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차 북한 핵실험 준비의 의미와 한미 억제전략의 과제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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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제7차 핵실험이 임박했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네드 프레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6월 6일 브리핑에서 “북한이 조만간 7차 핵실험을 진행할 가능성이 있다”며 우려를 표명했고,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도 풍계리 핵실험장 갱도 재개방 징후를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한미 외교차관 협의를 위해 방한한 웬디 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도 6월 7일 “북한의 핵실험에 대해 신속하고 단호한 대응이 있을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당국자들의 발언과 여러 징후들을 볼 때 북한의 7차 핵실험 준비는 상당 부분 진척된 상태로 추정된다. 핵실험이 언제 이루어질 것인가는 현재 북한의 코로나 상황 등을 고려 시 정확히 예측하기 어려우나, 결국 시기의 문제일 뿐 김정은 위원장의 결단에 따라 향후 추가 핵실험이 이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제7차 핵실험 종류 전망 및 의도 분석
북한이 7차 핵실험 준비를 재개한 이유는 2021년 1월 제8차 당대회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천명한 국방력 강화 계획을 실천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북한이 밝힌 국방력 발전 5개년 계획과 ‘전략무기 부문 최우선 5대 과업’을 실현하기 위한 수단으로 추가 핵실험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군사 기술적 관점에서 북한이 추가 핵실험을 준비하는 이유는 핵탄두의 추가 소형화·경량화를 달성하기 위해서다.
첫째, 8차 당대회에서 밝힌 전술핵무기를 다양화하기 위해서는 기존 핵분열탄을 더욱 작고 가볍게 만들 필요가 있다. 현재 북한 핵무기의 소형화 수준은 직경 약 60cm 정도에 이르는 것으로 보여, 스커드 등 기존 단거리 미사일이나 최근 개발한 KN-23, KN-24 미사일에 1발 탑재가 가능할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2021년 10월 시험 발사한 소형 전술 SLBM이나 올해 4월에 시험 발사한 신형전술유도탄에 장착하기 위해서는 더 작은 탄두 개발이 필요하다. 이외에도 화성-8형 극초음속 미사일, 대함 및 대공 미사일에 탑재할 수준이 되려면 직경이 약 30~40cm 수준으로 추가적 소형화가 필요한 상황이다. 즉, 다양한 투발 수단에 탑재가 가능한 더 소형화된 핵분열탄을 검증함으로써 전술적 핵 운용 능력을 확충하고자 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둘째, 7차 핵실험을 통한 핵탄두 소형화 능력 검증은 전술 무기 다양화뿐 아니라 ICBM MIRV용 핵탄두를 개발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ICBM이나 SLBM에 다탄두를 탑재하기 위해 수소탄 소형화가 요구되는데, 이를 위해서는 먼저 다단계 열핵무기용 1단계로서 소형 핵분열 탄두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금번 7차 핵실험은 전술핵무기 다양화와 ICBM 다탄두 개발을 위한 핵분열탄 검증 목적으로 실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금번 핵실험의 형태가 핵분열탄이 아니라 소형화된 수소탄 검증이 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북한이 그동안 실시한 6차까지의 핵실험은 두 가지 경로로 이루어져 왔다. 먼저 1차부터 3차 그리고 5차까지는 핵분열탄 실험이었고, 4차와 6차는 핵융합 기술을 적용한 수소탄 계열이었다. 북한의 핵전략 관점에서 해석하면, 한반도와 인근 전장 환경에 사용할 수 있는 전술핵무기로서 핵분열탄의 소형화, 경량화를 추구해 왔고, 다른 한편으로 미 본토를 향한 확증 보복(assured destruction) 차원에서 전략핵무기인 ICBM 탑재용 수소탄을 개발해 왔던 것이다.
7차 핵실험 형태는 그간의 기술 발전 경로, 전략적 필요성 등을 볼 때 전술핵무기 다양화가 더욱 우선순위가 높을 것으로 판단된다. 전략핵은 6차 핵실험으로 어느 정도 수소탄 제작 능력을 보여주었던 반면, 전술핵 능력 측면에서는 투발 수단 다양화를 위해 핵분열탄의 추가 소형화가 긴요하기 때문이다. 또한 앞서 언급한 대로 분열탄 소형화는 ICBM의 다탄두 개발을 위해서 요구되는 기술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약 북한이 금번 핵실험에서 분열탄 소형화 단계를 건너뛰고 바로 수소탄 검증으로 간다면, 북한의 핵기술에 상당한 기술적 도약이 있었다는 것을 시사한다.
북한 핵실험 준비의 군사·안보적 함의
7차 핵실험이 현실화될 경우 예상되는 상황과 이것이 갖는 군사·안보적 함의는 무엇인가?
