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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에는 왜 정신병원이 없을까’ : 저자의 변(辯)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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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3년09월04일 16시00분
  • 최종수정 2023년09월02일 09시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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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53년 비잔틴 제국(동로마 제국)의 수도 콘스탄티노플이 오스만튀르크에 함락됐다. 한때는 이탈리아·그리스 반도, 소아시아와 북아프리카까지 지배했던 대제국.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비잔틴 제국은 제 한 몸도 지킬 수 없을 정도로 국가 기능을 잃어갔고, 멸망 전 100년 동안은 적군이 성벽 아래를 활보해도 반격은 고사하고 지켜보는 게 고작이었다. 마지막 순간 군사력이 병사 7,000여 명과 전선 26척뿐이었다니, 지켜보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것도 없었을 것이다.  

 

  나는 궁금했다. 적군이 성 아래를 활보한 지가 100년이나 됐는데, 그걸 뻔히 보면서도 왜 군사력을 증강하고 전쟁에 대비하지 않았을까. 시오노 나나미는 ‘바다의 도시 이야기’에서 풍전등화의 비상사태가 100년이나 지속되면, 비상사태는 비상사태가 아니라 일상생활이 된다고 말했다. 국가 기능이 점차 쇠퇴해가는 동안에도 현실을 직시한 사람들이 없었을 리가 없다. “이러다가는 멸망한다”라며 목이 터지게 외친 사람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경고도 비상 상황이 이미 일상생활이 된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쓸데없는 이야기, 기우(杞憂)로 들렸을 것이다. 그래서 ‘비정상’의 ‘정상화’는 무섭다. 이상한 게 이상하지 않게 되면, 잘못된 것을 고치려는 시도조차 못 해보고 최후를 맞게 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흔히 말한다. 정상인 사람도 여의도 정치판에만 가면 이상해진다고. 당헌(더불어민주당)에 ‘소속 의원, 지자체장 잘못으로 재·보궐선거가 발생하면 후보를 내지 않겠다’고 명기해 놓고, 막상 닥치니까 ‘당원들의 뜻’을 내세워 바꿔버리는 건 이상한 축에도 못 낀다. 성추행 의혹을 받은 피고소인 장례를 5일간 서울시장 장으로 치르니, 만약 피고소인이 대통령이었다면 국장으로 치를 뻔했다. 조국, 윤미향 사태를 겪으며 본 수많은 견강부회, 지록위마, 내로남불, 아전인수는 일일이 열거할 수조차 없다. 

 

  국민의힘도 다를 것은 없다. 자신은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던 대통령은 논문 표절 등 부인 문제에 대해서는 아무런 말이 없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에 대해서는 그렇게 신랄하게 비판하던 국민의힘도 김건희 여사 문제는 꿀 먹은 벙어리다.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는 경찰국 신설 반대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을 주장했다는 이유로 권은희 의원에게 엄중 주의를 의결했다. 국회의원이 당론과 다른 주장을 했다고 벌을 받은 거다. 이양희 윤리위원장은 이와 관련해 “국회의원으로서 건전한 정책 비판은 허용돼야 할 것이나 당원으로서 허용되는 범위를 넘어선 대외활동은 자제할 것을 엄중히 촉구한다”라고 말했다. 이게 무슨 궤변일까.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의 비판이 건전한지 아닌지를 당이 판단한다면, 결국 당이 헌법기관보다 위라는 뜻이다. 공산당인가?

 

  분명 비정상이다. 그런데 이런 모습을 너무 오랫동안 보다 보니 이제는 무감각해졌는지, 아니면 포기했는지 다들 “정치가 그런 거지”라고 웃어넘긴다. 정치인은 말할 것도 없고 국민조차 그렇게 여긴다. “이상하지 않아?”라고 물으면 오히려 “다 알면서 왜 그래”, “정치는 현실이잖아”라고 한다. 얼마나 이런 최면에 걸려있는지, 그래서 얼마나 점점 더 나빠지고 있는지는 우리가 하는 말의 변화를 보면 알 수 있다. 과거에는 ‘최선이 없으면 차선을 뽑는 게 선거’라고 말했다. 실제로는 차선도 아니었지만 거짓말이라도 자신이 차선이라고 우긴 것이다. 그런데 2022년 제20대 대통령선거 때는 각 당 대선캠프조차 공공연히 ‘최악만 아니면 차악이라도 뽑아야 한다’라고 했다. 자기 후보를 차악으로 규정짓는 정치가 정상일 리가 없다. 앞서 말한 비잔틴 제국처럼, 너무 오랫동안 비정상인 정치가 만연하다 보니 이제는 비정상적인 정치는 일상이고, 그보다 더 못하지만 않으면 다행으로 여긴다. 이미 중병에 걸린 것이다. 병에 걸린 선장과 선원들이 키를 잡으면 배가 제대로 갈 리가 없지 않은가.

 

  이 책은 내가 정치부서를 출입하면서 보고 겪은 청와대와 정치인, 행정부처 사람들의 이상하고 비정상적인 행태들과 이상한데도 아무도 이상하다고 말하지 않는 일들에 관한 이야기다. 비정상인 정치를 바로잡아야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비정상적인 정치는 결국 정상적인 사회 시스템을 망가트리고, 이로 인해 가장 피해를 보는 것은 국민이기 때문이다. 나는 정상적인 많은 사람이 힘을 합치면 분명히 비정상적인 정치를 바로잡을 수 있다고 믿는다. 그렇다면 그 시작은 저 사람들이 얼마나 이상한지를 보여주는 데서부터 출발해야 할 것이다. 이게 내가 이 책을 쓴 이유다. 누군가는 말해야 한다. 당신들은 정말 상태가 심각하기 때문에 국회가 아닌 정신병원에 가야 한다고.  

 

  물론 아득한 꿈일 수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처럼 끈질긴 생명력을 가진 그들이 책 한 권으로 바뀔 리가 없다. 그렇더라도 우리는 해야 한다. 다시 굴러떨어질 걸 알더라도 해야 한다. 그들이 세상을 망치는 걸 지켜만 보는 것은 너무 억울하기 때문이다. 이 책이 여의도 사람 전부를 바꿀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정도의 역할이라도 할 수 있다면 고민했던 오랜 시간도 나름의 보람은 있지 않을까 싶다.

 

<ifsPOST>  

 ※ 이 글은 필자가 지난 2023년 8월 펴낸 책 “여의도에는 왜 정신병원이 없을까” <도서출판 북트리 刊>의 내용을 옮겨 실은 것이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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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종수정 2023년09월02일 09시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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