있느냐의 문제도 남아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일의 공멸을 막는 노력이 필요하다. 지금부터라도 한일 국장급 협의는 서로의 주장을 관철하기 보다는 한일관계의 관리에 역점을 둔 협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그리고 청와대와 일본 관저가 소통하는 채널을 가지고 현금화 조치 이후에 대한 협의를 시작해야 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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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0년04월22일 17시05분
  • 최종수정 2020년04월22일 13시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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