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품단가연동제 도입의 필요성과 제도 운영방안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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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차> 1. 납품단가연동제의 개념 2. 도입의 필요성 3. 논의의 전개과정 4. 납품단가연동제 도입 기업과 미도입 기업의 경영성과 5. 납품단가연동제의 도입 시 고려사항 6. 결론 |
1. 납품단가연동제의 개념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지정학적 위험으로 인해 원자재 가격이 폭등하면서 중소기업계를 중심으로 납품단가연동제에 대한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납품단가연동제란 하도급 계약기간 중 원부자재 가격이 변동될 경우, 원사업자가 수급 사업자의 납품단가를 인상해주는 제도1)를 말한다.
2. 도입의 필요성
납품단가연동제에 관한 논의를 위해서는 ① 거래관계, ② 제품의 특성, ③ 납품단가의 결정방식 등에 대한 간단한 이해가 필요하다.
먼저, 거래관계의 측면에서 보면, 우리나라는 1960년대 이후의 경제성장과정에서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선택과 집중을 통한 대기업 중심의 성장전략을 취하여 왔다. 그 결과, 위탁 대기업-1차 협력업체-2차 협력업체 간 수직적 거래관계가 형성되었고, 현재에도 이러한 관계는 계속 유지되고 있다. 수직적 거래관계는 구조적으로 교섭력의 현격한 격차를 초래하게 되며 결과적으로 대-중소기업 간 양극화가 심화되는 결과를 야기하였다. 수직적 거래관계는 안정적 수요처 확보에 도움이 되지만, 의존성이 심화되는 구조를 지닐 수 밖에 없다. 납품 중소기업의 혁신활동이 대기업이 요구하는 품질개량에 머물러 있는 것도 이러한 거래관계의 특수성에 기인한다.
둘째, 생산하는 제품의 특성을 보면, 대기업은 완제품 또는 기초 소재에 집중된 반면, 중소기업은 반제품 또는 부품을 생산하고 있다. 생산되는 제품의 차이는 외부의 경제환경에 변화가 발생할 경우, 이를 전가(轉嫁)시킬 수 있는 대상이 존재하는 지 여부와 직결된다. 예를 들면, 완제품을 생산하는 대기업의 경우, 최종 소비자에게 가격을 전가시킬 수 있으며, 소재를 생산하는 대기업의 경우, 가공 중소기업에게 가격을 전가시킬 수 있다. 최근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석유화학 관련 대기업이 나프타 가격을 인상하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그러나 중간 부품이나 반제품을 생산하는 중소기업의 경우, 위탁 대기업이 수용하지 않으면 원자재 가격 상승분의 전가가 불가능한 구조이다. 중소기업의 납품단가 인상요구는 자칫하면 거래의 단절로 이어질 가능성이 항상 존재한다. 이것이 중소기업이 납품단가 연동제의 도입을 요구하는 가장 큰 이유이다.
끝으로, 납품단가의 결정방식을 보면, 납품업체의 원가계산서를 토대로 이뤄지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는 단위비용 증가율이다. “단위비용 증가율”은 임금상승율 + 기타요소가격 상승률 + 납품단가변동률 – 생산성 증가율”로 구성되는데2), 원부자재 가격이 올라 납품단가 인상요인이 있음에도 이를 적절하게 반영하지 못하면 임금상승률을 낮추거나 생산성 증가율로 극복해야 하는 어려움이 발생한다. 중소기업의 저임금과 저생산성의 상당 부분은 이러한 원부자재의 가격상승분을 납품단가에 적절하게 반영하지 못하는 데 기인한다.
3. 논의의 전개과정
납품단가연동제에 관한 논의는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20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납품단가연동제의 도입은 2008년 이명박 대통령의 선거공약 및 인수위국정과제로 채택되었으며, 문국현 의원(2008), 이정희 의원(2008, 2010), 박선숙 의원(2008)이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을 위한 하도급법(공식 명칭 :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대표발의3) 하면서 논의가 시작되었다.
그러나 이후 논의과정에서 대기업과 공정거래위원회가 난색을 표하면서 납품단가연동제는 납품단가 조정협의제도로 변경되었다. 반대 사유는 크게 몇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첫째, 시장원리 훼손이다. 제품의 가격을 결정하는 것은 시장에 의해 움직이는데, 정책당국이 가격 결정에 개입하는 것은 시장경제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둘째, 대기업의 경우, 국내·외로부터 원부자재와 중간재를 구매하고 있는데, 국내 중소기업에만 납품단가 연동제를 도입하면 해외 기업에 대한 역차별이 존재한다는 주장이다.
셋째, 거래 기업의 수가 수 백개에서 수 만개에 이르고 있는 데, 원자재의 가격 변동성이 발생할 때마다 가격을 인상시키는 것은 거래비용이 너무 커져서 현실적 어려움이 크다는 점이다. 넷째, 적정 인상률 결정에 이용할 수 있는 기준 지표를 무엇으로 삼을 것인가 하는 점이다.
