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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트렌드 변화에 따른 한국형 무기획득 프레임워크 정립 방안1)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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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4년08월13일 14시00분
  • 최종수정 2024년08월13일 12시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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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약>

정부는 2022년 국정 과제의 하나로 ‘새로운 한국형 전력증강 프로세스 정립’을 제시했다. 급속도로 발전하는 인공지능, 드론 등 첨단과학기술을 적기에 활용할 수 있도록 국방 분야 전력증강 프로세스를 전면 보완하고, 제도 개선 및 조직 개편을 추진하여 그 효율성과 신속성을 보장하기 위한 필수불가결한 조치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국방부와 방위사업청이 신속소요 도입(2023)과 신속시범사업 개선 등을 통해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음은 매우 긍정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등 선진국 대비 무기획득 프로세스의 신속성과 다양성, 유연성 측면에서 미흡한 수준으로 평가된다. 실제로 미국 등 선진국들의 다양한 무기획득 프로세스와 비교 시 우리나라는 신속전력화(Rapid Fielding)사업, 소프트웨어 획득, AI 획득, 서비스 획득, 민간첨단기술기업 전용 신속획득 등이 부재한 상황이다.
글로벌 안보환경 급변에 따른 한국형 전력증강 프로세스 정립을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추가적인 혁신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먼저 최근 도입된 신속소요 프로세스의 안정적인 정착과 함께 신속시범사업의 지속적인 혁신이 요구된다. 신속소요 프로세스의 경우, 신속한 양산·전력화를 위한 신속전력화사업 신설과 후속 조치 명확화, 성공기업에 대한 생산 물량 확대, 국방기술 R&D사업 결과물과의 연계 강화를 통해 기존 전통적 무기획득 프로세스(PPBEES)와 동등한 수준으로 제도를 정착시켜 나가야 한다.

신속시범사업도 초기 단계 군 소요와의 연계 강화, 신속소요와의 차별성 확보, 민간첨단기업의 참여 확대 등의 여러 문제점들을 적극 해소해 나가야 한다. 아울러 현재 정부에서 도입 추진 중인 소프트웨어 획득 프로세스 신설과 함께 AI 획득, 서비스 획득, 민간첨단기술 기업 전용 신속획득(K-CSO) 등의 도입을 적극 검토함으로써 보다 속도감 있고 다양하며 유연한 ‘한국형 무기획득 프레임워크(Korean Adaptive Acquisition Framework)’를 정립해 나가야 할 것이다.​


1. 배경 및 필요성

최근 러-우 전쟁의 장기화 등 글로벌 안보환경의 불안정 속에서 보다 빠르고 다양하며 유연한무기획득 프로세스 구축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실제로 우크라이나군은 드론의 신속한 개발과 활용을 통해 러시아군을 효과적으로 저지하고 있다. 미국도 2023년 무기대량복제정책(MilitaryReplicator Initiative, MRI)을 발표하여 수천 대에 이르는 드론을 불과 2년 내에 개발하기로 하는 등, 무기획득에서 속도와 충분한 생산능력이 핵심요소로 등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나라도 정부가 추진하는 ‘AI 과학기술강군 육성’과 수출 확대를 위한 주요 제품의 신속한성능 개량 필요성, 북한의 발 빠른 핵·미사일·드론 역량 강화 등에 대응하여 보다 신속하고 다양하며 유연한 무기획득 프로세스 정립이 시급한 실정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2022년 국정 과제의 하나로 ‘새로운 한국형 전력증강 프로세스 정립’을 제시했다. 급속도로 발전하는 인공지능, 드론 등 첨단 과학기술을 적기에 활용할 수 있도록 국방 분야 전력증강 프로세스를 전면 보완하고, 제도 개선 및 조직 개편을 추진하여 그 효율성과 신속성을 보장하기 위한 필수불가결한 조치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주무부처인 방위사업청은 ‘23-27 방위산업 발전 기본계획’의 비전으로 ‘신속한 첨단전력 건설을 통한 글로벌 방위산업 육성’을 제시하고, 중점 과제의 하나로 신속획득 체계 재정립을 통한 ‘소요에 기반한 새로운 획득 프로세스 도입’을 적극 추진하고 있음은 긍정적이다. 이에 본고에서는 글로벌 트렌드 변화에 따른 K-방산 신속획득의 최근 동향을 살펴보고, 보다 신속하고 다양하며 유연한 ‘한국형 무기획득 프레임워크 구축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2. 글로벌 무기획득 트렌드 변화와 전망 2)

