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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미움 사는 문재인 대통령, 위태로운 길로 들어섰다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19년09월11일 17시06분
  • 최종수정 2019년09월11일 21시14분

작성자

  • 이상일
  • 국가미래연구원 연구위원, 단국대 석좌교수, 前 국회의원, 前 중앙일보 정치부장·논설위원

메타정보

본문

 “넓은 원(圓)을 그리며 나는 살아 가네 / 그 원은 세상 속에서 점점 넓어져 가네 / 나는 아마도 마지막 원을 완성하지 못할 것이지만 / 그 일에 내 온 존재를 바친다네 ”

 체코 프라하 태생인 시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는 시 ‘넓어지는 원’(류시화 옮김)에서 삶의 원을 키우면서 인생을 풍부하게 만들라고 노래했지만 이 나라를 맡은 문재인 대통령은 국정운영의 원을 갈수록 좁게 그리고 있다. ‘문재인의 원’엔 편협과 옹졸, 오기와 오만, 몰염치와 비이성이 가득 차 있다. 국민의 분열과 갈등을 키우고 국력을 소모하는 축소지향의 작은 원을 그리는 일에 문 대통령은 ‘온 존재’를 바치고 있다. 릴케는 생의 마지막까지 초심(初心)을 유지하기 위해 온 존재를 바친다고 했는데 문 대통령은 2년 4개월 전의 초심조차 깡그리 잊어버렸음을 스스로의 언행으로 증명하고 있다. 

 

 2년 4개월 전의 초심 망각한 문 대통령

 

 “오늘부터 저는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습니다. 저를 지지하지 않은 국민 한 분 한 분도 저의 국민이고, 우리의 국민으로 섬기겠습니다. 저는 감히 약속드립니다. 2017년 5월 10일, 이날은 진정한 국민통합이 시작되는 날로 역사에 기록될 겁니다.”

 “분열과 갈등의 정치도 바꾸겠습니다. 보수와 진보의 갈등은 끝나야 합니다. 야당은 국정운영의 동반자입니다. 대화를 정례화하고 수시로 만나겠습니다.”

 “전국적으로 고르게 인사를 등용하겠습니다. 능력과 적재적소를 인사의 대원칙으로 삼겠습니다. 저에 대한 지지 여부와 상관없이 유능한 인재를 삼고초려 해 일을 맡기겠습니다.”

 “문재인과 더불어민주당 정부에서 기회는 평등할 것입니다. 과정은 공정할 것입니다.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

 대통령에 취임하면서 국민 앞에 이렇게 밝힌 ‘문재인의 다짐’은 허구였으며, 그가 말하는 공정과 정의는 거짓이었음이 조국(曺國) 법무장관 임명 강행으로 확인됐다. ‘노(No) 조국'이 압도적 민심임에도 ’조국=개혁성이 강한 인사‘라는 등의 억지와 궤변으로 ’조국 반대‘ 민심을 ’반개혁‘으로 깎아내린 문 대통령의 태도는 국민 멸시이고, 국민에 대한 정면도전이다. 야당에서 “민주주의는 사망했다. 국민저항권을 행사하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대학생들이 “광화문에서 촛불을 들자”고 하는 것도 이런 인식에서일 것이다.  

 

문 대통령의 조국 장관 임명 강행은 최악의 수

 

 문 대통령의 조 씨 임명은 나라에도, 민주당에도, 대통령 자신에게도 전혀 보탬이 되지 않는 일이다. 조 씨 때문에 정기국회가 파행하고 정치다운 정치는 사라질 판이니 이 나라에 무슨 득이 되겠는가. ‘사법개혁(개혁인지 개악인지 따져볼 일)’을 위해 조 씨를 임명했다고 하는 데 국회에서 야당의 협조로 완결해야 할 그 작업이 조 씨 때문에 더 어렵게 됐으니 미련해도 이런 미련한 결정이 있는가. 

 조 씨에 대한 인사청문회 진행과 문 대통령의 임명 강행 과정에서 드러난 민주당의 형편없는 진영논리와 이중 잣대, 민심과 어긋나는 행동은 여당이 청와대의 하수인일 뿐 국민과 소통하고 동행하는 정당이 아님을 확인케 했으니 조 씨 비호에 온 존재를 바친 민주당의 실(失) 또한 크다. 

