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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2기, 우리의 통상정책은 어디로 가야 하나?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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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4년11월27일 17시11분
  • 최종수정 2024년11월27일 13시21분

작성자

  • 최용민
  • 광운대/숭실대 겸임교수, 前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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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제47대 대통령으로 당선된 트럼프의 닉네임은 '관세맨(Tariff Man)'이다. 국제무역과 통상 문제를 관세로 해결하려는 그의 거만함(?)을 설명하기 위해 호사가들이 붙인 별명이 아니다. 그가 스스로를 자랑스러워하면서 붙인 별명이다. 심지어 그는 ‘관세는 사전에서 가장 아름다운 단어’라고 칭하며 자신의 경제 정책에서 단골 무기로 삼았다. 2018년에 철강과 알루미늄에 관세를 부과하면서 ‘무역전쟁은 너무 좋고 이기기 쉽다’고 선언함으로써 터프함을 넘어 오직 자기 이익에만 골몰하는 ‘무법자(?)’의 이미지를 드높였다.

 

같은 시기에 시작된 중국제품에 대한 관세율은 25%라는 고율에 도달하여 자동차 부품, 기계, 전자제품, 철강 등은 물론 소비재도 덮쳤다. 특히 올해 대선을 앞두고도 멕시코에서 생산된 차량이 미국에서 판매되지 않도록 최고 2,000%에 달하는 초고율의 관세를 매기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USMCA(북미자유무역협정)로 남다른 관계를 맺고 있는 멕시코로 인해 자국의 공장이 텅 비어 가고 있다면서 내린 과장된 처방전이지만, 예측이 힘든 그의 언행을 감안할 때 실행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 정설일 것이다. 트럼프의 생각대로 과연 관세가 미국의 일자리와 산업을 보호하는 만병통치약일까? 또한 외국 기업을 겨눈 관세 포탄에서 미국 경제와 소비자는 안전할까?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가 자신의 사전에서 가장 아름답고 좋아하는 단어라고 선언했던 ‘관세’에는 안 좋은 추억이 서려 있다. 자본주의 경제사에서 지우고 싶은 1930년대 글로벌 경제공황과 관세가 무관하지 않기 때문이다. 1930년 6월 17일 미국은 전대미문의 조치를 통해 세계 경제에 치명타를 가했다. 스무트-홀리 관세법(Smoot-Hawley Tariff Act)이 그 주인공으로 2만 개 이상의 수입품에 대해 평균 관세율을 40%로 높여 1930년대 판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에 시동을 걸었다. 미국이 관세를 통해 농업 및 공업 부문을 보호하고 내수를 활성화 시키겠다고 발표했지만, 미국은 물론 전 세계를 경제공황의 소용돌이로 더욱 깊숙이 밀어 넣는 자살골이 되었다. 

 

관세 포탄은 불가피하게 상대국의 반발과 보복을 불러오기 때문이다. 당시 인접국인 캐나다는 당시 미국의 주력산업이었던 사과와 돼지고기에 각각 33.5%와 50%로 맞불을 놓았다. 이런 관세전쟁으로 인해 미국의 GDP(국내 총생산)가 20%대의 감소율에 허덕이어야 했고, 1932년 미국의 실업률은 25%로 치솟았다. 1929년에서 1934년 사이, 전 세계 무역량은 66%나 감소하여 대공황을 심화시키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따라서 트럼프가 타깃으로 정한 중국, 멕시코 등과 관세전쟁 2라운드가 전개될 경우 ‘물고 물리는 자충수’로 인해 전대미문의 글로벌 경제위기라는 수렁에 빠져들 수 있다. 촘촘히 얽혀 있는 글로벌 공급망을 감안할 때 미국 경제도 그 위기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럼, 통상 경찰인 WTO(세계무역기구)가 질서유지에 나설 수 있을까? 답은 부정적이다. 우리는 이미 트럼프 1기에서 경험했다. 2기에 WTO는 더 큰 위기에 봉착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정설이다. 트럼프는 모든 품목에 대해 일괄적으로 관세를 높이는 보편관세(universal tariff)라는 카드를 꺼내 현행 양허세율을 대폭 인상하겠다고 언론을 통해 엄포를 놓은 적이 있는데 이는 WTO의 규정 위반으로 판정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트럼프의 관세폭탄이 실행되면 모두의 눈과 귀가 WTO로 향하겠지만, 현재 사실상 상소 기관으로서 역할이 마비된 WTO는 ‘강 건너 불구경’에서 벗어나지 못해 무용론이 비등해질 것이다. 더욱이 미국은 물론 여타 회원국에서 WTO 탈퇴라는 초강수가 나올 수 있다. 

