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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수상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15년02월12일 19시55분
  • 최종수정 2016년02월26일 20시24분

작성자

  • 국중호
  • 요코하마시립대 경제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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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수상
강성 이미지로 나타나는 이유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수상 두 사람 다 애국심이 골수에 박혀 있습니다. 박 대통령의 『절망은 나를 단련시키고 희망은 나를 움직인다』라는 자서전과 아베 수상이 자신의 정치적 다짐을 적은 『새로운 나라로』라는 책에 국가사랑이 절절히 배어 있습니다. 그것만이 아니라 한 사람은 한(韓)민족을, 또 한 사람은 왜(倭)민족을 끔찍히도 사랑합니다. 국가와 민족을 억수로 사랑하면 강성이미지로 부각됩니다. 하여 두 사람 모두 인간적인 부드러움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공통점이 나타납니다. 
물론 둘 간의 차이도 많습니다. 아베 수상이 1954년생이니 박 대통령이 두 살 위 누나뻘입니다. 둘은 남자와 여자라는 차이 외에도 정치스타일이나 사고방식이 참으로 많이 다릅니다. 둘 간의 사고방식 차이가 정상회담으로 내딛지 못하게 하는 근본 원인입니다. 양국간 정치제도와 정서 차이도 곁들여가며 제가 느끼는 두 사람 간 차이를 들어볼까 합니다.

정치 단수가 높아진 아베 수상
주지하듯이 일본은 국회의원들이 장관과 수상자리에 앉아 국가를 통치하는 의원내각제 국가입니다. 한국 대통령은 5년 단임으로 임기조정의 여지가 없으나, 일본 수상은 자신의 정권재임을 신축적으로 조정할 여지가 있습니다. 수상한테는 국회(중의원) 해산권이라는 강력한 권한이 있기 때문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2014년말 높은 지지율을 배경으로 중의원 임기가 2년이나 남았었음에도 아베 수상은 해산을 단행하였습니다. 그는 선거에서 압승하였고 동년 크리스마스 이브 제97대 수상에 취임하여 제3차 아베내각을 출범시켰습니다. 자신의 재임기간도 중의원 임기(4년) 만료까지 이어갈 수도 있습니다.
같은 숫자라 하더라도 ‘아침에 세개, 저녁에 네개라는 조삼모사(朝三暮四)’의 방식과 ‘아침에 네개, 저녁에 세개라는 조사모삼(朝四暮三)’의 방식이 다릅니다. 제2차 아베내각(2012년 12월∼14년 12월)의 우선 2년, 다음 4년이란 ‘선이후사(先二後四)의 「2+4」재임전략’이 잘 들어맞았습니다. 이처럼 아베 수상은 국민들의 심리읽기가 능란하며, 자신의 정치야심 실현을 위한 단수가 높습니다. 그가 정치 단수가 높아진 데는 제1차 아베 내각(2006년 9월∼07년 9월)에서의 1년간 수상 경험이 엄청난 도움으로 작용하였습니다. 절치부심(切齒腐心)하며 다시는 실수하지 말자는 사항들을 자신의 비밀노트에 빼곡하게 적어 놓았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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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가는 담백하지 않아야
아베 수상은 의미는 명확하지 않으나 메시지성이 있는 듯한 구호를 내세웁니다. 그 구호를 강한 어조로 반복하여 자신의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방법을 취합니다. 그렇게 하는 데는 그의 아버지(아베 신타로(安倍晋太郎) 전 외무부장관)의 힘이 큽니다. “‘정치가는 스스로의 목표를 달성시키기 위해서는 담백해서는 안된다’고 하는 것이 부친으로부터 배운 소중한 교훈이었다 (『새로운 나라로』)”고 고백하고 있습니다. 이는 애매함으로 점철되어 있기에 어디로 굴러도 할 말이 있는 사고입니다만, 명확한 입장개진을 피하는 일본인들 정서에는 아베식이 잘 들어 맞습니다. 아베 수상이 정치가로서 말장사를 잘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모순과 애매함이 똘똘뭉친 압권의 한 마디를 든다면, 강성 보수주의를 피해가기 위해 만들어낸 ‘열린 보수주의’라는 말일 것입니다. 그는 대외적으로 강성우익 이미지를 주고 있지만, ‘열린’ 보수주의라는 말로 자국민들한테는 보수주의의 막혀있는 이미지를 탈피시킵니다. 종합적으로 많이 생각한 듯한 인상을 주는 다중(多重) 의미의 구호나 두루뭉실한 말고르기에 부심합니다. 그러면서도 ‘정치가는 실현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정책과 실행력이 전부’라는 의지를 갖고 있으며, 정치가로서의 자신의 테마는 ‘안전보장과 사회보장’이라 밝히고 있습니다.
 