 문 대통령은 ‘내 편은 뭐든 오케이’라는 진영논리의 노예나 다름없는 맹목적 지지층만 바라보는 최악의 수를 뒀다. 그런 그의 결정은 상식과 양식(良識)을 중시하는 국민의 분노를 초래했다. “대통령이 국민을 개, 돼지로 아는 것 아니냐”, “국민이 위임한 대통령의 권한을 이렇게 멋대로 행사해도 되느냐. 문재인이 더 나쁜 사람이다”는 등의 불만과 비난을 대통령 스스로 초래했으니 어리석어도 보통 어리석은 게 아니다. 

 

 위선의 대명사 조국에겐 책임윤리도 없어

 

 조 씨의 위선과 표리부동은 국민에게 큰 충격을 줬다. 말과 글로 개혁과 공정, 정의를 그럴싸하게 주장했던 그가 가족 차원에서 누린 각종 특권과 특혜는 제도와 법의 허점을 이용하고, 반칙도 동원한 결과였음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보통사람들로선 꿈도 못 꿀 정도로 크고 많은 혜택이 ‘조국 가족’에 집중됐고, 그것이 매우 부도덕하고 불공정한 방식으로 주어진 걸 확인한 다수의 국민은 배신감에 치를 떨고 있다. 

 서울대 교수실에서 쓰던 중고 PC조차 집으로 가져가서 사용했다고 하는 조 씨의 행동은 법을 가르치는 교수가 제 정신이라면 결코 할 수 없는 치사하고 졸렬한 것이다. 재산 56억 원의 거부인 조 씨가 공공기관에 적용되는 물품관리법을 위반하고 대학 소유인 PC까지 개인재산처럼 썼다는 사실은 딸의 의대 논문 제1저자 등록, 서울대와 부산대 의전원 장학금 싹쓸이, 동양대 총장 표창장 위조, 대형 비리게이트일 가능성이 큰 ‘조국 가족 펀드’ 문제 등 다른 의혹과 비리 혐의 때문에 가려졌지만 ‘말 따로 행동 따로’인 조 씨의 탐욕이 어느 정도인지 엿볼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청와대 민정수석에서 물러난 뒤 장관 후보에 지명될 줄 뻔히 알면서도 서울대에 복직, 아무 일도 하지 않고 1000만 원 가량의 급여를 태연스럽게 받은 그런 탐욕의 소유자가 조국이다.

 조 씨는 쏟아지는 각종 의혹으로 지탄여론이 비등하자 “국민께 송구하다”는 말을 여러 차례 했다. 하지만 그가 진실로 참회했다고 볼 순 없다. ‘국민의 신뢰를 이미 상실한 만큼 장관을 할 면목도 없고 자격도 없다’며 스스로 물러나는 책임윤리를 실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조국, 범죄피의자로 전락할 수도… 집권세력 전체가 ‘조국 리스크’ 짊어져

 

 그런 그의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그는 범죄 혐의자다. 딸과 아들에 대한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텁십 증명서 허위 발급 의혹, 가족이 투자한 사모펀드 운영, 웅동학원 재산 빼돌리기 의혹 등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조 씨는 그의 아내처럼 범죄 피의자로 전락할 수도 있다. 사모펀드와 관련해 조 씨의 5촌 조카가 웰스씨앤티 대표에게 했다는 전화 녹취록은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조 씨와 조카가 말맞추기를 한 것 아니냐는 의문과 함께 조국 부부가 사모펀드 운영에 깊이 관여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갖게 하는 것이다. 검찰 수사가 진행되면 조 씨 신분이 언제든 범죄 피의자로 전환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그런 그를 대통령이 정의의 문제를 다루는 법무장관 자리에 앉힘으로써 ‘조국 리스크’를 대통령과 여당 등 집권세력 전체가 짊어지게  됐다. 조 씨가 무너지면 정권 전체가 막대한 타격을 입게 되는 위험한 구조를 대통령 스스로 만든 것이다.  

 문 대통령은 조 씨를 장관에 임명하면서 “본인이 책임 질 명백한 위법행위가 (9일) 현재로선 확인되지 않았는데 의혹만으로 임명하지 않으면 나쁜 선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정권 2년 4개월 동안 자신사퇴 형식 등으로 낙마한 장관·차관 후보자가 10명이 넘고 그들은 대부분 의혹만으로 물러났다. 도덕적 흠결과 비판 여론 때문에 그만 둔 것이지 불법성이 확인되어서 하차한 게 아니다. 그런 그들에겐 같은 잣대를 들이대지 않은 대통령이 조 씨 임명을 밀어붙이면서 ‘나쁜 선례’ 운운하는 것은 초라한 변명에 불과하다. 

