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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망디와 ‘자유를 위한 희생’ 기억하기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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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9년07월17일 17시00분
  • 최종수정 2019년08월16일 16시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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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르망디’라는 단어를 보면 나는 초점이 흔들린 상륙작전 전장의 사진이 떠오른다. 그리고 그 사진을 찍은 로버트 카파라는 종군 사진기자가 생각난다.

로버트 카파는 “만약 당신이 사진이 충분하게 만족스럽지 않다면, 당신은 충분히 가까이 다가가지 않은 것이다 (If your photographs aren't good enough, you're not close enough)"라는 말을 한 포토저널리스트다. 

 

그는 시대의 결정적인 순간들을 사진으로 남기기 위해 생명의 위험을 무릅썼다. 스페인내전, 중일전쟁에 이어 제2차 세계대전에도 종군했다.

1944년 6월 6일의 노르망디 상륙작전. 성공 여부도 불투명했던 상황에서 카파는 군인들과 함께 상륙정을 탔고, 독일군의 총탄이 빗발치던 노르망디의 오마하 해변에 상륙했다. 상륙정에서 내렸지만 해안가까지는 100여 미터가 남아있었고, 차가운 바닷물을 헤치고 전진해야 했다. 초점이 흔들린, 오마하 해변에 상륙하는 미군들의 사진은 그렇게 만들어졌다.

 

카파는 자신이 쓴 책('그때 카파의 손은 떨리고 있었다’)에서 그날을 이렇게 묘사했다. 

“주정(舟艇)에서 내린 군인들은 물을 헤치며 나아갔다…. 바닷물은 너무 차가웠고, 해안까지의 거리는 아직 100미터 이상 남아있었다. 내 주위로 총탄이 날아들어 물을 튀겼다. 나는 제일 가까운 철제 장애물을 향해 내달렸다. 병사 한 명도 나와 동시에 그 장애물 뒤로 뛰어들었다….

나는 썩 내키지 않았지만 내가 숨은 강철기둥에서 벗어나려고 여러 번 시도했다. 그러나 그때마다 적의 총탄이 나를 쫓아왔다. 약 50미터 전방에 반쯤 불탄 수륙양용장갑차 한 대가 수면 위로 삐져나와 있었다.”

 

미군은 오마하 해변과 유타 해변을 맡았다. 절벽 위에서 독일군이 총탄을 퍼붓는 가운데 그날 하루 오마하 해변에서만 2천여 명의 군인이 목숨을 잃었다. 

 

노르망디 상륙작전은 미군 7만3천여 명을 포함, 영국, 캐나다 등 연합국 장병 약 16만 명이 참가해 제2차 세계대전에서 자유세계인 연합군이 전체주의 세력인 나치 독일을 무너뜨리고 승리하는 계기가 됐다. 6월 6일 연합군의 사상자는 전사 4천414명을 포함해 1만 명이 넘었다. 

 

# 얼마 전 TV를 켰는데 화면에 '디데이'(D-DAY)라는 단어가 보였다. 디데이는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의미하는 단어. 6월 6일 노르망디 상륙작전 75주년 기념일이었던 거다. CNN이 프랑스 노르망디에서 열리고 있는 참전용사 추모식을 중계하고 있었다.

미국, 영국, 프랑스, 캐나다 등 주요 참전국 정상들이 전날인 6월 5일 노르망디 상륙작전의 출항지였던 영국 남부 포츠머스에서 기념식을 갖고, 6일 프랑스 북부 노르망디의 상륙현장으로 이동해 참전용사들을 추모하고 있었다.

 

화면에는 75년 전 오마하 해안에서 독일군의 총탄 속에서 전진했던 90세가 넘은 노병 60여 명의 모습이 보였다. 앉아 있는 그들을 보며 트럼프 미 대통령이 감사 연설을 했다. 대통령은 노병 몇 명의 스토리를 이야기했다. 그 중에 레이 램버트도 있었다.

23세에 노르망디 해변에 상륙했고, 이제 98세의 나이로 다시 그 해변의 미군 묘역에 온 레이. 트럼프는 그를 소개하고 이렇게 말했다. "레이, 자유세계가 당신에게 경의를 표합니다." 그리고 노병에게 다가가 껴안았다. 

 

 미국 대통령은 또 수많은 전사자를 낸 오마하 해변이 내려다보이는 미군 묘역을 바라보며 프랑스 국민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프랑스 국민들은 전국에서 옵니다. 무릎을 꿇고, 기도하고, 헌화하고, 결코 잊지 않습니다.” 

이 미군 묘지에는 9천388명이 잠들어 있다. 그리고 트럼프의 말대로 그 묘들은 모두 프랑스 가정과 ‘양자결연’(adoption)이 되어 있다. 화면이 묘역을 비추자 부모와 함께 와서 헌화하고 놀고 있던 어린 아이가 미소 지으며 박수를 쳤다. 

 

메이 영국 총리와 트뤼도 캐나다 총리도 자국의 병사들이 산화했던 해변에서 기념식을 거행했다. CNN의 중계방송은 길게 이어졌지만, 나는 화면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평소 트럼프에 매우 비판적인 CNN도 트럼프의 연설에 대해 최고였다고, 대통령다웠다고 높게 평가했다. 

 

# 지난 6월 25일은 한국전쟁 발발 69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6월 6일은 현충일이었다. 그런데 6.25가 우리 사회에서는 조금씩 잊혀 가는듯한 느낌이다. CNN은 물론 NBC 등 미국의 방송사들이 대대적으로 노르망디 상륙작전 75주년 기념식을 방영하고 추모하는 것을 보아서인지 아쉬움이 더 크다.

 

내년인 2020년 9월 15일은 인천상륙작전 70주년이 되는 날이다. 노르망디 상륙작전과 마찬가지로, 열세에 몰렸던 전세를 역전시킨 계기가 되었고 ‘자유’라는 가치를 수호한 우리 현대사에 의미가 큰 상륙작전이었다. 

내년의 70주년에서는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거국적으로 미국, 영국, 캐나다 등에서 와 인천 앞바다에 상륙했던 7만 명의 유엔 참전용사들에게 감사를 표하고 그 의미를 되새겼으면 한다. 생존해 있는 분들을 그날의 현장 인천 해변에 모시고 "자유 대한민국이 당신에게 경의를 표합니다."라고 우리의 마음을 전하면 좋겠다. CNN에서 보았던 노르망디 75주년 기념식처럼 말이다.

 

‘자유’라는 소중한 가치를 누리려면 자유를 위한 희생을 기억하고 감사해야 한다. <ifs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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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9년07월17일 17시00분
  • 최종수정 2019년08월16일 16시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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