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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리더십 논란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15년01월05일 22시20분
  • 최종수정 2016년02월26일 19시27분

작성자

  • 이달곤
  • 前대통령비서실 정무수석, 前행정안전부 장관

메타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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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대통령의 리더십 논란
최근 청와대의 문건유출 사건을 기화로 대통령의 리더십을 비판하는 언론보도가 적지 않았다. 학자들의 견해에 기초한 것도 있었고, 가까이서 일한 사람의 평을 인용한 것도 있었으며, 심지어는 대통령의 선친을 등장시켜서 계시를 연상시키는 글도 있었다. 또 여성 리더십 일반의 부정적인 특징들을 대통령에 엎어 쓰면서 날카로운 풍자를 한 글도 있었다. 대부분  언론에서 몇 번 거론되던 대통령 리더십의 여러 문제를 인용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었지만, 비난조이거나 심지어 가학적인 것들도 적지 않았다. 
  평자들은 대통령의 리더십의 실상을 잘 알고 있는 것 같아서 흥미 있게 비교하면서 보았다. 그런데, 곧, 평자들이 대통령의 리더십 내용을 과연 얼마나 파악하고 글을 쓴 것인지, 또는 그의 리더십으로부터 어떤 영향을 직접 받았는지 등등 적잖은 의문이 생기기 시작하였다. 더하여, 평자들은 마치 훌륭한 리더십의 본질을 모두 파악한 전지전능한 위치에서 훈시적 자세로 나서고 있다는 점에 놀랐다.
 
    리더십은 생각이나 말과는 다른 것
 
   흔히 남을 비판하는 사람들은 ‘훌륭한 지도력’이라는 교과서 내용이 그대로 현실화되는 것으로 믿고 있는지 모른다. 리더십은 마음이나 말(言語)과는 다른 것이다. 그것은 사유의 영역이 아닌 현실문제의 실타래를 푸는 실행(實行)의 영역에 있기 때문이다. 말로써 ‘잘하는’ 것은 30년 이상 글을 만지거나 강의나 설교를 한 분들을 따를 수 없다. 그들은 말의 대가(大家)인 것이다. 하지만 이론가들이 자신을 훌륭한 리더라고 말하지 않는 겸손(謙遜)은, 그들이 리더십을 행사하기(exercise) 위한 전제로서의 깨달음을 얻었기 때문이지 않을까?  
 
     대통령에게 리더십을 가르친다?
 
  많은 사람들이 ‘대통령 리더십이 이렇게만 딱 바뀌면 될 텐데.....’ 하는 식의 언급을 하곤 한다. 이번 이 자리에 그 사람을 임명하는 것은 잘못되었으니 ‘이러 이러한 사람을 쓰라’고 ‘호통’치는 것에서부터, 소통을 잘 못 하니 ‘청와대 본관에서 토론식으로 회의를 해라’는 ‘충고’까지 하고 나선다. 나라 잘 만들려는 충정에서 나온 고언일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일이 단순하지 않을 것이고, 대통령 리더십이 그렇게 쉽게 바뀔 것도 아니지 않을까? 그렇다고 필자가 대통령의 리더십이 완벽하다거나, 나서서 비판을 막아 보겠다는 각오로 이 글을 쓰는 것은 아니다.
  필자도 대통령을 잘 모르고, 그의 리더십 행사과정은 깊게 체험하지도 못했다. 배가 산으로 가지 않고, 보다 유효한 대안적 논의를 하려면 좀 더 숙성된 논의가 필요하지 않을까 해서다. 대통령제를 택하고 있는 주요국 대통령들은 오랜 정치생활에 최고의 고지를 향해 국민 다수의 지지를 확보하기까지 험난한 정치경험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는 주변 인사들과 국민들에게 효과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방식을 체득하면서 리더십의 근저를 만들어 갔지 않았을까? 대통령이 된 후, 그는 그의 ‘방식’이 확실하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을 것이고, 이를 가볍게 변경시키는 것에는 여러 가지 위험이 뒤따를 수 있다는 고려도 할 것이다. 대통령은 자신은 물론이고 나라의 운명을 걸머지고, 일생의 에너지를 총 동원하면서 전인격으로 리더십을 행사하고 있는 것이다. 그의 성향과 체질에 맞는 리더십의 형태는 더욱 심화되고, 보다 넓은 범위의 주변 인사들로 전파되면서 공고화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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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격의 연장이 리더십

 

  리더십을 연구하는 사람들은 성별(gender)에 따른 연구가 많이 진척되고 있다고 한다. 여성 리더십은 남성우위의 문화에서 특이한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사회에서 여성이 대통령직에 오른 것은 역사적인 사건이다. 그리고 박대통령의 가족배경과 이력은 대단히 독특하다. 남아시아의 여성 정치지도자들도 이러한 배경을 가진 이들이 간혹 있지만, 운명적인 차원에서 접근하지 않으면 이해하기 어려운 점도 적지 않다. 그 연원을 일일이 파악하기는 어렵지만, 박 대통령 리더십 특징은 다음 3가지로 이해되고 있다.

