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정치 컨설팅社 “금년 최대 리스크는 ‘zero-Covid’ 정책 실패”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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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치 리스크 컨설팅회사인 ‘Eurasia Group’(뉴욕시 소재, 1998년 창립)은 지난 3일, 2022년 중에 글로벌 사회가 겪게 될 10대 리스크 요인들을 선정한 보고서 『Top Risks 2022』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금년에 전세계가 당면할 최대 리스크로 “No Zero Covid(제로 코로나 정책의 실패)”를 꼽았다. 중국 시진핑 정권이 지금 고수하고 있는 ‘Covid-19 완전 봉쇄 정책(ZCS)’이 실패할 경우, 이로 인해 일어날 것으로 예견되는 중국 사회의 경제적 대혼란이 전세계로 파급될 것을 우려하는 것이다.
국제정치학자인 브래머(Ian Bremmer)씨가 창립한 ‘Eurasia Group’은 매년 연초에 글로벌 정치 및 경제에 가장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이는 이슈들을 예상해서 발표하고 있다. 2011년에는 세계경제포럼(WEF) 다보스 회의에서 발표한 글로벌 리더십 공백을 우려한 ‘G-Zero World’ 관련 보고서가 크게 주목을 받은 바 있다. 2020년에는 미 정계가, 코로나 팬데믹 사태를 계속 업데이트한 보고서를 중시했었다.
이 회사는 2021년의 Top 리스크로, 바이든 대통령의 당선을 암시하는 『제46대』를 선정해서 미국 국민들의 절반 이상이 대통령 선거 결과를 비(非)합법적인 것으로 인식하고 있던 현실에 경종을 울리기도 했다. 이 예측을 공표하고 나서 이틀 뒤에 트럼프 지지자들이 미 의회로 납입해 의사당을 점거하는 초유의 사태가 일어나기도 했다. 아래에 이 회사의 최근 보고서 『Top Risks 2022』 내용을 간략히 소개한다.
< Eurasia Group이 예견한 세계 10대 리스크>
1. ‘No Zero Covid’ (코로나 완전 봉쇄 정책의 실패)
2. ‘Techno-Polar’ World (거대 첨단기술기업들에 의한 지배)
3. 미국의 중간(中間)선거
4. 중국의 국내 정세
5. 러시아(Russia)
6. 이란(IRI)
7. ‘2보 전진, 1보 후퇴’ 양상의 그린(Green) 정책
8. 세계 각지의 힘의 공백(empty lands)
9. 문화 전쟁에 패하는 기업들
10. 터키(Turkey)
■ “올해는 글로벌 리더십 공백(‘G-Zero World’)이 더욱 선명해질 것”
이 보고서는 서문에서 미국은 명실 공히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나라이고 군사적, 경제적, 외교적, 문화적으로 전세계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힘을 가진 나라임과 동시에, 정치적으로는 가장 분열돼 있어 기능 부전이고, 경제적 불균형이 극심한 나라라고 정의했다. 또한 G7 국가들 중에 코로나 백신 접종율이 가장 낮은 나라이다. 1월 6일은 미국의 현대 역사상 유례가 없는 정치적 비극이었던 의사당 난입 폭거를 기념하는 날이다. 9.11 이후 가장 비극적인 이 사태는, 미국 시민들이 정치적 관점의 차이로 상대방을 주적(主敵)으로 여기는 현실을 상징한다고 지적한다.
한편, 글로벌 G2인 중국은 40여년 동안의 유례없는 고속 성장에 뒤이어, 사회적 화합과 정치적 안정을 위한 모멘텀을 유지하는 데 장애를 겪고 있다. 중국은 Covid-19 이후, 전세계에서 가장 먼저 경제 활동 재개한 뒤에 지금은 가장 엄격한 ‘Zero Covid’ 정책을 시행하면서 가장 오랜 기간에 걸쳐 지역 봉쇄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적극적인 지역 봉쇄를 강력하게 실시하면 할수록 대중의 반발이나 경제적 타격이 가중될 것은 당연하다. 이와 함께, 중국은 최근 더욱 독재적 국가자본주의로 흐르고 있다. 특히, 시 주석이 역사적 3연임 확보할 20차 중국공산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베이징의 에너지는 온통 국내 문제에 집중될 공산이 크다.
