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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시진핑·이홍장과 G20 오사카 정상회의, 그 다음은?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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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9년06월17일 17시00분
  • 최종수정 2019년06월17일 17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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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홍장의 그림자

 

  청일전쟁(1894. 7.25~1895. 4.)에서 승리한 일본은 이등박문(伊藤博文)을 대표로 하여 패전국 청나라의 전권대신인 72세의 노정객 이홍장을 불러들여 시모노세끼에서 1895년 3월 20일부터 청일전쟁 강화회담을 시작하여 4월 17일 소위 ‘시모노세키 조약(下關條約)’을 체결했다. 이 강화조약으로 청나라는 요동반도와 타이완을 일본에 할양하고 2억 냥(兩; 일본 메이지시대 초기의 화폐단위)의 배상을 물게 되었다.

 

  오는 6월 28일과 29일에는 일본 오사카에서 G20정상회의가 열린다. 이 회의 참석하는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주석을 불러들여 자신이 제시하는 조건을 시 주석이 수락하는 것으로 양국 간의 무역전쟁을 마무리할 것을 공개적으로 요구하고 있다.(Box 영문 글 참조)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하는 미국의 조건을 시 주석이 받아들인다면, 이 ‘그림’은 마치 125년 전 청일전쟁에서 승리한 일본의 위치에 현재의 무역전쟁에서 승리한 미국이 대신하고, 따라서 이등박문의 역할을 트럼프 대통령이 재연하고, 이홍장의 역할을 시진핑 주석이 재연하는 것과 같은 역사극이 연출되는 셈이다.

 

  시진핑 주석은 124년 전 청일전쟁에 패하여 항복조약을 맺고 돌아가는 이홍장의 어두운 그림자와 중첩되는 굴욕적인 모습을 13억 중국 국민들에게 절대로 보일 수 없을 것이다. 시 주석은 이미 지난 5월 20일 1934년 10월 16일 홍군 대장정(370일, 9,600km)의 출발점이었던 역사적인  장사(長沙)에서 미국과의 패권다툼의 대장정을 선언한 바 있다.

 

시 주석이 합의할 수 없는 이유 

 

  시진핑 주석이 오사카 정상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하는 조건을 수용할 수 없는 또 다른 이유들이 있다. 

 

첫째, 최근 중국 관영언론들에 등장하는 논평의 논조가 날로 강경해지고 있어, 중국 공산당 지도부의 분위기가 대미 강경론으로 확고하게 기울고 있음을 보여 주고 있다. 이러한 여론의 흐름은 시 주석의 방침을 반영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만에 하나 시 주석이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를 수용할 경우 공산당 지도력에 심각한 손상을 입을 위험을 시사한다.

 

 둘째, 미국 국방부는 최근 발간한 ‘인도·태평양지역 전략보고서’에서 40년 만에 대만을 국가로 지칭하였으며, 최근 대만 정부의 고위 군사인사가 볼턴 안보보좌관을 백악관에서 면담한 바 있다. 이러한 일련의 동향은 중국으로서는 지난 40년간 미국이 지켜왔던 ‘하나의 중국’ 정책에 변화가 있음을 의심하기에 충분하다. 따라서 중국으로서는 미국에 유화적인 태도를 보일 상황이 아니다. 

 

셋째, 홍콩에서 발생한 100만 명의 시위사태와 이를 성원하는 미국의 반응으로 인하여 중국은 더욱 강경해졌다. 특히 홍콩 사태의 불똥이 대만의 대통령 선거로 옮겨 붙을 경우, 대만의 민족주의를 자극함으로써 사태가 더욱 어려워질 수 있어 강경한 대응을 취할 수밖에 없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무역협상에서 미국의 요구에 순응하는 타협은 정치적으로 그림이 맞지 않는다. 