(1) 미국 

미국은 2010년대 중반부터 신속하고 다양하며 유연한 무기획득 프로세스를 구축해 왔다. 2015년 이후 신속획득법령(Other Transactional Authority, OTA)을 마련하여 기존 연방획득규정(Federal Acquisition Regulation, FAR)과는 별도의 신속한 무기획득이 가능한 법령을 정비하였다. 구체적으로 미 의회는 2015년 국방수권법(National Defense Authorization Act, NDAA) 812조를 개정하여 OTA 권한을 확대하였다. 이듬해 NDAA 814조 개정을 통해 OTA 대상을 비전통적 방산계약업체(non-traditional defensecontractors)까지 확대하고 시제품개발사업에 대한 후속 양산을 인정하였다. 아울러 2018~2020년에는 미 의회에서 OTA 대상으로 비영리 연구기관과 영국, 호주, 캐나다 등 국가전략산업기반(NationalTechnology and Industrial Base, NTIB) 회원국까지 확대하였다. 

둘째, 정책과 전략 측면에서 2023년 미 국방부 부장관은 무기대량복제정책(MRI)을 발표하여 향후 정책과 전략 측면에서 무기획득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동 정책의 핵심은 지해공 및 우주, 사이버 전장 영역에서 매우 작고, 저렴하며, 스마트한 ‘소모가능 무인체계(attritable autonomy)’를 대량으로 신속하게 개발·생산하겠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또한 2024년 1월 미 국방부는 역대 최초로 국가방위산업전략서(National DefenseIndustrial Strategy, NDIS)를 발표하여 ‘21세기 새로운 방산 생태계로 현대화’ 하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제시했다. 특히 NDIS 4대 중점전략 중 유연한 획득(Flexible Acquisition)을 제시함으로써 무기획득 방식의 유연화와 계약방식 혁신을 통해 개발 기간 단축과 비용 절감, 생산 능력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셋째, 2019년 기존의 전통적 무기획득(MajorCapability Acquisition, MCA) 외에 신속획득(Middle Tier Acquisition, MTA), 소프트웨어 획득(SW Acquisition), 서비스 획득(Acquisitionof Services) 등을 신설하여 총 6개 획득 방식을 포함하는 맞춤형 무기획득 프레임워크(AdaptiveAcquisition Framework, AAF)를 정립했다. 이중 신속획득은 5년 이내에 소요 제기부터 시제품 개발 또는 양산·전력화를 완료하는 것으로, 신속시제품개발사업(Rapid Prototyping)과 신속전력화사업(Rapid Fielding)으로 구분하여 시행 중이다.3) 아울러 소프트웨어 획득은 계획-코딩-개발시험평가까지 1년 이내에 완료하여 응용프로그램과 무기체계 내장형 소프트웨어를 최상의 수준으로 유지하고자 신설되었다. 마지막으로 서비스 획득(Service Acquisition)은 소요군에 필요한 민간인공위성 서비스 등 다양한 서비스 수요를 파악하고 이를 군에 체계적으로 적용하기 위해 신설되었다.

