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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관계 악화가 우리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과 전망’-GFIN 긴급좌담회 내용을 중심으로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19년07월22일 17시00분
  • 최종수정 2019년07월22일 12시40분

작성자

  • 최성환
  • 고려대학교 경제학과 객원교수

메타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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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GFIN(경제금융협력연구위원회)은 지난7월15일 ‘한일관계 악화가 우리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과 전망’을 주제로 긴급 좌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좌담회는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GFIN 이사장)의 사회로, ▲신원정 전무(삼성증권 IB부문 부문장) ▲ 이병욱 선임연구위원(한국금융연구원) ▲ 주영근 전무(한국투자증권 국제본부장) ▲ 최상욱 부장(한화생명 IR팀) ▲ 최성환 객원교수(고려대 경제학과) 등 6명이 참여해 한·일갈등 해법과 금융시장 대책 등에 관해 논의했다. 다음은 이날 좌담회의 내용을 요약한 것으로 최성환 교수가 대표 집필한 것이다.<편집자>

 

현재로서 한일 관계 악화, 특히 수출규제가 우리 금융 및 자본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그러나 국내 경제상황이 미·중 무역전쟁과 최저임금 등 국내외 환경이 좋지 않은 상황인데다 산업별로 보더라도 성장동력이 될 만한 산업이 거의 없는 국면에서 한일관계 악화는 안 좋은 시기에 발생한 영향력이 큰 악재라고 할 수 있다. 이는 만약 국제신용평가사들이 우리나라의 국가신용등급을 낮추거나 부정적 전망을 내놓을 경우 금융 및 자본시장에도 악영향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우선 각 연구소와 증권사들은 일본이 조치한 소재수출제한으로 인해  반도체 등 주요 산업과 업종별로 미치는 영향에 대한 파악이 거의 마무리되고 있지만 우울한 전망이 지배적이다. 한국경제연구원 등의 분석에 따르면 우리 경제가 올해 4분기부터 악영향을 받으면서 올해 성장률이 2%를 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해지고 있으며 내년 전망은 더 나빠질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의견이다.

 

사실 일본의 수출(무역)규제는 경제논리가 아니라 정치논리에 의한 것으로 볼 수 있지만 일본 재무성이 나서서 금융 쪽으로 압박을 가할 경우 우리 주식 및 채권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적지 않을 것임은 불을 보듯 빤한 일이다. 현재 일본 자금이 우리 주식시장과 채권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2.3%, 1.3%로 낮은 편이다. 그러나 이 중 일본 연기금의 비중이 각각 60%와 90%정도여서 일본 정부의 영향력 하에 있다고 보면 일본계 자금의 한계적 움직임이 시장에 적잖은 파급력을 가져올 수 있음에 유의해야 할 것이다. 

 

 우리 기업의 총 차입금 중 일본계 은행의 비중이 18%대에 이른다. 우리나라 은행의 총 차입금 중 일본계 은행의 비중은 4~5%대로 그다지 높지 않은 편이고, 또 대체가능한 경우가 많아 큰 문제로 대두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번 사태를 외교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지만 외교적 해결 가능성은 매우 낮은 것이 현실이다. 서로의 극단적 대립으로 양국 간 신뢰가 크게 훼손된 상황인데다 외교라인이 가동되기가 쉽지않은 상황이다. 따라서 외교적 해법이라면 양국 정상이 만나서 대승적으로 풀어야 할 사안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이미 알려진 사실이지만 지난 6월말 오사카 G20에서 우리 쪽에서 일본에게 정상회담을 요청했으나 일본으로부터 퇴짜를 맞았다. 그 이유는 아베총리로서는 문재인대통령이 뭔가 양보하지 않으면 25일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알려지고 있다.  

 

어찌 보면 미국이 1985년 일본에게 엔화평가 절상을 내용으로하는 플라자 합의를 강요한 것처럼 이번에는 일본(아베 총리)이 우리나라에게 항복(?)을 강요하고 있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먼 산의 불 보듯 하고 있다. 최근들어 다소 변화된 분위기는 감지되고 있지만, 일본의 수출규제조치에 대해 아베총리와 트럼프 대통령 사이에 사전 교감 또는 합의가 있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일 관계 악화로 중국이 어부지리(漁父之利)할 경우를 우려하기는 하겠지만 무엇보다 미국의 득실을 따질 것이며 특히 반도체분야에서 미국 기업들이 얻을 게 있다면 트럼프대통령은 굳이 한일 관계에 끼어들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일본의 아베총리는 미중 무역전쟁의 와중에서 아시아에서의 일본의 위상을 제대로 세워보려는 속셈을 가지고 있는데 아베총리의 이 같은 행보에 대해 일본국민들은 50%가 넘는 지지율로 밀어주고 있는 것이 지금의 현상이다.

 

이런 사실들을 종합해 보면 현재로서는 한일 관계 악화가 우리 금융 및 자본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는 것으로 분석해 볼 수 있다. 그러나 일본이 반도체를 넘어 화이트 리스트에서 우리나라를 배제하는 등 전방위적으로 수출규제를 확대하는 경우와 일본 정부가 나서서 일본의 연기금까지 동원할 경우 우리 금융 및 자본시장에의 파급력은 커질 수밖에 없다. 특히 그로 인해 우리 주식 및 채권시장에서 일부 일본 자금이 빠져나가면서 원화 환율이 상승할 경우 전반적인 자금유출을 가속화시킬 가능성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일본 아베총리는 자민당 당헌의 개정을 통해 얻은 3연임의 임기(2018년 9월~2021년 9월)를 시작한 마당에 한·일 무역전쟁에서 물러나거나 양보할 여지가 없는 상황이다. 또한 한국이 안보협력 등에서 미덥지 못하다면서 자위대의 군대화(軍隊化)를 꾀하고 있는 가운데 징용배상으로 일본 기업들이 피해를 볼 수 있는 상황이므로 이번 기회에 한국과의 과거사를 완전히 해결하려고 나설 것이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한국이 경제와 기술면에서 일본의 턱밑까지 쫒아온 것도 일반 일본국민들에게는 자존심 상하는 일로 이는 일본정부의 대한(對韓) 수출규제에 대한 지지로 나타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현실은 해결보다는 대결의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 걱정스럽다. 청와대와 여당 내에서는 내년 총선을 위해 우리가 일본에게 양보를 해야 한다는 온건파보다는 대일 항전 또는 심지어 죽창 들고 나가 싸우자는 식의 강경파가 득세하고 있다.  외교적 수사를 통한 해결은 한일 양국 모두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어서 사태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 

 

미중 무역전쟁과 플라자 합의 등에서 보았던 것처럼 상대적으로 국력이 약한 쪽이 무역과 외환 등 경제전쟁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다. 이 같은 경험에 비춰볼 때 상황이 더 장기화되면서 악화될 경우를 대비해 모니터링TF를 가동하는 동시에 국가 및 기업차원에서 컨틴전시플랜을 짜는 등의 대비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ifs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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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9년07월22일 17시00분
  • 최종수정 2019년07월22일 12시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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