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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 시대의 주 52시간제와 일터혁신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19년06월18일 17시00분
  • 최종수정 2019년06월18일 17시00분

작성자

  • 임무송
  • 한국산업기술대학교 석좌교수

메타정보

본문

  인류의 오랜 꿈은 시간의 지배자가 되는 것이었다. 시간여행이 영화의 단골 테마로 등장하고 다양한 노화 방지 상품 광고가 홍수를 이루는 것, 요즘 밀레니엄 세대가 직장 선택기준으로 임금보다 우선시한다는 워라밸(work-life balance) 등에도 모두 ‘시간’에 대한 인간의 갈망이 투영되어 있다. 한편, 호모 라보란스(homo laborance) 인간에게 있어서 일은 단순한 생계의 원천이나 ‘시지프스의 돌’과 같은 고통스러운 숙명 이상의 것, 즉 실존적 삶의 의미와 가치 그 자체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이 시대 한국의 노동자는 하루, 1주일에 몇 시간 일할 자유가 주어져 있는가? 일하는 사람, 노동자로서의 우리는 1일 24시간, 1주, 1개월, 1년으로 구획된 시간이라는 자원을 원하는 대로 자유로이 운용할(일할) 권리가 보장되어 있는가? 대답은 ‘그렇지 않다’이다. 

 

우리나라의 근로시간제도 개요

 

   현행 근로기준법은 일하는 시간의 상한을 규제하면서 연장·휴일·야간근로 시 50% 이상의 할증임금 지급, 유급 주휴(주 1일)와 연차휴가(근속연수에 따라 15~25일) 부여 등 다양한 규제를 설정하고, 행정적 제재와 형벌을 통해 그 이행을 강제하고 있다. 임신·출산 여성이나 연소자(15~18세), 유해·위험작업에 대해서는 보다 엄격한 규제를 하는 한편, 일부 업종이나 직무에 대해서는 예외를 인정한다. 노선버스를 제외한 운송업과 보건업 등 특례업종은 노사가 합의하면 연장근로 한도 적용을 제외하고, 농림수산업 등 제1차 산업과 5인 미만 사업장, 감시(경비)·단속적(임원운전기사 등) 근로, 관리·감독업무, 기밀 취급업무에 대해서는 주 40시간과 연장근로 한도, 시간외근로 가산수당 등의 적용을 제외한다. 

 

   근로시간 규제의 기본을 이루는 것은 법정 기준근로시간이다. 일반 노동자의 근로시간은 휴게시간(4시간 근로 시 30분, 8시간 근로 시 1시간)을 제하고 1주간 40시간, 1일 8시간을 초과할 수 없고, 연장근로시간은 개별근로자가 동의한 경우 주 12시간 한도 내에서만 허용된다. 우리나라의 법정 기준근로시간은 경제사회발전과 더불어 단축되어 왔는데, 1953년 제정 근로기준법에서 1일 8시간, 1주 48시간 근로제를 채택한 이후 1989년에 1주 44시간제, 2004년 7월 1일에 1주 40시간제로 변경되었다. 

 

   그러나 산업현장에서는 사실상 1주 68시간제로 운용되는 사업장이 적지 않음에 따라 입법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어 왔다. 예컨대, 휴일근로와 연장근로를 구분하여 운용할 경우 평일 52시간(예: 월~금요일 각 8시간 + 연장근로 12시간), 휴무일(토요일)과 휴일(일요일) 각 8시간 노동으로 1주간 총 근로시간이 68시간이 됨에 따라 법정 근로시간 단축이 무의미해진다는 것이다. 또한, 휴일근로와 연장근로가 중첩될 경우 가산수당 할증율을 50%로 할지 100%로 할지를 둘러싸고 소송이 제기되고 법원의 판단도 엇갈림에 따라 불확실성을 해소할 필요도 있었다. 