 조 씨의 위법행위는 향후 검찰 수사과정에서 드러날 수도 있다. 문 대통령은 ‘조국을 건드리지 말라’는 사인이나 수사 가이드라인을 검찰에 주려는 의도에서 ‘현재로선 위법행위가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국민과 언론이 검찰 수사를 주시하고 있다는 걸 간과해선 안 된다. 검찰이 대통령과 법무장관의 눈치를 보며 적당히 수사하는 것처럼 보일 때 국민은 더욱 더 분노할 것이고, 결국엔 특검 수사가 시작될 것이다. 

 조 씨의 범죄혐의가 확인된다면 대통령은 그를 자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조씨 아내의 불법과 부정이 명확하다는 검찰 수사결과가 나올 경우 대통령이 ‘아내는 아내일 뿐 남편과는 무관하다’며 선을 긋고 버틸 수 있을지 의문이다. 아직은 가정(假定)의 영역에 해당하지만 검찰 수사결과에 따라 조 씨를 경질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얼마든지 전개될 수 있다. 이때엔 민심에 역행하는 결정을 한 문 대통령은 뭇매를 맞게 될 것이다.  대통령이 자처해서 이런 ‘리스크(위험)’를 떠안았으니 대통령의 판단력이 고장 난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다.

 

대통령의 민심 배반으로 한국당·바른미래 손잡아…보수통합, 보수중도 대통합 길 열려

 

 ‘조국 사태’로 대통령의 국정운영이 독선적이고 일방적임이 다시 한 번 확인됐다.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전면적 총력투쟁에 돌입했다. 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가 기민하게 손을 잡았고, 데면데면했던 양당엔 연대의 고리가 생겼다. 바른미래당 유승민 전 대표도 한국당과 함께 투쟁을 하겠다고 했고, 독일에 있는 바른미래당의 안철수 전 대표도 힘을 보탤지 모른다. 양당은 검찰 수사와 별도로 국회 국정조사권을 발동해 ‘조국 일가 의혹’을 규명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조 씨 해임건의안을 국회에 제출하는 문제도 검토하고 있다. 

 민주당이 정의당(조국 사태 전개과정에서 ‘정의’와는 딴판인 정의당의 정략성도 확인됐다) 등 ‘위성정당’과 함께 두 야당의 투쟁에 맞서겠지만 검찰 수사 상황에 따라 형세는 달라질 수 있다. 조 씨 아내의 범죄혐의가 한층 명확해 지고, 조 씨의 범죄혐의도 드러난다면 국민의 분노는 더욱 더 분출할 것이고, 여당도 국정조사를 마냥 거부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런 상황이 전개된다면 조 씨 해임건의안이 국회에서 처리되기도 전에 조 씨는 물러나고, 대통령은 레임덕(권력누수)의 늪에 빠지는 일이 현실화할 수도 있다. 

 이 같은 시나리오가 실제로 벌어질 것인지 지켜봐야겠지만 대통령의 무리수로 보수세력은 통합의 동력을 갖게 됐다. 검찰 수사 결과와 그로 인한 정치적 파장에 따라선 보수와 중도가 결합하는 대통합의 길도 열릴 수 있다. 통합이 어떤 강도, 어떤 형태로 이뤄질지 예단하긴 어렵지만 ‘조국 사태’가 그 계기를 마련해 준 것만은 틀림없어 보인다. 

 

 야권통합으로 내년 선거구도 바뀌면 민주당 패배할 수도

 

 대통령과 여권은 국회 패스트트랙에 태운 준연동형제 선거법안(미니 정당에 유리한 법안)을 처리해서 ‘좌파연대 우파분열’의 선거 구도를 만들려는 속셈을 갖고 있다. 그런 복안이 조 씨 때문에 틀어질지 모른다. ‘조 씨 지키기’에 모든 걸 걸다시피 한 대통령과 민주당 때문에 보수통합의 동력이 생기고, 그 파워가 커질 수 있어서다. 

 민심과의 대결을 택한 대통령의 오만한 결정이 보수중도 단일대오 형성의 반작용을 낳는다면 내년 4월의 총선 분위기는 달라질 것이다. “우리가 죽을 쒀도 괜찮다. 한국당은 변하지 않고 있고, 바른미래당은 콩가루 정당이다. 우리가 야당을 잘 만났다”며 느긋해 하던 민주당이 야권통합으로 선거구도가 달라지고, 정권심판론까지 통할 경우 선거에서 큰 낭패를 볼 수도 있다. 민주당이 패배할 경우 문 대통령이 입게 될 타격은 글로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일 것이다. 

 마키아벨리는 “국민의 미움을 사는 지도자는 위태롭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그 위태로운 길로 들어섰다.  <ifs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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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9년09월11일 17시06분
  • 최종수정 2019년09월11일 21시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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