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청 시인의 문학산책 <52> 38억년 쯤 전의 시간을 만나다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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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질시대(地質時代)의 역사를 알면 지구의 역사가 보인다."
46억년 된 지구에 겉껍질(地表)이 생긴 것이 38억년 전 쯤 된다고 한다. 38억년 전부터 인간이 역사를 기록하기 시작한 1만 년 전까지를 지질시대라 부른다. 지질시대의 지구 변모 양상들은 지질시대에 축적된 돌 속의 화석이나 돌의 성분분석을 통해 알 수 있다. 나는 틈만 나면 한탄강 지질공원을 찾아다니면서 몇 억년 전 가버린 시간들과 소통을 시도해보곤 한다.
[무진장 시적 상상력의 보고(寶庫), 38억 년 지구 지층, 화석]
아래 사진은 내가 한탄강 드르니계곡의 한 쪽 면을 찍은 사진이다.(2021.. 11.27)
높이 100m쯤 되는 거대 지층이 계곡의 한 쪽에 면을 이루고 길게 펼쳐져 있다. 한탄강 지질공원에서는 20억년 선캄프리아시대 이후 지구 지층의 변화를 눈으로 볼 수 있다고 한다. 그러니까 아래 사진은 20억 년 쯤의 시간의 축적이라고 이해할 수도 있겠다.
나는 지층 바위 속에 묻혀있는 유구한 시간을 깨워 시로 불러내는 일에 관심을 지니고 있다. 시집 [실라캔스를 찾아서](북치는 마을.2021)의 "실라캔스"도 3억 6천만년에서 6천5백 만년 지층에서 불러온 '화석물고기'였다.
[돌 속에 묻혀있는 지구의 역사]
지질시대의 지구는 폭발, 융기, 충돌 등의 변화를 겪으면서 여러 종류의 바위로 차곡차곡 쌓여 지층으로 굳어있다. 그러니까, 지층으로 굳어있는 돌의 성분이나 돌 속에 묻혀있는 화석을 살펴보면 38억년 지질시대 지구의 역사를 상당 부분 복원해 알 수 있다.
[38억년 시간을 깨우는 사람 ㅡ시인]
나는 지나가 버린 38억년~1만년 사이의 장구한 시간을 알고 싶고, 화석으로 굳어있는 동식물들과도 소통해보고 싶은 강한 충동을 느껴오고 있다.
지구에서 100년 미만을 사는 내가 38억 년의 시간을 흔들어 깨우고 화석화된 동식물들과 얼마쯤이라도 소통을 시도해볼 수 있는 것은 큰 기쁨이다.
[유네스코 한탄강 지질 공원]
우리나라 한탄강 유역은 장구한 지질변화 양상을 직접 볼 수 있는 최적의 자원이고, 이곳이 ‘유네스코 한탄강 지질 공원’으로 지정되어 세계적 지질자원으로 보호되고 있다.
한탄강 유역에는 20억~7억년 전(선캄프리아 기)의 변성암, 2억년 쯤 전의 퇴적암, 화강암 등이 쌓여있다. 그후 50만~16만년 전, 두 번에 걸치는 화산이 폭발해 그 위를 덮었다. 현재의 철원, 연천, 전곡 지역이 그곳인데 한탄강 아래쪽에 내려 와서 올려다보면 약 20억년 이후의 장구한 지구의 변모 모습을 직접 볼 수 있다.
아래, 사진이 20여 억년, 시간의 변화 양상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한탄강 드르니 계곡에 서서 오랜동안 건너편 벼랑을 바라보았다.
몇 억년의 시간, 지층들이 시루떡처럼 쌓여 있다. 한층 한층이 수억년 시간인 저 것들이…
나를 ㅡ시인의 호명을 기다리고 있는 것 같다.
한탄강변 여숙(旅宿)에 머물며 시간여행자일 뿐인 '나'를 생각하였다. 새벽 창밖 하늘로 후조(候鳥)들이 떼 지어 날고 있었다.
유구(悠久)한 지구 시간의 한쪽 귀퉁이에 내가 있다….
<사진> 한탄강 드르니계곡 건너편 수억 년 지층의 모습이 확연히 보인다. 사진의 벼랑 높이 100m가량.
<ifs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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