 

   이에 2015년 9월 15일 ‘노동시장 구조 개선을 위한 노사정 합의’를 기초로 법 개정이 추진되었으나 노사정 합의 파기로 입법에 실패하였고, 대통령 탄핵으로 새 정부가 출범한 뒤 2018년 3월 20일에 이르러서야 1주 총근로시간의 상한을 52시간으로 명확히 제한하는 법 개정이 이루어졌다. 그러나 제도변경의 내용과 속도가 우리 산업현장이 무리 없이 적응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는 것이었다는 점에서 갈등과 논란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근로시간 제도 개편 내용과 시행 일정  

 

   주 최대근로시간 52시간으로 단축, 특례업종 축소, 관공서 공휴일 민간적용 등이 담긴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2018년 여야합의로 국회를 통과(2.28.)하고 공포(3.20.)되어 단계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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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52시간 상한제는 기업 규모와 업종에 따라 4단계로 설계되어 있다. 1단계로 300인이상 기업(특례제외업종은 올해 7월까지는 주 68시간)은 지난해 7월부터 시행되고 있는데, 고용노동부 집계에 따르면 주 52시간 준수율이 2018년 3월 58.9%에서 같은 해 12월 95.2%로 높아져 대기업은 정착단계에 들어갔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그 이면을 보면 상당수의 기업‧업종에서 탄력근로제 확대 등 제도개선을 요구하며 법 준수의 현실적인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300인 이상 기업 계도기간 종료(2019년 3월) → 300인 이상 특례제외 21개 업종 기업(2019년 7월) → 50~299인 기업(2020년 1월) 등 근로시간 단축이 본격적으로 확대 적용되는 올해부터 내년까지가 중요한데, 중소기업의 절반 이상은 시행일을 목전에 두고도 대처할 방법이 없어 손을 놓고 있다는 조사결과도 있고, 국회만 바라보던 특례제외업종 대기업들도 ‘처벌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며 체념하는 분위기이다. PC는 꺼놓았지만 실제로는 사무실, 카페, 집에서 일을 더 하는 이른바 ‘서비스 잔업’ 모습도 흔하게 관찰된다. 모두 제도와 현실의 간극이 크다는 것을 보여주는 표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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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료: 고용노동부, 고용보험DB.

 

근로시간 단축으로 일자리 50만 개 창출? 좌표설정의 오류

 

   근로시간 단축으로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접근방법은 과거 정부에서도 있었지만, 현재 여당은 2017년 대통령선거공약으로 제시하였고, 현 정부의 ‘일자리 정책 5년 로드맵’에 반영되어 2018년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근로시간 단축이 일자리 나누기(job sharing)를 통해 일자리 늘리기(job creation)로 이어지리라는 것은 지나치게 단순한 가정이고, 특히 인건비 중에서 간접노동비용의 비중이 큰 우리나라 현실에서는 ‘임금피크제로 일자리 13만 개 창출’만큼이나 현실성 없는 희망 사항이자 정치적 슬로건임을 작금의 노동시장 상황이 입증해주고 있다.    

 

   물론 근현대 노동운동 발전사는 근로시간 단축을 위한 투쟁의 여정이었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근로시간은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핵심적인 근로조건이다. 열악한 작업환경과 장시간 노동으로부터의 해방을 넘어 일과 생활이 균형을 이루는 노동의 인간화를 이룸에 있어서 근로시간 문제는 중핵적 위치를 차지한다. 국제노동기구(ILO)가 1919년 제1호 협약으로 1일 8시간 노동제를 세계적 표준으로 정착시키고, 1930년대 대공황으로 대규모 실업이 발생하자 1935년 제47호 협약으로 1주 40시간 노동제를 채택한 것이 이를 웅변해준다. 우리나라도 2011년에 ILO의 근로시간 협약을 비준한 이래 연간 실근로시간을 2,000시간 아래로 줄이는 것을 중요한 정책과제로 추진하였고, 다각적인 노력의 결과 실근로시간은 꾸준한 감소추세를 보여 왔다. 그러나 2017년까지도 2,000시간을 상회하여 OECD 최장 근로시간을 기록함에 따라 보다 강력한 조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고조되고, 급기야 대통령선거라는 정치과정을 통해 입법이 실현되기에 이르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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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근로시간 단축이 일자리 창출과 과도하게 연결되면서 일하는 방식의 혁신을 통한 생산성 향상이라는 이슈가 실종되었다는 것이다. 여기에 정치적 조급함과 대책 없는 정년 60세 연장에 버금가는 과욕이 더해져서 기업들의 역량에 비해 무리한 내용으로 법 제도 개편이 이루어졌다. 

