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려있는 정책플랫폼 |
국가미래연구원은 폭 넓은 주제를 깊은 통찰력으로 다룹니다

※ 여기에 실린 글은 필자 개인의 의견이며 국가미래연구원(IFS)의 공식입장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한·일통상 갈등, 어떻게 풀어야 하나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19년07월15일 17시05분
  • 최종수정 2019년07월15일 13시47분

작성자

  • 이종윤
  • 한국외국어대학교 명예교수

메타정보

  • 12

본문

 최근 일본이 적성국가 간에나 있을법한 반도체 소재 등 3개 품목의 대한 수출규제 조치를 발표함으로써 한·일간에 심각한 통상마찰이 야기되고 있다. 더욱이 사태진전에 따라서는 수출규제 품목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대일 수입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로서는 심각한 도전으로, 합리적이고도 신속한 대처가 요망된다.

 

 한·일 무역구조의 특수성과 대한(對韓) 금수조치의 의미

 

 1960년대 이후 한국은 대외지향적 경제정책을 적극 추진함으로써 1970년대에 이르면서 무역의존도가 극히 높아졌고 한국경제는 사실상 국제분업 구조에 편입된 형태로 발전한다. 이러한 전개 과정에서 한국은 일본경제를 사실상 외부경제로 활용하여 산업구조를 고도화시켜 왔다. 

경제발전의 초기단계에는 일본의 기자재·원자재를 투입하여 섬유류 등 경공업을 국내대체화·수출산업화 했고, 1970년대 중화학공업화의 추진에 있어서도 조립부문부터 국내대체화 시키고, 거기에 투입되는 부품류 및 생산설비는 쉽게 일본으로부터 수입했다. 

거기에 그치지 않고 반도체, 로봇, 탄소섬유 등 첨단산업의 육성에 있어서도 일본경제 의존적 국내대체화와 수출화를 추진해 왔다. 이와 같이 일본경제를 외부경제로 활용하는 발전방식은 한국경제를 빠르게 성장시키는데 기여한 반면 일본경제 의존성을 심화시켰다. 

 

 빠른 산업구조 고도화와 더불어 적지 않은 범용성 산업에 있어서는 생산재 및 핵심부품류의 국내대체화를 실현했으나 앞서 지적한 첨단제품류의 생산에 있어서는 여전히 생산재, 핵심부품류 및 소재 등에 있어서 높은 일본 의존성을 벗어나지 못하여 연 200억달러 이상의 대일(對日)무역적자를 발생시키고 있다. 일본제품은, 자원을 절약하고 생산과정에 고도의 합리성을 구현하는 이른바‘모노즈쿠리’라고 불리는 고도의 생산기술을 축적시켜 생산한 것이기 때문에 일본제품의 활용은 그 만큼 한국제품의 경쟁력 강화에 기여했다. 또한 그런 만큼 대일(對日)의존성을 극복하기도 힘들었다고 하겠다.

 

  바로 이러한 한·일 통상 관계 때문에 이번 일본에 의한 대한(對韓)수출규제, 즉 스마트폰의 디스플레이 등에 사용되는 플루오린 폴리이미트, 반도체기관 제작 때 쓰이는 감광제인 리지스트, 반도체 세정에 사용되는 에칭가스(고순도 불화수소)등에 이르는 규제는 당해 한국 산업에 충격적일 수밖에 없다.

 

  왜 일본이 갑자기 그런 충격적인 조치를 취했는가에 대해서는 대체로 알려진 바와 같다. 일본으로서는 한국정부와의 합의하에 한국지배 36년간의 피해분을 청구권 자금의 지불로서 청산된 것으로 인식하고 있는데, 그 후 위안부문제 나아가서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배상 등의 요구가 제기되고 있어 한국을 더 이상 신뢰할 수 없는 국가로 규정하고, 이러한 조치를 취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러한 한·일간 역사적 갈등의 문제로 자유무역질서를 파괴하기에는 국제적 명분이 약하기 때문에 한국이 이들 일본수입품을 북한에 넘겨 북한의 군수산업에 활용됨으로써 일본의 안보가 위협받고 있다는 점을 일본이 금수조치의 명분으로 들고 있다. 다시 말하지만 이 부분은 그들의 행동이 국제적으로 이해받기 위한 필요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

 분명한 것은, 일본의 기본 입장은 한국이 청구권자금의 지불로서 일본의 대한관계가 청산된 것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한 한·일 통상 관계의 정상화는 어렵다는 것이다.