 

2025년은 어쩌면 한국무역호에 최대 시련기가 될 수 있다. 질서와 규범이 작동하지 않으면서 기존 시스템이 붕괴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에서 충격파는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에 맞설 유일한 카드는 미국 내 우호세력과 연합하는 것이다. 한국에서 제품을 수입하고 우리 나라와 기술 및 자본협력을 맺고 있는 미국 기업가와 기업을 동원하여 트럼프에 압력을 가해야 한다. 관세가 오르면 외국 기업만 힘들 것 같지만 절대 그러하지 않다. 관세가 뛰면 미국의 물가가 덩달아 뛰고 수입 원자재를 쓰는 미국 기업의 대외경쟁력이 나빠진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통상질서의 ABC다.

이를 일깨우고 인기 영합형 정책이 난무하지 않도록 미국의 유권자, 특히 트럼프 우호 세력(인물과 기업)과 연대해야 한다. 대외적인 언론 플레이보다는 은밀하고도 치밀한 전략으로 실익을 구가해야 한다. 품목별로 미국의 기업과 일자리에 어떻게 기여하고 더불어 소비자 후생증대에 앞장서고 있는 지를 차분하게 분석한 자료를 내밀고 설득해야 한다. 한·미 FTA를 조기에 비준 받기 위해 각 도시를 돌아다니며 비준 되면 그 지역에 어떤 이익이 돌아가는지 촘촘하게 설명했던 그 노력이 2025년에 다시 한번 필요하다.

 

또한 AI로 대표되는 산업 전환기에는 제품 차별화가 수요 창출에 대안이다. 기술적 초격차와 새로운 기능을 첨가한 차별화가 절대적으로 긴요하다. 획기적인 제품은 없던 수요도 만들어 낸다. 이를 위해 정책적으로는 R&D 정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특별히 기업 자체의 기술력은 물론 다양한 형태의 기술 융합형 혁신을 위해 ‘오픈 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기업 내부의 기술만으로는 아무리 큰 기업이라도 한계가 있는 시대다. 수직 계열형 협력을 무너뜨리고 외부의 기술 접목이 가능하도록 생태계를 일신해야 한다. 오늘 태어난 아주 작은 스타트업의 독특한 발상이나 기술이 세계적인 톱 기업의 미래를 좌우할 수 있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기술개발을 더욱 독려하고 이업종간, 그리고 다자간 기술교류에 힘을 실어주는 정책이 나와야 한다.

 

일부에서 관세장벽이 높아질 미국을 떠나 다른 곳으로 마케팅 거점을 옮겨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이런 주장은 난센스다. 세계 제1위의 시장은 어떤 시련에도 포기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트럼프의 관세 포탄이 중국에 집중될 가능성이 높아 상대적으로 우리의 미국 시장 내 입지는 오히려 유리할 수 있다. 여타 시장은 미국으로 오지 못한 중국 제품이 넘쳐 나면서 더욱 버거운 시장이 될 것이라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이 밖에 우리 기업의 강점인 한·미 FTA를 이용하여 보편관세 폭탄을 회피해야 한다. 관세율이 급작스럽게 변할 경우 기업간 분쟁이 급증할 우려가 있어 중재조항을 신설하는 처방으로 분쟁을 신속하고도 우호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계약서를 손질해야 한다. 미국 투자가 대안이라는 주장도 있지만, 정책변경에 대응하는 투자는 한계가 있다. 미국 내 생산은 단기적 정책변화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검토되어야 한다. 

 

급변하는 트럼프 시대에 통상은 국가 차원의 전략적 어젠더가 되어야 한다. 경제안보 시대에 무역은 안보도 연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향후 5년간의 통상정책 키워드는 ‘한·미간 전략적 네트워크 협력’이다. 이를 위해 정책 당국자간 톱 다운씩(Top-down) 네트워크는 물론 미국 내 개별 기업과 소비자와 소통하는 버텀 업(Bottom-up) 협력이 절실히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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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종수정 2024년11월27일 13시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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