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 군은 없다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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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 리그 경기를 보다보면 어떤 날은 군인들 경기같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특히 개막 첫날에는 예외없이 북미대륙 전 경기장에 군복 선수들이 등장한다. 선수는 물론이고 중계하는 캐스터, 장내 어나운서까지 모조리 군복 차림이다. 모자도 그렇다. 어떤 날은 용감하다는 미해병대 복장이, 가끔 네이비씰(미 해군 특수부대)의 복장도 눈에 띤다. 팀마다 연고 지역과 관련있는 군부대 복장을 한다. 박찬호도 그랬지만 군복차림의 류현진도 이제 익숙하다. 전투복 차림으로 곧잘 TV에도 등장하고 했기 때문이다.
그뿐 아니다. 중계도중 잠깐잠깐 항공모함, 스텔스 전투기 등등 첨단무기도 보여준다. 많은 국내 팬들이 의아하게 생각하는 풍경들이다. 이제는 많이 알려졌지만 몇 년전만 하더라도 국내 방송 진행자, 해설자도 영문을 몰라 제대로 설명도 못했다. 진행자도 미국 현충일이나 재향군인의 날이 가까워 그런 복장을 한 게 아닌가고 얼버무리던 기억도 난다.
프로스포츠 선수들의 군복차림은 군을 대하는 미국인들의 마음이 상징적으로 나타나 있다. 그것도 메이저 리그 개막 첫날 군복을 입고 등장함으로써 군에 대한 미국인들의 절대적인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표하는 것이다. 카메라는 틈날 때마다 경기장에 초대된 미군과 그 가족들이 즐겁게 맥주를 마시는 모습과 어린 아이들이 모래장난을 하는 외야석을 보여 준다. 이유는 간단하다. 당신들이 있어 우리는 오늘 스포츠도 즐기고 아이들도 평화롭게 놀고 있다는 메시지를 우회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태평양 건너 한국 사람들도 이같은 스포츠 중계를 통해서 미군이 얼마나 자국민들의 사랑을 받고있는 지 알게 된다. 실제로 군에 대한 미국인들의 신뢰는 우리의 상상을 초월한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군 장교는 가장 존경하는 직업군의 최상위에 올라 있다. 군보다 상위에 있는 직업군은 의사, 교수, 소방관 정도이고 경찰이나 변호사 등은 군보다는 한참 아래에 위치한다. 연방정부 공무원 4명 중 1명이 군 출신이라는 것도 단적인 예다. 제도적으로도 단연 눈에 띤다.
연방 공무원 채용시험 때 제대군인에게 5%, 상이군인에게 10%씩 가산점이 부여된다. 연금 등등 보이지 않는 혜택이 더 많다. 채용에서부터 승진심사까지 군 출신은 우대를 받는다. 최악의 경우 정리해고가 있을 경우도 예비역 군인은 순위가 뒤로 밀린다. 군 경험을 높이 평가하는 알게 해주는 대목이다. 조직에 대한 충성심과 리더십 등을 인정하기 때문이다. 이 모두가 미국인들의 군에 대한 존경심의 발로다.
실제로 군에 대한 미국인들의 사랑은 상상이 가지 않을 정도다. 유학시절, 나는 veteran 즉 재향 군인이라고 새겨진 모자를 쓰고 있는 많은 예비역들을 만났다. 쇼핑센터에서, 골프장에서, 그들은 자신들이 한때 군인이었다는 대단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어디에서 복무했느냐고 묻기라도 하면 “나토” 또는 “코리아”라고 답하며 엄지척이다. 그럴 만하다. 쇼핑센터나 놀이동산, 커피점 등 웬만한 업소에서는 예비역들에게 할인 혜택을 준다. 레스트랑의 경우 군인 가족이 식사를 하게 되면 일정부분 할인해 주고 덤으로 디저트를 제공하기도 한다.
