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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도 정부 예산안,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23년09월10일 17시10분
  • 최종수정 2023년09월10일 13시16분

작성자

  • 옥동석
  • 인천대학교 무역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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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2024년도 예산안은 윤석열 정부의 재정정책에 대한 근본적 인식을 반영한다. 2023년도 예산안이 2022년 5월 취임하자마자 수립한 것과 달리, 2024년도 예산안은 윤석열 정부가 1년간의 국정 경험으로부터 형성된 국가발전의 정책적 판단이 녹아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2024년도 예산안에 반영되어 있는 정책적 판단의 가치는 –국회 예산심의의 여야 예산전쟁에서 강하게 표출되겠지만- 재정운용을 중시하는 유권자들이 2024년 5월 총선에서 판단할 중요한 근거가 될 것이다. 

 

2024년도 예산안을 평가함에 있어 가장 핵심적인 질문은, 코로나19의 종식에 따라 재정정책은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가에 있다. 코로나19 비상사태는 2020년 1월에 시작하여 2023년 5월에 공식 종료되었는데, 이에 대응하여 한국 재정정책의 정상화는 어떻게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할 것인가? 한국 재정의 장기적 지속가능성을 제고하면서 단기적 정책과제들을 해결하는 적정 수준의 균형점은 2024년도 예산안에서 어떻게 구현되어야 할 것인가? 

 

2023년 6월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PPIE)에서 발간한 Gagnon and Rose(2023)의 연구는 이 의문에 대해 매우 유용한 근거들을 제시하고 있다.1) 이들은 국제통화기금(IMF)이 구축한 전 세계 국가들의 코로나19 재정대응 자료들을 활용하여 한국을 주요 23개국과 비교 평가하였다.2) 소규모 개방경제인 한국의 현실에서는, 전 세계 주요 국가들의 재정동향과 비교하며 정책적 방향을 모색하는 일이 불가피하고도 올바른 일일 것이다.3)

 

IMF는 재정대응을 ‘세입세출 대응(above the line)’, ‘자산·부채 대응(below the line)’, ‘우발채무(contingent liabilities)’로 구분하였는데, 비교적 신뢰도가 높은 ‘세입세출대응’의 대GDP 규모를 국가별로 살펴보면 한국은 6.4%로서 G20국가 중에서 가장 낮다. 2020~2021년 기간 중 미국 25.5%, 호주 18.4%, 영국 19.3%, 일본 16.7%, 캐나다 15.9%, 독일 15.3%, 이태리10.9%, 프랑스 9.6%, 스페인 8.4% 등과 같다. G20을 제외한 선진국들을 비교하더라도 한국의 규모는 매우 작은 편이다. 덴마크 3.4%, 핀란드 4.8%, 스웨덴 4.2% 등 북유럽 국가는 한국보다 낮지만, 뉴질랜드 19.3%, 아일랜드 11.5%, 이스라엘 10.3%, 스위스 7.9%, 포르투갈 6.0% 등에서 이러한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Gagnon and Rose(2023)는 코로나19에 대한 한국의 재정대응이 여타 선진국들과 다른 특징 두 가지를 지적하였다. 첫째, 2020~2021년의 한국의 ‘일반정부 총지출’ 증가 규모는 23개국 중간값과 비슷하다는 사실이다. 이는 2021년에 들어와 다수 국가들이 지출규모를 줄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여전히 지출규모를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4) 둘째, 2020~2021년 기간 중 한국의 총지출 규모는 23개국과 비슷하게 증가하였지만 2개년도의 (통합)재정수지는 GDP대비 -0.4%에 불과하여 23개국 중간값 -2.9%에 비해 매우 낮은 수치이다. 

 

이들은 이러한 특징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첫째, 한국은 코로나19에 대한 공중보건 정책의 성공과 대중국 수출의 증가로 확장재정의 필요성이 여느 국가들에 비해 높지 않았다.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던 2020년 주요 23개국의 GDP 성장률 중간값은 –3.9%로서 대부분의 국가들이 극심한 경기침체를 겪었으나 한국은 –0.7%로서 비교적 양호하였다. 특히 2020~2021 기간 중 23개국의 수출은 거의 증가하지 않고 정체하였으나 한국은 4.6% 증가를 기록하였는데, 이는 대중국 수출증가로 설명될 수 있다. 

 

둘째, 코로나19와 상관없이 한국은 세율인상과 -소득세 및 법인세 강화, 종합부동산세 및 재산세 개편 등- 주식 및 부동산 시장의 활황으로 막대한 세수증가를 누릴 수 있었다. 세제개편으로 국세수입은 2020년 285.5조원에서 2021년 344.1조원, 2022년 395.9조원으로 증가하여 매년 약 55조원이(연평균 17.8%) 증가하였다. 이러한 세수증가는 한국 정부가 총지출 규모를 여느 국가들과 유사하게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재정적자 비율을 매우 낮게 유지하는데 큰 기여를 할 수 있었다.

