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려있는 정책플랫폼 |
국가미래연구원은 폭 넓은 주제를 깊은 통찰력으로 다룹니다

※ 여기에 실린 글은 필자 개인의 의견이며 국가미래연구원(IFS)의 공식입장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가계부채, 경기악화로 부실 위험 커졌다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19년06월27일 18시10분
  • 최종수정 2019년06월27일 18시10분

작성자

  • 이창선
  • LG경제연구원 자문위원, ifsPOST 연구위원

메타정보

본문

올해 들어 가계신용 증가율은 현저히 둔화

 

우리경제 최대 리스크 요인으로 지적되는 가계부채의 증가세가 올 들어 뚜렷하게 둔화되고 있다. 2019년 3월말 가계신용 규모는 1,540조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3.3조원 늘어난 데 불과하다. 연간 가계신용 증가 규모가 지난 2016년 139.4조원으로 정점을 보인 후 2017년 108.3조원, 2018년 85.9조원 등 점차 줄어든 데 이어 올해 들어서는 더욱 가파른 축소 추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전년대비 증가율로 보더라도 2016년 11%대까지 높아졌던 가계신용 증가율이 이후 서서히 낮아져 올해 1분기에는 4%대까지 떨어진 상태이다.

 

f75ae9eeccbe98b662ae3a54b9dc7a12_1561626
전(全)방위적 강력한 대출 규제가 증가세 억제 요인

 

가계부채 증가세가 꺾인 것은 경기부진과 부동산시장 안정으로 가계의 대출 수요가 줄어든 탓도 있지만, 주로 정책당국의 강력한 대출 규제에 기인한 것이다. 글로벌 위기 이후 가계대출에 대한 규제는 지난 2014년 경기악화와 부동산시장 침체가 이어지면서 일시적으로 완화된 것을 제외하고는 계속 강화되는 추세다. 과거 가계대출 규제는 시스템 리스크 억제 차원에서 은행을 중심으로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담보인정비율(LTV)에 대한 제한 위주로 시행되었다.

 

그럼에도 가계부채 증가세가 꺾이지 않자 비은행권에 대해서도 LTV 규제를 강화하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도입을 통해서 신용대출을 비롯한 모든 대출에 대해 규제가 도입되었다. 과거에는 담보비율이 중시되었지만, 이제는 소득을 비롯한 부채상환능력까지 상세히 고려하여 대출이 이루어지게 된 것이다. 전 방위적으로 촘촘하게 대출 규제가 시행되면서 적어도 제도권내에서는 풍선효과를 방지할 수 있게 된 것으로 보인다.

 

대출 규제와 함께 정책당국은 그 동안 가계부채의 질적 구조개선 차원에서 고정금리 및 분할상환 방식의 대출 비중을 높이기 위한 유인책과 규제를 강화해 왔다. 그 결과 고정금리 대출 비중은 2018년말 45%로 2010년의 0.5%에서 크게 높아졌다. 비거치 분할상환 대출 비중 역시 2018년말 51.6%에 달해 2010년의 6.4%보다 훨씬 높아졌다. 금리상승으로 가계의 이자 부담이 갑작스럽게 늘어나거나 만기에 대출연장 무산 또는 유동성 부족으로 대출금을 연체하게 될 리스크가 줄어든 것이다.

 

소득에 비해 여전히 빠르게 증가하는 가계부채

 

표면상 가계부채 증가세가 둔화되고는 있지만 구조적, 미시적 차원에서 가계부채의 질적 취약성은 계속 누적되고 있는 상황이다. 우선 소득에 비해 가계부채가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가 장기간 유지돼 왔다. 그 결과 가계의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신용 비율은 2007년말 122%에서 2015년말 137.2%, 올해 1분기말 158.1%로 계속 높아져 왔다. 소득 차원에서 가계의 채무상환능력이 계속 낮아져 온 것이다. 그나마 2017년말 156.3%를 기록한 이후 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의 상승 속도가 크게 줄어들어 있기는 하다.

 

여타 국가들과 비교해서도 우리나라 가계부채 증가세는 두드러진다. BIS가 집계한 43개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비영리단체 포함) 비율은 글로벌 위기 직전인 2007년말부터 2018년말 기간 동안에 6.7%p(중간값 기준) 늘어나는데 그쳤다. 특히 주요 선진국들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부채축소(Deleveraging) 과정을 거치면서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낮아지거나 큰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미국의 경우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22.3%p 낮아졌다. 반면에 우리나라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25.4%p 높아졌다. 우리나라보다 가계부채 비율이 빠르게 높아진 나라는 중국(33.8%p), 남아공(33.6%p), 노르웨이(26.0%p)에 불과하다. 2018년말 현재 우리나라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97.7%로 43개국 중에서 스위스(128.7%), 호주, 덴마크, 네덜란드, 캐나다, 노르웨이의 뒤를 이어 7번째로 높다.

