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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어만 가는 가계부채, 잠재적 위험 더욱 커진다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20년09월28일 17시10분
  • 최종수정 2020년09월25일 14시20분

작성자

  • 이창선
  • 국가미래연구원 연구위원,경제학박사

메타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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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경제위기 상황에서도 오히려 가계부채 증가세


가계부채의 증가세가 지난 2016년 이후 둔화되던 추세를 멈추고 다시 빨라지는 모습이다. 가계신용 증가율은 지난해 3분기의 3.9%에서 4분기에 4.1%로 소폭 높아진 후 올해 1분기와 2분기에는 각각 4.6%, 5.2%로 높아졌다. 2015년 하반기~2017년 상반기 중 가계부채 증가율이 10%를 넘던 때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코로나 19로 인한 경기침체 상황에서 가계부채 증가세가 빨라지고 있는 것은 다소 이례적인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때에는 위기 이전인 2008년 3분기중 10%대이던 가계신용 증가율이 위기 이후 2009년 상반기까지 5%대로 하락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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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위기 상황에서 가계부채가 더 빠르게 늘어나게 된 것은 소득 감소로 인해 생활자금 마련 수요가 커지고 사업이 어려워진 자영업자의 대출 수요가 증가한 것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여기에 더해 부동산과 주식 매입을 위한 대출 수요가 한몫하고 있다. 경기침체에도 부동산 가격의 상승세가 이어지고, 한때 급락했던 주가는 상승세로 반전되어 이미 연초 수준을 훌쩍 뛰어넘어 섰을 정도이다. 자산가격의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이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고 대거 빚을 내면서까지 주식 구입과 주택 마련에 나선 가계가 많아진 것이다. 강력한 대출 규제 정책에도 불구하고 주택담보대출은 물론 신용대출의 증가세도 높아지는 모습이다.

 

이처럼 생활비, 사업, 자산 구입 목적의 가계대출이 빠르게 늘어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역시 저금리가 자리잡고 있다. 통화당국의 정책금리 인하와 경기침체의 여파로 인해 시중금리와 대출금리는 사상 최저 수준으로 낮아진 상태이다. 낮아진 저금리는 가계로 하여금 이자부담을 덜고 차입에 나서게 부추기는 역할을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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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과 실물 악화의 악순환은 제어되고 있는 상황

 

경제위기의 와중에도 가계부채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상황은 일면 다행스러운 점도 있다. 지난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 나타났듯이 경기침체의 여파로 주식 및 부동산 가격의 급락세가 이어지고 실업이 급증할 경우 대출 원리금을 연체하는 가계가 늘어나고 금융기관이 대출을 기피하게 된다. 이로 인해 자산가격의 하락과 가계부실이 심화되고 경기침체가 깊어지는 악순환에 빠져들 수 있다. 

 

그러나 현재로선 전세계적인 금융과 실물의 악순환은 방지되고 있는 듯하다. 주요국 정책당국이 조기에 과감한 재정확대, 통화완화 정책으로 적극적인 경기방어에 나선 데다 금융기관의 건전성이 높아져 있는 데 따른 결과이다. 정책당국의 완화정책에 대한 기대를 바탕으로 글로벌 각국의 투자자 역시 주식 및 부동산 투매를 자제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마찬가지다. 대출금리는 하락하고 신용경색 조짐은 없으며 자산시장도 상승세다. 가계대출의 연체율도 별반 높아지는 조짐이 없다. 통화당국이 재빠르게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인 0.5%로 낮추고 신용경색을 막기 위한 각종 유동성 지원에 나선 데다, 정부도 수차례의 추경을 통해 재정지출 확대와 가계의 소득지원에 나선 때문이다.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미국과는 달리 우리나라의 실업률 상승 폭은 크지 않은 편이라는 점도 단기적인 가계소득 악화에 따른 가계부채 부실을 덜 야기하는 요인이다. 노동의 유연성이 높은 미국에서는 경기침체와 더불어 실업률이 일시에 3%대에서 10%대로 높아졌으나 우리나라의 실업률 상승세는 상대적으로 완만한 편이다. 

 

BIS에 따르면, 우리나라 가계는 부채 많지만 위기대응력 높은 편


둔화세이던 가계부채가 다시 빠르게 늘어나면서 과다 가계부채에 따른 잠재적인 위험성이 우려된다. 우리나라의 가계부채 수준은 다른 나라와 비교해서도 이미 위험한 수준으로 평가된다. BIS가 주요 43개국의 가계부채 규모를 집계한 바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가계부채 규모는 2020년 1분기말 현재 GDP 대비 95.9%에 달해 7번째로 높다.

