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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글,술” 이 세 글자가 화근이다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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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5년06월05일 14시50분
  • 최종수정 2016년02월29일 09시36분

작성자

  • 김낙회
  • 서강대 초빙교수, 前제일기획 대표이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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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글,술” 이 세 글자가 화근이다

 

 옛말에 무릇 군자는 세 끝을 조심(君子避三端)해야 한다고 했다. 붓끝에 맞으면 필화(筆禍)요 혀끝에 맞으면 설화(舌禍)요 칼끝에 맞으면 살화(殺禍)가 되니 이를 피함으로써 몸을 지킨다는 뜻이다.한번 입 밖으로 뱉은 말은 다시 주워 담기 힘들고 글로써 발표한 것 또한 거둬들이기 힘들다. 때문에 공자께서도 말은 신중히 하라고 가르치셨다(君子欲訥於言而敏於行). 왜 행동은 빨리 하라 하시면서 말은 어눌하게 하라 하셨을까? 아마도 공자께서는 행동보다 입으로 하는 말이 훨씬 쉬운 나머지 말로 인한 화를 염려하심이 아니었을까. 따라서 말을 삼가 하고 말 한마디를 하기 전에 세 번 이상 생각하라(三思一言)고 일러 주신 것 같다.

 

 과거나 현재나 우리가 살아가면서 “말”로 인해 재앙을 면치 못하는 안타까운 모습을 수도 없이 많이 본다. 같은 말을 해도 어떤 사람에게서는 품격이 묻어 나는가 하면 어떤 사람에게서는 천박하게 들리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말에도 등급이 있고 품격이 있다고 하질 않는가.

 

 특히 요즘 세상이 각박해져서 그런지 말씨나 말투가 다분히 전투적이다. 언어가 일종의 폭력 수단이 되기도 하는데 무심코 뱉은 말이 보이지 않는 독화살이 되어 누군가의 심장에 박히면 바로 살인이 되기도 한다. 말실수로 인해 그 동안 쌓아왔던 명성이 하루 아침에 물거품이 되는 경우도 흔하게 본다. 

어느 국무총리는 자기가 한말에 꼬이기 시작하여 결국 자기가 한 말 때문에 낙마를 하고 말았다. 또한 어느 국회의원의 막말 파문으로 정치권이 지금 시끌시끌하다. 개그 콘서트의“황회장 코너”나 “막말자 코너”에서 보던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격한 감정 표현일 뿐 욕설은 하지 않았다”“뜻이 잘못 전달되었다”“전후 맥락 없이 일부만 강조되었다”는 둥 그들의 해명 또한 틀에 박혀있다. 그야말로 코미디 같은 풍경을 연출하는 정치인들을 보면서 지도자들의 품위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언격(言格)이 바로 인격(人格)이다. 그러니 기업이나 어떤 조직의 리더들이야 말로 말을 조심하고 또 조심해야 한다.왜냐하면 그가 속해 있는 조직 문화에 커다란 영향을 줄 뿐 아니라 본인의 말로 본인 뿐 아니라 본인이 속해있는 조직 전체가 상처를 입기 때문이다.

두번째로 리더가 조심해야 할 것은 “글”이다. “말”에 비하면 글로 인한 실수는 상당히 제한적이다. 그만큼 자신의 철학이나 의지를 가지고 고심하며 쓰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오적(五賊)” 시와 같이 정의구현이나 불의와 압제에 대한 저항 등이 주요 테마였다. 그래서 때로는 필화 사건으로 문인이나 언론인 또는 우국지사들이 고문 당하고 목숨까지 잃기도 했다.그런 면에서 오늘날에는 지사형 필화 사건은 보기가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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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디지털 시대가 되면서 “글” 또한 “말”못지않게, 혹은 그 이상으로 조심해야 할 이슈가 되었다. SNS사용이 늘어나면서 무심코 올린 글이 큰 화로 돌아오는 이른바 사이버 필화 현상이 확산되고 있다. 최근에 미국 뉴욕타임즈에는 “트윗 한 줄로 날아간 인생”이라는 제하의 기사가 실린 적이 있다. 미국의 인터넷 회사 IAC(Inter Active Corporation)의 홍보임원이었던 저스틴새코가 자신의 트위터에 글을 남긴지 11시간 만에 해고 된 사건이다. 남 아프리카 출장 길에 ”아프리카로 간다.에이즈는 안 걸렸으면 좋겠는데.농담이야.난 백인이거든”이라고 날린 메시지 때문이다. 정치인도 연예인도 심지어 기업에 다니는 직장인들도 이런 인터넷이나 사이버 필화에서 자유스럽지 않다. 24시간 실시간으로 누군가는 자기가 올린 글을 보고 있고 그 메시지가 리트윗 되면서 일파만파 파문을 일으킬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사이버 필화에 지쳐서 인지 아니면 개인 사생활이 너무 노출되는걸 꺼리는 풍조 때문인지 트위터 이용자수가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반면에 ‘Instagram’ 이나 ‘Linked In’ 그리고 ‘Band ‘와 같은 폐쇄형 SNS 이용자들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고 한다.

마지막으로 조심해야 할 것이 “술”이다. 신이 우리인류에게 준 선물 중에서 가장 고마운 선물 중의 하나가 술임에 틀림없다. 그런데 이 술 때문에 평생 쌓아왔던 명예나 이미지를 하루 아침에 날려버리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술에 취해 여기자 성추행사건을 일으켜 사퇴 압력을 받았던 국회의원 얘기는 고전에 속한다. 최근에 일어났던 땅콩 회항 사건이나 어느 가수의 기내 난동 사건도 결국은 술이 원인이었다. 

 

 사람이 술에 취하면 네 가지가 차례대로 풀린다는 사해(四解)란 말이 있다. 처음에는 입이 풀려 말 실수를하게 되는 해구(解口)단계, 두번째는 추녀가 양귀비로 보이는 등 이성에 대한 자제력을 잃는 해색(解色)단계, 그 다음이 세상을 원망하며 물건을 깨거나 주먹질을 하는 해원(解怨)단계, 마지막으로 인사불성이 돼 의식을 잃고 죽음 직전까지 가는 해망(解妄)단계가 이것이다. 음식을 맛있게 먹을 때나 좋은 친구들과 즐거운 자리를 만들 때 술만큼 좋은 것은 없다. 그러나 처음에는 사람이 술을 마시다,다음에는 술이 술을 마시고, 마침내 술이 사람을 마시는 단계까지 가면 결국 술로 인해 패가망신 하게 된다.적당한 술은 축복이나 과하면 독이니 이 얼마나 절제를 필요로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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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판(reputation)이 중요해진 시대다. 국가나 기업이나 개인까지도 평판 관리를 잘해야 한다.기업이 상품의 브랜드를 잘 관리하여 브랜드 가치를 높여 가듯이 개인의 브랜드 즉 자기자신의 이미지를 잘 관리하여 존경받는 리더로 성장해가야 한다.리더들의 치명적인 실수는 지나친 자신감이나 오만에서 비롯되는것을 자주 본다. 남이 틀린 것은 잘 지적 하면서 자신의 오류는 인정하지 않는 자세,남의 위에 군림하려는 선민의식이 문제다. 

오늘 나부터 조심해야겠다.“ㄹ” 받침 세 글자 “말,글.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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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5년06월05일 14시50분
  • 최종수정 2016년02월29일 09시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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