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려있는 정책플랫폼 |
국가미래연구원은 폭 넓은 주제를 깊은 통찰력으로 다룹니다

※ 여기에 실린 글은 필자 개인의 의견이며 국가미래연구원(IFS)의 공식입장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노년을 암울케 하는 치매(Dementia), 예방과 치료제 개발은 어디까지 왔나?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21년12월28일 17시10분

작성자

  • 오태광
  • 국가미래연구원 연구위원,주)피코엔텍 상임고문,전 한국생명공학연구원장

메타정보

  • 0

본문

  획기적 현대과학기술 탓에 인간 수명이 100세로 늘어난 것은 당연히 여기고, 이제 조만간  120세, 150세로 늘어날 것으로 회자되고 있다. 오래 건강하게 사는 것은 누구나 바라는 일이지만, 노년에 치매(癡呆)가 걸려서 자기 자신마저도 잊어버리고 일생을 마감하는 것은 누구도 원치 않는, 세상에서 가장 두려운 병이다. 

 

치매는 후천적으로 기억력 감퇴, 언어능력 장애, 시공간 파악 능력 감소, 성격 및 감정 변화 등 뇌신경 인지(認知)기능이 떨어져서 일상생활을 제대로 할 수 없는 임상증후군을 말한다. 특히, 뚜렷한 증상이 없어서 전혀 예기치 못하게 서서히 발병하고, 증상이 심해지면서 가까운 2~3일 전 기억부터 시작하여 급기야 자기 자신까지 까맣게 잊어버리는 심연(深淵)에 빠지는 치매는 노년을 대책 없이 암울하게 만든다.

 특히, 완전한 치료는 물론, 현재로는 아예 신뢰할 수 있는 예방 방법도 없을 뿐만 아니라 치료 자체가 거의 불가능하여 노년에 접어드는 많은 사람들을 아주 불안하게 한다.

 

 치매에는 노인성 치매인 알츠하이머병(alzheimer’s disease)이 50~60%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뇌경색과 같은 뇌혈관 순환장애가 일어나는 혈관성 치매(vascular dementia)가 20~30% 차지하고 있고, 전두엽 치매(frontotemporal dementia), 루이소체 치매(dementia with Lewy bodies) 등 기타원인에 의해서도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막대한 예산을 들여서 세계 최고의 뇌신경 과학자들이 알츠하이머 치료제 개발을 시도했지만 거의 99.6%가 실패했고, FDA에 승인을 받은 0.4%도 완벽한 치료제가 되지는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뇌 혈액순환 장애에 의한 뇌경색이 일어난 혈관성 치매는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흡연 등의 위해요소를 사전 제거하여 예방도 가능하고, 지속적인 치료를 하면 충분히 병 진행 지연이나 완치도 가능하다고 한다. 본고에서는 노년을 암울하게 하는 알츠하이머 치매의 원인과 현재 알츠하이머 신약 및 백신 개발 현황에 대해서 정리하고자 한다.

 

<알츠하이머 치매 원인>

 

 알츠하이머병은 1907년 독일의 정신과 의사인 알로이스 알츠하이머(Alois Alzheimer) 박사가  알츠하이머로 사망한 환자를 부검하여 신경 반(neuritic plaque)인 아밀로이드 플라그(amyloid plaque)와 길게 얽혀 있는 신경섬유다발(neurofibrillary tangle)인 타우(tau)단백질 이상 부위로 최초 보고하였다. 많은 사람이 아밀로이드 플라그가 중요하다고 여겨서 아밀로이드 플라그를 제거하는데 집중하여 신약 개발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수백 가지도 넘는 임상시험을 했지만 모두 실패했고, 급기야 알츠하이머 학회는 “알츠하이머를 치료하거나 막을 수 있는 치료제는 없다”라고 공식 발표하기도 하였다.

 알츠하이머 환자에게서 공통적으로 일어나는 신진대사를 분석한 결과 감염이나 식단(食單)으로 인한 뇌염증이 중요 원인이고, 아울러 뇌에 필요한 산소, 영양(포도당 등)이나 호르몬이 부족할 때와 독성물질이 유입되었을 경우를 가장 큰 원인으로 밝혔다. 