우리나라 산업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가 근로시간은 세계 최장인데 노동생산성은 미국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최저수준이라는 것이다. 연장근로 가산수당 산정기준인 통상임금이 편법적으로 운영된 것도 이 같은 장시간노동·저생산성 체제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이었다. 물론 장시간 노동으로 인한 높은 노동재해율이나, 36개국 중 34위를 기록한 ‘일과 삶의 균형’ 지표(OECD 「Better Life Index」, ’14년) 등도 근로시간 단축의 당위성을 뒷받침하는 근거이다. 그러나 근로시간제도 개편이 부작용 없이 실근로시간 단축과 생산성 혁신으로 이어지도록 하기 위해서는 정교하면서도 종합적인 접근방법이 필요한데, 2018년 개정법은 일하는 시간을 줄이는 데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주 44시간제에서 주 40시간제로 이행한 2004년 개정법, 주 52시간 상한제를 다룬 2015년 9월 15일 노사정 합의와 2018년 개정법의 내용을 비교해보면 무엇이 문제인지 명확히 드러난다. 

 

   2004년의 경우, 주간 총 근로시간 한도는 68시간을 유지하면서 법정 근로시간만 4시간을 줄이는데도 7년에 걸쳐 6단계로 나누어 실시하였고, 연장근로 특례 인정 및 가산수당 할증률 인하, 법정휴가 축소, 탄력근로 단위기간 확대 등 다양한 보완조치를 취했다. 2015년 합의에서도 모든 사업장에 4년간 주 8시간 특별연장근로 허용, 탄력근로 단위기간 확대, 휴가 사용 운동 전개 등 다양한 연착륙 지원조치를 두기로 합의하였는데, 이는 사실 노사정 협상 과정에서 사용자뿐만 아니라 중소기업 노동조합의 현실적인 요구를 반영한 것이었다. 그러나 2018년 개정법은 시행시기를 앞당기면서 특례연장근로나 특례업종은 대폭 줄이고, 법정휴가는 늘리고 탄력근로는 검토과제로 남겼다. 근로시간 단축과 더불어 탄력화 등 일하는 방식의 개혁을 동시에 추진한 일본 사례에 비추어 보아도 매우 과격하고 편면적인 입법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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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개정법 시행 이후 현장 상황을 보면 상당히 우려스럽다. 

첫째, 과도한 근로시간 단축이 과속으로 시행됨에 따라 기업들의 비용 부담이 커지고 고용 사정은 악화되었다. 동시다발적으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 상한제, 산업안전·보건 규제 강화 등 핵심 근로조건이 급격히 고비용구조로 전환됨에 따라 중소기업은 생존을 걱정하고, 대기업도 경쟁력 약화와 노동리스크 대응에 전전긍긍하는 것이 현실이다. 기업들의 대응 양태는 형편에 따라 다양한데 비용증가를 감수하고 주 52시간제를 준수하되 인력 증원은 억제, AI로봇 등으로 대체, 해외로 탈출, 법률 무시 내지 불복종 등 전반적으로 일자리 창출과는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다.    