 

넷째, 근본적으로 미국의 요구조건을 수용하는 것은 중국 국정의 근본인 국가자본주의의 틀을 대폭 수정하는 것과 직결되는 것이기 때문에 그간의 협상이 결렬되었으며, 이후 사태는 더욱 악화되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여러 차례 시 주석을 조롱(?)에 가까운 언급으로 자극하면서 무역협상에 대한 최후통첩을 보냈다.

 

 “It’s me right now that’s holding up the deal. And we’re going to either do a great deal with China or we’re not going to do a deal at all”

“We are expected to meet. If we do, that’s fine, and if we don’t, that’s fine. Look, from our stand point, the best deal we can have is 25 per cent on $600bn, OK?”

“The China deal is going to work out. You know why? Because of tariffs. Because now China is getting absolutely decimated by countries that are leaving China, going to other countries, including our own”.

“China is going to make a deal because they’re going to have to make deal”

           President Trump Interview with CNBC’s “Squawk Box”, 

           CNBC, “Tariffs are a beautiful thing’” Jun 10 2019.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주석이 G20 오사카 정상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하는 조건을 수용한다면, 중국은 무역전쟁의 패자가 되는 것을 시인하는 것이며, 시 주석의 지도력은 심각하게 손상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따라서 그런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갈 데까지 가는 관세전쟁

 

  이와 같이 시 주석이 트럼프 대통령과 타협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면, 트럼프 대통령의 기대와는 달리 G20 오사카정상회의는 미·중 무역전쟁을 해결하는데 거의 기대할 것이 없다. 

그렇다면 미·중 무역전쟁은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이미 트럼프 대통령은 그 해답을 제시한 바 있다. G20 오사카 정상회의에서 돌아오는 대로 남은 중국 수입품 $3,250억 상당 품목에 대하여 25% 관세를 부과할 것이며, 관세를 그 이상 높일 수도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럴 경우 중국 역시 남은 미국 수입품 $400억 상당의 수입품 품목에 대하여 관세를 인상할 것이며, 희토류 수출금지 등 조치들을 취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무역전쟁은 여기서 끝나지 않을 것이다. 미국 정부는 대 중국 수출 금지 품목의 범위를 확대하고, 이에 따라 거래금지 기업의 범위도 확대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그럴 경우 이미 중국은 예고한 바 있는 ‘신뢰할 수 없는 거래상대’리스트로 대응할 것이 분명해 보인다. 

우리의 관심은 관세전쟁보다도 ‘블랙리스트(Black List)’ 전쟁에 있다. 미국 상무부는 5월 16일 중국의 화웨이와 68개 자회사애 대한 정보통신기술 제품 공급 금지 행정명령을 발표했으며, 이에 따라 Google, MS, Qualcomm, ARM 등이 화웨이에 대한 기술사용계약을 해지하거나 거래중단을 발표했다.

 

 한편 중국 정부는 6월 4~5일 Intel, ARM, 삼성전자, 하이닉스 등 20여개의 외국기업들에게 화웨이에 대한 공급을 중단하거나 생산공장의 이전을 추진하지 말 것을 경고했다. 뿐만 아니라 미국 정부의 화웨이 대한 수출금지조치에 대응하여 중국 정부도 ‘비상업적 목적으로 중국 기업에 대하여 공급중단 또는 정당한 이익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외국 기업·개인·조직에 대해서 ‘믿을 수 없는 상대’로 낙인하는 블랙 리스트를 발표하고 보복할 것임을 밝힌 바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선택?

 

  그렇다면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는 어떻게 될 것인가? 미국 정부의 반응으로는 주한 미국대사가 공개적으로 화웨이의 5G장비 사용이 안보에 미치는 위험을 지적하고 한국 정부의 협조를 요청한 바 있다. 그러나 그 이외에 화웨이에 대한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의 부품 공급에 대한 미국 정부의 입장은 알려진 바가 없다. 그렇다고 해서 삼성전자와 하이닉스가 미국 정부가 발표한 화웨이와의 거래금지로부터 자유롭다고 볼 수는 없다.  