  첫째, 이해관계나 정치적 성향에 있어서 대단히 이질적인 대중에게 간단한 메시지로 강한 호소력을 만들어 내고 있다.  어떤 여성 정치인들보다 출중한 정치 리더십이다. 정치는 동질적 집단이나 전문가 층을 대상으로 하지 않는다. 정치 리더십은 이념적 성향은 물론이고, 상충되는 이해관계, 그리고 고된 삶의 현장에서 굳어진 혼성적 지층이 겹겹이 쌓인 대중을 상대로 한다. 어떤 메시지도 아예 듣지도 않고 강력하게 반대하는 층이 다수 있는 것이 정치의 세계다. 이렇게 다지한 층을 대상으로 하는 정치리더는 간명한 언급으로 호소하지 않을 수 없다.  

  둘째, 일관된 원칙을 고수하는 리더십을 보여주고 있다. 어떤 성과를 낳을지는 논란이 적지 않겠지만, 현대 민주정치과정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자질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독일의 메르켈을 찬양하는 이가 적지 않지만, 그의 리더십은 편의주의에 기초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 관찰이다. 한국사회의 대 전환기이었던 80년대에, 보통 사람을 자처한 물(水)리더십이 유효하였다는 서구식 관찰도 있지만, 그 때문에 국가와 사회의 원칙이 무너지고, 무분별한 이익단체의 발호로 국가 경쟁력이 내려앉는 시발점이 되었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속도’가 중요하다고 믿는 한국사회에서 자칫 방심하기 쉬운 ‘방향’을 제시한다는 것은 일단 그것이 국민의 지지로 확보된 이상, 속도와는 차원이 다른 가치를 가지는 것이다. 그때그때 대중의 욕구와는 다른 경우가 적지 않아 단기적으로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5년 단임 대통령이 국민의 수임을 기초로 거버넌스의 방향을 분명히 하는 것은 책임정치의 기본이다. 

  셋째, 강단성(剛斷性)이 돋보인다. 힐러리 클린턴 후보도 마가렛 대처수상도 여성이기에 강하고 보이려고 했지 않은가?  여성으로서 강함을 보여야 하는 고충은 우리가 어찌 모를까? 흔히 여성이 보다 수평적이고 상의형(相議型) 리더십을 구사한다고 하지만 그것은 비즈니스나 사회활동의 영역에서 그럴 것이다. 정쟁의 시대에 깊이 빠진 우리 정치, 인지된 갈등이 세계적 수준인 우리 사회, 더욱 불안해지고 있는 한반도에서 대통령이 강하지 않으면 어떻게 될 것이다. 물론 강(强)하되 굳지(固) 않고, 강력하되 권위주의로부터 해리(解離)되면 얼마나 좋으랴만.....  어쨌든 위에서 언급된 3가지는 대통령의 인격(character)의 연장이고 자산(asset)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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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리의 문제가 아닌가?
 
   그렇다면 현재의 ‘난국’이라고 일컫게 된 단초라고 지적된 소위 ‘리더십 문제’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제한된 인사풀과 등용문제, 불통문제, 공약과 집권 후의 정책변화(policy change) 등이 흔히 리더십과 관련지어 거론되고 있다. 인사관리나 소통방식의 문제 그리고 정책운용은 리더십의 문제라기보다는 관리(management)의 문제라고 보면서 접근한다면 해결의 가능성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리더십은 개인이나 인간집단에 대한 영향력의 문제라면, 지금 거론되는 3가지는 국정 관리상의 문제로서 제도와 운영의 차원에서 창조적으로 접근할 때 다소의 개선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제도를 정교하게 손질하고, 제도운영에 지혜를 발휘하면 상당히 개선될 수 있다고 본다.

   또 다른 차원에서, 팔로우십(followship)을 보강하면 효과를 볼 수 있을 가능성도 보인다. 이제는 근접 비서들과 비서실에서, 또 총리실에서 인사, 소통, 정책 관리방식의 대안을 마련할 때다. 문제를 지적하는 것은 모두에게 고통을 안긴다. 하지만 대안을 만들어서 접근한다면, 리더와 팔로우 관계는 변할 수 있다. 팔로우의 막중한 역할도 지적되어야 한다. 특히 바른 말을 하는 팔로우는 진정한 팔로우십의 요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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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종수정 2016년02월26일 19시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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