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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전략과 위기의 한미동맹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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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9년11월24일 17시09분
  • 최종수정 2019년11월25일 18시21분

작성자

  • 장성민
  • 세계와 동북아 평화포럼 이사장, 前 국회의원

메타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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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대한 미국의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 요구가 ‘협상’의 차원을 넘어 이제 ‘협박’의 수준으로 나아가고 있다. 한미동맹의 레드라인으로 알려진 ‘주한미군 철수’까지 공공연하게 거론되기 시작했다.

그동안 미국은 기존 분담금에서 무려 5배나 인상된 50억 달러(약 5조8천5백억 원)를 요구하며 한국을 강하게 압박해 왔다. 특히 지난 19일 한미 방위비 협상장에서는 제임스 드하트 미국 방위비 분담 협상 수석대표가 “한국의 제안이 우리 요청에 부응하지 못했다”며 협상을 깨고 협상장을 박차고 나가 버렸다. 이는 미국의 강압에 의한 협상술의 극치이다. 노골적으로 협상판을 깬 다음, 한미관계의 위기의식을 극대화시켜 한국인들의 안보 불안을 높인 후, 이 여론을 통해 문재인 정권을 압박하여 결국 미국이 원하는 방위비 50억 불을 모두 뜯어내겠다는 ‘전략적 판깨기’라 할 수 있다.
이는 마치 상대 협상 파트너를 압박하기 위해 일부러 협상판을 뒤집어엎고 깨버리면서 협상장 문을 발로 걷어차고 나가버리는 전형적인 ‘북한식 깽판 협상술’의 복제품이다.

그런데 동맹국으로서 미국의 이런 전례 없는 압박에도 한국측 반응이 신통치 않자, 이제 미국은 주한미군 철수 카드를 만지작거리기 시작했다.

지난 19일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은 마닐라에서 가진 필리핀 국방장관과의 공동기자회견에서 “만약 한국과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결렬되면 다음 결정은 무엇인가. 주한미군 감축을 고려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방위비 협상과 관련 우리가 할지도, 하지 않을지도 모를 것에 대해서 예측하거나 추측하지 않겠다”라고 말했다.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 결렬로 인한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에 대해 부인도 시인도 하지 않은 ‘NCND’성의 모호한 입장을 유지함으로써, 미국 스스로 한미동맹 위기론을 한 단계 더 고조시켰다. 이는 한국인들의 안보 불안을 증폭시킨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협상이 별 진전을 보이지 않자, 미국은 급기야 ‘주한미군 1개 여단 철수를 검토’한다는 발언을 흘리기 시작했다. 19일(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한미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AM)협상에서 한국이 미국의 5배 인상 요구에 응하지 않을 경우에 대비, 주한미군 1개 여단의 철수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진 것이다.

그럼 왜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 문제로 한미동맹이 위기를 맞고 있을까? 핵심은 간단하다.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하나는 트럼프 대통령의 상술(商術) 마인드이다. 그는 모든 것에 있어 ‘가치’보다는 ‘이익’을 우선하는 사고방식을 갖고 있다. 그에게는 모든 것이 거래대상이고, 사업의 대상이며, 모든 가치는 상업적 이익과 경제적 이익으로 환원된다.

