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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경기가 살아났다는데...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15년04월05일 20시31분
  • 최종수정 2016년02월29일 11시44분

작성자

  • 이혜훈
  • 연세대학교 경제대학원 특임교수, 前 새누리당 최고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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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부동산 경기가 살아났다는데...

 

  경제가 살아나고 있다고 한다. 그 주요 근거는 2006년 이후 최고치를 경신한 주택거래량 급증과 그로 인한 부동산 경기 활성화가 결과적으로 경제활성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기대이다. 이 기대대로 부동산 3법 통과로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고 그 결과 경제활성화까지 이어지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런데, 이 기대에는 결코 무시하고 넘어가기 어려운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 

 

  첫 번째 함정은 작년 8월부터 시작되었다는 주택거래량의 급증을 부동산 경기활성화라고 마냥 기뻐하기는 걱정되는 대목이 한두 가지가 아니라는 점이다. 2014년 한해 주택거래량이 100만 건을 넘어서서 부동산 광풍이 일었던 2006년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지만 상당부분이 빚내서 집을 산 경우라면 얘기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작년 8월 이후 주택거래량도 급증했지만 그 보다 더 빨리 급증한건 주택담보대출이다. 과거보다 6.3배가 증가했다는 언론보도가 있었다. 지난 달 만 보더라도 한 달 사이 주택담보대출 증가폭이 예년 평균의 3배에 달했다는 것이다. 소득이 늘어 집을 사는 것이라기보다 전세대란 등으로 집을 살 수밖에 없도록 내몰리자 어쩔 수 없이 형편도 안 되는데 빚내서 집을 사고 있다는 뜻이다. 

 

  그 뿐만 아니라 늘어난 주택거래량의 상당부분이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는 흐름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고 한다. 전세의 경우는 임차인 보호제도에 의해 2년 이내에는 전세 값을 올릴 수가 없다보니 대부분 2년 이상 거주한다. 그러나 월세는 2년씩 보호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보니 몇 개월만에도 이사를 가는 경우가 많아 주택거래량을 올리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즉, 주택거래량이 급증한 것은 전월세 전환 흐름 속에서 자주 이사가야하는 서민들의 고통, 또 전세가 품귀현상을 일으키고 전세 값이 집값의 평균 90%에 육박하는 현실에 내몰려 소득은 늘 지도 않는데 빚을 내서라도 집을 살 수밖에 없는 서민들의 아픔을 반영하는 측면이 크다. 주택거래량이 급증하는 것 자체가 환영할 일이라기보다 걱정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할 일인 셈이다.  

 

 더 걱정되는 대목은 지금은 금리가 1%대의 초저금리시대라고 하지만 이렇게 낮은 금리가 만기가 10년, 20년이 되는 주택담보대출 기간 내내 유지될 수 있느냐다. 오바마 대통령의 최측근이라고 알려져 있는 세계은행 총재가 며칠 전 인터뷰한 것을 보면 미국은 금년 6-7월경에 금리인상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조금이라도 이자를 더 주는 곳으로 몰리는 자금의 특성상 자본이 빠져나가는 자본유출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금리가 오르면 월급이 오르거나 집값이 오르지 않는 한 대출을 갚지 못하는 사람들이 늘어날 공산이 크다. 

 