 

   둘째, 근로시간 단축이 대·중소기업 근로자 간 임금 격차를 확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대기업·공공부문은 노조의 교섭력과 사용자(국민)의 부담으로 이른바 ‘임금감소 없는 노동시간 단축’이 가능할 수 있겠으나, 최저임금만으로도 심각한 타격을 입은 중소기업은 임금보전 능력이 없고 정부의 보조금 효과도 미미하다. 2014년 한국노동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근로시간 단축 영향을 직접 받는 근로자(107만명)는 임금총액 대비 12.7%(월 38.8만원) 소득이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되었는데 중소기업 종사자가 65%로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일용직 등 비정규 노동자는 말 그대로 일하는 ‘시간이 돈’인 것이 현실이다. 최근 전국적인 파업 직전까지 갔다가 봉합된 버스 사태도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임금보전 문제가 핵심 쟁점이었다. 

 

   셋째, 업종·직무별 특성에 대한 고려가 미흡하여 노사가 환경과 업무량 변동 등에 신속·유연하게 대응하지 못하는 등 기업 활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IT, 건설, 정유 등 일부 특례폐지업종은 이미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으며, 특례유지업종도 11시간 연속휴식시간제에 대한 준비가 태부족하다. 장거리 출퇴근, 해외 출장 등의 경우 근로시간과 휴식시간의 경계가 불분명하여 앞으로 분쟁이 제기될 소지가 다분하다. 수많은 현장의 복잡·다양한 문제에 대하여 사전적 기준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고, 정부가 일률적으로 판단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 결국, 현장 노사가 협의하고 판단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현행법은 노사자치의 영역을 오히려 대폭 줄이고 있다.

 

   넷째, 국제적으로 유례를 찾기 어려운 형벌 조항을 그대로 두고 있는 것도 사법 조치 부담을 크게 느끼고 있는 경영계의 기업 활동을 더욱 위축시키는 요인이다. 앞으로 장시간 노동이 집중되어있는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다수의 법 위반 사례가 발생하고, 통상임금 사태에서 나타났듯이 조직 경쟁이 치열한 복수노조 사업장의 경우 근로시간 위반을 둘러싼 노노 갈등, 노사 갈등이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  

 

실근로시간 단축과 생산성 혁명을 위한 노사정의 과제

 

   2018년 통계를 보면 연간 실근로시간이 처음으로 1천시간대(1,986시간)로 진입하고 장시간 노동자 수도 대폭 감소한 것은 긍정적인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유의해야 할 것은 법 개정 효과뿐만 아니라 경기 불황 요인도 상당 부분 작용했을 것이라는 점이다. 버스의 뒤를 이어 우정노조가 파업을 예고하는 등 곳곳에서 파열음이 터져 나오고 있다. 300인 이상 특례제외업종(1,051개소, 107만 명)과 50~299인 중소기업(2만7천개소, 283만 명)이 각각 올해 7월과 내년 1월 시행을 앞두고 있고, 내년부터는 공휴일도 늘어나는 등 노동시장에 대한 충격은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라 할 수 있다.    

 

   우선 그간 지적된 문제점과 현장의 요구를 적극적으로 반영하여 노사의 부담을 덜어주는 조치가 시급하다. 현행법을 합의 처리한 여·야와 정부 모두 현 상황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2018년 개정된 법의 시행이 계도기간이라는 이름 아래 수차례 유예되고, 탄력근로 개선이 추진되는 상황 자체가 개정법의 문제점을 말해주고 있다. 

 

