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 리모델링의 성공조건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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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대다수가 가지고 있는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이미지는 무엇이었을까?
“재벌 대기업의 이익을 대변하고 그 목적을 성취하기 위해서 정치 권력에 정치자금을 헌납하는 단체”가 아니었을까 싶다.
전경련은 1961년에 탄생했다. 그 당시의 명칭이 “한국경제인협회”였다.
1인당 국민소득 100달러 시기에 정부의 경제개발 드라이브에 효과적으로 협력하기 위한 기업인들의 모임으로 그 첫발을 내디뎠다.
그러나 정부 주도 경제개발계획의 추진에 따라 이 모임의 성격이 개발계획에 대기업의 이익을 투입하는 이익단체로 자연스럽게 바뀌어 갔다.
돌이켜보면 현재의 재벌 대기업들은 대부분 6~70년대의 압축 고도성장 과정에서 정부의 특혜를 받으며 그 뿌리를 내렸다. 거대 재벌 가문의 탄생은 다수 국민의 희생과 부담으로 가능했다는 평가를 부정하기 어렵다.
“만세, 만세, 만세!”
1972년 8월 3일, 주요 대기업들의 임원회의 현장에서 기쁨의 함성들이 터져 나왔다. 그 전날 심야에 국무회의를 통과한 “사채(私債) 동결(凍結) 조치” 때문이었다.
이런 조치는 자본주의 시장경제 체제에서 전례를 찾기 힘든 과감한 특혜였다. 채권자들의 사유재산권을 제한하면서 채무자인 대기업들의 과다 부채 문제를 해결해주는 초헌법적 조치였기 때문이다. 이 조치가 없었다면 오늘의 재벌 대기업 중 몇 개 회사는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본다.
수출드라이브와 중화학공업 육성 과정에서 수출 활동과 중화공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서 다양한 인센티브를 주었지만 그 성격이 “8.3 사채동결” 조치와는 근본적으로 달랐다. 수출지원과 중화공 육성을 위한 지원은 가격기구에 바탕을 두고 비용이나 수익을 절감하고 증대시켜주는 산업정책의 한 방법이었고, 유치산업이론에 바탕을 두고 있었다. 현재의 선진국들도 산업화 초기에 이런 정책 수단들을 활용했다.
“8.3 사채동결 조치”와 같은 특혜를 입고 성장한 재벌 대기업들의 모임인 전경련은 경제개발의 과정에서 내재화된 정경유착(政經癒着)의 체질을 간직한 채 2013년 박근혜 정권을 맞이했다. 그리고 그 체질대로 움직여 2016년의 소위 국정농단 사태를 겪었다.
전경련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 “보이지 않는 거래”를 했던 것으로 의심 받기 시작하면서 국민들은 분노했다. 시대정신이 6,70년 대의 “잘 살아 보세”에서 “공정성(公正性) 확립”으로 바뀐 2000년대에도 전경련은 1960년대의 “정경협력(?)” 체질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그 결과 전경련은 국민으로부터 외면 당했고 4대 그룹을 선두로 주요 금융 그룹이 전경련을 탈퇴했다. 문재인 정부는 전경련과 대화의 문을 닫았다.
그 전경련이 간판을 바꾸어 달고 새 출발을 하려 한다. 1961년에 사용했던 “한국 경제인 협회”로 바뀐 간판으로 정부의 대외통상 업무를 돕겠다고 한다. 이 자체로만 보면 바람직 한 일이다.
“ 88 서울 올림픽” 유치를 주도적으로 이끈 사람은 고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이었고,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 유치에 가장 큰 기여를 한 사람은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었다. 대기업 그룹들의 해외 정보망과 인적 네트워크는 외교부나 다른 정부 조직들을 능가한다. 이들이 그들의 정보력과 인적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정부의 통상 외교를 도와준다면 이것은 국가 이익에 큰 보탬이 될 것이다.
미국의 외교협회(Council on foreign relation)가 하나의 좋은 예이다. 1921년에 설립된 이 조직이 발행하는 “Foreign Affairs”지(誌)는 세계 외교가에 막중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외교 관련 전문잡지이다. CFR이 제시하는 외교 통상정책 아이디어는 미국 국무부의 외교 통상정책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이 조직은 민간 기업들이 힘을 모아 설립했다. 현 이사장은 Carlyle Group의 공동창업자인 David M. Rubenstein이다.
만약 '한경연'으로 간판을 바꾼 구 전경련이 미국의 CFR과 유사한 역할을 할 수 있다면 국가 발전과 국민후생 증대에 크게 기여하는 조직이 될 것이다. 물론 이런 역할의 성공적 수행은 이미 글로벌 인적 네트워크를 확보해서 움직이고 있는 소수 대기업 집단들의 적극적 협조를 전제로 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만으론 부족하다.
다수 국민의 전경련에 대한 불신의 근본 뿌리는 “불공정한 과정을 통해서 부를 축적한 대기업들의 이익단체”라는 인식에 있다. 전경련은 이런 인식을 완화하고 해소하려는 진정성 있는 노력을 꾸준히 해야 한다.
