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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테크 혁명이 다가온다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15년05월25일 19시26분
  • 최종수정 2016년02월29일 09시57분

작성자

  • 국중호
  • 요코하마시립대 경제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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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핀테크 혁명이 다가온다

 

핀테크와 피노베이트

요즈음 금융(Finance)과 기술(Technology)을 융합한 분야인 핀테크(FinTech)가 크게 주목받고 있습니다. 여기에서의 기술은 정보기술(IT)을 의미합니다. 금융 혁신(innovation)분야에 특화한 세계최대규모의 핀테크 경연행사로 피노베이트(Finovate)가 있습니다. 동 행사는 2007년에 시작되어 해마다 그 규모가 확대되어 왔습니다. 샌프란시스코, 뉴욕, 런던 등을 돌아가며 연3~4회 개최될 정도로 성황을 이루고 있습니다.

 

비트코인(가상통화) 혁명

핀테크의 일은 참으로 다양합니다. 중소사업자 결제지원, 보안대책, 투자∙자산운용 지원, 비트코인(가상통화) 유통 등이 많이 등장하는 서비스입니다. 아직은 그 위력이 크게 발휘될 정도는 아니지만 핀테크 중 혁명적 힘을 내포한 분야는 비트코인일 것 입니다. 비트코인은 거래 매개수단으로서의 통화인지라 향후 전자상거래나 통화정책에 미칠 파장도 엄청날 수 있습니다. 여태껏 통화체계는 감독당국이 있어야 돌아간다고 믿어 왔습니다.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통화 유통은 감독당국 없이도 통화체계가 돌아갈 수 있음을 보여준 획기적인 일(breakthrough)입니다. 노구치 유키오(野口悠紀雄) 히도쓰바시(一橋)대 명예교수는 이를‘가상통화혁명’이라 부르고 있습니다.

인터넷 공간에는 신용하기 어려운 사람들도 많이 할거합니다. ‘그룹의 일부에 배반자가 있어 정보전달을 신뢰할 수 없을 때 어떻게 합의형성에 도달할 수 있는가’라는 문제는 컴퓨터 과학에서 골머리를 썩여왔습니다. ‘비잔틴장군의 문제(The Byzantine Generals’ Problem)’라 불리는 난제입니다. 비트코인의 유통은 비잔틴 장군의 문제를 해결한 최초의 실용적인 예입니다. 비트코인을 이용하면 환전수수료나 송금수수료가 거의 들지 않기 때문에, 기존 은행이 담당하던 환전 및 송금 업무에 크게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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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께 검토하기

일본은 종적 사회로서 아날로그 사고에 익숙해 있어 IT에서 불리하다고 흔히들 말합니다. 틀린 말은 아닙니다. 그런 일본이 핀테크에 어떻게 대응하는가를 보면, ‘함께 검토하기’와 ‘시험적 방법’이라는 두 가지가 두드러집니다. 우선,‘함께 검토하기’라 함은 미국이나 영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핀테크 붐’을 일본판으로 소화하며 함께 대응해감을 뜻합니다. 일본에서 방대한 기업정보를 보유하면서 기업활동을 종합적으로 도와주는 (주)덴츠(電通)라는 기획사가 있습니다. 덴츠의 자회사인 (주)덴츠국제정보서비스는 ‘금융혁신사업컨퍼런스(Financial Innovation Business Conference)’를 열어 핀테크 경연대회(FinPitch)의 장(場)을 마련해주고 있습니다. 

동 대회는 2012년부터 개최하기 시작하여 2015년까지 네 차례에 걸쳐 실시되었고 규모도 점점 커져 왔습니다. 핀테크 분야에서 일본 유일의 경연대회이며 벤처기업, 금융기관, 벤처캐피털, 미디어 등이 직접 교류할 수 있는 네트워킹기회로도 활용됩니다. 이처럼 일본은 핀테크 경연대회를 개최하며 ‘함께 일본을 위해 잘 해보자’는 식으로 임하고 있습니다. 2015년 2월에는 IT대기업인 라쿠텐(樂天)이 ‘라쿠텐 금융 컨퍼런스’를 대대적으로 개최하여 성공적인 대회로 이끌었습니다. 핀테크가 회오리바람을 불러올 수 있음을 동물적인 감각으로 느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시험적 방법