첫째, 무엇보다도 먼저 노사합의로 총 근로시간 한도 범위 내에서 노사가 근로시간을 유연하게 운용할 수 있는 자율성을 인정해주어야 한다. 글로벌 기준(global standard)에도 부합하고 산업의 국제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 일감은 있으나 노동력 수요가 수시로 변한다면 일하는 시간도 그에 맞추어 유연하게 조정해서 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탄력근로제 일부 보완만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이 현장의 목소리이다. ① 탄력근로 단위기간 확대 및 도입 요건 완화(상시적인 초과근로 수요 반영), ② 재량근로제 대상업무 확대(업무의 특성 반영), ③ 연장근로 특례 인가대상 및 기간 확대(예측하지 못한 일시적 업무 증가 수요 반영)가 함께 이루어져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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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근로시간 단축이 기업의 경쟁력 강화와 노동자의 고용 및 근로조건 개선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해서는 ‘고진로 전략(high road strategy)’에 입각하여 전면적인 작업장 혁신을 추진하여야 한다. 노사는 ① 개인·부서·전사 단위별 시간과 성과 관리시스템을 구축하고, ② 조직·임금·보상체계를 직무·성과 중심의 혁신촉진형으로 재편하여야 한다. 정부는 ① 노사정 공동 모니터링센터를 운영하여 현장과 소통하면서, ② 현재 ‘따로국밥’처럼 각기 진행되고 있는 스마트 팩토리, 일터혁신, 재직자 훈련, 고용보조금 지원 등 사업간 연계를 강화하고(예: 일터혁신 패키지), ③ 지역·산업의 노사가 주도하는 프로젝트형 지원방식을 도입하고, ④ 중소·중견기업의 경우 고용·임금보조금 요건 완화(추가 고용 → 고용유지) 등을 통해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노사의 부담을 덜어주는 방안을 전향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셋째, 혁신성장을 통해 4차 산업혁명의 승자가 되기 위해서는 노동법의 패러다임을 ‘국가 주도’에서 ‘노사자치’로 전환하는 개혁이 이루어져야 한다. 산업화시대의 대량생산 체제하에서는 공통의 이해관계를 가진 표준적 노동자상(像)을 전제로 획일적·경직적 규제를 행정적·사법적 제재를 통해 강제로 적용하는 것이 적합하였다. 그러나 전면적인 디지털화와 더불어 시간·장소·조직·프로세스의 유연화를 요체로 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이와 같은 규제가 타당하지 않고 실효성도 없다. 무엇보다도 일하는 방식을 ‘오래 열심히’에서 ‘유연하고 똑똑하게 효율적으로’ 일하는 것으로 바꿔야 한다. 스마트 팩토리가 되려면 일하는 사람과 일하는 방식도 스마트해져야 한다. 그 출발은 노사의 ‘시간 주권’을 보장하고, 근로시간 규제 이행확보 수단을 형벌이 아니라 경제적 제재로 전환하면서 창의와 혁신 분위기를 고취하는 것이다. 당사자가 자유로운 의사로 합의를 하였음에도 법정시간보다 일을 더 했다고 범죄로 규정하여 형벌에 처하는 것은 국제적으로 예를 찾기 어렵다. 

 

   최근 마이너스 성장, 사상 최대의 해외직접투자 등 제조업의 탈(脫)한국 움직임, 4%대 실업률과 25%대 청년 체감실업률로 상징되는 일자리 절벽의 고착화 등 한국 경제의 위기를 알리는 징후들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대내외의 여러 가지 요인들이 작용한 결과이겠으나, 노동정책도 중요한 요인임은 부정할 수 없다. 최저임금은 상황에 따라 조정이 가능하지만, 근로시간은 한번 정하면 되돌리기 어렵고 그 영향은 훨씬 크다는 점에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한 연구에 따르면 주 52시간제 시행에 따라 최대 22만 명의 일자리가 로봇으로 대체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일자리가 없으면 ILO 핵심협약도 노동존중도 무의미해진다. 정책은 내용만큼이나 타이밍과 순서도 중요함을 잊지 말아야겠다. 더 늦기 전에 근로시간 단축과 유연한 운용이 균형을 찾는 근로기준법 개정이 국회에서 이루어지고, 노사정이 힘을 모아 일하는 방식의 혁신을 통해 4차 산업혁명의 선도자가 되는 미래지향적 도전에 매진할 수 있기를 바라고 촉구한다. <ifs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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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9년06월18일 17시00분
  • 최종수정 2019년06월18일 10시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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