이 글로벌 최강인 두 나라가 함께 국내 문제에 골몰해 있는 동안 전쟁을 벌일 위험은 크지 않을 것이다. 아울러, 글로벌 문제에 대해서는 리더십이나 조정 능력이 약화될 것을 의미하기도 하다. 그리고, ‘Covid-19 팬데믹’ 및 ‘기후변화’와 같이 글로벌 사회의 공동 대처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에서 양국이 이 두 가지 글로벌 이슈에 대해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는 상황은 좋지 않은 뉴스임에는 틀림없다.
다행스럽게도, 일부 차상위 강국들, 기업들, 시민 사회 등이 두 강국의 리더십 공백을 보충하는 역할을 하고는 있으나, 이들이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어서, 지정학적 침체로 인해 많은 지역이 무주공산(無主空山; no man’s land)이 될 우려가 있다. 특히, 이란, 우크라이나 등에서 위기가 심화될 우려가 크다. 따라서, 2022년은 글로벌 리더십 공백(G-Zero World)이 가장 심화되는 한 해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보고서가 꼽은 글로벌 10대 리스크의 내용을 좀 더 상세하게 살펴보면;
1. ‘No Zero Covid’ (제로 코로나 정책의 실패); 우선, 금년 초반에 효율이 높은 백신 및 치료약 보급 확대로 입원 및 사망 리스크가 낮아질 것이고, 이로써 선진국에서는 대유행(pandemic)에서 토착형(endemic) 유행성으로 바뀔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Covid-19 탈출 가능성 측면에서 지역적 편차는 클 것이다. 한편, 선진국들도 공급망 제약 및 인플레이션 급등으로 경제적 타격은 이어지고, 이에 더해,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전략(ZCS)으로 재화의 공급은 더욱 핍박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주목할 점은, 중국이 강력한 지역 봉쇄로 초기에는 감염 억제에 탁월한 성공을 거두었으나, 이런 초기 성공이 오히려 국민들의 항체(抗體) 형성을 제한했고, 이런 상황에서 감염력이 더욱 높은 변이가 출현해서, 더 강력하고 광범한 지역 봉쇄가 필요하게 됐다. 이에 따라, 정부 부담은 점차 커지는 어려운 싸움이 전개되고 있고 이에 따른 경제적 타격은 날이 갈수록 쌓여가고 있다. 실제로, 이런 와중에 감염력이 훨씬 높은 ‘오미크론’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그럼에도, 중국은 시 주석의 강력한 개인적 의지로 현 ‘ZCS’ 노선을 변경하기 어려운 상황이어서 결국 ZCS 정책은 실패할 것이고 정치적, 경제적 타격도 심대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충격이 글로벌 경제로 확산되면 저(低)성장, 고(高)인플레이션, 불균형 심화 등으로 정부 불신이 증폭되고, 정치적 불안이 커질 수도 있다. 특히, 글로벌 금융시장 비용 상승으로 이미 부채 및 적자 수준이 심각한 국가들의 경우에는 소위 ‘부채 폭탄(debt bomb)’이 촉발될 환경이 조성될 우려가 크다.
2. ‘Techno-polar World’ (거대 하이테크 기업들의 지배); 최근 급속하게 진전되고 있는 ‘Techno-polar World’ 개념은 오랜 세월 글로벌 질서를 설정해 온 전통적인 ‘국가’라는 구도에 근본적이고 새로운 변혁을 가져오고 있다. 각국은 기술기업들과 새로운 형태의 경쟁을 벌이게 되고, 이에 따라 전통적인 지리적 국경 개념으로 획정된 주권 형태에 도전하는 ‘디지털 공간’이라는 새로운 범위가 창조되어가고 있다. 인류의 일상 생활 및 국가 역할의 핵심 부분이 급속하게 ‘디지털화(化)’되어가고 있어, 기술기업들 및 분산된 블록체인 기술이 장래의 모습을 형성하고 있다.
즉, 거대 기술기업들은 완전히 새로운 지정학적 차원을 디자인하고, 설정하고, 경영하고 있고, 이러한 새로운 디지털 공간 영역에서는 개인들이 경제적, 사회적 기회를 보고, 듣고, 결정하는 개별 코드에 깊이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제는 물리적 세계에서는 어느 나라도 글로벌 리더십을 발휘할 수 없어 혼란에 빠져 있고, 디지털 공간도 지배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되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2022년에 개인정보 해킹 위험은 더욱 커질 것이다. 온라인 폭도들이 고의로 오도된 데이터를 입력한 알고리즘으로 수 십억 인구의 핵심적인 일상 생활에 파멸적인 의사결정을 유도할 수 있다. 이처럼 (부정)기술기업들의 지배가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끼칠 우려가 커진다. 가령, 2022년 중간선거를 앞둔 미국에 역(逆)정보 폐해가 기승을 부릴 수 있고 미중관계에 AI, 사이버 안전을 둘러싼 긴장이 고조될 수도 있다. 그러나, 어느 국가도 이런 대세의 흐름을 저지하지는 못할 것이다.
