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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한국의 국가전략 환경 변화와 정책 제언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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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3년11월11일 20시01분

작성자

  • 홍현익
  • 세종연구소 안보전략센터 수석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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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시기 한 동안 북핵 문제 해결과 평화 정착을 기약하던 한반도 정세는 북・미 간 신뢰 부족과 국제질서 주도권을 둘러싼 미국의 중국 견제와 경쟁 고조, 미국의 한반도 문제의 외교적 해결에 대한 의지 약화, 그리고 북한의 전면적인 대화 거부, 자력갱생 전략 채택 및 대량살상무기 무장 강화와 계속되는 군사 도발로 냉각되었다. 이에 더해 2022년 2월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세계 질서와 한반도 주변에 ‘신냉전적’ 질서 형성을 더 촉진했다.

 

이 전쟁이 유라시아 대륙 반대편에서 벌어지고 있지만, 한반도와 접경국인 러시아가 직접적인 당사자이고 한국의 국가전략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미국과 중국이 이에 깊숙이 개입되어 있으며 국제질서의 신냉전적 진영 대립 구도로의 재편도 촉진해왔다. 즉 이 전쟁은 한・미・일 안보협력과 북・중・러 연대를 각각 강화시키고 양 측의 이익이 갈등하고 충돌하도록 부추기고 있어 북핵 문제 해결이나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 구축을 추구하는 한국의 국가전략 수행을 어렵게 하고 있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은 김정은에게 미국과의 협상에 미련을 버리고 핵과 미사일을 개발해 자주국방에 나서도록 추동했고 북한에게 미국 등 국제사회의 제재에 따른 정치・외교・경제적 어려움을 극복해 독자적으로 행동할 공간도 확보해 주었다. 

 

자연스럽게 북한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정권 생존의 기회로 여기며 중국 및 러시아와의 관계를 강화하고 핵 무장과 미사일 능력 증진 노력을 강화하여 사실상 핵 실전능력을 보유하였을 뿐 아니라 공세적이고 선제적인 핵 독트린을 채택하고 지속적으로 한국을 위협하면서 각종 미사일과 정찰위성 발사로 첨단 미사일과 장거리미사일 기술 확보를 노리며 7차 핵실험까지 감행하려는 동향을 보였다. 한국은 미・중 및 미・러 대립, 북・중・러 3각 연대 강화에 따른 중첩된 대외안보 환경 악화와 신냉전적 질서 하에서 독립적인 핵 억지 능력을 구비하지 못한 상태에서 북한의 핵 공격 위협에 직면하는 위태로운 안보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이런 맥락에서 2022년 5월 출범한 윤석열 정부는 ‘글로벌 중추국가’를 지향하는 외교를 제창하고 문재인 정부의 신남방정책의 외연을 확장하는 ‘자유・평화・번영의 인도-태평양전략’과 함께 대북정책 기조로 ‘담대한 구상’을 내놓았다. 먼저 ‘글로벌 중추국가’는 한국의 자강과 자율성 증진을 추구하기보다는 미국의 세계 전략 기조에 발맞추고 자유, 민주, 인권, 법치 등 가치를 지향하는 한・미 동맹 편중 및 한・미・일 안보 공조 강화 외교로 전개되고 있다. 핵을 개발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미국의 확장억지 강화에 중점을 두어 2023년 4월 한・미 정상 간 워싱턴 선언을 통해 핵협의그룹(NCG)을 출범시키고 미 전략자산 배치를 증강했다. 하지만 그 대가로 핵 개발 포기를 공언하고 원자력 자립도 유보했으며 전작권 전환을 뒷전으로 미루어 자강보다는 대외 의존이 증가했다. 특히 미국이 오랜기간 원해왔던 한・일관계 정상화를 일방적인 양보로 추진해 다양한 한・일 현안을 묻어두고 한・미・일 안보 공조를 강화해왔고 이는 반작용으로 북・중・러 연대 강화를 추동했다. 