넷째, 조직 측면에서 미 국방부와 각 군은 신속획득을 위해 국방혁신단(Defense InnovationUnit, DIU), 육군 미래사령부(Army Future Command, AFC), 육해공·우주군 신속획득실 등을 신설하였다. DIU는 2015년 실리콘 밸리를 시작으로 현재 총 5개 지역으로 확대되었고,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안두릴, 팔란티어 등 민간첨단기술기업들의 국방 분야 진입을 위한 별도의 신속획득사업(Commercial Solutions Opening, CSO)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미 육군미래사령부(AFC)는 2018년 육군 현대화를 위해 신설되어 장거리 화력체계, 차세대 전투차량 등 8개 분야 30여개의 신속획득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기타, 육해공군을 포함한 소요군에서도 신속획득실을 신설하여 국방부와의 신속획득사업 등 유기적인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OTA에 따라 무기획득 예산을 크게 확대하였다. 미 국제전략문제연구소(Center forStrategic and International Studies, CSIS)에따르면 2020년 신속획득 예산은 19조 원(162억달러)을 상회하여 2015년 대비 20배 이상 급증하였으며, 향후에도 신속획득 수요 증가에 따라 관련 예산도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종합해 보면 미국은 2010년대 중반부터 무기획득 프로세스를 과감히 혁신하여 개발 속도와 비용 절감, 군 소요(requirement) 충족 측면에서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아울러 러-우 전쟁 장기화와 미중 전략경쟁 심화에 따른 시급한 무기 개발 수요 충족과 충분한 생산 물량 확보 등을 위해 미 행정부와 의회 등에서도 현행 무기획득 시스템의 지속적인 혁신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2) 독일

유럽도 독일 등을 중심으로 무기획득 프로세스 혁신을 강화하고 있다. 2018년 독일은 국방백서를 기초로 국가안보전략을 포함한 연방군 임무와 역량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했다. 독일군의 국방개혁원칙은 ① 국방조직의 효율성 제고, ② 국방획득제도의 간소화·단순화, ③ 전략환경 변화에 따른 지속적인 군 개혁 추진이다. 특히 국방획득제도의 개선에 대해서는 획득 업무의 경제성 향상, 획득업무기관의 통합, 획득 단계별 책임 소재 등을 명확히 구분하고 있다. 

독일은 지난 수년간 획득제도 개선을 통해 획득절차의 단순화, 획득 방식의 다양화, 무기체계 유형의 세분화, 맞춤식 획득 절차 등을 추진해 왔다.획득절차는 분석-획득-운영유지의 3단계로 단순화하고, 획득 방식은 기본 전력 획득을 비롯해 신속획득, IT 전력 획득, 연합전력 획득, 긴급 획득 등5개 유형으로 다양화하였다. 그리고 5개 획득방식에 맞춰 무기체계를 I형부터 IV형까지 분류하였는데, 해당 분류 권한은 합창의장이 가지며 IT 무기체계 분야(II형, III형)는 사이버사령관에게 권한을 위임하고 있다. 또한 무기체계 유형에따라 신속획득과 IT 전력 획득 방식으로 구분하여 신속한 무기획득을 보장할 수 있도록 한다. 이때 신속획득은 50만 유로 이하의 전력을 단기간에 획득할 수 있게 하고, IT 전력 획득은 급속한IT 기술혁신 동향을 반영하여 첨단 민간기술을적용해 신속한 전력 획득 보장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다.

(3) 종합 및 시사점

이렇듯 미국, 독일 등 선진국들은 중국, 러시아등의 발빠른 게임체인저 개발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기존 전통적 무기획득 방식에서 보다 신속하고 다양하며 유연한 무기획득 방식으로 진화하고있다. 이를 종합하면 <표1> 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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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K-방산 무기획득 추진 동향과 향후 과제

(1) 신속소요 프로세스

2023년 방위사업청은 미국의 신속획득 프로세스를 벤치마킹하여 사전개념 연구부터 신속소요결정, 시험평가, 전력화까지 5년 이내 추진이 가능한 ‘신속소요’ 프로세스를 도입하였다. 본 제도는 주로 성능 개량, 두 가지 이상 무기체계 기능의 통합, 기존 무기체계의 계열화, 민간 자체 개발 제품의 개량 도입 등에 활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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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미국 등 주요국의 신속획득 프로세스와 비교해 보면, 크게 세 가지 측면에서 한계가 있다. 먼저, 우리나라 신속소요 프로세스는 사업 성공 시 최소전술제대4) 물량만을 생산한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예를 들어 전차 성능개량사업을 신속소요를 통해 사업에 성공할 경우, 해당 기업은 최소한의 전술제대 물량(10~30여 대)만을 생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업에 대한 참여 유인이 크게 제한된다.