가계부채가 빠르게 늘면서 원리금상환 부담도 점차 커졌다. 2018년말 우리나라 가계의 원리금상환비율(DSR, 원리금상환액/가계소득)은 2007년말 대비 1.2%p 높아졌다. BIS가 집계한 17개국 중에서 벨기에와 함께 가장 빠르게 높아진 국가에 속한다. 글로벌 위기 이후 저금리 영향으로 17개국 평균 원리금상환비율이 -1.1%p(중간값 기준) 낮아진 것과는 비교된다. 원리금상환비율도 우리나라가 상위권에 속한다. 2018년말 원리금 상환비율은 17개국 평균 7.9%(중간값 기준)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12.7%로서 6번째로 높은 국가에 속한다.

 

f75ae9eeccbe98b662ae3a54b9dc7a12_1561626

 

f75ae9eeccbe98b662ae3a54b9dc7a12_1561626
부동산 가격 급락 시 가계부채 부실 확산 우려

 

우리나라 가계부채가 가계소득보다 빠르게 늘어난 것과 달리, 가계보유자산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증가 규모가 크지 않다. 가계가 보유한 전체 자산 대비 가계부채 규모는 2017년말 17.3%에 불과하다. 2008년말의 14.9%에 비해 소폭 높아진 것이다. 가계 보유 금융자산 대비 부채 비율은 2018년말 48%로 2007년말의 46.9%보다 소폭 높아졌을 뿐이다. 증가 속도 면에서 가계부채가 가계자산에 비해 다소 빠르기는 하지만, 증가 규모 면에서는 가계자산이 가계부채보다 훨씬 크다. 그 결과 가계의 순자산과 순금융자산 규모는 같은 기간 각각 65%, 135%가 늘어났다. 우리나라 가계의 부채가 빠르게 늘어난 것은 주로 주택 등 자산 구입을 위한 목적 때문인 것으로 추정되는 데다 그동안 자산가치가 높아진 결과이다. 소득 대비로는 가계의 부채상환 부담이 커졌지만 자산 대비로는 가계의 부채상환능력이 비교적 양호한 셈이다.

 

하지만 자산 가치는 가변적이라는 데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대출을 통해 마련한 자금으로 자산을 매입한 후, 자산가격이 하락하면 가계가 부채상환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돈을 빌려 준 금융기관도 부실화되어 경제에 충격을 미칠 수 있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부동산 시장이 정책당국의 강력한 규제책으로 표면상 안정세를 보이고 있으나, 향후 주택가격 전망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는 등 불확실성이 크다. 6월 이후 서울의 일부 주택가격이 상승세로 반전한 것을 두고 부동산 시장이 재차 상승세로 전환될 것이라고 보는 의견이 있는 반면, 주택시장 약세 지속을 예상하는 주장도 있다. 분명한 것은 국내경기가 예상외로 악화될 경우 부동산 시장만 나홀로 강세를 유지할 수는 없다는 점이다. 부동산 시장이 냉각되면 과다 차입으로 주택구입에 나섰던 가계가 부실 위험에 빠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f75ae9eeccbe98b662ae3a54b9dc7a12_1561626
비은행, 기타대출의 비중이 늘면서 취약해진 가계부채의 질적 구조

 

최근 몇 년간 가계부채 중에서 은행의 대출 비중이 줄어들고 여타 비은행 금융기관의 비중이 늘어난 것은 가계의 질적 구조 악화를 반영한다는 점에서 우려된다. 2007년말에는 가계신용 중에서 은행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54.7%에 달했다. 이후 은행 대출 비중이 꾸준히 낮아져 2019년 3월말에는 46.7%로 떨어진 상태이다. 비은행 금융기관의 비중이 같은 기간 45.3%에서 53.3%로 높아진 것이다. 글로벌 위기 이후 상대적으로 저신용자가 이용하는 비은행권을 통한 고금리 가계대출이 빠르게 늘어난 것이어서 가계부채의 질적 구조가 악화된 셈이다.