 

‘담대한 구상’은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전제조건으로 내세워 이명박 정부 시절 ‘상생과 공영의 대북정책’을 제창하고 실제로는 ‘비핵・개방・3000’ 기조의 대북정책을 펼쳐 남북 대화 한번 개최하지 못한 것을 연상시키고 있다. 현재까지 비핵화 북・미 대화는 물론이고 남북 대화조차 개최될 조짐이 없고 상호 간에 불신, 적개심과 대립이 고조되는 상황을 맞고 있다. 국가전력 목표인 평화통일 달성은커녕 평화통일 기반 조성을 위한 만남과 접촉조차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윤 정부의 인태전략 역시 특정국을 겨냥하지 않는다고 설명되었지만 용어 자체부터 중국에 대한 포위・견제를 염두에 둔 용어를 사용한 것이다. 

 

달리 말하면 윤석열 정부는 한・미 동맹 강화와 한・일관계 정상화 및 한・미・일 안보 협력 발전에 열중하고 원칙에 입각한 대북 강경기조를 펼침으로써 한반도에서 신냉전적 대결 구도가 보다 선명해지고 있고 이에 따라 한국의 3대 국가전략 과제인 국가안보, 경제발전, 평화통일 수행에 난기류가 형성되어왔다. 이미 한・러관계는 한국의 대러 제재 참여로 우호관계가 손상된데다 한・중관계도 소원해지고 파열음이 노정되고 있으며 남북 간에는 대화가 단절된 상태에서 상호 불신과 적대감이 고조되고 언제라도 우발적인 군사충돌이 발생할 수 있는 안보 위험 상황을 맞고있다. 특히 한・중 및 한・러관계가 양호했던 시절에는 남북 간 충돌이 벌어져도 중국과 러시아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북한의 모험주의 행보를 견제하는 방향으로 움직였지만, 현재는 이를 기대할 수 없어 남북 간 소규모 군사 충돌이 국지전으로까지 비화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는 정세가 전개되고 있다.

 

경제적으로도 표면적으로는 무역이 2022년 3월부터 15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한 뒤 2023년 6월부터 흑자를 내어 9월에는 37억 달러 흑자를 냈다. 하지만 내용 면에서는 수출이 12개월 째 전년 동월 대비 감소했지만 수입은 더 크게 줄어 흑자를 내는 불황형 흑자여서 안심할 상황은 전혀 아니다. 이와 함께 매우 곤혹스러운 상황은 정부의 대미 일변도 외교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자국 경제 우선주의를 펼쳐 반도체법과 인플레이션감축법 등을 통해 한국의 첨단 주력 산업인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부문에서 막대한 투자를 미국으로 유치하면서도 중국 견제를 빌미로 삼아 실제로는 자국 산업 위주의 정책을 펼쳐 한국의 주력 기업들이 상당한 불이익을 받고 향후에도 상당한 통제를 감수해야 되는 처지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아직 상당한 임기를 남긴 윤석열 정부가 다른 나라를 위한 외교가 아니라 우선적으로 우리 국민과 대한민국, 그리고 우리 민족의 이익을 증진하고, 인류 보편의 가치와 이익 증진에도 기여할 수 있는 대외전략 방안을 제시한다. 

 

첫째, 현 국제질서는 ‘신냉전적 다차원 다극질서’여서 진영 간 안보 대립과 진영을 초월한 경쟁과 협력이 병행적으로 진행되고 있고, G2로 불리는 미・중의 위상이 과거 미・소보다 상대적으로 낮아졌으며 제3지대에 속하는 글로벌 사우스의 비중과 역할이 커진 상황이다. 신냉전이 아니라 ‘신냉전적 다극 질서’로 보는 것이 보다 더 합당하다. 윤석열 정부는 마치 신냉전 질서가 이미 정착된 것을 전제하고 대외정책을 펼치는 모습이나, 미국과 중국은 내용 면에서 국익 극대화를 위한 실리외교를 시행하고 있고, 그 외의 대부분의 나라들도 미・소 냉전시대보다 미・중 양국으로부터 각각 이득을 챙기면서 자율재량도 키우고 있는 시대이다. 따라서 현 국제정치 질서에는 단순 zero-sum game이 아니라 다면 복합게임이 적용된다. 더구나 한국은 분단국가인데다 비핵국이고 안보 위협국인 북한이 사실상 핵을 보유하고 우리를 위협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맥락에서 한국의 가장 중요한 국가목표인 대북 억지와 한반도 평화와 안정 수호, 그리고 미래 국가안보 목표들인 북핵문제 해결,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북한의 급변사태 시 원활한 해결, 그리고 평화통일 모두가 중국과 러시아의 방해가 없어야 원활히 달성될 수 있다는 점을 확실히 인식하고 대외전략을 펼쳐야 할 것이다. 