둘째, 신속소요 프로세스로 사업을 완료한 이후 사후 조치가 불명확하다는 점이다. 미국 신속획득프로세스의 경우, 개발된 시제품의 군 전력화, 전통적 무기획득(MCA) 내 체계 개발 또는 양산 및 전력화 단계로 이전, 별도 신속전력화사업 전환, 또는 종료 및 폐기 등 유연한 선택이 가능하다. 반면 우리나라 신속소요 제도는 초기단계 사업 신설 등의 이유로 아직까지 사업 성공 이후 후속 조치가 불명확하다는 점에서 시급한 제도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다. 

마지막으로 신설된 신속소요 프로세스는 신속시제품개발(rapid prototyping)만을 포함하고 있어 신속한 양산 및 전력화를 위한 ‘신속전력화사업’이 부재하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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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신속획득의 경우신속시제품개발사업 외에 5년 이내 시제품의 신속한 양산 및 전력화를 위한 별도의 신속양산사업(Rapid Fielding)의 두 가지 신속획득 방식을 포함하고 있다. 이에 따라 향후 우리나라도 현행 신속한 시제품 개발을 위한 신속 소요 프로세스에 신속전력화사업을 추가하여 검증된 기술로 최소한의 개발을 통해 무기체계를 양산 및 전력화할 수 있는 제도 마련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향후 선진국 수준의 신속소요 프로세스 정립을 위해서는 먼저, 보다 충분한 군 소요물량 확보와 참여기업 확대를 위해 현행 ‘최소전술제대’로의 생산 물량 제한을 제외할 필요가 있다. 둘째, 신속소요 사업 완료 이후 선진국 수준으로 사후 조치를 보다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셋째, 현행 시제품 개발 위주의 신속소요 프로세스에 후속양산/전력화를 위한 ‘신속전력화사업(가칭)’ 추가를 적극 검토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전차, 다련장포, 유도무기 등 K-방산 수출 성능개량사업과의 연계를 확대하고, 아울러 국방핵심기술, 미래도전기술, 민군협력기술 등 국방기술개발 R&D 사업성과물과의 연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신속소요 프로세스를 기존 전통 무기획득 프로세스(PPBEES)와 동등한 수준으로 제도를 정착시켜나가야 할 것이다.

(2) 신속시범사업

신속시범사업은 2020년 방위사업청의 주도로 신설된 신속획득시범사업과 2022년 신속연구개발사업을 통합하여 2024년부터 국방신속원을 중심으로 시행 중인 무기획득사업이다. 동 사업은 무기체계로 분류 가능한 시제품 개발사업이나 특정신기술(14개 기술)을 활용한 시제품 개발사업에 활용할 수 있다.

 최근 국방신속원 신설을 통해 적극적인 사업 추진에도 불구하고, 다음과 같은 다양한 문제점들이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먼저 신속시범사업은 초기 단계에서 군 소요와 연계되지 않고 사업이 추진된다는 점에서 구조적 한계가 존재한다. 현 규정상 군 소요와 연계되지 않은 방사청(신속원) 자체 시범사업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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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해당 사업이 성공하더라도 신속소요와는 달리 별도의 긴급소요 방식으로 소요를 제기해야 한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따라서 해당 사업을 통해 개발된 시제품의 양산 및 전력화를 기대하는 기업들이 사업 지연 등 상당한 리스크를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미국의 신속획득 및 DIU 민간기술 신속획득사업(CSO), 독일의 IT 전력획득사업 등은 군 소요와 연계하여 사업을 추진한다는 점에서 차별화 된다. 