뿐만 아니다. 옆 테이블 손님들이 눈을 찡긋하며 대신 계산을 해주고 나가는 경우도 종종 있다. 공항에서도 마찬가지. 탑승 시간이 다가오면 항공사 직원이 큰 소리로 외친다. 노약자, 임산부, 그리고 어린 아이는 먼저 탑승하라는 안내가 일반적이다. 그러나 미국의 경우 여기다가 현역, 제대군인까지 포함시켜 “any soldiers, veterans”이라며 우선 탑승편의를 제공한다. 알려진 대로 미국은 의무제가 아닌 지원병 제도다. 미국인들은 직업으로써 군을 택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군인들에 대해 무한한 존경과 감사를 보낸다.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눈을 돌려 우리를 한번 보자. 우리 공무원이 북한군에 총살당한 뒤 군(軍)은 “북한이 설마 그런 만행을 저지를 줄 몰랐다”고 했다. 무능의 극치다. 문재인 정권 들어 망가질 대로 망가진 군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군은 국민 생명·재산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다. 그런 군이 우리 국민이 적군 총부리 앞에 놓여있는 절체절명의 6시간을 구경만 했다는 사실은 우리를 경악케 한다. 북이 이미 오래전부터 접경지대 접근자에게 사살 명령을 내렸다. 충분히 최악의 상황을 예상할 수 있었다. 당연히 강력한 대응 조치에 나섰어야 하는데 청와대 눈치만 바라보며 손 놓고 있었다. 도저히 군인이라고 할 수 없다.
대한민국 군은 더이상 군이 아니다. 청와대의 눈치만 바라보는 정권의 애완견과 다름없다. 우리 국민 총살보고를 청와대에 올린 뒤에도 군은 언론에 그저 ‘실종 사건’으로 공지하며 하루 넘게 오천만 국민을 속였다. 북이 미사일을 쏴도, 연락사무소를 폭파해도 ‘평화 타령’만 하는 청와대 눈치를 봤다. 육군참모총장까지 지낸 서욱 국방장관은 한걸음 더 나갔다. 북의 시신 소각에 대해 “코로나에 대해 절치부심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대한민국 국방장관의 발언이 아니라 북한 대변인 발표쯤으로 보인다.
국방장관은 이 대목에서 한발 더 나아가 “국민이 우리 군을 더욱 신뢰하게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했다. ‘공정’ ‘정의’라는 말 뜻이 조국, 윤미향, 추미애를 거쳐 바뀌더니 이제는 ‘신뢰’라는 말마저 서욱 국방장관에 의해 변질될 모양이다. 문재인 정권 들어 권력에 기생하는 정치군인들은 국방백서에서 ‘북한군은 우리 적’이라는 문구를 삭제했다. DMZ초소에 북 총탄이 탄착군을 형성하며 박혀도 ‘우발적 사고’라며 북한편을 들었다. 정치권력에 대한 군의 굴종은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다.
군대란 무엇인가? 정치와 무관하게 국가안보와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조직 아닌가? 비록 정치인들이 무슨 짓을 하더라도 군만은 중심을 잡아야 대한민국이 생존할 수 있다. 약자가 외치는 평화는 평화가 아니다. 힘이 뒷받침되지 않은 평화는 물거품과 같다. 초딩들도 안다. 대한민국 군은 용기와 명예를 먹고 사는 집단은 아니다. 보신에 급급하고 진급할 생각에 청와대 눈치만 살피는 졸개무리에 불과하다. 국민의 군대라기보다는 정권의 방패막이로 전락했다.
신임 국방부 장관이 추문에 휩싸인 추미애 법무장관에게 “불편하시죠”라고 인사하는 작태가 상징적이다. 국방부는 추미애 아들 구하기 부처쯤으로 전락했다. 우리는 오랫동안 군을 무시하고 때로는 ‘군바리’라고 경멸해 왔다. 기합과 빳따로 점철된 신산한 군생활을 경험한 한국의 예비역들은 대부분 군에 대해 부정적이다. 그렇지만 언젠가 존경받는 군을 보고 싶다는 바램은 상대적으로 커져 왔다. 그러나 작금의 사태를 지켜보면서 보통 대한민국 국민은 다시 한번 절망하게 된다.
대한민국에 군은 없다. 그저 정치권력에 기생하는 군바리들만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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