3. 미국의 중간선거(midterms); 금년에 치러지는 미 의회 중간선거는 미국 역사상 가장 중요한 선거 중 하나가 될 것이다. 그리고, 이번 선거는 민주, 공화 양당이 서로 부정선거라고 주장하는 가운데 치러질지도 모른다. 그것은, 양당은 이번 중간선거 결과를 기반으로 2024년 예정된 대통령 선거에 임할 것이기 때문이다.
종전의 사례에서는 새로 취임한 대통령의 첫 임기 중에 치러지는 중간선거에서는 통상 야당이 크게 이겼다. 그리고, 바이든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코로나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이례적으로 낮다. 공화당은 이번 중간선거를 통해 하원에서 다수당 지위를 회복할 것이고, 상원에서도 다수당 지위를 탈환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트럼프 전(前) 대통령은 2024년 대선에 출마한다면, 바로 승리하려 하거나 선거 결과를 훔치려고 시도할지도 모른다. 지금 상황에서는 트럼프가 차기 공화당 후보가 될 확률이 높다. 만일, 트럼프가 2024년에 또 다시 낙선하면 순순히 물러나지 않을 것도 거의 확실하다. 결국, 2024 대선은 파행적(broken)인 것이 되거나 도난당한(stolen) 선거가 될 수 있다. 이런 점들을 감안하면, 이번 중간선거는 그 자체로 위기를 촉발할 것은 아니지만 역사적 임계점(tipping point)이 될 수 있을 것이다.
4. 중국의 국내 정세(China at Home); 금년 중에 미국과 중국 간의 긴장이 위기 상황으로 치닫지는 않을 전망이다. 아울러, 서방 측의 압력, 성장 모델의 피로감, 과잉 부채, 불균형 심화, 급속히 진행되는 고령화 등 각종 도전에 직면하고 있는 중국 국내 사정도 정치적 안정을 해치지는 않을 전망이다. 시진핑 주석이 추진하고 있는 역사적인 3 연임을 향한 가도에 궤도 이탈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단, 하반기에 열릴 공산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강행 중인 ‘zero-Covid’ 정책은 점차 부담이 커질 것이고, 그만큼, 현 정치적 환경은 중국 경제에 압력을 가중할 것이다. 현재 중국 경제 기반이 약화되고 있는 상황임을 감안하면, 시 주석의 ‘공동 부유’ 노선에 따라 집행되는 효율성이 낮은 자원 배분은 생산성 향상을 저해하는 한편, 점차 경기 침체 리스크(risk of stagnation)를 고조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5. 러시아(Russia); 미국과 러시아 간 관계는 칼끝에 선 형국이다. 작년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국경 지역에 대규모 병력을 집결시킴으로써 유럽의 안보 구도의 재편을 필요로 하는 상황으로 몰아갔다. 여기에, 종전부터 현안 사안으로 갈등을 빚고 있는 러시아의 미 대선 개입 문제, 사이버 방해 공작 등을 둘러싼 긴장이 겹쳐져서 국제 사회에 위기감을 더해가고 있다. 일단, 외교 노력으로 해결 가능한 지역부터 군사적 대치 상황은 회피할 수 있을 것이나 예단은 금물인 상황이다.
만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는 경우에는, 러시아는 미국의 보복에 직면할 것이고, 특히, 러시아가 글로벌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NATO 연합군이 러시아와의 국경 지역으로 전진 배치될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에는 구 소련 붕괴 이후 가장 긴박한 수준의 긴장이 조성될 가능성이 높다. 아직은 푸틴(Putin) 러시아 대통령은 러시아계 우크라이나인들에 대한 학살을 빌미로 부분적인 군대 파견 등 이보다 덜 과격한 옵션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러시아와 중국의 접근은 또 다른 긴장 고조 요인이다. 푸틴 대통령은 중국은 자기편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이를 이용해서 인도-태평양 등 지역에서 미국 혹은 미국과의 동맹을 몰아내려고 시도할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에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함과 동시에 중국은 남중국해에서 군사적 시위를 감행할 것이다.