 

  세 가지 참고할 만한 사례가 있다. 영국의 ARM(반도체 프로세서 디자인업체)은 화웨이와의 거래 중단을 발표했다. 이유는 ARM이 프로세서 디자인에 사용하는 소프트 웨어가 미국 Cadence와  Synopsys의 독점기술이기 때문에 화웨이에 반도체 디자인 사용을 허락할 경우, 미국 정부가 금지하는 지적 재산권 침해 문제에 해당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한편 미국 상무부는 최근 화웨이의 자회사로 미국 실리콘 벨리에 진출해 있는 반도체 프로세서 업체인 HiSilicon의 위탁생산업체인 대만의 TSMC의 지적재산권 위반 여부를 조사한 바 있다. TSMC의 경우, 미국의 지적재산권에 의해 창출된 부가가치가 상품 시장가치의 25%를 미달하여 상무부 조사 후에도 화웨이에 계속 반도체를 공급할 것으로 발표했다. 반면에 일본의 Panasonic과 Hitachi는 지적재산권 문제로 인하여 대(對)중국 핵심 부품 선적을 중단한 바 있다. 

 

  따라서 일차적인 관건은 삼성전자와 하이닉스가 화웨이에 공급하는 반도체에서 미국의 지적재산권이 기여하는 부가가치의 비중이 상품 가치의 25%를 초과하는 지의 여부에 있다. 25%를 초과하는 경우는 명백한 수출 금지에 해당한다. 

 

미국이 방관할 수 없는 이유

 

  그러나 미국 지적재산권 기여도가 상품가치의 25%에 미달한다고 하더라도 삼성전자와 하이닉스가 화웨이에 반도체를 자유롭게 공급할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본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를 미국 정부가 대만의 TSMC와 같은 차원에서 대우할 지는 의문이다. 미국 정부가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의 화웨이에 대한 반도체 공급을 쉽게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반도체 공급을 묵과할 경우 미국 정부의 GVC(글로벌 공급사슬) 통제를 통해 중국의 생산과 개발 역량을 압박하는 효과가 약화될 뿐만 아니라 오히려 중국의 기술적 추격을 지원하는 효과를 방관하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중국전체 수입(2018년)의 3.2%가 한국의 반도체이다. 중국은 미국 기업의 공급 없이도 삼성전자의 반도체와 시스템 공급을 통해 상당부분을 해결할 수 있다. 이것을 미국 정부가 용인한다면, 글로벌 공급사슬을 압박하여 중국의 기술적 추격 역량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히려는 미국 정부의 전략은 스스로 허점을 방치하는 것과 같다. 25% 규정이 아니더라도 미국 정부가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를 보복할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극단적으로 삼성전자를 화웨이와 마찬가지로 공급금지 대상 기업에 추가할 수도 있다. 또는 수출을 금지할 수는 없더라도 국가안보를 이유로 미국의 새로운 지적 재산권을 더 이상 삼성전자에 공급할 수 없도록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미국 정부의 화웨이에 대한 공급금지 조치로 삼성전자는 여러 사업에 걸쳐 절호의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 우선 미국의 Micron이 화웨이에 반도체 공급을 중단함에 따라 화웨이는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에 반도체 조달을 전적으로 의존하는 것이 불가피해졌다. 한편 화웨이의 핸드폰은 ARM 아키텍쳐 기반의 어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를 사용해 왔기 때문에 ARM의 AP 공유계약 취소로 ARM의 AP를 더 이상 쓸 수 없게 되었다. 유력한 대안은  삼성전자 모바일의 AP(‘Exynosi’)을 사용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만큼 화웨이로서는 삼성전자의 도움이 절실해졌다.

