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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신당의 태동, 그 전망은?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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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3년09월13일 17시10분
  • 최종수정 2023년09월13일 17시44분

작성자

  • 김형준
  • 배제대학교 인문사회대학 석좌교수(정치학),전 한국선거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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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년 총선을 7개월여 앞두고 여야가 깊은 딜레마에 빠져 있다. 국민의힘이 직면한 딜레마는 첫째, 윤석열 대통령 성과로 총선을 치르겠다고 구상을 밝혔지만 각종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 국정 운영 지지도는 30%대 초․중반에서 고착화되고 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인 2022년 5월 둘째 주 한국갤럽 조사에서 윤 대통령 직무 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는 52%, 부정 평가는 37%였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지 2달 정도 2022년 7월 1주 조사에서, 윤 대통령 지지도는 부정 49%, 긍정 37%로 처음 데드크로스가 발생했다. 그 이후 지지도는 30%대에서 고착화되면서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다시 긍정이 부정을 앞서는 골든크로스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최근 한국갤럽 9월 1주 조사(5-7일)에서도 긍정 33%, 부정 58%로 나타났다. 

 

한편, 윤석열 정부 출범 1년 3개월 시점에 핵심 정책 분야에서 부정 평가가 긍정 평가보다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갤럽 8월 2주 정책 분야별 평가 조사(8일-10일) 결과, 대북 정책만 긍·부정이 40%대에서 엇비슷했고, 다른 분야에선 긍정률이 상당히 저조했다. 경제 27%, 복지 37%, 교육 23%, 외교 36%, 인사 19%였다. 한편 부동산 정책(갤럽 7월 4주 조사)에서는 긍정 31%, 부정 44%였다. 이렇게 윤석열 정부 핵심 정책 분야에서 부정이 긍정을 크게 앞서는 상황에서 윤대통령의 성과로 총선을 치르겠다는 주장은 공감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둘째, 국민의힘 지지도는 민주당을 앞서고 있지만 ‘정권견제론’이 ‘정부지원론’보다 시종일관 높게 나타나고 있다. 한국갤럽의 5월1주부터 8월 1주까지 총 13차례 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도는 단 한 차례(5월 3주차)를 제외하고 민주당보다 우세였다. 그런데 8월 1주 조사에서 정부견제론(48%)이 정부지원론(36%)보다 12%포인트 더 많았다. 

 

셋째, 국민의힘은 보수 가치 강화와 중도 외연 확장 사이에서 딜레마에 직면해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강화하기 위해 보수 이념 가치를 강조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광복절 축사에서 “공산전체주의를 맹종하며 조작선동으로 여론을 왜곡하고 사회를 교란하는 반국가 세력들이 여전히 활개치고 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의 잇따라 자유민주주의 수호 및 ‘공산전체주의 세력’ 비판 메시지는 보수 지지층을 결집하는 데는 어느 정도 기여하고 있지만 ‘중도 외연 확장‘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가령, 한국갤럽 8월 다섯째 주(29-31일) 조사 결과, 중도층에서 윤 대통령 지지도와 국민의힘 지지도는 각각 24%와 26%로 전국 평균보다 각각 9%포인트와 8%포인트 낮았다는 것이 이를 입증해주고 있다. 

 

  민주당도 3대 딜레마에 빠져있다.

첫째,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서울-양평 고속도록 특헤 의혹, 세게 잼버리 대회 파행 등을 규탄하는 파상적인 대여 투쟁을 벌였지만 정작 민주당 지지도는 정체․추락하고 있다. 가령, 한국갤럽 8월 5주 조사 결과, 응답자의 75%는 ‘오염수 방류로 우리 해양과 수산물이 오염될까 걱정된다’고 했고, 60%는 ‘수산물 먹기가 꺼려진다’고 했다. 민주당은 일본 정부가 지난 달 24일 후쿠시마 오염 처리수 방류를 시작하자 대대적인 장외 투쟁을 전개했다. 그런데 한국갤럽 8월 5주차 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율은 27%로 이재명 대표 취임 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민주당 지지도는 전주 대비 서울지역에서 11%p, 30대에서 16%p, 40대 9%p, 호남에서 8%p 추락했다. 대여 투쟁을 이끌고 있는 이재명 대표 리더십의 한계를 잘 보여주는 것이다. 