다음으로, 일본정부는 핀테크 중 비트코인 대응에 ‘시험적 방법’을 취하고 있습니다. 2014년2월 마운트 곡스(Mt.Gox)사가 파탄 나자, 일본에서는 ‘비트코인이란 무엇인가’,‘비트코인을 규제할 필요가 있을 것인가’에 관해 논의해 왔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자민당의 IT특명위원회가 동년 6월,금융청, 재무성, 경찰청, 소비자청, 경제산업성 등과 함께 비트코인에 관한 중간보고를 하고 있습니다. 동 위원회의 지침(guideline)에서는 비트코인의 잠재력을 고려하여 ‘특단의 규제는 필요하지 않다.’는 입장을 취합니다. 비트코인은 ‘통화도 아니요 실물도 아닌새로운 카테고리’라 하면서 ‘신비즈니스의 확대를 기대한다’라는 수준에 머물고 있습니다. 현시점에서 입법 장치는 마련하지 않고 관망하는 태도입니다.

조심성이 강한 일본정부로서는 비트코인을 이용한 자금세탁 등을 우려하면서도 비트코인 조류에 완전히 자유롭지 않을 것임을 염려하고 있습니다. 일본정부는 자신들이 직접 나서기가 꺼려지는 일이 있으면, 민간단체를 만들게 하여 돌아가는 사태를 지켜보곤 합니다. ‘비트코인의 유통에 어찌 임할 것인가’에 직면해서도 ,비트코인 관련사들로 이루어진 ‘일본 가치기록 사업자협회(JADA, Japan Authority of Digital Assets)’라는 업계단체를 만들도록 하여 대응하고 있습니다. ‘업계를 건전하게 유지하는 차원에서 어떻게 하면 좋은가를 업계 스스로가 논의해 주었으면 한다’는 ‘시험적 방법’입니다. 정부가 유도하고 민간이 따르는 방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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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테크의 무서움

경제상황이 좋지 않은 한국에서는 핀테크의 바지가랑이라도 잡고 불황탈출의 계기로 삼으려는 처절한 심정입니다. 핀테크에는 IT가 들어가 있으니 한국이 이 분야에서 강점을 발휘할지 모른다는 막연한 기대가 있는 듯합니다. 많이들 한국을 IT강국이라고 하니까요. IT가 강한 이유로 ‘빨리빨리’ 성정을 들기도 합니다. 조심해야 할 것은 양과 질의 구분입니다. 빨리 빨리는 양적인 것입니다. 20분에 하던 것을 ‘빨리빨리’ 하여 5분에 하였다면 15분이라는 시간의 양을 줄여 속도를 빨리 했다는 말이 됩니다. 핀테크에서는 질적 변화를 수반하는 속성도 강하기에, 양적 변화인 ‘빨리빨리’ 대응만으론 그 한계가 너무도 큽니다.

한국은 관(官)이 핀테크를 주도하려는 냄새가 강합니다. 민(民)은 관이 벌이는 잔치를 지켜보면서 떡고물이라도 챙기려는 마음은 없는지 모르겠습니다. ‘통제’적인 금융 시스템이나 위에서 찍어 누르는 ‘중앙집권형’의 추진은 핀테크 사고체계와는 맞지 않습니다. 핀테크는 인터넷으로 이루어지는‘수평분업’체계이기 때문입니다. 이제까지와는 질적으로 다른 사고 틀(framework)로 접근하여야 하고 실제 제도가 뒷받침 되어야 가능하다는 뜻입니다.정녕 핀테크를 장려할 요량이라면, 기득권에 금이 가고 기존 체제(패러다임)의 변혁이 올 수 있음을 각오해야 합니다. 그런 마음가짐으로 준비하지 않으면 헛발질로 끝날 수 있다는 것이, 바로 핀테크가 지니고 있는 무서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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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종수정 2016년02월29일 09시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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