첫째, 북한이 스스로 공언한 모라토리엄이 완전히 폐기됨으로써 한반도 정세가 심각하게 악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지난 2018년 4월 20일 북한은 당중앙위원회 7기 3차 전원회의에서 경제건설과 핵 무력 건설 병진 노선이 “위대한 승리”로 끝났다면서 ICBM 시험발사 중단과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결정을 발표한 바 있는데, 7차 핵실험이 실시되면 모든 것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다는 의미를 갖는다. 물론 모라토리엄의 종식은 어느 정도 예견되어 있던 사안이었다. 이미 금년 1월 19일 당중앙위원회 8기 6차 정치국 회의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선결적으로, 주동적으로 취하였던 신뢰구축 조치들을 전면 재고하고 잠정 중지하였던 모든 활동들을 재가동하는 문제를 신속히 검토”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그리고 이어 ICBM 시험 발사를 연이어 실시함으로써 모라토리엄을 허물기 시작했으며, 금번 7차 핵실험까지 감행한다면 모라토리엄이 완전히 폐기되는 것이다.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주로 단거리 미사일 위주로 시험 발사를 하며 대화의 판을 완전히 뒤집지 않아 왔던 북한이 이제 더 이상의 자제나 자기 구속 없이 핵 무력 고도화를 위해 질주할 것임을 시사한다.
둘째, 금번 7차 핵실험의 목적인 핵탄두의 추가 소형화·경량화가 갖는 군사적 함의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앞서 예상한 바와 같이 금번 핵실험을 통해 핵분열탄을 현재보다 더욱 작게 30~40cm 수준까지 만들 수 있다면, 북한의 전술핵 운용 능력이 크게 향상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스커드, KN-23, 24와 같은 일부 단거리 미사일 뿐 아니라 새로 개발되고 있는 신형 SRBM, 극초음속 미사일, 소형 전술 SLBM에도 탑재가 가능해져서 북한의 전술핵 운용 면에서 융통성이 크게 확대될 것이다. 전술핵은 전략핵에 비해 전장에 실전 활용하기에 상대적으로 더 적합한 무기로 평가받는다. 위력이 낮아 대량 살상의 부담을 피할 수 있고, 전장 환경에 융통성 있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 4월 김여정 부부장 담화나 김정은 위원장의 발언은 이를 확인시켜 주고 있다. 김여정은 4월 5일 “전쟁 초기에 주도권을 장악하고 타방의 전쟁 의지를 소각하며 장기전을 막고 자기의 군사력을 보존하기 위해서 핵 전투무력이 동원되게 된다.”고 말했고, 김정은은 4월 25일 열병식에서 “우리의 핵이 전쟁 방지라는 하나의 사명에만 속박 되여 있을 수는 없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분명하다. 전술핵과 단거리 신형 전술 유도무기의 개발을 통해 전술적 수준에서 핵전쟁 수행(nuclear war-fighting) 능력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이것이 일각에서 우려하는 것처럼 북한의 핵 교리가 억제를 넘어섰다고 단정할 필요는 없다. 전술적 핵전쟁 수행 능력도 어디까지나 억제의 성격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즉, 북한은 한반도, 일본 등에 대한 핵 타격을 통해 미 증원군의 전개를 거부하고 전황에 따라 군사 표적을 작전적으로 타격하는 능력을 확보함으로써 거부적 억제 효과를 추구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는 인도에 대한 재래식 전력 열세를 만회하고자 핵 선제 사용을 공언하고 있는 파키스탄의 핵 독트린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셋째, 북한의 핵탄두 소형화와 전술적 핵 능력 확대는 한미 확장억제 측면에서도 큰 도전이다. 북한의 전술적 핵 운용 수단이 다양화되고 고도화되면 그만큼 미군의 한반도 개입 비용이 증가한다. ICBM이 미 본토 보복을 위협한다면, 전술핵을 탑재한 단거리 미사일은 미 증원군 전개를 어렵게 하기 때문이다. 또한 북한 입장에서 볼 때 저위력 전술핵무기는 미국의 본격적인 핵 보복 가능성을 피하면서 한반도에서 유리한 전략적, 작전적 목적을 달성하는 수단으로 고려될 수도 있다.
