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구 기자가 메모한 여의도의 모든 것 <26> 지자체장은 권한이 막강해서…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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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장을 세 번만 하게 하는 건 헌법 위반 아닙니까?”
“지자체장은 권한이 너~무 너무 막강하거든. 그래서 더 하면 안 돼.”
“그 너무~너무 막강한 지자체장을 공천한 사람이 형님 아닙니까?”
“아니 뭐… 내가 준 건 아니고… 안 바빠?”
새누리당의 모 의원과 차를 마실 때 일이다. 그는 3선 중진 의원이었는데 어떻게 하다가 지방선거 이야기를 하게 됐다. 무심코 “국회의원은 몇 번을 해도 되는데 지방자치단체장은 3번(연임·지방자치법 제108조)만 하게 하는 건 말이 안 되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그는 “지자체장은 권한이 너무 막강해서 오래 하면 폐해가 크기 때문”이라고 아주 당당하게 말했다. 좀 많이 어이가 없어서 “그 막강한 지자체장을 후보로 사실상 낙점하는 게 당신 아니냐?”고 반문했더니 “어… 그러니까…”만 하고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내 말이 아주 불쾌했던지 그 뒤로 더 이상의 만남이 이어지지는 못했다.
지금도 그렇지만 지자체장 선거에 나가는 후보를 사실상 결정하는 사람은 해당 지역구 국회의원이다. 겉으로야 뭐라고 말하던, 방식을 어떤 식으로 하던 지역구 국회의원이 작정하고 미는 사람이 공천된다고 보면 된다. 그래서 서울같이 구 하나에 국회의원이 2, 3명이 있는 곳은 서로 자기가 미는 구청장 후보에게 공천을 주기 위해 의원들끼리 알력이 심하다. 선거구에 의원이 한 명인 곳은 그가 왕이다. 그런데 지자체장은 권한이 막강해서 오래 하면 안 된다? 그 막강한 사람을 낙점하는 의원은 뭔가?
왜 이런 법이 만들어졌는지 사실 다 안다. 국회의원들이 자기 지역구에서 강력한 경쟁자가 생기는 것을 싫어하기 때문이다. 2006년 제4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공천을 앞두고 있을 때였다. 한나라당 모 지역의 한 재선 의원과 차를 마시고 있었는데 그의 보좌관 중 한 명을 자기 지역구 구청장 후보로 출마시킬 거라고 했다. 그러면서 “걔는 구청장하고 나는 거기 의원하고… 서로 좋은 거지”라고 했다. 주민을 위해 헌신할 기초단체장 후보? 그들에게 그런 건 없다. 그들에게 좋은 기초단체장 후보란 토끼 머리에 뿔날 때까지 자신이 의원직을 유지할 수 있도록 몸과 마음을 다해 충성해줄 사람이다. 나는 지자체장의 3선 연임 금지가 왜 위헌 판정이 안 나는지 정말 의아하다. 여의도 정신병이 헌법재판소까지 감염시킨 걸까. (이분은 2008년 총선에서 친박, 친이 모두에게 버림받아 공천에서 탈락했다. 정의가 있기는 있는 것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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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필자가 지난 2023년 8월 펴낸 책 “여의도에는 왜 정신병원이 없을까” <도서출판 북트리 刊>의 내용을 발췌한 것이다. <편집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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