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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분양보증 민간개방, 과연 국민을 위한 일인가?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16년09월20일 17시33분
  • 최종수정 2016년09월20일 19시36분

작성자

  • 권대중
  • 서강대학교 일반대학원 교수,(사)대한부동산학회장명예회장,(사)한국부동산융복합학회 회장

메타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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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Ⅰ. 서론

 

지난 9월 12일 한반도를 덮친 사상 초유의 지진은 한반도 역시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위기감에 ’9·12 지진관련 대책‘을 논의하는 등 국내 건축물을 보호하기 위한 대책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하지만 이 시점에 세심히 살펴야 할 것은 비단 우리 삶의 터전에 가해지는 물리적 충격에 대한 대응뿐만 아니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와 국회 예산정책처를 중심으로 그동안 주택시장의 경제적 위기로부터 국민의 보금자리를 지켜온 ‘분양보증’을 민간에 개방하여 시장효율성을 높이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논의는 과거 「제3차 공공기관 선진화 계획(2008년, 기획재정부)」를 통해 처음 공론화 되었으나 당시 국회 국정감사, 감사원에서 시장 개방시 초래되는 문제점과 분양보증이 가지는 공적기능을 감안해 앞선 논의를 무마시킨 바 있다. 이러한 논란은 결국 분양보증을 과연 ‘공적 영역’에 둘 것인가 아니면 ‘사적 영역’에서 일반 재화 상품으로 볼 것인가에 대한 판단으로 귀결되는데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전자를 이유로 분양보증의 시장개방을 전면 반대하고 있다. 분양보증은 일반 국민인 분양계약자를 보호하기 위한 사회안전망으로서 정책보증·공적보증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시장논리와 경쟁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은 부적합하다는 것이다.

분양보증은 아파트가 완공되기 전에 모델하우스만 보고 구입해야 하는 우리나라의 ‘선(先)분양제도’ 하에서 주택사업을 시행하는 사업주체의 파산 등 예기치 못하게 노출되는 리스크로부터 국민의 재산권을 보호하기 위해 도입되었다. 주택을 건설하던 사업자가 파산하여도 해당 주택을 분양받은 분양자에 대해 기존 계약을 그대로 이행하거나 납부한 대금의 환급을 책임지는 것이다. 이 제도는 지난 1993년 처음 도입된 이후 주택도시보증공사의 자료에 의하면 약 440만 세대(약 705조원)에 대해 보증을 공급하고 부도가 발생한 345천 세대(902개 사업장)에 대하여는 보증이행을 완료하므로써 공적 안전망으로의 기능을 다해왔다고 한다. 시장에서 거래되는 ‘상품’의 개념이 아니라 주택시장 자체를 지켜온 것이다. 이렇듯 주택도시보증공사가 ‘사회 제도’의 일부로 기능을 다해 온 분양보증을 시장에 개방하여 민간 보증기관이 참여하는 사적영역에서 운영하게 되면 어떻게 될까. 한번 짚어보자. 

 

Ⅱ. 본론

 

첫째, 중소 건설업체의 경쟁력이 약화되어 서민들의 주거안정을 저해할 수 있다. 민간 보증기관이 이윤극대화 관점에서 보증을 취급할 경우 상대적으로 저신용, 고위험의 중소 건설업체에 대한 보증료와 보증담보금 인상이 불가피할 것이다. 개방으로 다수의 보증기관이 참여하며 일시적으로 보증요율이 낮아질 수 있으나, 결국 주택시장의 특성상 시장충격 등으로 인한 손실이 불가피한 점을 고려할 때 장기적으로는 보증료 인상은 자연스러운 수순일 수 있다. 이러한 시장의 작용에 의한 중소 건설업체의 사업비 상승은 염가의 주택공급을 축소시켜 서민의 주거비용을 높일 뿐 아니라 장기적으로는 고가의 주택공급을 양산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그동안 분양보증은 정부가 주택도시보증공사에 업무를 위임하여 운영하는 구조였기에 통제가 가능했던 부분들이 이제는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에 맡겨짐에 따라 민간에 대해 정부차원의 통제가 불가능해 질 수 있는 것이다. 브랜드 가치나 규모면에서 대기업에 비해 열세일 수밖에 없는 중소 주택건설 사업자 단체인 대한주택건설협회는 이러한 사유로 분양보증 민간개방에 앞장서 반대하고 있다. 

둘째, 주택 수급불균형 심화로 지역 균형발전에 저해가 될 수 있다. 분양보증은 의무보증으로서 우리나라의 안정적인 주택공급을 위해 입지여건이 열악한 지역에까지 공급되어 왔다. 그러나 민간기관이 운영할 경우 사업적 가치를 가장 우선하기 때문에 수도권과 대도시 지역에 편중하여 보증을 취급할 수밖에 없고 이는 결국 지방 중소도시 및 산간·도서지역 등의 주택공급에 공백을 유발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신규주택은 지속적으로 대도시에만 몰려 지역별 주거수준의 차별화는 더욱 가속화 될 것이며 양극화는 점점 심해 질 것이다.