6. 이란(IRI); 미국과 이란은 2022년에 위기의 벼랑 끝으로 갈 것이다. 이란의 핵 프로그램은 급속하게 진척되고 있다고 알려진다. 그럼에도, 외교적 노력이 얼어붙어 있는 현 시점에서 미국은 이란을 통제하기 위해 이스라엘의 적극적인 행동을 포함하여 다른 대안을 숙고 중이다. 그러나 바이든 정권은 선택할 수단이 제한적일 뿐이고, 아직 이란이 핵 협상에 흥미를 가지지 않을 상황에 대한 대비가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은 점차 사태를 독자적인 선택 범위로 끌고 가려고 할 것이다. 따라서, 금년 중 이런 상황이 충돌하는 경우에는 지역 내 국가들의 안보 및 유가(油價) 상황을 초조하게 할 것이고, 지역 내 충돌 위험은 고조될 것이다.
7. ‘2보 전진, 1보 후퇴’ 양상의 그린(Green) 정책; 지금은 전세계적으로 화석(化石) 연료에서 재생가능 에너지로 전환하려는 노력의 ‘파괴적 시기(disruptive time)’에 당도한 시점이다. 이런 국면에서는 소비자들에게 에너지 가격이 상승할 뿐 아니라, 기후 변화 대응 목표와 단기적 정책과의 충돌은 불가피한 것이다. 우선, 2022년 중에 장기적인 탈(脫)탄소 목표와 단기적인 에너지 수요와 충돌할 것이다. 향후 UN 기구 주도로 에너지 전환 문제를 중심으로 하는 기후 변화 대응 공동 노력은 꾸준히 논의될 것이나, 순조롭게 진행될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당분간 기후 변화 목표 달성을 위한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경제적 타격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8. 세계 각지의 힘의 공백(empty lands); 미국은 이미 글로벌 경찰 역할을 수행하는 것에는 급격히 흥미를 잃어가고 있다. 한편, 중국은 아직 미국의 역할을 떠안을 만한 위치에 있지 않다. 바이든 정권의 ‘America is Back’ 슬로건에도 불구하고, 워싱턴 정가에는 축소(縮小) 지향형 컨센서스가 형성돼 있다. 한편, 중국도 올 한 해에는 연말에 있을 당 대회에서 시(習) 주석의 3 연임 확보를 앞두고, Covid-19 대응 등, 국내에서 부상하는 각종 문제들에 대응하는 데 골몰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글로벌 사회에는 국제적인 힘의 공백을 메울 각국의 역할이 보이지 않는 소위 ‘힘의 공백(power vacuum)’이 날로 심각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작년 여름에 미군 철수와 함께 생겨난 아프간의 혼란처럼 국제 사회에는 불안과 혼란이 빈발하고 있다. 정부의 지배력이 약화된 지역에서는 테러 위험도 같이 증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국제 사회에 힘이 공백이 커지는 만큼 대가를 치르고 있는 셈이다.
9. 문화 전쟁에서 패배하는 기업들; 지금 글로벌 유명 브랜드 기업들은 기록적인 이익을 구가 중이다. 그러나, 이들도 시간이 흐름에 따라 점차 정치적 대응 필요에서 오는 어려움을 겪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다국적기업들(MNCs)은 소비자 및 현지 근로자들이 ‘취소 문화(cancel culture; (주; 어느 주체가 잘못을 저지르는 경우에 일반 대중이 힘을 합쳐 공동으로 응징하는 풍조)’ 움직임에 따라 힘을 받고, 막강한 소셜 미디어들의 영향으로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MNCs는 환경, 문화, 사회 및 정치 등 각 분야의 지뢰밭을 헤쳐 나가기 위해 더 많은 시간과 더 많은 비용을 들여야 할 것이다. 특히, 미국과 중국처럼, 이중 문화권에 동시 진출한 기업들은 양방향 부담을 감수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10. 터키(Turkey); 터키 에르도안(Recep Tayyip Erdogan) 대통령은 2022년에 터키 경제 및 이 나라의 국제적 위상을 더욱 추락시킬 가능성이 높다. 2023년 선거를 앞두고 현재 하락하는 자신의 인기를 만회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으로 보인다. 에르도안(Erdogan) 대통령의 외교 스탠스는 유권자들의 관심을 경제 위기로부터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해 ‘투쟁적’ 모드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 현실 판단을 왜곡할 요인들; ‘냉전 2.0’, ‘대만’, ‘브라질’, ‘난민 위기’
한편, Eurasia Group 경영진은 보고서 말미에 이상에 열거한 리스크 요인들의 판단에 혼란을 가져올 수 있는 몇 가지 요인들(‘red herrings’)을 다음과 같이 열거했다.