즉, 북한이 전술핵의 실전 전력 가능성을 강조하면서 핵 사용 문턱(nuclear threshold)을 의도적으로 낮췄기 때문에 그만큼 한미의 대응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특히, 북한의 전술핵 능력 고도화는 한반도 위기 안정성 측면에서도 어려움을 초래할 수 있다. 북한의 핵탄두 소형화 기술이 진전되고 핵무기의 작전적 운용 능력이 고도화되면, 한미도 전술적, 작전적 대응 능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압력이 증가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대선 과정에서 대두된 대북 선제타격 주장은 억제 실패 시에 한국군도 북한 핵을 선제적으로 무력화해야 한다는 압박감의 발로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선제 타격, 참수 작전과 같은 선제적 교리는 북한의 핵 사용을 자제시키기보다 오히려 압박하는 역효과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따라서 북한의 전술핵 능력 고도화와 한미의 맞대응이 한반도에서의 핵 위기 안정성을 크게 흔들 위험이 있다는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한미 억제전략의 과제
예상되는 북한의 제7차 핵실험과 핵 능력 고도화에 대해 한미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핵실험 자체를 막을 방법은 없다. 한미가 핵실험에 대해 강력히 경고하고 전략자산 전개를 통해 압박하기도 하지만, 안타깝게도 핵실험은 억제의 대상이 아니다. 그러나 억제의 궁극적 대상인 북핵 위협은 관리할 수 있으며, 이는 한미 양국이 꾸준히 발전시켜온 확장억제의 실행력과 한국군의 비핵 억제 능력을 통해 이루어질 수 있다. 확장억제의 실행력 제고는 여러 차원으로 살펴 볼 수 있다.
첫째, B-52, B-1B, SSBN과 같은 미 전략자산 전개로서 북한에 대해 강력히 경고 메시지(deterrence)를 보내거나 한국민에 대한 보장 메시지(reassurance)를 전달하고자 할 때 유용한 수단이다. 다만, 전략자산 전개는 꼭 필요할 경우 분명한 목적을 갖고 실행할 필요가 있다. 너무 빈번하게 의존할 경우 효과가 반감되거나 과잉 사용할 경우 불필요하게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킬 위험성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북한 핵실험이 예상될 경우 현재처럼 사전에 전략자산 전개 카드를 사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도발 이후에 실시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전략자산 전개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핵실험을 해 버리면, 전략자산 전개라는 중요한 대응 수단을 큰 효과 없기 낭비한 것이 되기 때문이다.
둘째, 정보 공유와 공동 기획을 강화해야 한다. 즉, 미국의 핵 능력과 기획 절차 등 관련하여 더 많은 정보 공유가 이루어져야 하고, 평시 한반도 핵 위협 상황을 가정한 억제 방안을 공동 모색하며 위기 발생 시에는 미 전략사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즉응 기획과 옵션 식별에 한국군이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단순한 미국의 핵우산 약속이 아니라 어떤 조건과 상황에서 미국이 어떤 핵·비핵 옵션을 강구하는지 동맹국과 공유하고 협의하는 수준으로 확장억제 수준을 높이는 것을 말한다.
셋째, 위기협의 차원에서 확장억제 협의체를 더욱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현재 확장억제 협의체는 두 축으로 구성되어 있다. 국방 차원에서는 억제전략위원회(DSC)를 통해 태세를 포함한 확장억제의 전반적 문제를 다루고, 외교·국방 2+2 회담인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에서는 주로 메시지에 역점을 두고 운용된다. 이 외에 가상 시나리오를 상정한 확장억제수단 운용연습(TTX)도 실시되고 있다. 현재 윤석열 정부 들어 EDSCG가 주로 강조되고 있으나, 확장억제의 군사적 논의를 심화시킬 수 있는 DSC를 포함하여 다양한 협의체가 균형적으로 운용, 발전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공동 실행 차원에서 미 전략사의 핵 작전계획 운용 훈련에 한국군이 참여하는 방안을 강구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한편, 한국군 자체의 억제 역량 강화도 중요하다. 핵은 핵으로만 대응할 수 있다는 관념에 빠져 있으면 확장억제에 의존하는 것 말고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제약을 받을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첨단 비핵전력을 강화한다면 한국군 자체의 역량을 높일 수 있을 뿐 아니라, 미국의 확장억제와 결부되어 통합된 억제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북한의 전술적 도발에 대한 한국군 자체의 대응 역량이 커질수록 미국의 군사적 개입 비용이 줄어들고 결과적으로 확장억제의 실행력이 높아지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한국군의 응징 능력이 미국의 확장억제와 중첩적으로 작동할 경우 북한으로 하여금 더욱 조심스럽게 행동하도록 강요할 수 있을 것이다. 북한 핵 위협은 이제 엄연한 현실이 된 지 오래고 시간이 갈수록 수준과 양상이 진화하고 있다. 한미의 억제태세도 그에 맞춰 발전시키면서 한반도의 엄중한 군사적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해 나가야 할 것이다.
<끝>
※ 이 글은 세종연구소가 발간하는 [정세와 정책 2022-7월호 제34호]에 실린 것으로 연구소의 동의를 얻어 게재합니다. <편집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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