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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에 실린 글은 필자 개인의 의견이며 국가미래연구원(IFS)의 공식입장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이진구 기자가 메모한 여의도의 모든 것 <5> “아니, 그분 정신 나갔습니까?”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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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3년09월21일 16시46분
  • 최종수정 2023년09월22일 09시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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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자, ○○○ 의원이 이재오 의원 낙선 운동을 하고 있대.”

“뭐? 장난하지 마. 같은 당이잖아.”

“그러니까 기사지.”

 

  여의도에 있다 보면 황당한 일을 자주 보게 된다. 18대 총선이 며칠 안 남은 2008년 4월 어느 날, 지인의 제보를 받았다. 한나라당 ○○○ 의원이 서울 은평 을에 출마한 같은 당 이재오 의원 낙선 운동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당연히 믿을 수 없는 일이다. 현역 의원이 같은 당 의원의 낙선 운동을 한다니…. ‘설마~’ 하고 확인했는데, ‘설마’가 아니었다. ○ 의원은 실제로 은평 을에 출마한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 지원 유세에 참석했고 “문 후보가 압도적으로 당선될 수 있도록 밀어주는 것이 오만한 대운하 정책을 심판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다녔다. 

 

일부 언론은 ○ 의원이 무소속이라고 보도했는데, 탈당한 뒤 낙선 운동을 한 것이라 생각했던 것 같다. 사실 그게 더 상식적인 생각이다. 나 또한 ○ 의원이 탈당했나 싶어서 확인했으니까. 그런데 ○ 의원은 탈당하지 않았고, 한술 더 떠 “일부 언론에서 무소속으로 보도가 되는 경우가 있어 현재 한나라당 소속임을 알려드린다”라는 보도자료까지 냈다. 이게 뭔 일인지.

 

  ○ 의원은 서울 영등포 갑 현역 의원이었는데 18대 총선 공천에서 탈락했다. 그가 문 후보 지원 유세에서 “대운하를 반대했다는 이유로 당이 나를 몰아냈다. 국회에서 대운하 추진 세력이 소수가 되도록 국민이 심판해 달라”라고 말한 걸 보면 왜 이런 행동을 했는지 짐작은 간다. 이재오 의원은 친이계 좌장인데다 자칭 대운하 전도사이기도 했으니까. 그렇더라도 탈당도 하지 않고 이런 행동을 하는 게 정상은 아닐 거다. 문제가 있는 행동이라 한나라당 인명진 윤리위원장에게 전화를 걸어서 어떻게 대처할 건지 물었는데, 인 위원장 첫마디가 “아니? 그분 정신 나갔습니까? 아직도 탈당하지 않았습니까?”였다. 

 

  결국 ○ 의원은 당 윤리위에서 제명처분을 받았다. 이에 대해 당시 통합민주당, 창조한국당, 진보신당 등은 한나라당이 박근혜 의원 등 힘 있는 친박계가 대운하 반대하는 건 건드리지 못하면서 힘없는 ○ 의원만 문제 삼았다고 비난했는데, 이들도 정쟁 때문에 판단력이 흐려진 것 같다. ○ 의원이 당 윤리위에서 제명처분을 받은 건 대운하를 반대해서가 아니라 다른 당 후보의 선거운동을 도왔기 때문이니까. 탈당도 하지 않고 다른 당 후보 선거운동을 하는 사람이나, 그걸 앞뒤 자르고 대운하 반대 정쟁으로 가져다 붙이는 사람들이나, 도긴개긴이다.

<ifsPOST>  

 ※ 이 글은 필자가 지난 2023년 8월 펴낸 책 “여의도에는 왜 정신병원이 없을까” <도서출판 북트리 刊>의 내용을 옮겨 실은 것이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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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3년09월21일 16시46분
  • 최종수정 2023년09월22일 09시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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