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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대통령제를 손봐야 한다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15년05월11일 21시04분
  • 최종수정 2016년02월29일 10시22분

작성자

  • 이달곤
  • 前대통령비서실 정무수석, 前행정안전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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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현행 대통령제를 손봐야 한다

 

 한국의 대통령은 후보로 부상하는 과정에서 국민이 무서운 바다(물)라는 원리를 체득하고, 다른 후보와 경쟁하면서 자신을 갈고 닦는 것으로 믿어왔다. 대통령까지 되는 역정이  대통령직 수행에 필요한 역량의 연마와 인격의 수련과정으로 보아서 직선 대통령제가 의미 있다고 인식되어 왔다.

    하지만 일단 대통령이 되고 나면 제왕적(imperial)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대통령이 여야 정치인의 일거수일투족에 신경을 쓰고, 배추 값에서부터 재벌의 투자까지 만기친람(萬機親覽)한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는다. 

 

 경선과 대선과정이 국민을 갈라놓고 있다  

    사실 대통령이 되는 과정의 민낯을 보면, 당내에서도 내편과 저편을 갈라 세워야 하고, 반대당과는 사투를 벌려야 하며, 포퓰리즘에 편승하는 것쯤은 마다하지 않아야 한다. 이 과정이 사회를 파편화시킨다. 후보가 되려는 사람은 일찍부터 현직 대통령과 대결구도를 만들면서 사사건건 시비를 불러 일으켜야 한다. 대선후보 토론이라고 하지만 학생퀴즈 정도 수준이고. 기계적인 언쟁 속에서 대통령 될 사람의 철학과 리더십을 파악한다는 것은 어렵다. 엄청난 선거자금을 동원하여야 하고, 탈법 사례가 어김없이 불거져 국민의 정치불신을 증폭시킨다. 선거에서 승리하는 데 필요한 정치엔지니어링(political engineering)이 결정적 역할을 하고 선거전문가라야 대통령이 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1948년 헌법제정 이후 제2공화국 장면정부 1년 정도 내각제를 실시한 것을 제외하면 우리나라는 대통령제를 근간으로 하고 있다. 대통령제에서 몇 가지 변화를 경험했다. 직선이 간선으로 바뀌기도 하였고, 부통령제를 총리제로 바꾸었고, 중임을 허용하던 것은 단임으로 바꾸면서 4년에서 7년까지 임기를 변경시키기도 했다. 민주화 이후에는 대통령과 총리와의 관계가 제법 뜨겁게 논의되어왔다. 자연스레 책임총리라는 말이 생겼지만 구체적으로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고, 법적으로 어떻게 규정하여 제도화시킬 것인가에 대해서는 논의가 진전되지 못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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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는 사회분열의 시작이자 절정이다 

   현실적으로 우리의 대통령제는 시대적 과제인  사회통합(integration)과는 거리가 멀다. 대립적 집단을 화합시키는 사회융화(reconciliation) 차원의 활동에도 나서기 어렵다. 산업화세력 대 민주화세력, 지역대립과 세대차이로 인하여 갈라진 좌와 우의 정쟁은 더욱 심화되면서 대통령의 선거는 한판의 거대한 사회적 쟁투에 다름 아니다. 경선에서 당원의 반이 돌아서고, 대선에서 국민의 반이 돌아서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승자에 의한 정부구성의 정당성을 인정하지 않는 집단행동도 빈번하게 벌어지고 있다. 시기와 질투를 넘어서 아예 존재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단체들이 늘어나고 있다. 대통령을 비난하며 정부를 불신하는 것이 마치 유행병 같다. 이러한 상황에서 심의민주주의는 연목구어(緣木求漁)다.

 

대통령은 너무 많은 문제로 너무나 바빠 

  대통령의 시간을 지켜본 사람은 누구나 대통령이 너무 다지적인 문제로 너무 바쁘다는 사실에 동의할 것이다. 어느 하나의 사안에 오래 머물며 집중할 수 없다. 우리의 경직화된 관료제는 정책문제를 사전에 예방하거나 자율적, 창의적으로 해결하려는 의지와 에너지를 상실한 지 이미 오래되었다. 수많은 문제를 일일이 지시하여야 하고 그래도 제대로 추진이 안 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현재 대통령에게 올라오는 정책과제는 출근시간 결정에서부터 그린벨트 재조정까지는 물론이고, 서해상의 어로분쟁에서부터 북한의 핵무기 개발에 이르기까지 정말로 분류할 수도 없고 헤아릴 수도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그런데 그 어느 하나도 쉬운 것이 없다. 현안과제의 맥락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과거 정책궤적은 물론이고 당면한 선택의 기초를 이해하고 관련 사안을 낱낱이 기억하고 있어야 한다. 장관이나 수석과 긴 시간 긴밀하게 이야기를 주고받아야 제대로 파악되는 것이 대부분이다. 

