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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의 지정학적 대립과 글로벌 협력 기회 모색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23년09월01일 12시00분

작성자

  • 김정한
  •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메타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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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미중 갈등, 우크라이나 전쟁 등 최근 국제질서의 변화 속에서 미국과 유럽, 그리고 이에 대립하는 러시아와 중국의 진영화가 이루어지고 있음. 그러나 이러한 진영화 속에서도 이에 직접적으로 가담하지 않고 경제적 이익을 도모하기 위하여 중간지대에 머무르는 저소득국가가 많음. 향후 우리나라가 글로벌 중추 국가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빈곤, 기후 문제 등에서 저소득국가들에게 진정성 있는 협력방안을 제시하여 이들의 실질적 발전에 기여하는 것이 필요함

 

 

 ► 최근 국제질서에 큰 변화를 가져오기 시작한 미국-중국의 대립과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은 함께 일하기 편한 국가들로 뭉치는 진영화를 불러오고 있음.

  - 중국과 러시아 모두로부터 대척점에 있는 미국은 중국 및 러시아와의 경제적 연관성으로 인해 미국 주도의 진영화에 속도를 내지 못해온 유럽연합을 자유주의적 가치 외교로 결속시켜

왔음.

  - 중국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난 속에서도 원유 수입 등 러시아와의 무역거래를 확대하며 양국 간의 강한 연대감을 보여왔음.

 

► 진영화와 함께 국제질서가 서구 중심의 단일(unipolar)구도에서 벗어나자, 이를 계기로 어느 쪽진영에도 속하지 않으면서 지정학적 대립으로부터 이득을 얻고자 하는 대형 중간지대 국가들이 속속 나타나기 시작하였고 이로 인해 국제질서는 다극(multipolar)구도로 갈 가능성까지 보임.

  - 튀르키예는 나토 회원국이지만 미국 주도의 러시아 제재에 직접 참여하지 않으면서 흑해곡물수출 협정(2022년), 우크라이나-러시아 포로 교환(2023년) 등을 중재하며 국제적 입지를 강화하였고, 스웨덴과 노르웨이의 나토 가입 비준을 반대하며 미국 및 유럽연합으로부터 군사

적, 외교적 이득을 추구하는 것으로 알려짐

  - 중국과의 국경 갈등 문제로 오랫동안 러시아와 협력관계를 유지해 온 인도는 우크라이나 전쟁 중에도 러시아산 원유의 저가 수입을 통해 양국간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러시아의

즉각적인 우크라이나 철군에 대한 유엔총회 결의안(2023년)에 대해서도 기권하였음. 하지만 미국과의 정상회담(2023년)을 통해 첨단기술과 방위산업에서의 협력 지원을 얻어냄.

 

► 유럽 지역에서는 반러시아 진영이 지역적 결속을 이루고 동아시아 지역에서는 반중국 진영이 지역적 결속을 이루어가고 있지만, 다른 지역들에서는 대립적 진영화가 뚜렷하게 나타나지는 않는 모습임.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유럽의 문제이고, 아시아에서의 대만을 중심으로 한 미중 갈등 역시 아시아ㆍ태평양에 국한된 문제로 바라보는 시각이 국제사회에 존재함.

  - 다른 지역의 많은 소규모 저소득국가들은 중간지대에서 유럽 및 아시아 지역의 문제에 대해 어느 진영에도 가담하지 않으려 하는 모습을 보임.

 

► 종교적 복잡성이 깔려 있는 중동지역에서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커져 왔던 미국의 영향력이 2003년 이라크 전쟁 이후 꾸준히 약해지기 시작했고, 최근에는 미중 갈등, 우크라이나 전쟁 등을 통해 사우디아라비아의 입지가 강해지는 모습임. 

  - 1970년대 사우디아라비아와 미국이 지역안보와 원유거래를 교환하며 페트로달러 시대를 열었지만 미국의 셰일오일 생산으로 2010년 이후 양 지역 간에 틈이 생기기 시작하였고,2021년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완전 철수는 중동의 미국에 대한 안보 기대를 낮추는 계기가 되었음.