 

  주목해야 할 사실은 미국 정부의 공급금지 조치로 미국 기업들이 매출 감소로 인한 막대한 불이익을 감수하면서까지 중국에 대하여 전략적 제재를 취하는 상황에서 반사적 이익이라고 하더라도 삼성전자가 미국의 전략의 효과를 감소시키는 결과를 초래하는 부품공급으로 화웨이로부터 큰 이익을 얻는 것을 방관할리는 없을 것이라는 점이다. 미국 정부와 중국 정부는 지금 패권 전쟁을 하고 있으며, 삼성전자는 패권전쟁의 와중에서 ‘편’을 선택해야 하는 입장에 놓여 있다. 어느 편이든 적을 돕는 자는 적이다. 따라서 그냥 둘 리가 없다. 

 

사드(THAAD)사태와 차원이 다른 화웨이 사태  

 

  삼성전자의 대중국 매출은 2018년 총매출의 17.7%(43조원)으로 보도된 바 있다, 만약 화웨이에 반도체 공급을 중단한다면, 그것은 화웨이 뿐만 아니라 나아가 중국 매출 전체에 심각한 감소가 발생할 가능성을 감수해야 할 것이다. 시장이냐 기술이냐의 선택에 있어서는 장기적으로는 기술을 선택하는 것이 답이다. 

우선 중국 시장이 단일 시장으로는 최대시장이지만, 나머지 82%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미국의 지적재산권의 사용이 필수적이다. 만약 미국의 지적재산권에 의존하지 않는다면, 최고의 기술경쟁력은 물론 최고의 기술개발 역량을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국의 지적재산권 사용과 중국 시장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중국 시장을 포기하고 세계시장을 선택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본다.

 그럴 경우 중국 정부는 이미 경고한 바와 같이 ‘신뢰할 수 없는 상대’의 리스트에 삼성전자를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그것은 끝이 아니라 시작일 뿐이다. 

 

  우리는 이미 2016년 7월 발생한 사드(THAAD)사태를 경험한 바가 있다. 사드사태가 발생한지 거의 3년이 되어 가고 있다. 그러나 아직 사드 보복은 완화되기는 하였으나 상당부분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화웨이 사태로 인한 보복은 어느 정도로 얼마나 오래 계속될 것인가? 다만 예상 가능한 것은 이번의 경우는 사드사태와는 차원을 달리할 것이라는 점이다. 미국과 중국 간의 패권 다툼에서 적의 편에선 선택에 대한 보복인 만큼 그 크기를 예상하기 어렵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관광은 물론 한국으로부터 수입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한국은 중국 수입의 9.6%(2018년)를 차지하는 중국의 가장 중요한 글로벌 공급사슬의 일부이다. 따라서 수입 중단은 중국에도 문제를 수반하는 만큼 일시 전면적인 수입중단은 어렵다고 하더라도 대중국 관계 전반에 심각한 한파가 몰아칠 것은 쉽게 예상할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은 가뜩이나 어려운 한국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그 영향이 아무리 크다고 할지라도 이상 살펴 본 일련의 시나리오 전개에서 우리의 선택 여지는 거의 없어 보인다. 분명한 것은 미국과 중국 간의 패권 다툼이 계속되는 한 더 이상 ‘미국으로부터 첨단기술의 도움을 받아 상품을 제조하여 중국 시장에 첨단제품들을 수출’하는 시대는 끝났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독자적인 기술 독립이 더욱 절박한 시대가 되었다. 기술추격의 시대가 끝나고, 기술축적이 절박한 시대가 왔다.

  7월 하늘에 천둥 번개가 치는 것을 누가 말릴 수 있는가? 8월의 태풍을 누가 막을 수 있는가? 9월의 가을바람을 어떻게 피할 수 있을 것인가? 정부가 고대하고 있는 경제의 ‘上低下高(상저하고)’는 날아갔다. 대신 ‘上低下苦(상저하고)’의 두꺼운 먹구름만 몰려들고 있는 것 같아 걱정이다.   <ifs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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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9년06월17일 17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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