둘째, 신속소요와의 차별성이 부족하다. 2023년 초기 단계 군 소요를 반영한 신속소요 제도가 신설되면서, 군 소요와 연계되지 않은 신속시범사업 추진의 당위성과 차별성이 부족하다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양개 제도 모두 민간을 포함한 첨단기술을 활용하여 5년 이내 신속한 시제품 개발을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동일한 사업 목적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초기 단계 소요 반영 유무가 분명히 구별된다는 점에서 군 소요없이 추진되는 신속시범사업에 대한 지속 여부를 심층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셋째, 신기술을 보유한 민간 기업의 사업 참여가 매우 어렵다는 점이다. 현 규정상 제안서 평가기준이 방위사업 분야 기참여 실적, 시설, 보안 등 기존 방산기업에 유리하게 되어 있다는 점에서 최초 사업 목적과는 달리 첨단기술을 보유한 민간기술기업의 진입은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다. 반면 미 국방혁신단의 경우, 최근 8년(2016~2023)간전체의 87%가 민간첨단기술기업과 계약을 체결하였다는 점에서 크게 상반된다.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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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정상적인 군 시험평가와는 다른 시범 운용 및 성능입증시험의 한계가 존재한다는 점이다. 일반적인 군 시험평가와는 달리 신속시범사업에 따라 개발된 시제품에 대해서는 야전부대에서의 군 시범 운용과 성능입증사업을 통해 사업성공 여부를 판정하고 있다. 지난 2023년 신속시범사업의 경우 성능입증시험 결과로 군 시험평가를 대체할 수 있도록 방위사업법을 개정하였으나, 실질적으로 이를 대체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에 따라 현행 신속시범사업의 한계를 해소하려는 노력이 지속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먼저 신속소요와의 차별성을 확보해 나가야 한다. 5년이내 신속한 시제품 개발이라는 점에서 신속소요와의 차별성이 거의 없는 신속시범사업의 정당성과 타당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신속소요와의 사업 범위와 대상, 민간첨단기술기업의 참여 확대 등 차별성 확보를 위한 다양한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둘째, 신속시범사업의 가장 큰 취약점인 사업초기 단계 군 소요와의 연계성을 강화해야 한다.선진국과는 달리 초기 단계 군 소요와 연계되지 않은 시범사업에 대한 지속 여부를 심층 검토할 필요가 있다. 군 소요와 연계되지 않은 사업 추진에 따른 군 소요 연계 불확실성 문제와 시험평가 애로, 참여기업 유인 부족 등의 문제를 집중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이에 따라 향후 앞에서 제기된 다양한 문제들을 해소하고 사업을 추진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제가 충분히 해소되지 않을 경우, 신속소요와의 통합 또는 미 DIU 신속획득사업 수준의 시제품 개발 기간단축(2년 이내) 방안 등을 적극 검토해 나가야 할 것이다.

셋째, 현행 방산기업 위주의 신속시범사업 추진 문제를 혁신할 필요가 있다. 개선 방안으로 현 신속시범사업 내 민간첨단기술 보유기업만을 위한 별도의 쿼터(Quota)를 부여하거나 민간기업 방산기업 간 컨소시엄 우대 등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현행 국방기술 연구개발 사업 주요 결과물의 신속시범사업과의 연계를 강화해야 한다. 이미 국방핵심기술이나 미래  도전기술개발사업, 민군협력기술개발 사업 등 다양한 국방기술개발사업이 존재하며 이에 따른 시제품 수준의 결과물들도 창출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기술성숙도(TRL)를 고려하여 신속시범사업과 연계를 강화하여 무기체계로 활용 가능한 시제품(fieldableprototyping)을 적극 추진해 나가야 한다. 이를 통해 국방기술 연구개발 결과물에 대한 실제 무기체계 연계성을 제고해 나가야 할 것이다.

(3) 소프트웨어 획득

정부는 상기 신속 소요 및 신속시범사업과 함께 무기체계 내 소프트웨어에 대한 주기적이고 지속적인 업그레이드를 위한 소프트웨어 전용 획득 프로세스 신설을 추진하고 있다.6) 미국은 2019년맞춤형 무기획득 프레임워크(AAF) 내 소프트웨어획득을 별도로 신설하고 주요 무기체계 내 내장형 소프트웨어(Embedded SW)와 군수정보 체계등 국방 분야 응용프로그램(Application)을 대상으로 1년 이내에 최소적용가능제품(MinimumViable Product, MVP)을 개발하고 있다. 또한 이를 주기적으로 반복하여 무기체계 내 최상의 소프트웨어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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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무기체계 내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를 위해서는 해당 무기체계에 대한 성능개량사업까지 기다려야 하는 등 상당한 문제가 있었던 게 사실이다. 최근 첨단 전투기 등 대다수 무기체계들의 성능향상을 위해서는 단기간 내 주기적이고 반복적인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가 필수적이다. 