 

둘째, 이재명 대표 사법 리스크를 둘러싼 딜레마다. 작년 8월 이재명 대표 체제가 출범한 후 1년 동안 민주당은 김대중․노무현 정신을 계승한다고 했지만 ‘이재명의 민주당’으로 바뀌면서 ‘민주당다움’을 잃어버렸다. 지난 1년 동안 민주당에는 ‘민생, 혁신, 통합, 도덕, 내 탓’은 실종되고 ‘방탄, 투쟁, 분열, 비리, 네 탓‘만 난무했다. 결과적으로 민주당의 정부견제론 능력이 의심받고 있다. 

 

셋째, 이재명 대표의 단식 투쟁을 둘러싼 딜레마다. 이 대표는 지난 달 31일 당 대표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 모두 발언에서 ”사즉생 각오로 민주주의 파괴를 막아내겠다“며 ”마지막 수단으로 오늘부터 무기한 단식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무능 폭력 정권을 향해 ‘국민항쟁’을 시작하겠다”고 했다. 

 

정치인의 단식은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 명분이 강하고 국민 공감을 얻으면 국면을 전환하는데 효과적이다. 1983년 김영삼 대통령의 23일간 단식, 김대중 대통령의 지방자치 전면 실시를 위한 13일간 단식이 대표적이다. 반면, 명분이 약하고 국민의 공감과 여론의 지지를 얻지 못하면 오히려 역풍이 분다. 이재명 대표의 단식에는 비장함도 없고, 명분도 약해 대체적인 여론의 흐름이 냉담하다. 유승민 전 의원은 "구속을 피하기 위한 방탄 단식이냐"고 되물으며 "아무런 감동도, 울림도, 안타까움도 없는 단식이다.“고 혹평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여야 모두 치명적인 딜레마에 빠지고, 무당층이 30% 안팎으로 나타나면서 제3지대 신당 창당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그 선두에 무소속 양향자 의원이 주도하는 ”한국의 희망당‘이 있다. 한국의 희망이라는 당명은 위기의 한국 정치를 희망으로 바꿔 선도 국가로 한 단계 도약하겠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고 한다. 한국의 희망당은 8월 28일 창당대회를 개최하고 ’좋은 정치, 과학 정치, 실용 정치‘ 등의 비전을 제시했다. 10대 공약으로는 블록체인 플랫폼을 통한 정당 활동, 상시 정치학교 도입, 협치의 제도화, 상생과 존중의 노사관계 등을 내세웠다. 한국의 희망’은 이날 대국민 서약에서 “한국 정당은 실력도 비전도 품격도 염치도 없이 권력 상황에 따라 수시로 모습을 바꿔가며 정치를 망치고 민생을 해치며 국가 미래를 발목 잡고 있다”며 “한국의 희망은 이 시대 정치의 본령인 경제 발전, 국민 통합, 비전 제시, 국민 행복을 이뤄내 대한민국을 추격국가에서 선도국가로 건너가게 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공개된 한국의 희망 중앙당 지도부는 최진석 상임대표(전 서강대 철학과 교수)를 필두로 최연혁 정책연구소 소장 겸 정치학교 교장(현 스웨덴 린네대학 정치학과 교수) 등이 참여했다. 특히, 주목해야할 것은 한국의 희망은 돈 봉투·밀실공천 없는 세계 최초 블록체인 정당을 만든다는 것이다.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한 ‘탈중앙 자율적 정당’을 목표로 하고 있다. 투명성, 불변성, 안정성을 특징으로 하는 DAO(Decentralized Autonomous Organization) 를 활용해 정당을 운영한다는 점이 기존 정당과 큰 차이다. 구체적으로 “위변조가 불가능한 4 가지 블록체인 프로토콜을 사용해 중앙 통제 없이 모든 당원이 정책과 메시지 등 다양한 제안을 하고, 동등한 자격을 갖고 당내 투표와 선거에 참여하며, 당내 활동에 대해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할 것” 이라고 한다. 여하튼 한국 정당사에서 철학과 과학, 인재 양성 정치학교가 결합된 신당이 창당되었다는 점에서 주목받을 만 하다. 