 

뇌는 실질조직인 신경세포인 뉴런(neuron)과 뉴런을 지지해 주는 신경 교세포(glial cell)로 구성되어 있다. 뇌에 발생하는 염증, 뇌에 영양분 부족 및 독성물질이 치매 발생에 주요원인으로 보고되고 있다. 저산소와 영양물질의 부족으로 심한 운동 시 근육이 피로할 때 나타나는 근육에 젖산축적과 같이 뉴런에 젖산이 축적되어 산화되면 뉴런자체를 파괴되어 치매가 된다. 

 

또한, 만성 염증이 유발되면 뇌세포를 보호하는 미세 아교세포가 시도 때도 없이 과잉반응하면 항상성을 유지하지 못해서 정상 뇌세포가 파괴된다. 이렇게 산소의 공급이 되지 않고 영양분인 포도당이 부족하거나 염증이 생기는 현상이 뇌에서 일어나 뇌세포가 파괴되면 치매의 원인이 되고 있다. 

 

독성물질은 중금속, 감염체에 의하거나 인체 내 독소에 유래되어서 결국은 생체 반응을 깨뜨려서 뇌세포를 파괴하여 많은 인체 부작용을 만들고 있다. 인체 내 세포는 거의 3,300억 개의 세포(약 80g)가 매일 태어나고 죽어서(Ron Sender& Ron Milo(2021),Nature medicine) 거의 1초당 380만 개의 세포가 새로 교체되고 있다. 

 

세포는 지방으로 이루어진 생체막으로 둘러싸여 있는데, 죽은 세포의 생체막에 인체 대사 중 흔히 만들어지는 활성산소(ROS)나 활성 카보닐(RCS)과 같은 반응성이 강한 물질이 작용하면, 마치 폭포에서 떨어지는 물과 같은 반응(Cascade Reaction)으로 활성산소나 카보닐(DOPAL, HNE등)이 다량으로 생성될 수 있다. 

이런 강한 반응성 물질이 중요한 단백질 기능을 변성시켜서 세포를 사멸시킬 수도 있고 뇌세포에 이런 강한 반응성 물질이 생기면 뇌 단백질이 변성되어 치매에 주요 원인이 될 수도 있다.

 

 알츠하이머가 걸릴 수 있는 유전적 요인으로 논의되는 바이오마커(biomarker)로는 ApoE4를 예로 든다. ApoE (apoliprotein)는 지방질을 가진 단백질이란 뜻이고, ApoE4 유전자를 가지고 있으면 알츠하이머가 걸릴 확률은 50%에서 최대 90%까지 높아진다. 그러나 유전자를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은 알츠하이머 발병률이 9%에 불과하다고 한다. 

 

하지만, 현재는 알츠하이머 예방법이나 치료제가 없어서 ApoE4 유전자를 알면 골치만 아플 뿐 대책이 없어서 환자들은 ApoE4에 대한 유전자를 알고 싶어 하지 않는다. 실제로 DNA 이중나선형 구조를 밝혀서 노벨상을 수상한 제임스 왓슨(James Watson)과 같은 위대한 과학자도 2007년 자신의 유전체 중 ApoE4의 유전자를 확인하고 싶지 않다는 일화도 있다. 

 

결론적으로 알츠하이머 치매의 원인은 외부적인 요인으로 뇌에 영양분 및 산소공급 부족, 뇌 내 염증발생 및 독성물질이 중요 원인이고 유전적 요인도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알츠하이머 치료용 신약 개발 현황 >  

 

  뇌가 생각하고, 기억하고, 느끼고, 행동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뇌 속 뉴런(neuron, 신경세포)사이에 신호전달물질을 통해서 신호가 전달되어야만 한다. 신호전달물질 중 아세틸콜린(acetylcholine)을 분해하는 효소인 콜린에스테라제(cholinesterase)가 과도하게 작용하면 아세틸콜린이 현저히 줄어들어 치매가 걸릴 수 있다고 판단하여 이 효소를 저해시킬 수 있는 저해제(inhibitor)로 치매치료제로 개발하게 된다. 