이에 따라 소프트웨어 특성을 고려하여 1년 이내 업그레이드가 가능한 ‘소프트웨어 획득 프로세스(가칭)’를 신설할 필요가 있다. 구체적으로 소프트웨어 획득 프로세스 신설에 따른 별도 예산코드 신설과 법령 개정, 무기획득에 준하는 별도의 소프트웨어 소요 제기·결정, Never Done 개념7) 적용과 최신 소프트웨어 개발방법론(Agile 등) 도입, 1년 이내 최소 적용 가능제품(MVP) 개발, 선행연구 생략 등 사업 단계 최소화, 방위사업청 내 무기체계 소프트웨어 획득사업팀 신설, 개발자와 사업책임자, 군 운용자(end user)의 소프트웨어 획득전 주기 개발 기간 참여 보장, 별도의 소프트웨어군 시험평가 절차 신설과 자체 소프트웨어 기능확인시험 결과 인정, 지속적인 소프트웨어 개선을 위한 ‘소프트웨어 후속개발지원사업(가칭)’ 마련 등을 검토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소프트웨어획득과 관련한 국방 클라우드 환경 마련과 소프트웨어 대가 기준 정립, 소프트웨어 개발 성과물의소유권 문제와 적정 보안시스템 구축 등도 병행해나가야 할 것이다. 이를 통해 갈수록 중요시되는무기체계 관련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를 지속함으로써 최상의 소프트웨어 수준을 유지해 나갈 수있을 것으로 기대된다.8)

(4) AI 획득정부 

국정 과제인 ‘AI 과학기술 강군 육성’을 위해서는 앞서 제시한 신속획득 제도 개선 및 소프트웨어 획득 신설과 함께 별도의 AI 획득 프로세스 마련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러-우 전쟁에서 우크라이나는 민간 우버 앱 AI 기술을 적용한 ‘GIS Arta’를 개발하여 적 식별-최적 무기체계선택–타격까지 불과 1~2분 내에 완료하고 있다. 이스라엘군도 하마스와의 전쟁에서 스마트 슈터(Smart Shooter)를 장착한 ‘AI 소총’을 활용하여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이미 미국과 중국 등 선진국들은 AI의 국방 분야 적용을 최우선 과제로 적극 추진 중이다. 무기획득 분야에서도 미국은 2018년부터 국방부 내 합동 AI 센터(이하 Joint AI Center, JAIC)를 통해AI 기술의 신속한 국방 분야 적용을 위한 국가임무사업(National Mission Initiative, NMI)을 신설하여 미 국방혁신단 등과 협업을 확대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AI 기술의 국방 분야 도입을 위해 대상 분야 식별(identify)부터 우선순위 검토(prioritize) - 국가임무사업(NMI) 선정(select) -실행(execute)의 4단계를 진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JAIC는 2022년 9억 달러의 예산으로 무기체계를 포함한 전 국방 분야에 600여 개 사업을 추진하였다. 대표 사례로서 AI를 적용한 F-16, F-35,브래들리 장갑차 등 무기체계 예방정비통합솔루션(AI-enabled predictive maintenance capabilities) 등을 들 수 있다. 현재는 AI의 무기획득사업 적용 확대를 위해 국가임무사업 외에 무기체계 부품 단위의 CMI(Component MissionInitiative) 사업도 시행 중이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도 AI의 무기체계 획득 분야 적용을 확대할 수 있는 ‘AI 획득(가칭)’ 신설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기존 전통적 무기획득(PPBEES9))과 신속획득사업 외에 별도의 AI 획득사업을 신설하여 기존 무기체계 개발사업에 적용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 예를 들어 신설된 국방AI 센터와 방위사업청에 AI 획득사업(가칭) 추진에 필요한 법령과 예산, 조직 등을 마련하여 개발된 AI 장비의 기존 무기체계 적용 등이 가능하도록 제도를 정비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이를 통해기존 KF-21 전투기에 AI Pilot 기능을 추가하거나 AI 기반 지능형 무기체계 예방정비시스템 구축등도 가능할 것이다.