다른 하나는 2020년에 있을 대통령 선거이다. 지금 트럼프 대통령에게 모든 국정운영의 바로미터이자 판단기준은 내년에 있을 대선에서 성공적인 재선을 위한 호재냐 악재냐의 여부이다. 호재면 OK, 악재면 NO다. 이런 측면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방위비 분담금 5배 인상 요구(50억 불, 약 5조8천5백억 원)는 내년 대선에서의 당선과 직결되어 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지지층들에게 과거의 대통령들과는 달리 미국의 국고와 재정을 남의 나라를 방어하는 데 쓰지 않았고 앞으로도 모두 자신의 지지자들을 위해 쓸 것이라는 점을 보여주기 위한 선거 캠페인용이다. 바로 이 점 때문에 트럼프 행정부는 지금껏 유지되어 온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에 규정되지 않은 '주한미군 인건비(수당)', '군무원 및 가족 지원 비용', '미군의 한반도 순환배치 비용', '역외훈련 비용' 등 새로운 항목들을 들이밀고 있다. 지난 15일 에스퍼 국방장관이 한미안보협의회의(SCM)에 참석하여 “대한민국은 부유한 나라”라고 자꾸 치켜세운 이유도 일종의 트럼프 대통령 재선 당선을 위한 선거 캠페인 활동의 일환이다. 이들의 방위비 분담금 증액 요구는 연일 미국 언론들을 통해 미 본토로 타전되면서 미국인들에게 각인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 정부를 상대로 전례 없이 거친 압박적 협상 태도를 견지하는 보이지 않는 이유는 단순한 외교적 협상술을 넘어서서 훨씬 복잡한 정치외교적 포석이 저변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첫째, 문재인 정권을 동맹의 입장에서 볼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트럼프 행정부의 무시 전략이다. 문재인 정권은 한미동맹보다는 친(親)북, 친(親)중에 가깝기 때문에 특별히 동맹국에 준하는 예우를 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대신 힘을 통한 강압 외교로 몰아붙여서 실리를 챙기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 것이다. 이런 트럼프 행정부의 기조를 상징적으로 보여 준 대표적인 케이스가 바로 지난 4월 워싱턴에서 있었던 ‘2분 한미정상회담’이었고, 지금의 거친 미국의 태도는 그 연장선상에 있는 것이다.

둘째, 외교에 관한한 문재인 정권의 외교력은 ‘글로벌 호구’라는 인식이 깊게 자리 잡고 있다. 어떤 문제든지 힘으로 밀어붙이면 얻어 낼 수 있다는 미국 측의 자신감의 발로인 것이다.
 

셋째, 앞으로 있게 될, 미·일, 미·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 미국이 협상의 우위를 점하기 위한 선제전략이다. 미국은 한국을 본보기 삼아 방위비 분담금의 대폭 증액을 관철함으로써 다른 동맹국들의 저항을 미리 차단하려는 외교적 포석을 깔아두고 있다. 미국은 내년 3월 종료되는 미·일 방위비 분담금 협정을 대체할 협상에서 지금보다 4배 많은 80억 달러(약 9조3천6백억 원)를 일본에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미국은 나토에도 방위비 분담금의 대폭 증액을 요구하고 있다. 동맹국들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이 모든 방위비 분담금 증액 요구는 “왜 미국 돈을 남의 나라를 보호하는데 쓰느냐”라는 미국 내 유권자들의 불만 섞인 요구에 반응하는 군사외교정책인 것이다. 

넷째, 주한미군 1개 여단 철수론을 흘림으로써 현 문재인 정권에 대한 보수세력들의 안보위기의식을 높여 반문 전선을 강화하려는 국내정치적 포석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문 정권에 대한 국내정치의 불만 여론을 고조시켜 한국 정부를 굴복시키려는 노림수가 있는 것이다.

끝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과의 방위비 협상이 불발될 경우 주한미군 1개 여단 철수검토를 시사함으로써 김정은을 잡아 두려는 외교적 포석을 두고 있다. 이 부분은 아주 많은 의미심장한 디테일을 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현 남한 정권에 대한 불만은 북한의 김정은에게는 최대의 호재로 작용될 것이고, 특히 주한미군 철수를 암시하는 발언은 북한과 중국의 관심을 솔깃하게 만들 것이다. 그리고 9.11이후,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한 미국은 미군을 전 세계로 분산배치하는 것이 자신들의 세계전략에 유용하다는 대전략(Grand Strategy)을 갖고 있다. 그런 점에서 한반도라는 한곳에 미군을 과도하게 밀집 배치한다는 것은 미군의 기동력을 극대화하는 세계 전략에 반하는 전략이다. 그동안 미국은 틈만 나면 주한미군의 일부를 한반도에서 철수시켜 전 세계의 분쟁지역에 분산 배치하려는 시도를 끊임없이 해 왔었다. 그런 미국의 대전략(Grand Strategy)의 입장에서 본다면, 한반도로부터 주한미군 1개 여단의 철수 검토는 그다지 충격적인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이런 미국의 전략이라면 문재인 정권은 더더욱 미국의 방위비 분담금 증액 요구에 쉽게 응하지 않을 것이다. 왜? 자신들이 분담금 인상에 합의해주지 않은 것이 트럼프로 하여금 작은 숫자라도 미군 철수를 단행할 수 있게 할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부분이야말로 김정은과 시진핑 주석이 쌍수를 들고 환영할 사항이기 때문이다. 지금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의 문재인 정부를 잘못 판단하고 있다. 이들의 반(反)미 DNA 속성을 잘 모르고 있는 것 같다. 