가계대출 중에서 주택담보대출보다는 신용대출 위주인 기타대출이 보다 빠르게 늘어난 것도 가계부채의 질적 취약성이 커진 것을 반영한다. 지난 2007년말 가계대출 중 주택담보대출의 비중은 58.1%에 달했으나 2019년 3월말에는 52.8%로 낮아졌다. 기타대출의 비중이 같은 기간 41.9%에서 47.2%로 높아졌다. 2007년 이후 기타대출 증가율은 주택담보대출보다 몇몇 분기를 제외하고는 계속해서 높게 유지되어 왔다. 2019년 1분기에도 주택담보대출 증가율은 2.7%였지만, 기타대출 증가율은 6.0%를 나타냈다. 그 동안 시스템 리스크 완화 차원에서 주택담보대출의 건전성 제고에 보다 초점을 맞추어 대출 규제가 강화된 영향이다.

 

f75ae9eeccbe98b662ae3a54b9dc7a12_1561626
고소득 위주의 가계부채 보유 구조는 유지

 

전체적인 또는 평균적인 가계부채 상황을 살펴보는 것만으로는 가계부채의 위험성을 정확히 파악할 수 없다. 가계부채를 지닌 가구를 보다 세분하여 분석함으로써 채무상환능력이 취약한 가구가 얼마나 되는지 살피는 것이 가계부채 리스크를 파악하는데 있어 중요하다.

그 동안 높은 증가세에도 불구하고 가계부채의 위험성이 높지 않다고 봤던 주장의 근저에는 가계부채의 대부분을 중고소득층이 보유한 데 있었다. 이러한 구조는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소득 5분위별로 가계부채의 분포를 살펴보면 2018년 3월말 현재 소득이 가장 높은 5분위 가구가 전체 가계부채의 44.8%를 보유하고 있고, 그 다음으로 소득이 높은 4분위 가구가 23.9%를 차지한다. 소득 상위 4, 5분위 가구가 지닌 가계부채가 전체의 68.7%에 달하는 것이다. 소득 1분위는 4.2%에 불과하고 2분위는 10%, 3분위는 17.1%에 달한다. 2010년 2월말 기준으로 소득 4, 5분위 가구의 가계부채 비중은 71.2%에 달했다. 3분위의 비중은 14.9%였고, 1, 2분위의 비중은 각각 4.2%, 9.7%였다. 2010년과 비교하면 고소득층의 가계부채 비중이 소폭 낮아진 것이고, 저소득층의 비중은 큰 변화가 없는 셈이다. 여전히 가계부채가 대부분 상환능력이 높은 중고소득층에 의해 보유되고 있어 당장의 부실 리스크는 적어 보인다. 다만 중고소득층의 부채 보유 비중이 소폭이나마 하락하여 가계부채의 질적 구조가 악화되는 모습이다.

 

f75ae9eeccbe98b662ae3a54b9dc7a12_1561626
고령층, 빚내 부동산 구입에 나선 가구 많아 부동산 급락 리스크에 취약

 

고령자 가구가 보유한 가계부채가 급속히 늘어난 것도 가계부채 구조의 취약성을 드러내는 것이다. 가구주가 60세 이상인 고령층 가구의 가계부채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8년 3월말 기준으로 25.3%이다. 2010년 2월말의 20.4%에 비해 높아진 것이다. 고령층 가구의 가처분소득 대비 부채비율은 2018년 3월말 현재 168.1%로 2010년 2월말의 181.8%보다 낮아졌다. 그러나 전체 가구의 평균 가처분소득 대비 부채비율이 2018년 3월말 현재 161.3%인 것에 비하면 고령층 가구의 부채비율이 여전히 높은 편이다.

 선진국의 경우 소득 대비 부채비율이 젊은층에서 낮고 중장년층으로 갈수록 높아진 후 노년층에 들어서면 낮아지는 경향을 보이는 것과 확연히 다르다.

 

보유자산 대비로 보면 가계부채 비율이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우리나라도 노년층일수록 낮기는 하다. 2018년 3월말 가구주 연령 60세 이상 고령층 가구의 자산 대비 부채비율은 13.1%로 전체 평균 18.1%보다 낮다. 특히 부동산 자산 대비 부채비율은 16.7%여서 전체 평균 25.8%와 격차가 더 크다. 그러나 금융자산 대비 부채 비율은 노령층이 70.1%로 전체 평균 71.6%와 비슷하다. 최근 몇 년간 노령층 가구가 임대료 수입을 얻기 위한 목적으로 차입을 통해 주택 구입을 크게 늘린 현상을 반영하는 것이다.

그만큼 노령층 가구일수록 부동산 가격 하락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셈이다.