  - 이슬람 종파 차이 및 지역 주도권 경쟁으로 오랜 기간 이란과 대치해 온 사우디아라비아는 지난 3월 이란과 국교 정상화를 이루었는데, 이 과정에서 중국이 국교 정상화를 중재하였다는 사실은 2018년 카슈끄지 살해사건 이후 껄끄러워지기 시작한 대미관계에 한번 더 충격을 주었음.

- 지난해 12월 중국-걸프아랍국가협력회의* 정상회의에서 원유 및 천연가스 무역에서의 중국 위안화 사용이 제안된 이후, 지난 3월 사우디아라비아와 중국 간의 무역결제용 위안화 대출거래가 성사되는 등 사우디아라비아와 중국의 관계가 가까워지는 모습이 나타남.

  * 걸프아랍국가협력회의(Gulf Cooperation Council): 바레인, 쿠웨이트, 오만, 카타르, 아랍에미리트, 사우디아라비아가 회원국으로 활동하는 걸프지역 경제협력체임.

  - 2015년에 성사된 유엔 이란핵합의가 트럼프 대통령에 의해 일방적으로 파기된 후 바이든 대통령의 복원 시도에도 불구하고 교착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할 정도로 미국·이란 간 적대관계는 계속되어 왔음.

  - 2011년 아랍의 봄 당시 반정부 시위에 대한 가혹한 탄압으로 아랍국가들로부터 비난을 받아온 시리아가 이후 내전 상황에서도 이란과 러시아의 지원으로 건재하다가 지난 5월 아랍국가들로부터 아랍연맹* 회원자격을 다시 복원 받는 등 중동지역 내에서는 아랍국가들 간의 지역내 관계개선이 우선시 되는 분위기임.

   * 아랍연맹(League of Arab States): 걸프 및 북아프리카 지역의 아랍권이 결성한 지역 기구로 22개 회원국이 있음.

  - 사우디아라비아는 8월초 우크라이나전쟁 종식 관련 제다(Jeddah) 평화회의를 개최하였는데, 미국, 중국 외에도 그동안 전쟁 관련 직접적인 개입 의지를 보이지 않은 중간지대 국가까지 40개국(러시아 제외) 이상을 초청하여 강화된 국제적인 입지를 보였음.

 

► 동남아시아 및 태평양 지역은 중국의 지역내 영향력 증대에 대응하려는 미국의 협력관계 복원 노력이 눈에 띄게 강화되는 지역으로, 미중 간의 협력관계 구축 경쟁이 치열해지는 만큼 지역내 각국의 입장에서는 특정 진영에 대한 선택이 쉽지 않은 상황임.

  - 동남아시아에서는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이 꾸준히 진행되어 온 가운데, 미국은 2022년 아세안과의 특별정상회의를 개최하여 아세안 국가들에 대한 기후, 해양, 보건 분야 대응을 위한 1.5억달러 규모의 지원과 남중국해에서의 중국 선박 불법 어로행위 단속 지원을 약속하였음.

  - 또한 미국은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정상회의(2022년)를 개최하여 인도 · 태평양지역에서 중국에 대한 경제적 견제를 강화하기 시작하였음.

  *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ndo-Pacific Economic Framework): 미국이 주도하는 인도태평양 지역 경제공동체로, 한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인도, 아세안 7개국, 피지가 참여함.

  - 아세안에서는 러시아의 즉각적인 우크라이나 철군에 대한 유엔총회 결의안(2023년)에 대해 베트남과 라오스가 기권하고 나머지 8개 국가는 찬성하는 모습이지만, 냉전 시대부터 러시아와 오랜 협력관계를 맺어오거나 중국과의 교역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이 많아 미국 · 유럽 대러시아 · 중국 진영화에서 중간지대를 형성할 가능성이 큼.

  - 필리핀의 경우에만 미국과 맺은 기존 상호방위조약의 현대화에 합의하면서 지난 정권의 친중노선으로부터 이탈하는 모습을 보임.