 

둘째, 윤석열 정부가 미국이 인류 보편적인 가치들을 주창할 때 이를 지지하고 동참하는 것은 글로벌 중추국가로서 당연하고 바람직하다. 그러나 우리 정부가 미국 등 서방 선진국들보다 최전선에 서서 이를 주창하고 구현하기 위해 선봉에 서겠다는 것은 지혜로워 보이지 않는다. 한・미 및 한・미・일 협력을 증진하면서도 신중한 외교를 펼쳐 중국과도 가능한 최대한도로 우호적인 관계를 갖고 러시아와도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면 조속한 시일 내에 우호관계를 회복하는 기반을 마련해 두며 대러 제재에 동참하지 않는 다수의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과도 더욱 능동적으로 우호 협력관계를 맺는 것이 현명하다. 

 

셋째,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가 핵 공격 가능성으로 미국과 나토의 병력 파견이나 첨단무기 제공, 미국의 테러지원국 명단 등재 등을 자제시킨 것을 목격한 김정은은 우크라이나와 달리 한국은 미국의 동맹이라는 사실을 간과하고 대남 침공 시 핵을 활용해 미국의 개입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오판할 가능성이 커졌다. 특히 2023년 10월 하마스는 핵보유국인 이스라엘을 그 후견국인 미국의 국제적 위상이 약화된 것을 기회로 삼아 20-30분 간 집중 공격해 수 천명의 사상자를 야기했는데, 핵보유국인 북한이 미국과 동맹이라고 해서 비핵국인 한국의 고압정책을 계속 인내할 것인지는 보장할 수 없다. 워싱턴 선언으로 한・미 간 핵 운용체제를 일체화한다는 취지 하에 핵협의그룹(NCG)이 가동되고 미국의 전략핵잠수함의 부산 기항도 이루어졌지만 아직 NCG는 세부 구성이 완료되지 않았으며 미 전략핵잠수함도 며칠 기항 후 떠났기 때문에 대북 핵 억지력이 강화된 것은 사실이지만 상시적으로 작동한다고 보기에는 매우 미흡하다. 

 

미국의 확장 억지가 북한 지도자가 남한을 핵 공격할 경우 감당하기 어려운 핵 보복을 받을 것이라는 신뢰성을 주고 한국의 지도자뿐 아니라 일반 국민들도 북한의 핵 공격을 두려워하지 않을 정도로 안심시켜 한국의 핵 개발이 실제적으로 필요함을 느끼지 않게 해줄 정도로 제공되어야 할 것이다. 2024년 11월 미 대선 이전에 미국의 핵 운용 신비주의를 넘어 NCG의 상설 사무국이 설치되고 실무회의를 여러 차례 정기 개최해 NCG의 주요 과업을 책정하며, 긴밀히 공유할 정보 목록, 공동 기획 지침, 도상 훈련 및 시뮬레이션 등 연습 시행 방안, 북핵 위협 및 사용 임박 시 정상 간 협의 절차, 전략자산을 포함한 핵 전력의 전개 및 배치 방안, 핵 운용의 작전계획화 같은 운용, 기획 등 전략 발전 뿐 아니라 작전 및 실행에 이르기까지 양국간 협력이 증진되고, 미 전략핵잠수함이 가끔 한국에 기항하는 수준보다는 가시성이 훨씬 더 향상되는 것이 필요하다.

 

넷째, 북한이 도발이나 침략을 감행할 경우 한국에게 도발해보아야 자기들이 더 크게 피해를 입는다는 것을 충분히 깨달을 정도로 즉응적이고 단호하게 대응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북한의 입장에서 한국 안보의 허점을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찾아도 안보의 어떠한 빈 틈도 존재하지 않도록 철저히 보완하고 대비해야 할 것이다. 특히 김정은은 한국이 비핵국임에 착안해 북한의 핵을 활용하여 미국의 개입을 최소화하거나 자제시킬 수 있다고 오판할 수 있다. 따라서 북한의 국지도발과 재래식 전쟁에 대해서는 미군에 대한 의존을 최소화하고 “대한민국 안보는 우리가 지킨다”는 각오로 자주적인 능력을 충분히 배양하고 유지해야 할 것이다.