 

f75ae9eeccbe98b662ae3a54b9dc7a12_1561626
 

f75ae9eeccbe98b662ae3a54b9dc7a12_1561626
내수경기 악화 지속 시 자영업 대출 부실화 확대 우려

 

자영업자의 대출도 잠재적인 리스크가 계속 축적되고 있는 상태이다. 2019년 3월말 기준으로 자영업자의 대출 잔액은 624.3조원에 달한다는 것이 한국은행의 추정이다. 이 중에서 가계대출로 분류되는 규모가 223.2조원이고 개인사업자 대출로 집계된 규모가 413.3조원에 달한다. 사실상 가계대출과 유사한 성격이지만 가계대출로 집계되지 않는 자영업자 대출 규모가 2배 가까이 되는 것이다.

자영업자 대출 증가율도 낮아지는 추세이기는 하다. 2019년 1분기 중 11.2%를 기록하여 2017년, 2018년의 14.4%, 13.7%에 비해 낮아지고 있다. 부동산임대업에 대한 이자상환비율(RTI, 임대소득 /임대대출이자비용)을 중심으로 개인사업자대출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이 2018년 3월과 10월에 은행권과 비은행권에 순차적으로 도입된 영향이다. 그러나 전체 가계대출 증가율이 4%대로 떨어진 것에 비하면 자영업자 대출 증가세는 여전히 매우 높다.

 

자영업자 대출의 건전성은 아직 양호하다는 평가다. 2019년 3월말 은행의 개인사업자 대출연체율이 0.38%로 중소법인 대출연체율인 0.71%보다 낮다. 그러나 지난해 이후 개입사업자 대출 연체율이 완만한 오름세를 보이고 있는 추세다. 최근 경기 악화 상황을 반영하면 도소매 및 음식, 숙박 업종을 중심으로 개인사업자의 채무상환능력이 점차 악화될 우려가 크다.

 

f75ae9eeccbe98b662ae3a54b9dc7a12_1561626
경기활성화가 과다 가계부채 해소의 근본대책

 

과다한 가계부채가 오래 전부터 우리경제의 잠재 리스크로 꾸준히 거론되어 온 것에 비해, 그 동안 가계부채 부실 문제가 현실화되지는 않았다. 최근에는 부동산 대출을 중심으로 은행, 비은행권 모두에 대한 강력한 대출 규제로 인해 가계대출 증가세가 크게 꺾인 상황이다. 그러나 표면상 가계부채 증가세가 억눌려 있는 것일 뿐 가계부채 리스크가 완화된 것은 아니다.

그 동안 가계부채 리스크가 현실화될 요인으로 지적된 것은 금리 급등, 부동산 버블 형성 후 폭락, 경기침체에 따른 가계소득 급감 등이다. 금리 급등은 그 자체로 가계의 이자부담을 늘리거나, 부동산 가격을 급락시켜 가계부실을 야기할 요인이다. 2016년 하반기 이후 상승세를 보이던 가계대출금리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상승세를 멈추고 신규대출을 중심으로 소폭의 하락세로 반전되는 모습이다. 금리 급등에 따른 리스크는 크게 줄어든 상황이다.

 

그러나 최근 경기가 빠르게 악화되고 있어 우려된다. 사실상 금리가 조금 올라가는 위험보다는 경기악화로 인해 소득이 줄어들거나 최악의 경우 실직으로 소득원을 상실하는 경우가 가계부실 위험에 더욱 중요하다. 경기 악화가 지속될 경우 부동산 가격도 약세압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가계부실이 현실화되면 부동산가격 급락이 가속되고, 경기침체의 골이 깊어지면서 다시 가계부채 부실을 악화시키는 악순환에 빠질 우려가 있다.

대출 규제로 가계의 차입을 어렵게 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닐 것이다. 근본적으로 가계가 차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개선하는 것이 필요하다. 즉 일자리 창출을 통해 가계의 소득을 늘리고, 주거 안정 등을 통해 주택 구입 또는 생계비 마련을 위한 차입 수요가 줄어들도록 해야 할 것이다. 조기 은퇴 후 빚을 내 자영업 창업에 나설 수밖에 없는 현실을 개선하는 것도 필요하다. 가계부채 리스크를 근원적으로 완화하기 위해서는 총체적인 경제활력 회복 및 경제구조의 개선이 절실하다.  <ifsPOST>

  

10
  • 기사입력 2019년06월27일 18시10분
  • 최종수정 2019년06월27일 18시12분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