  - 지역내 경제공동체를 구축하는 IPEF 협상에서는 무역, 공급망, 청정경제, 공정경제의 4개 필라에서 인도태평양 지역의 지속가능한 경제적 번영을 위한 규범이 확립 중이며, 현재 공급망필라에서만 공급망 위기시 회원국 간 상호 협력 및 보호 체계 구축을 합의한 상태임.

  - 호주는 2020년 코로나19 기원 조사 주장으로 인해 촉발된 중국의 호주산 제품에 대한 보복적 수입금지 및 관세부과를 겪으며 중국과의 관계가 악화되었고, 미국 주도의 태평양 외교안보 협의체인 QUAD 및 AUKUS 그리고 경제 협의체인 IPEF에 참여하며 미국측 진영에 가담하였음.

  - 태평양도서국*에서는 과거 미국의 영향력이 강했으나, 중국이 2018년 이후 중국-태평양도서국 협력기금을 조성하여 보건, 농업, 해양 등 다방면에서 협력관계를 확대해 왔고 2021년에는 솔로몬제도와 안보협정을 체결하자, 미국은 미국-태평양도서국 정상회의(2022년)를 개최

하며 외교안보관계 강화, 경제적 지원 등을 약속하며 협력관계를 다시금 강화하고 있음.

    *​ 태평양도서국: 남태평양의 14개 국가로, 12개 독립국과 2개 뉴질랜드 자치령으로 구성됨

 

► 지난 십여년 동안 아프리카 대륙에서는 많은 국가들이 서구 강대국들의 과도한 개입을 견제하고 군사적, 경제적 지원을 확보할 수 있는 러시아, 중국과의 협력을 우선시하여 서구 국가들의 영향력이 퇴조하는 모습이 나타났지만, 최근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함.

  - 러시아는 1990년대 탈냉전 이후 약해진 아프리카에서의 발판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해왔고 2019년 러시아-아프리카* 정상회의를 개최하여, 125억 달러 규모의 경제협력과 함께 정치, 안보,교육, 문화 등 다방면에서의 협력관계를 진전시켜 아프리카에서의 영향력을 확고히 하였음.

     * 아프리카 54개 국가 중 43개 국가 지도자와 11개 정부 대표가 참석하였음.

  -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중 체결된 곡물 수출에 대한 흑해곡물협정(2022년)이 지난 7월 러시아에 의해 파기되면서, 아프리카의 식량난 악화 가능성 확대와 함께 러시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아프리카에 싹트기 시작함. 그 결과 7월에 열린 2차 러시아-아프리카 정상회의에 21개 국가 지도자만이 참석하였음.

  - 게다가 러시아 민간군사단 와그너 그룹의 아프리카에서의 활동 및 이에 따른 이권 개입, 8월 발생한 니제르 쿠데타 등 사하라 지역에서의 연이은 쿠데타 정권 등장은 러시아에 대한 부정적 분위기 형성에 일조하고 있음.

  -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은 아프리카지역에서도 중국 자본 및 인프라 진출을 통해 우호적인 분위기를 형성해왔으나, 지난 수년 간 케냐, 에디오피아, 탄자니아 등에서 채무불이행 문제가 발생하면서 중국의 아프리카 지원에 대한 의도가 의심받기 시작함.

  - 한편 미국은 2014년 이후 처음으로 미국-아프리카 정상회의(2022년)를 개최하여 기후변화,식량안보, 보건 등에 대한 550억달러 규모의 원조를 약속하는 등 적극적으로 협력관계를 모색하기 시작함.

 

► 과거 미국의 뒷마당이라고 불리던 중남미에서는 최근 좌파성향 정권이 연이어 등장하면서 반미성향이 강해지고 있는 가운데 중국과의 친선관계가 확대되는 모습이며, 지역내 발전을 위한 통합적 움직임도 함께 나타나고 있음.

  - 지난 십여년 동안 중국의 중남미 지역에 대한 무역액 및 투자액이 꾸준히 증가하며 중남미의 대미 의존도가 낮아졌으며, 코로나 팬데믹 기간 중국의 중남미 지역에 대한 의료용품 무상 지원은 중남미에서 중국의 외교적 지위를 강화하였음.

