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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복지와 재정의 새 틀을 짜자- ③복지수준부터 합의해야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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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5년02월10일 21시38분
  • 최종수정 2017년12월14일 10시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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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동안 잠잠하던 증세 논의가 또 다시 거론되기 시작하고 있다. 요즘 언론들에서 다루어지고 있는 빈도만 놓고 본다면 증세 논의가 본격적으로 도마 위에 오를 기세다. 늘어나는 복지수요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벌써부터 법인세를 올려야 한다든지 소득세 최고 한계세율을 올려야 한다든지 하는 구체적인 방안까지 거론되고 있다. 그런데 필자가 생각하기에 순서가 잘못 된 듯하다. 증세를 논의하기에 앞서 복지를 어느 정도 수준으로 할 것인지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혹자는 2012년 대통령선거를 통해 향후 복지수준에 대한 국민의 요구가 이미 드러난 것 아니냐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 때는 복지수준만 말했지 우리가 어떤 비용을 치러야 하는 지에 대해서는 명료하게 언급하지 않았다. 어떤 복지 유형을 지향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정치가가 아니라 국민으로 하여금 선택하게 해야 한다. 정치가가 해야 할 일은 유형에 따른 복지지출 수준과 그 수준을 누리기 위해 어떤 비용을 치루어야 하는가를 가감 없이 알리는 것이다. 지금껏 어떤 지도자가 이에 대해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한 적이 있는가? 
 
 2014년 11월 국회예산정책처는 2012년에 발간한 「2012-2060년 장기 재정전망 및 분석」을 보완한 장기 재정전망 결과를 발표하였다. 장기 재정 전망을 다시 하게 된 이유는 그간 소득세 체계 및 경제 상황 등이 바뀌어 이를 반영하기 위해서였다. 동 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 현재 세수 및 지출 구조가 바뀌지 않는다면 총수입은 2014년 GDP 대비 26.2%에서 2060년 21.3%까지 낮아지고 총지출은 2014년 GDP대비 25.4%에서 2060년 32.6%로 증가하여 이에 따라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2014년 GDP 대비 1.8%에서 2060년 8.2% 증가하며 국가채무는 2014년 GDP대비 37.0%에서 2060년 168.9%로 증가한다고 한다. 동 수치에는 국민연금 고갈 등에 따라 발생하는 적자분을 나라에서 보전하지 않는다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기 때문에 이를 포함한다면 국가채무 수준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동 보고서에서도 지적하였듯이 국가채무 증가의 주요인은 복지지출 증가이다. 동 기간 저출산 고령화로 인해 복지지출은 연 평균 5.8%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어 의무지출 증가율 5.2% 총지출 증가율 4.6%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 동 보고서가 담고 있는 내용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저출산-고령화가 고착화되면서 이미 예견된 결과일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 보고서의 내용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는 작지 않다. 그것은 동 보고서의 결과는 기존 제도가 계속 유지된다는 전제 하에 예견되는 결과여서 새로운 복지지출을 발생시키는 제도가 추가적으로 도입될 경우 현재의 재원조달 구조 하에서는 국가채무가 더욱 증가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함의하고 있기 때문이다. 동 보고서에 따르면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는 국가채무는 2033년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GDP 대비 65.2% 수준이라 한다. 이는 복지제도가 추가적으로 도입된다면 우리나라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는 시기는 2033년보다 더 앞당겨질 수밖에 없다는 일종의 재정건전성에 대한 경고이다. 
 
 우리나라 GDP 대비 총복지지출 비중은 대략 10% 수준이다. OECD 국가들 중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 양극화, 빈곤층 비율의 증가 등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현재의 여건 등을 감안할 때 복지지출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늘릴 수도 없다. 세상엔 공짜 점심이 없듯이 공짜 복지도 없기 때문이다. 감당할 수 없는 복지가 지속된다면 빚을 낼 수밖에 없다. 국가채무가 복지지출의 대표적인 비용인 셈이다. 우리나라와 같은 소규모개방경제는 외부충격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데 반해 외부충격이 왔을 때 사용할 수 있는 정책수단은 매우 한정되어 있다는 점에서 재정건전성이 갖는 의미는 대규모개방경제와는 사뭇 다르다. 복지지출과 재정건전성 사이의 조화가 특히 소규모개방경제 하에서는 중요한 이유이다. 복지지출과 재정건전성의 조화를 위해서는 증세를 논하기에 앞서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여러 유형의 복지국가를 상정하고 이를 통해 정부가 공급할 수 있는 복지혜택 서비스와 함께 이를 위해 우리가 어떤 비용을 치루어야 하는 지를 정확히 국민에게 알려야 한다. 이런 절차가 없다면 Silver democracy로 인해 복지지출은 새로운 대통령령이 선출될 때마다 증가할 수밖에 없다.  “힘든 세월에 태어나가 이 힘든 세상 풍파를 우리 자식이 아니라 우리가 겪은기 참 다행이라꼬...” 최근 장안의 화제영화인 국제시장에서 주연 배우가 그의 부인과 과거를 회상하며 한 말이다. 후손들에게 빚만 남기는 못난 조상이 되지 않으려면 증세를 논하기에 앞서 우리에게 맞는 복지수준을 먼저 정해야 한다. 이것이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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