미국은 다른 문제에 대한 협상도 자신들 마음대로 안 될 것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향후 동맹국들과의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최우선 협상 국가로 한국 정부를 선택한 것은 전략적 실수일지도 모른다.

지금 문 정권이 미국이 요구한 방위비 분담금 증액 요구를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결정적 이유도 한국의 국익보다는 김정은과 시진핑 주석에 대한 ‘눈치 보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자나 깨나 주한미군 철수를 부르짖고 있는 북한의 입장에서 문재인 정권이 주한미군 주둔비용을 증액해 준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이 점에서 미국은 환상으로부터 깨어나야 한다. 지금 한국 문재인 정권의 핵심세력들은 ‘미군이 떠나는 것을 두려워하기보다는 내심 그것을 바라고 있는 파워 그룹’이다. 그래서 그들은 가깝게는 다가올 4월 선거를 자주 대(對) 외세, 친일 대(對) 반일, 애국 대(對) 매국의 선거프레임으로 구축하여 총선승리를 획득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아무리 문재인 정권이 외교적으로 글로벌 호구이고 반미성향의 정권이라고 하더라도 지금 트럼프 행정부가 요구하는 분담금 5배 인상은 너무 지나치다고 생각하는 것이 한국인들의 상식이다. 그리고 미국이 동맹의 문제를 ‘안보 가치’에 두지 않고 상업적 이익의 ‘거래대상’으로 삼고 있는 것에서 한미동맹의 중요성은 현격히 감소하고 있고, 급기야 미국이 주한미군 철수론까지 흘리면서 한국인들의 안보 불안을 키우는 행태는 동맹국 미국에 대한 한국인들의 신뢰를 급격히 떨어뜨리는 행위이다. 지금 많은 한국인들은 동맹국 미국에 대한 인식을 달리하면서 이제 한미동맹도 상업적 이해관계가 맞지 않으면 돈 몇 푼 때문에 깨질 수 있는 관계임을 확인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결국 자주국방을 강화시켜야 한다는 자강(自强)의식을 높이기 시작했다. 방위비 분담금 몇 푼 얻어 내기 위한 협상 전략때문에 혈맹으로 맺어진 주한미군의 철수론까지 쉽게 흘리고 있는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 수준을 보면서 지금 한국인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지난 66년 동안 한미동맹은 분명 한국의 핵심 국가이익이었다. 그리고 그 소중함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국익 보호에 결정적이었고, 그만큼 한미동맹은 사활을 걸고 지켜야 할 핵심 안보 기둥이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선 이래, 미국의 이익만을 우선시하는 동맹정책으로 미국은 군사 무기를 팔아먹는 ‘안보 장사꾼’, 동맹국을 상대로 경제적 이익을 빼앗는 ‘약탈자’라는 인식이 팽배해 지고 있다. 이번 방위비 분담금 협상 태도를 보면서 미국에 대한 한국인들의 인식은 또다시 비우호적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더욱이 미국의 이런 거친 태도를 지금 3만 불 시대의 한국의 밀레니얼 세대들이 지켜 보고 있다. 이들은 한미동맹의 역사를 별로 실감하지 못한 세대이다.
 

주한미군 1개 여단 철수 검토에 대한 암시적 발언이 북·중·러에 잘못된 신호를 주고 있는 것은 아닌지 트럼프 행정부는 보다 신중해져야 할 것이다. 아울러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 정부가 평택의 새 주한미군 기지인 캠프 험프리스 건설 비용(108억 달러, 약 12조6천3백억 원)의 대부분을 부담했고,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도 파병했으며, 그 이전에는 한국군 32만 명이 베트남에서 미군과 함께 싸운 혈맹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 '같이 갑시다!' 자유와 평화를 위하여.  <ifs 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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