  - 브라질은 중국과의 정상회의(2023년)를 통해 통신, 인프라, 에너지, 농업 등 15개 분야에서 협력관계를 강화하는 협정을 맺었고, 이와는 별도로 양국간 무역 결제통화로 미달러화 대신 브라질 헤알화나 중국 위안화 사용을 합의하면서 양국간 무역 및 투자를 촉진하고자 하는 중임.

  - 우루과이는 2022년 중국과의 FTA 타당성 조사를 마치고 양국간 협상을 시작하여 경제적으로 가장 빠르게 중국과 밀착하는 모습을 보임.

  - 중남미에서의 중국 입지는 대만과의 단교에서도 나타나는데, 니카라과가 2022년에, 온두라스가 2023년에 중국과의 외교관계 수립을 위해 대만과 외교관계를 단절하였고 이제 파라과이만이 대만과 수교관계를 유지하는 국가가 됨

  - 중남미 12개 국가들은 지역내 통합을 통해 강대국 중심의 국제질서에 대항하고자 남미정상회의(2023년)를 개최하여 보건, 기후변화, 국방, 인프라, 에너지 등 분야에서 남미지역내 협력 강화를 논의하였고, 지역내 무역과 관련하여 지역공통 화폐 도입을 논의하는 등 탈달러화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있음.

 

► 지정학적 대립이 심해지는 과정이지만 많은 저소득국가들은 한쪽 진영에 속하기 보다는 중간지대에 계속 남아있을 것으로 보임.

  - 식민시대를 경험하고 대부분 2차 세계대전 이후 독립한 저소득국가들은 그동안 강대국들이 국제질서를 정립하는 과정에서 경제적, 정치적 강요에 처한 경우가 많았고, 최근의 상황에서도 미국, 유럽, 러시아, 중국 등 강대국 사이에서 선택의 압박을 느끼고 있음.

  - 튀르키에, 인도 등 자국 이익을 앞세울 만큼 글로벌 영향력이 큰 국가가 아닌 대부분의 소규모 저소득국가들은 현 상황에서 한쪽 진영에 깊게 관여할수록 다른 쪽 진영으로부터 받을 불이익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음.

  - 가령 중국과의 경제적 상호의존성이 큰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남중국해에서 커지는 중국 영향력을 우려하면서도 공개적인 반대나 비난을 자제하며 경제적 불이익의 최소화에 애쓰고 있음.

  - 미국이 뉴워싱톤 컨센서스에서 보여주듯 중국에 대한 선진국의 공동 견제를 주도하면서도 미국내 제조업 육성을 위해 보호주의적 산업정책에 주력하고 있는 것은 중간지대 국가들에게는 시장개방이라는 경제적 인센티브 제공이 고려되고 있지 않다는 것을 의미함.

  - 시장접근을 통한 자유무역의 확대가 참여국 모두에게 유익함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이점을 차치한다는 것은 중간지대 국가들이 미국 주도의 진영에 가담하더라도 추가적으로 경제적 이익을 얻지 못한다는 것임.

  - 현재 동아시아에서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을 통한 동아시아 국가들의 중국시장 접근이 가능한 반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 미국이 탈퇴한 이후 동아시아 국가들의 미국시장에 대한 접근 기회는 사라졌고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는 아직 완성 되지 않았음.

 

► 따라서 우리나라가 국가간 상호협력 관계를 통해 향후 글로벌 중추 국가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빈곤, 식량, 부채, 기후 등 여러 방면에서 심각한 문제에 직면해 있는 중저소득 국가들에 대해 진정성 있는 상호 협력방안을 제시함으로써 이들 국가들의 실질적 발전에 기여하는 것이 필요함.

 - 지속적 외교 관계, 무역 협정, 개발 원조 등 여러 가지 방법이 고려될 수 있겠지만, 이들 국가에 대해 전략적 의존관계를 만들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선의와 신뢰에 기반한 실질적 발전 방안을 제공하는 한편 이에 대한 적극적 참여가 필요함. <K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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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글은 한국금융연구원(KIF)이 발간한 [금융브리프 32권 16호] (2023.8.25.) ‘포커스’에 실린 것으로 연구원의 동의를 얻어 게재합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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