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정치인과 정치의 미래 > News Insight

‘AI(인공지능) 윤석열’이 한국 정치에 등장했다. 12월초에 열린 국민의힘 중앙선대위 출범식에서다. 

AI 윤석열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똑같이 생겼고, 똑같이 말한다. AI가 딥러닝을 통해 그의 모습과 음성을 학습해 제작했다. 텍스트만 입력하면 윤 후보가 자연스럽게 말하는 동영상이 만들어진다.

한국의 정치에서 처음 등장한 AI 대선후보여서 그런가, AI 윤석열은 큰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사실 AI 인간은 민간 부문에서는 이미 낯익은 모습이다. 

MBN은 예전부터 김주하 앵커를 AI로 만든 ‘김주하 AI 뉴스’를 방송하고 있다. 그리 어려운 기술이 아니다. 요즘은 아예 연예인이나 광고모델을 ‘가상 인간’으로 만들어 출연시키는 단계까지 가 있다. 

지금은 그런 ‘AI 김주하’나 ‘가상 인간 광고모델’이 별 거부감 없이 수용되는 시대다. 

AI 윤석열이 등장하자 일각에서 비판이 제기됐다. 한 여권 인사는 ‘사기’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윤 후보의 단점으로 지적됐던 '도리도리'와 '쩍벌' 습관을 기술로 없애 이미지를 조작한 AI 윤석열이 유권자의 판단과 선택을 흐리게 만들 수 있다는 주장이다.

정치권 일부에서 비판 목소리가 나오자 AI 윤석열을 제작한 기업을 포함한 AI업계에서는 이번 정치적 논란이 자칫 AI 산업의 성장에 걸림돌이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AI 윤석열은 사기인가. 그러니 법률로 ‘금지’해야 하는 정치조작인가. 필자의 생각은 다르다. 

AI 정치인이 말하는 ‘내용’에 문제가 없다면, 단지 그 AI 정치인이 단점인 습관들을 교정했다고 해서 그것을 유권자를 기만하는 사기로 보는 것은 무리다. 선거용 사진을 포토샵으로 다듬거나 홍보 영상을 제작하면서 아쉬운 부분을 삭제하고 편집하는 것과 크게 보아 다르지 않다. 추후 AI 정치인을 활용한 영상에는 그 사실을 별도로 표시하도록 하면 유권자들은 알아서 그 의미를 적절히 판단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소셜 정치, 어텐션(관심) 정치의 시대다. 소비자의 어텐션이 가장 중요한 재화가 된 인터넷 시대이다. 앞으로 정치인들은 유권자의 어텐션을 얻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해야 하는 정치 플랫폼 위에서 AI를 포함한 기술을 활용해 자신을 알리려 할 것이다.

이런 기술과 미디어 환경 속에서 정치인이 테크놀로지를 활용하는 것은 막을 수 없는 것이며 막아서도 안 된다.

AI 윤석열의 등장 이전에도 김동연 새로운물결 후보가 AI 대변인 '에이디'를 영입인재 1호로 발탁했고, 자신의 아바타 '윈디'를 공개하기도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도 '이재명 챗봇'(대화형 AI)으로 후보 공약과 유세 일정에 대한 질문에 답변을 하고 있다.

모두 기술을 선거 캠페인, 선거 마케팅, 이미지 메이킹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례들이다. AI를 활용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최첨단IT 기술에 익숙하다는 이미지를 만들고 싶어 하는 것이다.

온라인 유세가 현장 유세보다 중요해진 시대에 당연한 시도이기도 하다.

우리가 진정 고민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AI 정치인의 부작용’은 따로 있다. 반대 진영이 상대 AI 정치인을 활용해 페이크 뉴스를 제작해 선거에 악용하는 것이다. 

투표를 며칠 앞두고 상대 AI 후보가 나오는 악의적인 페이크 뉴스를 만들어 SNS에 퍼뜨린다면, 그 파급 효과는 막대할 수밖에 없다. 

이런 악의적인 시도를 막기 위한 선거법 정비는 반드시 필요하다. 법규와 AI 등의 기술을 활용해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페이크 뉴스를 방지하는 것이 앞으로 정치의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AI 정치인이 등장하는 등 첨단 테크놀로지와 결합하는 정치의 미래가 우리 앞에 다가 오고 있다. 그 ‘정치의 미래’는 밝지만은 않다. 

특히 ‘데이터 조작’과 ‘AI를 활용한 페이크 뉴스’가 정치의 미래를 심각하게 위협할 것이다. 우리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뒤흔들려고 할 것이다. 

우리가 테크놀로지 발달을 정치에 적절히 수용하면서 그 악용 가능성을 차단할 수 있다면, AI 등 테크롤로지로 무장한 정치인들이 등장하는 정치의 미래에서도 그 승부는 페이크 뉴스나 데이터 조작, 기술을 활용하는 단순한 이미지 메이킹만이 아닌 그 정치인의 콘텐츠와 자세, 공감 능력이 좌우할 것이다. 우리가 정치의 미래를 그렇게 만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