 

다섯째, 한・미 정부가 북한에게 대화의 문은 열어 놓고 있지만 북한이 대화에 안나오는 이유를 찾아 이를 해소해 줌으로써 대화를 재개하려는 의지는 별로 보이지 않는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은 김정은에게 미국과의 협상이 설사 타결되어도 핵을 포기하면 피침될 수 있다는 우려를 보여주었는데, 바이든 행정부가 원점에서 실무회담부터 하자니 관심을 기울일 동기가 조성되지 않으므로 미국의 제안을 무시하고 핵과 미사일 고도화에 집중해왔다고 여겨진다.

 

따라서 정부가 미 행정부에게 트럼프 대통령이 합의를 무시한 점을 감안해 현재의 제2 ‘전략적 인내’ 기조를 전환하고 대북 우호 조치를 선제적으로 취하는 방식으로 북・미 대화 재개를 모색할 것을 설득하는 것이 요망된다. 북・미 대화가 재개된다면 남북 대화도 동력을 받을 것이고 한반도 긴장도 완화될 것이다. 또 우리 정부라도 대북 인도적 지원 의사를 보다 적극적으로 보이고 북한의 안보 딜레마 상황을 감안한 남북 대화 및 협력 의사를 제시해 북한의 도발 동기를 관리하고 통제하는 노력을 국가안보 태세 강화 노력과 병행해서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여섯째, 윤석열 정부가 남북관계에서 인도주의 문제를 해결하고 북한의 인권을 개선하려면 일방적으로 북한의 인권 개선을 종용하고 국제사회에서 제재와 압박 등을 통해 이를 도모하기보다 우선적으로 남북 대화를 재개해 설득하면서 협상을 통해 적절한 보상책을 제시하면서 실질적인 북한 인권의 개선을 얻는 것이 성과를 거두는 방안이라고 여겨진다. 

 

일곱째, 북한 급변사태가 발생할 경우 신속하고 적절히 대처하지 못한다면 천재일우의 통일 기회를 놓치거나 북한 관할 영토의 일부를 외세에 빼앗길 수도 있음을 인식하고 만반의 대비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정부는 이런 필요에서라도 중국 및 러시아와의 관계를 조속히 정상화하는 것이 요망된다. 

 

여덟째, 중국이나 러시아에 대해서는 그들의 핵심이익과 관련되는 사안도 과감하게 발언하면서 미국과 일본에게는 명백한 한국의 국익 사안에 대해서도 침묵하는 듯한 행보를 한 것은 형평에 맞지 않다고 보인다. 정부는 미국이 가치 공유국들을 규합해 중국을 견제하면서 미국만의 경제적 이익을 주로 챙기고 이들 가치 공유국들에게는 불이익도 주고 있는 점이나 규칙 기반 국제질서를 수호한다면서 WTO 등 국제 규범을 자기 스스로 어기는 것에 대해서는 명확히 지적하면서 한국의 국익을 지키고 증진해야 할 것이다.

 

외교의 본질은 서로 주고받는 데 있으므로 우호관계를 유지하고 발전시켜 가면서 가능한 주는 것은 최소화하면서 얻는 것은 최대화하는 것이 미덕이다. 특히 서희의 외교나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는 속담처럼 칭찬과 덕담을 해주고 최대한의 실질적인 이익을 얻는 것이 가장 탁월한 능력으로 인정받는 것이다. 정부는 대미, 대일외교를 이런 관점에서 재검토해보고 개선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끝으로 대외전략 방향을 쇄신해 남북 간에 상호 위협 감소와 동시 행동 원칙을 준용하고 포용과 대화 및 외교 노력을 병행해 한미동맹을 주축으로 삼고 한・미・일 안보협력을 적절히 도모하면서도 중국 및 러시아와의 관계도 가능한 우호적인 관계를 맺어 나간다면 한국의 외교가 한반도 안정과 평화 회복과 정착 그리고 호혜적인 경협 증진과 평화통일로 나아가는 길을 구축하는 선순환 외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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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자료는 세종연구소가 발간한 [세종정책연구 2023-01](2023.11.10)의 요약내용을 간추린 것이다.<편집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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