 

알츠하이머 치료제 중 콜린에스테라제 저해제(cholinesterase inhibitor)로 FDA에 승인되어 개발된 치료제로는 1996년 승인된 도네페질(donepezil), 1997년 승인된 리바스티그민(rivastigmine), 2001년 승인된 갈란타민(galantamine)이 있다. 콜린에스테라제 저해제는 신호전달물질인 아세틸콜린이 분해를 막아서  뇌 신호전달체인 시냅스(synapse)를 보호하여 환자의 뇌가 망가져도 시냅스의 기능은 한동안 제대로 할 수 있지만, 병세를 호전시킬 수 있는 뇌 속 아밀로이드 플라그를 근원적으로 제거하는 원인치료는 할 수는 없다. 

특히 콜린에스테라제의 기능을 저해하면, 뇌에서는 더 많은 콜린에스테라제를 분비하게 되어 약효가 없어지고 투약을 중지하면 증상이 더욱 악화된다고 한다. 

 

한편, 치매의 다른 원인인 뇌의 NMDA 수용체(N-Methyl-D-Aspartic acid receptor)가 활성화되면 뉴런에서 글루탐산(glutamate)이 과도하게 방출되고 반대로 칼슘(Ca+2)이 지나치게 뉴런에 유입되어 뉴런이 사멸(apoptosis)되면서 치매가 걸린다.

 치매 치료제로 FDA 승인(2003)된 메만틴(memantine)은 NMDA 수용체 길항(拮抗)작용을 하여 글루탐산의 과도한 방출을 막아주어 뉴런의 사멸을 막아서 치매를 치료한다. 

 

현재 개발되어 시판되는 알츠하이머 치료제인 콜린에스테라제 저해제나 NMDA수용제 길항제는 치매의 근본적인 원인인 아밀로이드 플라그(amyloid plaque)와  신경섬유다발(neurofibrillary tangle)을 근원적 제거 하지 못하여 치료제라기보다는 완화제로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설사, 구역질, 구토, 두통, 식욕부진, 어지럼증, 서맥(徐脈)등의 부작용도 있어 아직 진정한 알츠하이머 치료제가 없다고들 한다. 

 

올해(2021년 6월7일), 놀랍게도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미국 제약사 바이오젠(Biogen)과 일본 제약사 에자이(Eisai)가 공동 개발한 아두카누맙(aducanumab, 제품명 애두헬름(aduhelm))을  알츠하이머 원인인 아밀로이드 플라그에 효과가 있다는 임상3상 결과에 조건부로 “신속 승인(accelerated approval)”하여 신약으로 승인했다.

 “조건부 신속 승인”이란 4차 임상시험을 조건으로 시장 출시를 허용하되 추후 임상시험 결과 약의 효능이 입증되지 못하면 승인을 철회하는 것을 말한다. 

 

현재 주사제인 아두카누맙을 FDA는 의사 처방과 뇌 팽창 및 뇌출혈 가능성에 대한 고지를 받은 뒤 접종하도록 했다. 현재의 알츠하이머 치료제가 증상을 완화하고 지연시키는데 반해, 아두카누맙은 알츠하이머 원인인 베타 아밀로이드에 결합하는 항체로 아밀로이드 베타를 제거해 질병 자체를 치료한다는 점에서 세간에 주목을 받아온 바 있다. 

 

아두카누맙의 FDA 허가는 저명학술지 Nature지가 지난해 “2021년 주목되는 10대 과학뉴스” 중 하나로 꼽을 정도로 관심사였다(조선일보, 2021년12월12일). 아두카누맙은 2번의 임상3상 시험을 했는데, 첫 번째  임상 3상(2019.3)에서는 효능을 FDA에 입증하지 못해 개발을 중단되었다. 하지만, 두 번째  임상 3상(2019.10)시험은 약물의 용량을 높여 총 3,482명의 환자를 통상 임상시험과 같이 대조군, 치료군, 위약구(placebo) 3개 그룹으로 나누어 연구한 결과는 치료군이 아밀로이드 베타 플라그가 감소되었는데도 불구하고 실질적으로 아두카누맙이 알츠하이머 치료 효과를 내기 어렵다는 결론을 발표하였다. 

