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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가 망하는 확실한 법칙 <1> 민심이반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19년09월24일 17시00분
  • 최종수정 2019년09월24일 22시02분

작성자

  • 신세돈
  • 숙명여자대학교 경제학부 명예교수

메타정보

본문

성(盛)하면 반드시 쇠(衰)한다. 개인도 그렇고 기업도 그렇고 나라도 그렇다. 제법 오래 가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빨리 그렇게 된다. 왜 모든 것은 반드시 쇠할까. 

 

중국역사를 통틀어 오호십육국과 이어지는 남북조시대처럼 많은 나라들이 생겨났다가 사라졌던 적은 없다. AD301년 전량에서부터 AD589년 수나라가 남조의 진나라를 멸망시키면서 다시 중국을 통일하기까지 약 290년 동안 수십 개 크고 작은 나라들이 명멸했다. 길든 짧든 이들 나라의 패망사를 보면 그것을 관통하는 매우 중요한 철칙이 있는데 그것은 민심이반이었다. 모든 나라의 흥망성쇠는 백성의 민심이 떠받쳐 주느냐 민심이 떠나느냐에 정확하게 연결되어있다. 

 

민심이반이 일어나는 이유는 매우 다양한 데 가장 흔한 경우가 폭정이다. 유능하고 바른 말 하는 신하를 죽이거나 사치와 향락에 빠져 민생을 돌보지 않는 폭정은 가장 고전적인 민심이반 원인이다. 삼국시대 오나라 손권이 태자 손화를 폐위시키고 애첩 반 씨의 나이어린 아들 손량을 세웠는데 그것을 강력히 반대한 육손을 심하게 나무라는 바람에 육손은 울분으로 죽었다. 후조의 석호나 수나라 양광이 모두 신하들을 무자비하게 죽임으로써 민심을 잃었다. 10만 인력을 동원하여 황실정원(용등원)을 만든 폭군 모용희도 그것 때문에 민심을 잃었다.  

 

민심이 떠나는 또 다른 흔한 이유는 적절한 후계자를 세우지 못하기 때문이다. 군주의 판단착오라고 할 수도 있다. 고구려 광개토대왕과 연전연패하다가 결국 패망한 후연(AD384-AD407)의 경우 창업자 모용수는 가장 유능하고 또 민심이 따르던 아들 모용농이나 모용륭을 후계자로 택하지 않고 장자라는 이유만으로 무능하고 우유부단하며 용렬한 모용보를 세웠다. 당연히 불만세력들이 들끓었고 끊임없이 궁정 안팎에서 반란이 일어났다. 능력 있는 후계자를 세우지 않으면 그것에 대한 반감(反感) 혹은 반란(反亂)이 일어나게 마련인데 이런 반란은 항상 민심이반을 등에 업고 일어나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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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심을 잃게 되는 데에는 무리한 전쟁도 중요한 몫을 차지한다. 대다수 신하들과 부인까지 말렸지만 비수전쟁을 일으켰다가 패배한 전진의 부견은 100만 대군을 잃고 나라가 폭망했다. 후연의 모용수도 무리한 참합피 대전(AD395년 10월)과 이어진 호타하 대전(AD397년 10월)에서 패배하는 바람에 죽고 말았다. 고구려 광개토대왕과 싸움에서 번번이 패전했음에도 불구하고 전쟁을 강행한 후연의 모용희도 그것 때문에 풍발의 반란을 초래하고 하수구에서 죽었다.    

 

민심이반이 일어나는 또 다른 형태의 원인은 오만함이다. 북량의 저거몽손은 당시 최강대국 북위의 사신 이순을 매우 무례하게 대했고 북위 황제 탁발도가 초빙하려 했던 담무참이라는 사람을 죽이기까지 했다. 대노한 북위 주군 탁발도는 결국 북량을 멸망시키고 말았다.   

 

대부분의 군주들은 민심이 떠나는 것을 잘 못 느낀다. 군주가 되기 전에는 그렇게 영명하던 사람도 일단 군주가 되면 좁은 공간에 갇혀 버리게 된다. 그것은 군주이기 때문이다. 겹겹이 쌓인 보위장치 혹은 위계장치 혹은 권력을 독차지 하려는 비선조직 때문에 적나라한 민심이 군주까지 닿지를 못한다. 민심의 흐름을 수시로 접하기 위해서는 둘러 처져있는 유무형의 장막을 끊임없이 절단하고 소통해야 하는데 그걸 하지 못한다.  그런 점에서 보면 나라를 세우는 것보다도 나라를 지키고 이어가는 것은 몇 배나 더 어렵다. 민심을 한 번 얻는 것은 쉽지만 그것을 잃지 않고 계속 지켜나가는 것은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ifs 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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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9년09월24일 17시00분
  • 최종수정 2019년09월24일 22시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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