셋째, 대기업 계열사 간 결탁으로 분양보증 시장이 대기업 위주로 과점화 될 것이다. 이는 공정위에서 분양시장 개방을 규제개선 과제로 추진하며 기대하는 경쟁시장 효과, 시장효율성 제고라는 결과치에 역행할 수 있다는 의미다. 공공기관 건설공사 손해보험제도 TF(2014년)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국토교통부 및 산하기관 건설공사를 수주한 대기업 건설사 중 계열 보험사의 건설공사보험 이용 비중이 이미 98%에 달한다고 한다. 분양보증 시장이 손해보험사에까지 개방되면 대기업 건설사들이 분양보증을 굳이 다른 곳에서 받을까? 의심스럽다. 뿐만 아니라, 대기업 계열 보험사는 중소 건설업체에게 새로운 진입규제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이들 보험사는 브랜드 인지도와 안정성이 높은 자체 사업장 위주로 보증을 취급하고 중소업체가 공급하는 서민 주택단지는 보증을 취급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보증시장 개방은 대기업 과점화를 촉발할 뿐만 아니라 주택건설시장의 공정경쟁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넷째, 출혈 경쟁으로 보증기관이 동반 부실화 될 수 있다. 분양보증 시장은 연평균 보증료 3천억원 수준의 소규모 시장으로 약 70조원에 달하는 민간손해보험 시장에 비해 턱없이 작은 규모다. 과거 대한보증보험과 한국보증보험의 과도한 경쟁으로 지난 1998년 서울보증보험으로 전환 합병되며 12조원의 공적자금이 투입된 사례와 같이 적은 보증료 수입대비 손실이 큰 분양보증 사업구조에서 다수의 기관이 시장지배력 확보를 위해 경쟁적으로 시장에 참여할 경우, 불필요한 출혈경쟁으로 치닫게 된다. 또한 사업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민간보증기관의 무분별한 분양보증 남발에 대한 사회적 폐해는 주택경기 침체 시 더욱 뚜렷하게 정부와 국민이 감내해야 할 몫으로 남아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분양보증 민간개방의 문제점은 분양보증이 정부의 통제권을 벗어나 새로운 양극화 현상을 초래한다는 것이다. 물론 시장이 개방되어 보증기관이 늘어남에 따라 보증기관은 수익극대화를 위해 그들에게 유리한 보증상품을 출시하고 주택업계는 선택권이 확대되는 등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분양보증 제도의 도입취지를 생각해볼 때 본질적으로 분양보증이 유리해야 할 대상은 주택 건설업계나 민간 보증기관이 아닌 그 수혜자는 ‘국민 전체’인 것이다. 가령 보증기관에게 유리하게 만들어진 보증상품은 신용도가 담보된 대기업에게는 보증료 인상 없이 보증대상을 대폭 확대하는 이른바 ‘황제보증’을 취급하는데 반해 신용도가 낮은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동일한 보증료로 보증대상과 범위를 대폭 축소하여 취급하는 경우를 예상해볼 수 있다. 분양받는 아파트의 브랜드 가치와 시세에 따라 보장범위가 달라지거나, 극단적으로는 분양보증이 제도로 존재함에도 보호받지 못하는 국민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Ⅲ. 결론

 

‘9·12 지진’과 관련하여 국민안전처의 자료에 의하면 규모 6.5 지진이 다시 온다면 일부 지역에서만 2,400여명에 이르는 사망자가 발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추정한다. 같은 맥락으로 지난 8월 부도처리 되었던 광주·전남지역의 중견 건설업체인 광명주택의 경우를 예로 보면 한 개의 건설사가 부도가 날 경우 2,000여 가구의 보금자리가 위태로워진다. 한 가구를 2.5명으로 봤을 때 약 5,000여명에 해당하는 수치다.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 때처럼 건설사의 연쇄부도로 이어질 시 그 경제적 피해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지진에 대비하기 위한 ‘내진설계’만큼이나 주택경기 침체에 대비한 ‘분양보증’의 기능 또한 막중하며 이를 운영하는 문제에 더욱 신중히 접근해야 하는 이유다. 국민 가계자산 구성요소 중 최대 비중을 차지하는 ‘주택’을 구입하는데 사람들은 모델하우스의 샘플만 보고 계약한다. 구매하고자 하는 주택이 취향에 맞는지에 대한 고민만 있을 뿐 ‘이 주택을 짓는 사업자가 중간에 부도가 나면 어쩌지, 그래서 평생 모은 내 돈을 돌려받지 못하면 어쩌지’라는 걱정은 별로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국민들에게 있어 이는 정부가 ‘당연히’ 보호해주는 영역으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당연히 존재하는 것들에 대해서는 신경 써 인지하지 않는다. 산소가 생존에 필수적이지만 그것은 늘 존재하기 때문에 별도로 성분에 대해 공부하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만큼 국민들에게는 ‘분양보증’의 존재, 즉 정부가 보호해준다는 암묵적인 약속에 대한 신뢰가 근본적으로 깔려있다.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분양보증 민간개방 논란 속에서도 그 찬반에 대해 의견을 내는 주체는 분양보증제도의 도입목적이자 수혜자인 국민이 아닌 각기 경제적 이해관계에 얽히고 섞인 일부 대형 건설사와 민간 보증기관이다. 그들이 그들의 이익을 위해 논리를 펼치는 속에서 정부는 국민의 절대적 신뢰를 근간으로 판단하고 입장을 대변해야할 것이다. 분양보증 민간개방이 과연 국민을 위한 일인지, 다시 한번 진중한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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