 지금은 당장 주택거래량이 늘어나고 집값이 반짝 오르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집값이 오를 가능성보다는 내릴 가능성이 더 크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왜냐하면 집값이란 집을 사려는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되는데 인구구조 때문에 집을 사려는 수요가 중장기적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얼마 전 국책연구기관인 KDI(한국개발연구원)가 발표한 보고서에 의하면 저출산 고령화시대의 인구구조 때문에 2017년부터 집값은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의 경우 1,100조원에 육박하는 가계부채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지표는 소득대비 대출규모이다. 2014년 말 이미 150%를 넘어섰다고 한다. 100밖에 못 벌면서 빚은 150을 안고 있다는 얘기다. 한 나라의 부채가 위험수준인지 아닌지 판단하는 기준이 이 지표가 130%를 넘으면 빨간불이 켜진 것으로 본다. 미국의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갚지 못하는 사람들이 늘어나 2008년 금융위기를 맞았을 때 이 비율이 129%였다는 점만 봐도 현재 우리 상태가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다. 그런데 불과 3개월이 지난 지금은 160%에 육박한다고 하니 걱정스럽다 못해 시한폭탄을 안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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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가 이런 가계부채문제의 심각성을 완화하기 위해 안심전환대출제도를 시작했다. 문전성시를 이루자 추가로 20조원을 더 투입해 높은 금리의 대출을 안고 있는 사람들을 낮은 금리로, 그것도 앞으로 미국이 금리를 올려도 걱정 없는 고정금리고 바꿔주고 있다. 많은 분들이 가계부채 문제가 이 대책으로 해결되었다고 생각하는 환상에 빠져 있다. 안심전환대출이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정작 부실의 위험을 안고 있어 우리 경제의 뇌관으로 작동할 공산이 큰 저소득층의 대출문제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금리가 오르거나 외부적인 충격이 올 때 대출을 갚지 못할 공산이 큰 계층은 현재 제2금융권 대출을 안고 있는 분들, 원금과 이자를 동시에 상환할 능력이 없는 분들인데, 엄청난 규모의 자금을 투입한 안심전환대출제도에서 이 분들은 제외되어 있기 때문이다. 

 

 요약하면, 주택 거래량이 급증하는 이면에는 ‘중개수수료를 더 내더라도 전세 물건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전세품귀 현상 속에서 월세로 내몰리거나 소득은 늘 지도 않는데 빚내서 집사도록 내몰리는 서민들의 아픔이 있고, 더 문제는 이렇게 떠안게 된 빚이 이미 갚을 능력을 넘어선지 오래일 뿐 아니라 자칫 잘못하면 주택담보대출을 못 갚는 사람이 늘어나 발생한 미국의 금융위기가 남의 일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두 번째 함정은 설사 주택거래량 증가로 부동산 경기가 살아난다 하더라도 경제 활성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점이다. 과거 부동산 경기가 전체 경기를 견인해 가던 시절과는 패러다임이 다르다. 이제 우리 경제는 GDP의 3/4정도가 다른 나라와의 교역에 의해 발생하고 내수는 1/4에 불과하다. 몇 년 째 우리 경제가 어렴다고 하지만 2013년에 비해 2014년에는 수출증가율이 더 높아졌다. 즉, 수출이 문제가 아니라 내수가 문제인 것이다. 내수는 중산층 서민의 주머니를 두둑하게 만들지 않고는 활성화시키기 어렵다. 

 

 그런데, 이미 설명한 대로 중산층 서민들이 월세로 내몰리고 빚내서 집사게 내몰리면 주머니는 더 얇아질 수밖에 없다. 즉, 최근의 부동산 시장 움직임은 내수경기 활성화에 역행하는 것이다. 수출은 잘 되지만 문제는 내수침체가 우리 문제의 핵심인데 내수경기 활성화에 역행하는 부동산 시장의 움직임이 경제를 활성화시킬 것으로 기대하는 무리다. 

 

 지난 2월을 기준으로 보더라도 근원물가 인상률이 2.3%인데 은행금리는 1%대라면 실질적으로는 마이너스 금리 시대라고 볼 수 있다. 물론 지금과 같은 초저금리 시대에는 은행에 돈을 넣어두면 손해라는 생각에 주식시장으로 돈이 몰리다 보면 당분간 주가는 오르고 경제가 살아나는 것 같은 착시현상이 발생할 수는 있다. 하지만 이런 반짝 효과가 지속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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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정한 경제활성화는, 당장은 고통스럽더라도 확실한 성과를 낼 수 있는 구조개혁에 최우선순위를 둘 때 가능하다. 미국이 좋은 선례이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전 세계가 경기침체의 늪에서 6-7년간 어려움을 겪었지만, 지금 미국경제는 회복세가 완연한 반면 유럽은 아직도 침체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 모두 양적완화를 단행했지만 결과는 전혀 다르다. 중대한 차이는 미국은 고통을 감내하면서 구조개혁을 이루어냈지만 유럽은 그러지 못했다는 점이다. 미국의 교훈, 상환능력의 범위를 벗어난 주택담보대출이 재앙을 불렀다는 점과 고통스럽더라도 묵묵히 구조개혁을 이뤄내야만 진정한 경제 활성화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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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5년04월05일 20시31분
  • 최종수정 2016년02월29일 11시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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