(5) 서비스 획득

러-우 전쟁 이후 민간첨단인공위성의 군사 활용이 확대되는 상황이다. 우크라이나는 핀란드 아이스아이(Iceeye)사의 SAR 위성과의 계약10)을통해 러시아군 이동 등을 거의 실시간으로 파악하는 등 민간위성 서비스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미국도 스페이스 X(Space X)와 우주군을 위한 군사용 위성서비스 계약을 체결했고, 엄브라 스페이스(Umbra Space)사로부터 초고해상도(16cm)의SAR 영상 서비스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11)이스라엘도 하마스 전쟁 발발 이후 전시 통신망을 강화하기 위해 스타링크(Starlink) 위성 인터넷도입을 추진하고 있다.반면 국내 현행 무기획득 규정상 민간 인공위성의 일정기간 임차는 가능하나, 영상 서비스 계약은 불가한 실정이다.12) 미국이 2019년 대대적인무기획득 혁신을 통해 서비스 획득을 포함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에 따라 향후 민간첨단인공위성 서비스 등을 위한 별도의 ‘서비스 획득(가칭)’신설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우리나라 군은 2023년 12월 정찰위성 최초 발사에 성공한 후 금년 4월 2호기 발사에 성공했다. 아울러 2020년대 중반까지 정찰위성과 2020년대 말까지 초소형 위성들을 전력화할 예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북한 및 주변국에 비해 우주 감시 정찰·사이버 능력은 미흡한 상황이다. 선진국 수준의 서비스 획득 프로세스 도입을적극 검토함으로써 민간의 우수한 서비스 역량을국방 분야에 적극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조속히마련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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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민간첨단기술기업 전용 신속획득프로세스(K-CSO)

우리나라는 2020년부터 본격적으로 신속획득사업을 도입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AI, 자율주행, 우주, 사이버 분야의 민간첨단기술기업이 실질적으로 방위사업에 참여하기는 여전히 어려운 실정이다. 2022년 산업연구원 실태조사에 의하면, 민간 IT 기업의 참여를 위한 맞춤형 무기획득제도 부재, 제안서 요건 충족의 어려움, 방위사업관련 정보 부족, 민간기업 보유기술의 무기체계 실제 활용 여부 확인 애로 등이 주요 장애 요인으로 분석되었다. 

반면 미국 국방혁신단(DIU)은 마이크로소프트, 팔란티어 등 수십여 개 민간첨단기술기업들의 사업 참여 비중이 전체의 87%를 넘어서고 있다. 이러한 큰 차이는 미국 DIU 대비 한국이 민간기술기업에게 필요한 ‘맞춤형 신속획득 프로세스’가 부재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민간기술기업의 방위산업 참여 확대를 위해 선진국 수준의 별도 무기획득 절차 마련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실태조사 결과 5점 만점에 4.4점으로 가장 높았다.13) 미국 DIU의 민간첨단기술 신속획득사업을 살펴보면, 제안 요청서 작성 전부터 소요군 문제 식별및 시장 실사 단계(1단계)를 통해 소요군의 무기 소요 문제를 파악함과 아울러 이와 관련한 민간기업보유기술을 탐색한다. 이를 위해 DIU 내 군 소요식별팀(Military Engagement Team)과 민간기술식별팀(Commercial Engagement Team)을 운영하고 있다.

이후 소요군의 무기체계 소요 문제에 대해 민간기업과 해결 방안 모색(2단계)하기 위해 세부적으로 3단계에 걸쳐 최적의 사업 대상 기업을 선정한다. 구체적으로 2-1단계에서는 민간기업에게 약식제안 요청서를 공지·접수(10일 이내)하고, 2-2단계에서 선정된 민간기업들의 약식 제안서 평가 및 PT발표를 요청한다. 마지막 2-3단계에서는 선정된 기업에게 수정 제안서를 요청하고 이를 평가하여 최종 계약을 체결한다. 2단계는 약 60~90일이 소요된다. 이후 최종 선정된 기업이 1~2년 내 소요군이 요구하는 시제품 개발을 완료(3단계)하고 후속양산(transition)을 연계(4단계)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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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향후 선진국 벤치마킹과 함께 국방혁신 4.0 기본계획과 연계하여 보다 저렴하고 소모 가능한 무기체계의 신속한 대량생산이 가능하도록 ‘민간첨단기술기업 전용 신속획득사업(가칭)’신설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소형드론, 수중드론 등의 저렴한 대량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향후 국방부가 추진하는 K-DIU신설과 연계하여 법령 및 규정 개정, 민단첨단기술기업을 위한 신속획득 절차 정립, 조직 개편 등을 병행해 나가야 할 것이다. 