 

 한·일 통상 갈등에의 대처방법

 

  한·일 통상 갈등을 어떻게 극복해 갈 것인가를 제시함에 있어서는 무엇보다 이 문제가 한국경제의 발전이라는 관점에서 어느 정도의 중요성을 가지는가에 대한 인식을 분명히 해 두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한 인식이 명확해야 그에 걸 맞는 대응책을 수립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점에 있어서는 이미 지적한대로 반도체, 핸드폰 등 첨단제품의 수출경쟁력을 확보함에 있어서 장기적 문제는 차치하고라도 최소한 중단기적인 관점에서는 일본과의 원만한 통상관계가 극히 중요하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물론 우리보다 심각성의 정도는 떨어지지만 일본 입장에서도 대한 통상관계가 중요하기 때문에 일본산업계에서도 한·일간 통상갈등에 상당한 염려를 나타내고 있다. 이러한 인식을 토대로 한·일 통상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접근방법을 제시해보자. 

 

  양국 통상당국이 원만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는 양국 산업계를 중심으로 한국 내의 일본전문가 집단과 일본 내의 한국전문가 집단을 발족시켜 한·일 통상갈등으로 인한 통상현장의 피해를 명확히 하는 것이 급선무다. 또 이러한 인식 위에서 양국 정책당국의 쟁점의 차이를 최대한 조정해 낼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서 양국 정부의 이해를 얻는 것이 최우선되어야 할 접근방법으로 생각된다. 

 양국 민간 기업들의 현장에서의 필요성이 객관적으로 제시되면 그 중요성을 정책당국자들이 쉽게 외면하기 어려울 것이고, 조정방안 역시 양국 정책당국과 충분히 협의를 거쳐 최대공약수를 도출하는 것이기 때문에 양국 정책당국이 그 조정안을 간단히 거부하기 어려울 것이다. 한·일 양국은 대외지향적 성장정책을 추구해 왔기 때문에 공히 자유무역의 필요성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다. 따라서 정책당국으로서도 현재와 같은 갈등상태를 그대로 방치할 수 없고 따라서 최소한도의 요건만 충족되면 그 방안을 수용하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라고 하겠다. 

 

  한국이 조정방안을 수립함에 있어서 명확히 인식했으면 하는 점은 징용배상에서 얻는 이익과 대일통상 갈등이 장기화됨으로써 잃어버리는 손실의 비교이다. 징용배상을 얻어 낸다는 명분에 집착하다가 한국 첨단사업에 큰 상처를 내게 된다면 그것은 4차 산업 혁명이라는 대전환기에 자칫 국민경제에 회복하기 어려운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방법으로 해결되지 않을 때는 주요 통상국가들의 여론에 호소하는 방법이 있다. 한국으로서는 한·일 통상갈등이 빨리 극복되어야 하는 논리를 설득력 있게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본의 대한 수출규제 조치가 자유무역 질서에 어떻게 반하는가를 명확히 제시함과 동시에 특히 미국에 대해서는 이 조치의 결과가 미국이 극복하고자 하는 비(非)자유무역국가인 중국의 이익에 가장 크게 기여하게 된다는 점도 강하게 부각시킬 필요가 있을 것이다.

 

  장기적인 대책으로서는 일본으로부터의 수입을 대체할 수 있는 대체수입처를 찾는 일이다.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준비한다면 얼마든지 그 대안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 맺음말 >

 

 인접한 자유무역국가인 한·일은 협력하면 긍정적 시너지효과를 크게 높일 수 있는 반면, 서로 충돌하면 양국 모두 교역조건의 악화 등 다방면에 걸쳐 적지 않은 손실을 입을 수 있으므로 소탐대실하는 일이 없도록 노력해야겠다. 나아가서 치밀한 계획을 통해 일방적 의존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 금번의 경험이 우리에게 주는 절실한 가르침이라고 하겠다.   <ifsPOST>
12
  • 기사입력 2019년07월15일 17시05분
  • 최종수정 2019년07월15일 13시47분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