 

여기에 덧붙여 Gagnon and Rose(2023)는 한국의 향후 재정정책 수립에서 유의해야 할 사항을 강조하였다. 2021년 이후 한국의 경제성장은 하락하고 있으며 한국 경제는 인플레이션에 매우 취약하기에 정책금리를 기민하게 인상해야 하는 부류의 국가에 속한다. 물론 이는 코로나19와 무관한 것으로서 우크라이나 전쟁이 원자재 가격에 미친 영향과 중국의 성장 둔화에 따른 것이다. 또한 장기적으로 한국의 재정여력은 높지 않은데, 그 이유는 인구 고령화가 급속하게 진전되고 갑작스러운 한반도 통일로 많은 재정비용을 부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의 지적과 유의사항은 국내 다수 학자들의 일반적 인식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여기서 추가로 지적하고 싶은 내용은, 한국의 총지출 증가가 코로나19와 무관하게 2019년부터 본격 시작했다는 점이다. 결산기준으로 총지출 증가율은 2017년 5.6%, 2018년 6.8%, 2019년 11.7%, 2020년 13.2%, 2021년 9.3%, 2022년 13.5% 등과 같다. 문재인 정부는 코로나19의 극복과 무관하게 2019년부터 소득주도성장, 한국판 뉴딜, 다양한 사회적 가치들의 추구 등 여러 가지 이념적 이유로 정부의 규모를 지속적으로 확대하였다. 한국의 코로나19에 대한 재정대응이 매우 낮음에도 불구하고 총지출 규모가 계속 증가했던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었던 것이다. 

 

이런 점들을 감안하면서 우리는 2024년도 예산안의 총량규모에 대한 평가를 해야 할 것이다. 2024년도 예산안의 총지출 규모, 656.9조원은 2023년도 예산의 638.7조원에 비해 2.8% 증가에 불과하다. 그리고 2023년도 예산의 총지출 규모 638.7조원은 전년도인 2022년의 총지출 규모(추경예산이 반영된 결산기준) 682.4조원에 비해 -6.4% 감소한 것이었다. 다시 말해 2021~2022년에 급속하게 증가했던 총지출 규모는 2023년에 상당한 감소로 반전되었고, 2024년도 예산안은 기획재정부의 자평처럼 “(본예산 기준으로) 2005년 이후 20년 내 역대 최저 증가율인 2.8%”을 기록하였다. 

 

그리고 2024년도 예산안에서 관리재정수지는 –3.9%, 통합재정수지는 –1.9%를 각각 기록하고 있다. 재정적자 자체는 균형예산과 달리 정부가 경기대응에 적극 나서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의문은, 이러한 재정적자 규모는 적정하다고 할 수 있는가? 이론적 측면에서는 다양한 분석들이 가능하겠지만, 과거의 역사적 기록을 돌아보는 것 역시 판단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지난 30여년간 관리재정수지가 –3.0%보다 더 악화한 경우로는 1998년의 외환위기(2년간), 2009년의 글로벌 금융위기(1년간), 그리고 코로나19 경제위기(2020~2023년 4개년)에 한정된다. 2024년이 앞의 세 가지 경우에 해당할만큼 심각한 경제위기가 아니라면 우리는 관리재정수지를 –3.0% 이내에서 관리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5)

 

종합적으로 볼 때, 기획재정부는 2024년도 총지출을 지난 20년간 최저 수준의 증가로 관리하는 만큼 2024년의 관리재정수지 –3.9%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판단하는 듯하다. 2025년부터는 재정준칙을 확립 준수할 수 있도록 2024년도 예산을 중간적 단계로서 인식하고 있다. 코로나19와 함께 비정상적으로 증가하였던 재정규모 확대를 정상화하고, 물가상승의 우려가 여전하여 금리가 인상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2024년도 예산안 총량규모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할 수 있다.  

 

더구나 윤석열 정부는 모든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여 낭비적 지출을 철저히 제거하고자 부정·비리 연루 보조금, 관행적 나눠먹기 사업 등 타당성·효과성 없는 사업을 폐지·삭감하겠다고 천명하였다. 2019년부터 정부와 공공부문 내에서 타당성, 효과성, 효율과 능률 등 실용적 가치가 상실되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2024년도 예산안은 코로나19 이후 정상적 재정으로 복귀하는 노력으로 충분히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ifs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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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Gagnon, Joseph E. and Asher Rose, “How did Korea’s fiscal accounts fare during the COVID-19 pandemic?” Policy Brief, June 2023, Peterson Institute For International Economics. 

2) IMF, Database of Country Fiscal Measures in Response to the COVID-19 Pandemic.

3) 한국은 최근에서야 G20 국가라곤 하지만 전세계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7%에 불과하다. 2022년을 기준으로 미국 25.3, 중국 17.9, 일본 4.2, 독일 4.1, 인도 3.4, 영국 3.1, 프랑스 2.8, 러시아 2.2, 캐나다 2.1, 이태리 2.0, 브라질 1.9, 호주 1.7 등과 같다. 

4) Gagnon and Rose(2023)의 <Table 3>에 의하면 23개국 지출증가의 중간값은 2020년 4.4%p, 2021년 1.5%p인데 한국은 2.8%p, 2.5%p로서 2020-2021년 전체 규모증가는 대략 비슷하였다. 

5) 통합재정수지가 –2%보다 더 나빴던 경우는 1998년 외환위기(2년간), 그리고 코로나19 경제위기(2020년과 2022년의 2년간)에 한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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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종수정 2023년09월10일 13시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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