 

 대통령직이 사회통합과 평화통일의 상징축이 되야 

   갈라진 남북의 현실과 21세기 초반 국제정세의 엄중함과 기민한 변화를 전략적으로 대처하려면 국민적 에너지의 집결과 사회통합의 중심축이 꼭 있어야 한다. 대통령이 그러한 자리에 서야 한다. 스승이 되기는 어려울지라도 적어도 국민 모두의 맘속에 무궁화의 상징성은 심어야 할 것이다. 동시에 사회적 성숙을 위한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정쟁을 불러오고, 정치공학에 쏠리며, 제왕적이라는 시비에서 벗어나 역사 앞에서 민족의 내일을 이야기하고 장기 전략적 조치를 강구할 수 있는 정치력을 가진 대통령직으로 탈바꿈하여야 한다. 

 

  우리 앞에 놓인 가장 중대한 도전이 무엇일까? 그것은 평화통일 일 것이다. 평화통일의 미래상은 아직도 막연하고 통일을 위한 장단기 전략이 구현되지 않는 현실이 답답하다. 한국의 통일이 독일처럼 되지는 않을 것이다. 통일이라는 중차대한 국가적 과제가 바로 대통령의 일이 되어야 한다. 그것은 한민족 전체의 통합 이라는 역사적 과제이기에 그의 직무는 외교와 국방은 물론이고 경제와 복지가 긴밀하고 체계적으로 연계되어 설계되어야 한다. 관련분야를 총괄하여 통일을 대비할 수 있어야 하고, 미국, 중국, 일본 등과의 관계 속에서 새로운 국가생존 전략에 에너지를 집중시킬 수 있는 자리로 굳어져야 한다. 다자외교의 장에서 국가위상과 국익을 효과적으로 제고할 수 있는 영향력이 큰 국제적 인물을 새로운 대통령직을 통하여 만들어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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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부하 된 대통령직,  분업이 해결책 

  과부하가 걸린 대통령직을 손봐야 한다. 대통령은 사회의 통합과 국가의 운명이 걸린 장기적 전략에 집중하고, 전문적이고 복잡한 내치의 현안들은 총리에게 일임시켜야 한다. 내치의 상당부분이 정쟁의 대상이 된 상황에서, 대통령 한 사람이 이념 대립적인 난제를 균형있게 해결하고, 사회통합과 미래 통일한국을 위한 국민적 에너지를 모아 간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노릇이다.

 

  대통령과 총리의 새로운 관계는, 책임총리제, 분권형 대통령제, 이원집정부제 등이, 그리고 극단적인 경우에는 내각제까지 검토될 수 있다. 미국의 대통령제도 그 비판의 각도는 다르지만 수명이 한계에 도달하였다는 데 동의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과거 내각제의 단점으로 보았던 정부불안 문제는 선진국의 경우 기우임이 분명해지고 있다. 현재의 대통령제에서 다른 대안 중 어느 하나로 움직일 때 역사는 그것을 제도의 진화로 평가할 것인가? 그것은 두 가지에 달렸다. 하나는 제도의 설계이고 다른 하나는 운영의 문제다. 

 

  정부구성 형태를 바꾸어서 권력구조에 변화를 주어야 한다는데 일단 합의하게 되면, 대통령과 총리의 권한과 책임의 배분에 관련된 사안이 핵심이 될 것이다. 문제는 대통령의 위상을 어디에 둘 것인가이다. 사회통합과 역사발전의 상징성을 가지게 하고 통일의 전략적 과제만을 수행한다면 그 권력적 위치는 대단히 낮아질 것이다. 하지만 외교와 국방 그리고 거시 경제와 복지 전망에 관한 역할을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 가지는가에 따라서는 실질적인 권한이 적지 않게 설계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직선을 한다면 상징성에 정치기반을 더하는 것이므로 국가 지도자로서의 위상은 충분하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총리는 실질적인 국내정책의 총괄역할을 하면서 국무위원을 임명제청하고 국무회의의 의장이 된다면 업무를 수행하는데 필요한 권한이 실질적으로 행사될 수 있다. 국회에서 간선하는 경우, 정책문제의 정치적 책임도 일치시킬 수 있어 정쟁의 완화에 기여할 수도 있을 것이다.  

 

   대통령과 총리의 관계가 정립되고 나면, 그 동안 밀린 수많은 제도적 개혁을 도모하여야 한다. 경제의 잠재 성장률이 낮아질 수밖에 없고, 인구규모가 줄어들고 구조가 노령화되어가는 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개혁 대상은 시대의 필요에 부합하는 제도(institution)의 진화를 도모하는 것이기에 국가대개혁을 추진할 수 있다. 그 동안 제기된 수많은 제도적 모순을 시정하면 이념적 정쟁을 마무리하고 국민적 에너지를 모으는 계기를 마련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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