첫째, 신(新)냉전(Cold War 2.0)로, 미국 바이든 정권 및 의회 내의 강경론자들은 미국 및 중국 경제의 비(非)동조화(decoupling)를 주장하나, 중국은 여전히 미국의 최대 교역 상대국이고 양국은 복잡한 공급망으로 엮여 있는 등, 양국 경제는 점차 연계를 심화(深化)시켜가고 있다. 동시에 다른 서방 동맹국들도 중국과의 적극적인 관계를 필요로 한다. 따라서, 양국이 서로 손가락질하고 주먹을 휘두르기도 하나, 양측 어느 누구도 구(舊)소련처럼 붕괴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둘째, 대만(臺灣) 문제로, 지금 국제사회에는 중국이 대만을 향한 무력 시위를 확대하는 것을 배경으로, 중국이 곧 대만을 침공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바이든 정권이 대만 디지털 장관을 초청하는 등을 보면 양안(兩岸) 긴장을 높이고 있는 것은 미국도 마찬가지다. 미국 관료들은 미국의 입장은 ‘전략적 모호함’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말하나, 이런 행동은 중국을 자극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한숨 돌릴 이유는 있다; ① 시 주석은 전임자들처럼 대만 독립을 용인하지 않는다고 강조하면서도, 그 이상의 언급을 한 적이 없고, ② 1995-96년 대만 해협 위기 때처럼 과격한 행동을 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고, ③ 미국과 대만이 중국의 ‘레드 라인’에 접근하지 않고, ④ 만일,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는 경우에는, 파멸적 대 중국 경제 제재, 외교적 고립 및 굴욕적인 군사적 패배가 예상되는 점 등이다.
셋째, 브라질 문제로, 올해도 브라질 정계에는 비상한 한 해가 될 것이다. 볼소네로(Jair Bolsonero) 대통령의 인기는 경제가 악화됨에 따라 하락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오는 10월 대선에서 룰라(Luiz Inacio Lula da Silva) 前 대통령의 승리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그럴 경우, 국가 재정 확장 공약에 따라 시장은 불안정해질 가능성도 있고, 절망적인 볼소네로(Bolsonero) 대통령이 브라질 민주주의 제도의 적법성에 대해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룰라(Luka) 전 대통령이 승리한다 해서 민주주의가 위기에 빠지거나 과격한 좌파 노선으로 급선회(急旋回)해서 신용이 하락하고 금융위기를 촉발할 것이라는 우려는 과도한 과장으로 보인다.
넷째, 난민(migration) 문제로, 2022년에도 중동이나 아프리카 각국에서 유럽으로 건너오는 난민들이 줄어들지는 않을 전망이다. 그렇다고, 2015년의 난민 위기가 되풀이되진 않을 것이다. 유럽 각국이 2015년 당시처럼 대규모의 난민 수용을 허용할 가능성도 낮다. 유럽이 공동으로 불법 이민 대책을 강화할 것이고, 특히, EU 회원국들은 난민 상륙을 막기 위해 일방적으로 국경 감시 대책을 강화할 것이다.
결국, ‘Eurasia Group’ 브레머(Bremmer) 창립자 등이 보고서 말미에 언급한대로 올해도 결코 쉽지 않은 한 해가 될 전망이다. 현실 세상이 돌아가는 이치는, 종전에 반복되어 온 패턴처럼 미국 등 강대국들의 정치적 역할과 책임, 핵심 동맹국 및 힘의 균형, 국제 관계 규칙, 글로벌 경제 등, 수많은 요인들이 상호 작용하는 결과로 나타나는 것이다. 여기에, Covid-19 팬데믹, 기후변화, 창조적 신기술 출현 등 요인들이 가해지면 상상하는 범위를 뛰어넘는 현상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2022년은 모든 관전자들이 글로벌 사회에서 시시각각 일어나는 주요 사건들로부터 한시도 눈을 뗄 수 없는 어느 때보다도 긴박한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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