그 노력의 핵심은 계층 간 양극화 심화를 완화하는 일에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 초점은 빈자(貧者)에 대한 무상 지원보다는 빈자들에게 소득과 부를 창출할 수 있는 “기회”를 넓게 열어주는 방법의 모색에 있다.
나는 그 첫 단계로 질적 수준이 확보된 “보육 시설”의 전국적 보편화 프로젝트에 리모델링된 한경협(韓經協)이 주도적 역할을 해주기를 바란다.
물론 현재도 일부 대기업들은 사내 복지 차원에서 자기 회사 임직원들의 유아를 돌보는 좋은 보육 시설을 운용하고 있다. 또한 일부 보육 시설은 상위 1%만이 지급 능력이 있는 초고액의 수업료를 받고 높은 질적 수준의 유아 교육을 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유아들은 열악한 환경의 보육 시설에서 지적 신체적 훈련을 받고 있다. 유아 시기의 지적 신체적 훈련은 성인이 되는 과정에서의 지적 신체적 능력과 인간 의지의 탄력성 배양의 기초가 된다. 이 시기에서부터 발생하는 교육의 질적 차이는 가난의 대물림으로 이어질 잠재성을 내포한다. 부잣집이나 대기업 임직원의 자녀들이 가난한 집이나 중소 영세기업 자녀들보다 더 좋은 지적 신체적 환경에서 교육 받기 때문에 소득 창출 능력에서 두 그룹 간에 격차가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더 나아가 보육의 어려움은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저출산과 결혼 기피의 주요 원인 중 하나이고, 여성들의 사회적 참여를 제한하는 요인이기도 하다.
만약 한경협이 기금을 조성하여 일정한 질적 수준이 확보된 보육 시설을 전국적으로 건설하고 운영한다면 국민의 한경협이나 대기업에 대한 반감(反感)이 호감(好感)으로 바뀔 수 있고, 결과적으로 여성의 사회적 참여 활성화와 출산율 제고에도 기여하게 될 것이다.
여기에 덧붙여 미래지향적인 방향에서 현역 정치인들에게 세계 산업 생태계를 체험하고 인식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면 한경협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더 탄탄해질 것이다.
국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 상황과 일부 국회의원들의 언행은 세계 경제의 흐름에 대한 인식 부족에도 그 원인이 있다고 본다. 생존을 걸고 세계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는 국내기업들의 발목 잡는 일에만 열중하고 있는 정치인들이 너무 많다. 이들의 이런 행태는 “우물안 개구리”에서 벗어날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 아닐까? 이들도 국가가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같다고 생각한다.
세계의 여러 나라에서 각종 산업박람회가 매년 열리고 있다. 전자, 바이오, 자동차 등 한국의 기업들과 경쟁하는 세계 주요 기업들의 최첨단 제품들이 이런 박람회에서 서로 우위를 자랑하고 있다. 여기에 가보면 한국 산업과 기업이 세계시장에서 겪고 있는 생존경쟁의 상황을 피부로 느낄 수 있다.
떠나기 전 사전 정보의 학습과 습득, 잘 준비된 현장 안내 따르기, 그리고 사후 관찰 분석 보고서 제출 등을 준수할 조건으로, 이런 세계 산업박람회 참석을 희망하는 정치인들에게 소요되는 비용을 한경협이 지원해주면, 이들의 입법 활동이 기업활동의 발목을 잡는 일은 크게 감소할 것이다. 그것은 기업의 경쟁력 제고와 그 결과 나타나는 일자리 증가와 국민소득 상승에 기여할 것이다. 그 구체적 방법론은 국회 사무처와 한경협이 함께 모색하면 된다.
현재 2030 세계박람회를 부산에 유치하기 위해서 대기업들과 정부가 힘을 합해 열심히 뛰고 있다. 국가 경제의 발전과 그 결과 얻게 될 국민의 후생 증대를 위해서 대기업들과 정부의 이런 종류의 협력은 바람직하다.
그러나 오랫동안 쌓여온 “정경유착”의 의혹 때문에 국민은 정부가 전경련과 협력하는 것을 반대했다. 전경련이 이제 한경협으로 리모델링을 해서 새롭게 태어나고 한경협이 진정성있는 여러 프로그램을 통해 국민의 신뢰를 얻어 정부를 도와 국가 경제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면 그것은 미래 지향적 관점에서 국가와 국민에게 바람직 한 일이다.
한국 사회는 현재 진영 간 극한 대립으로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다. 정치 사회가 분열되어 있어 어떤 의사 결정도 하기 어렵다. 정부도 국회도 이런 분열의 소용돌이에 빠져 아무런 일도 제대로 못하고 있고, 심지어 사법부도 이런 조짐을 보이고 있다. 국민이 믿고 기댈 수 있는 곳이 보이지 않는다.
한경협이 이런 혼돈(混沌) 상황을 돌파할 수 있는 등대가 되어 주었으면 한다. 그러기 위해서 먼저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프로그램을 구상해서 추진해줄 것을 기대한다.
<ifs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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