거짓도 방편
박 대통령은 “나의 사전에 약속을 깨는 일은 없다. 약속은 지키라고 있는 거니까.(위 자서전)”라고 자신있게 말하며, 분명함을 선호합니다. 한일관계에서도 애매함을 싫어하여 본인의 태도를 확실히 밝히는 쪽을 택하고 있습니다. ‘독도문제, 역사교과서문제, 야스쿠니 신사참배, 위안부문제를 모두 분명히 조목조목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굳은 믿음입니다. 한국의 정서에 잘 들어 맞습니다. 유감스럽게도 박 대통령의 이와 같은 분명하고 명확한 태도는 일본과의 교섭에서는 아귀가 맞지 않습니다. 분명성과 위의 약속지키기를 결합하면, ‘분명한 약속을 하고 지켜간다’가 됩니다. 이러한 박 대통령의 원칙주의 마음가짐은 아베 수상의 느물느물한 사고방식과는 맞부딪치는 입장입니다. 
모든 약속을 지키겠다는 명확한 다짐은 통치자에게는 어울리지 않습니다. 오히려 족쇄가 됩니다. 큰 뜻을 이루는 데는, ‘거짓도 방편’인 때가 있어야 할 것입니다. 모두에게 당장 득이 되는 개혁은 존재할 수 없습니다. 창장수와 방패장수가 함께 사는 사회이니 어차피 모순덩어리 세상입니다. 정치지도자는 모순이 되는 말을 어떻게든 설득력 있게 호소하며 안고 가야 하는 자리입니다. 너무 깊이 파고들어 모순이 있다는 것을 노골적으로 드러내서는 안될 것입니다. 정치가로서 포용력이 없다는 이미지를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떨어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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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국민과 한국 국민 
아베 수상의 역사관을 보면 ‘일본의 역사는 천황을 날줄(세로 줄)로 하여 짜여져 온 나라이기에 일본의 근간은 천황제’라는 인식입니다. 바깥에서 무어라 하든 조용히 천황을 섬기며 살아가는 일본 국민들입니다. 이는 일본이 천황을 정점에 둔 종적 사회로서 횡적 유대에 익숙지 못함을 의미합니다. 악법이라도 일단 정해지면 지켜가는 것이 일본인들입니다. 한발 떨어진 입장에서 보면 위험한 발상이지만, 아베 수상은 이런 일본국민의 속성을 능숙하게 이용합니다. 그러하기에 그는 어쨌든지간에 자신이 생각하는 법안(예컨대, 특정비밀보호법)을 통과시키거나 국무회의(각의) 결정으로 집단적 자위권 발동여건을 착착 진행해 갑니다. 
일본에 비하면 한국은 정치하기가 참 어렵습니다. 정해진대로 따르지 않으려 하고 노를 젓겠다고 나서는 사공이 많기 때문입니다. ‘내가 해보겠다. 내가 해보겠다’ 나서는 적극성은 우리의 자랑입니다. 좋은 쪽으로 해석하면 움직임이 활발하다고 하겠지만, 부정적으로 보면 에너지 결집이 어렵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개개인의 정치적 관심은 높지만 개중에는 협조자가 아닌 훼방꾼도 적지 않습니다. 한쪽 방향으로 가지 못하게 다른 방향으로 틀어버리거나 시행착오나 실수를 물고 늘어지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배가 산으로 가 목표달성이 어렵습니다. 설사 마음에 들지 않고 아니꼽더라도 참고 협조하는 성숙함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역시 자기 수행(修行)이 중요한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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