 

하지만, 임상3상 결과를 다른 분석을 통해 해당 임상의 고용량 투여 시 대조군에 대해 치매인지능력(임상 치매척도(CDR-SB))이 22% 감소하여 알츠하이머를 늦추었다는 결과로 두 임상 결과가 다르게 나오자 FDA가 조건부 허가를 내줬다. 

 

이런 조건부 FDA 승인에 대해서 승인과정에 참여한 전문가들이 임상3상에서 치료 기간과 약물 투여 중단 결정 기준, 치매 진행 정도에 따른 효과 등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다고 FDA승인에 우려를 표했다. 전문가들의 우려의견에도 불구하고 이를 무시하고 승인을 강행했다는 FDA의 결정에 반대하는 일부 자문위원들은 유감을 표하며 자문위원 사퇴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아두카누맙은 알츠하이머 완화제가 아닌 치료제로서 미 충족 수요가 많은 알츠하이머 치료제 시장에서 “알츠하이머 병 게임 체인저” 역할을 해줄 것을 기대하는 것은 맞지만 이런 기대감이 임상적 근거가 될 수 없다는 것이 반대 과학자들의 주장이다. 결국, FDA는 반대 여론을 무릅쓰고, 1차 충족 점인 인지 개선이 아닌 ‘아밀로이드 플라크 감소’라는 대리 표지자(surrogate) 바이오마커를 기반으로 과감하게 아두카누맙을 신속 승인하였다. 

 

알츠하이머 근원적 신약이 시장에 출시되기는 18년 만에 처음이어서 많은 환자들이 크게 환영하고 있지만, 비싼 약가도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아두카누맙 약가는 1회당 4,312달러, 연간 환자 1인당 투여 비용으로 환산하면 5만 6000달러/년(6,600만원/년)에 달한다. 

 

알츠하이머 예방제인 백신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최근, 알츠하이머 백신이 가능하다는 결과가 Mark Carr과 Thomas Bayer연구팀이 백신을 만들어 알츠하이머 쥐에게 투여하여 뉴런의 사멸을 막고 인지능력이 향상되는 결과(Preeti Bakran et al.,Mol Psychiatry(2021))를 얻어서 알츠하이머 백신으로 개발될 가능성을 보여 주고 있다. 또한, 쥐에서 만든 백신과 같은 방식의 알츠하이머 인체백신을 사람 코에 뿌리는 방법으로 미국 Brigham and Women’s Hospital에서 임상 1상 시험을 시작(The Boston Globe,2021.11.16.)했다고 보고하였다. 

 

<맺는말>

 

아두카누맙의 FDA 조건부 승인은 치매 환자의 인지능력 개선이 아닌 질환 원인 단백질 감소 결과를 바탕으로 이루어진 혁신적인 점에서 비슷한 치매 관련 치료제 신청이 연달아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실제로 바이오젠의 레카네맙(Lecanemab)이 임상3상이 진행 중이고, 릴리(Lilly)의 도나네맙(Donanemab)도 FDA로부터 혁신 치료제로 지정되어 현재 3상 진행 중이며, 로슈(Roche)의 간테네루맙(Gantenerumab)도 혁신치료제로 임상 3상이 진행 중이다.

 

 아울러 예방제인 백신이 개발되고 있다는 소식이 있어서 성공적으로 백신이 만들어진다면 암울한 노년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걸어본다. 우리나라도 현재 약 75만 명의 치매 환자가 있고 2030년에는 약 127만 명이 발병할 것으로 예상하여 알츠하이머에 대한 관심이 아주 높다. 국내도 많은 바이오기업들이 알츠하이머 신약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고, 특히, ㈜아리바이오는 알츠하이머 치료제(AR1001)를 미국FDA 허가로 임상 2상 시험에서 알츠하이머 환자의 인지능력 지속적 향상이란 양호한 결과를 얻고 임상 3상 임상시험계획서(IND)를 제출하고 내년 개시할 계획이다. 

 

아무튼 알츠하이머 치료제와 백신이 개발되어 인류가 편안한 노년을 보낼 수 있는 날을 기대해 본다.   

0
  • 기사입력 2021년12월28일 17시10분
  • 검색어 태그 1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