4. 한국형 무기획득 프레임워크 정립 방안

러-우 전쟁, 이-하마스 전쟁 등에서와 같이 전쟁 양상이 빠르게 변화하면서 드론, 우주, 사이버 등 민간첨단기술을 보다 신속하고 충분하게 국방 분야에 활용할 수 있는지 여부가 전쟁의 성패를 좌우하는 시대로 급변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무기획득 프로세스 측면에서 신속소요 도입(2023)과 신속시범사업 개선 등을 통해 발 빠르게 혁신하고 있음은 매우 긍정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등 선진국 대비 아직까지 무기획득 프로세스의 신속성과 다양성, 유연성 측면에서 미흡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에 따라 최근 도입된 신속소요 프로세스의 안정적인 정착과 함께 신속시범사업의 지속적인 혁신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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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현재 도입 추진 중인 소프트웨어 획득과 함께 AI 획득, 서비스 획득, 민간첨단기술기업 전용 신속획득 등의 도입을 적극 검토함으로써 보다 속도감 있고 다양하며 유연한‘한국형 무기획득 프레임워크(Korean AdaptiveAcquisition Framework)’를 정립해 나가야 할 것이다.  <KI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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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본고는 2024년 5월 국방산업연구원이 주최한 ‘지정학적 위기극복을 위한 국방력 강화 심포지엄’에서 발표한 ‘K-방산 신속획득 추진 동향과 혁신 방안’을 기초로 주요 내용을 수정·보완하여 작성하였다.
2) 산업연구원(2022), 「글로벌 IT 기업의 방위산업 진출 동향과 시사점」을 수정 보완하여 작성하였다
3) 신속획득(MTA)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된다. 먼저, 신속시제품개발사업 (Rapid Prototyping)은 혁신적 신기술을 사용하여 새로운 군사 역량을 시연함으로써 전력화가 가능한 시제품 제공을 목적으로 한다. 반면, 신속전력화사업(Rapid Fielding)은 검증된 기술로 최소한의 개발을 통해 신형 또는 성능 개량 무기체계를 양산하여 전력화함을 목적으로 한다는 점에서 차별화 된다.
4) 최소전술제대는 독립적으로 전투가 가능한 최소 단위 부대를 의미한다. 육군의 경우 무기체계에 따라 분대, 소대, 대대급, 해군은 전대 등이 이에 해당된다.
5) DIU(2024), The DIU FY2023 Annual Report.
6) 조선비즈(2023), “‘윤 대통령, 국방혁신위 주재…’전력획득절차 대폭 단축해야”, 12월 30일
7) 소프트웨어 개발 및 획득 과정에서 프로젝트가 항상 변화하여 완료되었다고 볼 수 없다는 개념으로 소프트웨어는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되고 발전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8) KIDA(2024), “무기체계 소프트웨어 획득제도 신설방안”을 참고하여 수정 보완하였다
9) Planning, Programming and Budgeting Execution Evaluation System의 약어
10) ICEEYE, Iceeye signs contract to provide government of Ukraine with access t its SAR Satellite constrallation, ICEEYE사 홈페이지(접속일: 2023.10.22).
11) 오현웅(2023), 2023 국제항공우주 심포지엄 발표자료, 10월.
12) 획득이란 군수품을 구매(임차를 포함한다)하여 조달하거나 연구개발, 생산하여 조달하는 것이다(방위사업법 제 3조)

◈ 필자 산업연구원(KI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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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글은 산업연구원이 발간하는 [KIET산업경제 7월호]에 실린 것으로 연구원의 동의를 얻어 게재합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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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4년08월13일 14시00분
  • 최종수정 2024년08월13일 12시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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