 

금태섭 전의원도 신당 창당에 나섰다. 신당의 명칭은 '새로운 선택'으로 정하고 9월 19일 창당발기인대회를 연다. 당명에 대해선 "보수와 진보라는 낡은 이념과 진영 논리를 넘어 우리 앞에 놓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진심으로 노력하는 정당이라는 의미"라며 "정치의 변화를 위해서는 유권자 스스로 결단과 적극적 선택이 필요하다는 중의적 의미"라고 설명했다. 금 전의원은 “지금 양당은 이익집단화돼 있고 지지층을 바라보면서 선거에서 이기는 어떤 당리당략적인 결정을 하는데, 우리는 그렇게 하지 않고 합리적으로 우리 공동체 전체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어떤 대안을 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일각에선 제3지대 정당이 지역 기반, 대선 주자 급 인물이 없기 때문에 성공하기 힘들다고 말한다. 그러나, 기존 거대 양당에 대한 비호감도가 높고, 무당층의 규모가 크기 때문에 신당 흐름은 더 지켜봐야 한다. 

 

  한국 갤럽 8월 1주 조사에 따르면, 국민의힘에는 30%가 '호감이 간다'(이하 '호감도'), 61%가 '호감 가지 않는다'(이하 '비호감도')고 답했다. 더불어민주당에 대해서도 그 비율이 30%:61%로 같았다. 비호감도가 호감도보다 2배 이상 많다는 것은 기성 정당에 대한 불신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다. 

한국갤럽 9월 1주 조사를 보면, 무당층의 경우 18~29세는 44%, 30대는 35%에 달하고 있다. 이런 현상에 대해 김호기 연세대 교수는 “양극화한 정치 질서에 실망하여 기성 정치에 거리 두려는 2030세대의 ‘탈정치화’라고 분석하고 있다. 그는 ”탈정치적 무당층이라 해서 정치에 냉소적인 것만은 아니다. 기성 정당과 정부의 이념 및 행태를 거부하는 것이지 미래의 대한민국에 대한 관심은 적잖이 높다.“고 주장한다. 현재는 제3지대 신당에 대한 관심과 기대가 많지 않지만 총선이 가까울수록 이들 2030 무당층이 움직이면 신당이 주목받을 수도 있다. 

 

총선을 앞두고 여야 모두 체제 개편을 할 수 있다. 가령, 여야 모두 비대위 체제로 전환할 가능성이 있고, 집권당인 국민의힘은 간판을 내리고 새 정당으로 총선에 임할지도 모른다. 여야 모두 총선 승리를 위해 그 어느 때보다 총력전에 나설 태세다. 하지만 선거는 절박함과 새로움의 싸움이다. 어느 정당이 더 절박함을 갖고 더 혁신하고 새로움을 보여주느냐에 따라 승패가 결정될 것이다. 기존 정당들이 이런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면 제3지대 정당의 바람은 언제든지 불 수 있다.

 

  미국 미시간 대학은 1960년대 유권자 투표 모형을 제시했다. 유권자가 투표할 때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크게 ‘정당일체감(party identification), 정책에 대한 의견(policy opinion), 후보자 이미지(candidate image)’ 등을 제시했다. 연구 결과, 최근 선거에선 ‘후보자 이미지’(인물)가 가장 중요한 요소로 나타났지만, 2020년 총선에서는 예외였다. 코로나팬데믹 영향으로 비대면선거가 이뤄지면서 ‘정당’이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실제로 2020년 총선 당일 MBC-코리아리서치가 실시한 출구조사에 따르면, 후보 선택의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정당(48.0%)을 가장 많았다. 그 다음으로 ‘후보의 인물’(23.6%), ‘후보의 공약이나 정책’(23.5%)이 뒤를 이었다. 

 

그런데 중간 평가의 성격을 갖고 있는 내년 총선에선 유권자들의 투표 선택에서 정책 이슈의 중요성이 부상될 가능성이 크다. 만약 제3지대 신당들이 기존 정당과 차별화할 수 있는 정책 이슈를 통해 유권자들의 관심을 불러 오고 이들이 투표장에 갈 수 있도록 한다면 의미있는 결과를 만들어 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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