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려있는 정책플랫폼 |
국가미래연구원은 폭 넓은 주제를 깊은 통찰력으로 다룹니다

※ 여기에 실린 글은 필자 개인의 의견이며 국가미래연구원(IFS)의 공식입장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재벌, 경영능력도 세습될 수 있을까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15년01월14일 20시45분
  • 최종수정 2016년02월26일 19시43분

작성자

  • 최정표
  • 건국대학교 교수, (전)경실련 대표

메타정보

  • 29

본문

 재벌, 경영능력도 세습될 수 있을까

 

 중소기업은 경영권을 세습하는 것이 대세다. 우리나라나 구미선진국이나 마찬가지이다. 중소기업은 대부분 가족이업이기 때문이다. 가족이 자기 돈을 출자하여 사업을 시작하고 가족들이 함께 경영하는 것이 대부분의 중소기업이다. 이런 중소기업은 완전히 팔아버리지 않는 한 대를 이어가면서 경영하는 수밖에 없다.
 그러나 대규모 기업으로 커지면 상황은 달라진다. 기업이 커지면 자본금을 가족이 모두 조달할 수 없다. 그리고 회사경영도 매우 복잡해진다. 가족이 사업 자금을 모두 조달하기도 어렵고, 경영을 총괄하기도 어려워진다면 타인 자본이 들어오기 마련이고 전문가가 경영에 참여할 수밖에 없다.
 
 세계적 기업이 될 정도로 규모가 커지면 가족의 배타적 지배는 한계에 다다른다. 그나마 창업세대에는 가족 지배가 가능할지라도 그 다음 세대는 창업세대와는 다른 상황이 도래한다.  이때 경영권은 어떻게 승계될까?
  세습이 가능하다면 세습시킬 것이 당연하다. 그런데 세습시키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우선 세습을 받을만한 유능한 가족 후계자가 있어야 한다. 그 다음은 경영권을 넘길만한 자금력이 있어야 한다. 소유 지분으로 경영권을 넘기려면 엄청난 자금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20151142045350489355ehn.png
 

 그런데 능력이 출중한 가족 후계자가 있으면 자금력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 소유지분이 없어도 경영능력만으로 승계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후손이면서 경영능력까지 출중하면 연고권까지 있으니 경영권을 승계 받는 것은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 이런 기업은 더 이상 가족 기업이 아니고 전문경영인 기업이다.

  경영 능력이 출중하면 후손이라도 당연히 경영권을 승계 받을 수 있다. 미국의 포드사나 일본의 토요다 등은 창업자의 후손들이 최고 경영권을 행사하기도 했다. 이들은 소유 지분을 통해서가 아니라 검증된 경영능력으로 최고 경영권을 행사하였다. 겉모습은 세습이었지만 실질적으로는 소유와 경영의 분리였고 전문경영인에 의한 경영권 승계였다.

 

 소유지분을 물려받아야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경영능력이 부족하다는 의미이다. 경영능력이 확실하면 소유 지분 없이도 경영권이 확보되는데 왜 그 어려운 소유 지분에 집착하겠는가. 상속세를 물고 나면 경영권을 장악할 정도의 지분을 승계 시키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그런데도 그 일에 매달리는 것은 경영능력으로는 승계가 안 되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경영 능력이 없다는 증거이다.

 

2015114204497156012891.png
 

  가족 후계자라도 경영능력을 검증 받고 인정받았다면 지분과는 상관없이 경영권을 승계 받을 수 있다. 이런 경우는 세습이라도 크게 염려될 바가 없다. 그러나 경영 능력과는 상관없이 가족이라는 이유 때문에 무조건 경영권을 승계 받아야 한다면 문제는 간단하지 않다. 능력이 부족하면 회사가 망하고 국가에 엄청난 부담을 주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경영 능력도 세습되는 것일까. 그것은 아무도 모른다. 하느님만 알 뿐이다. 조선의 왕 27명 중에서 확실하게 존경 받는 왕은 세종 대왕뿐이다. 세계 모든 왕조에서 존경 받는 왕은 손에 꼽을 정도이다. 무능한 왕들이 더 많았다. 능력은 반드시 세습되는 것이 아니라는 확실한 증거이다.

 

  능력은 세습되지 않는데 권좌가 세습된다면 귀결점은 뻔하다. 망하는 길이다. 심지어는 지주라는 부자도 오래가지 못했다. 지주는 땅문서만 가지고 있으면 저절로 소득이 생기는 공짜 부자이다. 기술혁신도 필요 없고 재무관리도, 인사관리도 필요 없다. 시간만 흐르면 소작료가 저절로 들어온다. 이런 부자도 몇 대 못가서 망한다. 승계자가 무능하고, 주색은 물론 노름과 마약에 빠져서 대지주도 망해 먹었다.

 

  세습으로는 그 조직이 결코 영원할 수 없다. 이것은 역사적 사실이다. 기업도 명품이 되기 위해서는 전문가가 운영해야 한다. 세계의 유명 기업들이 모두 그렇다. 이것이 진정한 경제 민주주의이다. 정치가 왕조에서 입헌민주주의로 바뀐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우리나라의 오만방자한 재벌 2-3세들이 과연 경영능력이 있는 것일까?   

29
  • 기사입력 2015년01월14일 20시45분
  • 최종수정 2016년02월26일 19시43분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