 

우리나라보다 경제규모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높은 나라는 북유럽의 노르웨이, 덴마크, 네덜란드와 스위스, 호주, 캐나다 등이다. 지난 2015년과 비교할 때 우리나라의 GDP 대비 가계부채 규모는 12.8%p 높아져 가계부채 증가 속도로는 우리나라가 세번째다. 우리나라보다 증가세가 높았던 국가는 중국과 홍콩으로, 두 나라의 현재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우리나라보다 낮다. 

 

금융 관행, 복지 수준 등에 따른 국가별 차이를 감안할 때 국가별 순위는 의미가 크지 않더라도, 주요 43개국 가운데 경제규모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높으면서 지난 5년간 가계부채가 상대적으로 빠르게 높아진 국가로 우리나라가 손꼽힌다. 가계부채로 인한 위험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나라에 속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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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마나 BIS 분석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코로나 19 충격에 대한 가계의 대응력이 높은 나라로 평가된다. 실업으로 소득이 없어질 경우 가계는 보유한 금융자산을 비롯하여 단기간에 현금화가 가능한 유동자산을 이용하여 버틸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코로나 19 충격에 따른 실업률 상승 정도가 상대적으로 낮을 것으로 추정되는 데다, 가계의 유동자산 보유 규모가 상대적으로 큰 편이다. 

따라서 원리금 상환을 계속해 나가고 소비를 생계유지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는 기간이 우리나라 가계는 다른 나라보다 긴 것으로 추정된다. 중하위권 소득 가계의 경우 우리나라가 버텨낼 수 있는 기간이 일본과 더불어 가장 높은 것으로 BIS는 추정하고 있다.

 

자산시장과 실물경제의 괴리, 장기화될수록 위험성 증대


BIS의 분석이 아니더라도 현재와 같은 저금리가 유지되고 자산시장이 급락하지 않는 한, 가계부채 문제가 단기간 내 우리 경제에 심대한 타격을 줄 정도로 불거질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코로나 19에 따른 경기침체에도 자산시장은 양호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은 다행스러우나, 문제는 실물경제와 자산시장과의 괴리 현상이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 지 의문이라는 점이다. 자산시장의 호황은 지난 글로벌 위기 때 경험했던 일종의 학습효과가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 조만간 코로나 19로 인해 야기된 경기침체 상황이 끝나고 결국 글로벌 경제 및 각국 경제가 회복될 것인 데다, 저금리정책이 경기회복세가 굳건해질 때까지는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가 자산시장을 떠받히고 있는 것이다. 

 

갑작스럽게 금리가 높아질 가능성은 낮은 것이 사실이다. 이미 미국은 평균물가 목표제라는 것을 통해 앞으로 상당 기간 제로금리를 유지할 것임을 공식화한 바 있다. 우리나라 역시 경기회복세가 뚜렷해지는 것을 확인하기 전까지는 저금리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저금리가 지속되더라도 일반의 기대와는 달리 경기침체가 장기화되고 기업실적 및 가계소득의 개선세가 미흡하다면 주식 및 부동산 시장의 상승세가 지속되기는 어렵다. 실물경제 상황과는 괴리된 채 저금리에 기반한 차입을 통한 자산 구입으로 인해 자산가격의 상승세가 이어지는 한, 자산가격의 버블 형성과 급락 위험성은 더욱 커질 것이다. 

 

자산시장의 불안정성 야기될 가능성에 유의


가계부실 문제가 불거진다면 취약한 부문부터 시작될 것이다. 정부의 소득 지원만으로 버텨 내기가 어려워진 저소득 가구와 영세 자영업자부터 차입금의 원리금 상환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취약 가구의 악화되는 가계소득을 지원하는 정책도 경기침체가 장기화될수록 실효성과 재원 마련의 어려움으로 인해 지속되기 어려울 수 있다.

 

가계부실이 전방위적으로 확산되어 금융기관 부실까지 이어지는 시스템적 위기가 발생되는 것은 자산가격 급락에서 비롯될 것이다. 특히 주식시장보다는 부동산 시장의 급락 시 가계에 미치는 영향이 커질 수밖에 없다. 주식과는 달리 담보대출 또는 전세대출 등 부동산 관련 대출은 거액인 데다 대다수 가계가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정책당국은 거시적으로 경기위축에 대응하여 저금리 기조를 이어가는 것이 불가피한 만큼, 미시적으로 과다하게 빚을 내 주식과 부동산 구입에 나서면서 자산가격 버블이 형성되는 경로를 차단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실물경제와 자산시장과의 괴리현상이 장기화되어 사람들의 기대가 바뀌면서 자산가격이 급락세로 돌아설 가능성에 대해서도 주시할 필요가 있다. 이미 미국이나 우리나라의 주식시장과 부동산 시장이 조정 국면에 들어서면서 자산시장의 불안정성과 변동성이 커질 조짐이다. 본격적인 약세 국면으로 자산시장이 전환되고 있는 신호인지 면밀한 모니터링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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