다섯째, 물가의 변동에 따라 가격을 인상할 경우, 자칫하면 중소기업의 혁신 의지를 훼손할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사유로 인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중재과정에서 “납품단가 조정협의제도”를 1년 시행한 후 큰 효과가 없을 경우, 납품단가연동제를 도입하기로 의결하였다(2009. 2. 5., 국회 정무위 법안심사소위)
2009년 출발한 “납품단가조정협의제도”는 원자재 가격 변동분을 반영하기 위해 “납품대금조정협의제도”로 명칭을 변경(2011)하여 현재까지 운용되고 있다. 그리고 개별 중소기업의 협상력 부족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 중소기업협동조합, 중소기업중앙회가 대기업과 납품대금 조정협의를 대신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여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중소기업의 86.2%가 공급 원가 상승분을 납품단가에 반영4) 하지 못한 상황에서 조정협의를 위한 요건이 지나치게 까다롭고, 대기업과의 거래 단절의 위험 때문에 실제 조정을 신청하는 기업은 거의 없는 상황이다. 즉, 제도의 실효성이 많이 떨어지는 상황이므로 강제성이 있는 납품단가연동제의 도입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중소기업계의 지속적 요구에도 불구하고 납품단가연동제의 도입이 지지부진하였으나, 최근 다시 관심이 부각된 데에는 우크라이나 사태의 장기화에 따른 철광석, 원유, 펄프 등 원자재 가격 급등에 기인한다. 특히, 철광석의 경우, 1년 간 최저가 대비 172.2% 폭등하여 역대 최고가를 기록하였다. 펄프 역시 역대 최고가를 기록하였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의 연구결과5)에 의하면 국제 원자재 가격 10% 상승시 중소기업의 영업이익은 0.8%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원자재 가격 상승이 업종별로 미치는 영향은 상이한데, 금속ㆍ비금속 가공 및 제조, 기계ㆍ장비ㆍ운송 산업에 종사하는 중소기업의 영업이익 감소 폭이 상대적으로 크게 나타났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공급원가 중 원자재 비용이 59%를 차지하는데, 원자재 가격이 급등(평균 51.2% 상승)하는 상황에서 원가 상승분을 납품대금에 온전히 반영한 중소기업은 4.6%에 불과하였다.6)
원부자재 가격 급등은 중소기업의 심각한 경영악화를 초래하게 되므로, 중소기업계에서는 원자재 가격상승에 따른 위험 분담을 위해 납품단가연동제의 도입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출범 이후 정치권을 중심으로 여야간 공감대가 마련되면서 하도급법과 상생협력법 개정 움직임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예를 들면, 김경만 의원이 대표발의한 상생협력법(공식 명칭 :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소관 상임위에 상정되어 있다.
4. 납품단가연동제 도입 기업과 미도입 기업의 경영성과
납품단가연동제의 도입은 중소기업의 경영성과에 큰 영향을 미친다. 중소기업중앙회(2020)가 한국기업데이터(주)의 재무‧신용평가정보를 활용하여 지난 3년(2017~2020)간 원재료 가격상승분을 납품단가에 반영한 기업과 미반영 기업간 경영성과를 비교한 자료를 보면,7) 납품단가에 반영한 기업의 경영성과가 그렇지 않은 기업군에 비해 매우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결과를 보면, 납품단가 반영기업군의 경우, 비교집단에 비해 매출액, 순이익, 종사자 등 모든 지표에서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특히 순이익의 격차가 매우 크게 나타났다. 미반영기업군의 경우, 비교집단에 비해 지표가 열위인 것으로 나타났는데, 순이익 부분에서 가장 크게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5. 납품단가연동제의 도입 시 고려사항
윤석열 정부의 출범 이후 납품단가연동제의 도입이 기정사실화되면서 논의의 방향은 향후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 여부로 귀결된다. 실효성있는 제도 설계를 위해서는 국내외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자율계약에 의거하여 납품단가연동제를 운영하고 있는 사례를 보면, A사와 B사의 운용방식은 상이하지만, 대상 원자재를 지정하고, 기준가격을 명시하는 점에 대해서는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공공조달 역시 「국가계약법」 제19조 및 동법 시행령 제64조에 의한 물가변동 등에 따른 계약금액의 조정을 명시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보면, 계약체결일로부터 90일 이상 경과하고, 품목조정률(지수조정률)이 총액 기준 3% 이상 증가시 조정(공사계약의 경우 특정자재가 15%이상 증가시 조정)한다라고 되어 있다.
해외 사례를 보면, 미국의 경우, 연방정부 조달 시 물가변동으로 인한 계약금액 조정을 명시한 표준계약서를 보급 8) 작성하여 운영하고 있으며, 독일기업 기본계약서를 보면, 계약 체결 후 비용 상승과 같은 시장상황에 따라 조정의무를 명시 9)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 내부자료(2021)).
국내외 사례를 참고하면, 납품단가연동제는 업종별 특성을 고려한 대상 원자재의 지정, 기준지표, 조정방식 등을 반영한 표준계약서를 마련하는 것이 논의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다만, 운영과정에서 대기업의 우려를 최소화하여 현실적으로 운영해 나갈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송창석 교수(2022)가 제시한 납품단가 연동제의 실행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원자재 가격 하락시에도 납품단가 연동제를 적용할 것인지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
6. 결론
납품단가연동제는 중소기업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대기업의 반대로 인해 도입 초기에는 “납품단가 조정협의제도” 등 절충적 형태로 시작하였으나, 제도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면서 최근 들어서는 납품단가연동제를 도입하는 방향으로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여기에는 우크라이나 사태의 장기화에 따른 원자재 가격 급등이 중요 요인으로 작용하였다. 또한, 원재료 가격 상승분을 납품단가에 반영한 중소기업의 경영성과가 그렇지 않은 중소기업보다 우수하다는 사실은 안정적 거래관계의 유지를 위해 현실적으로 필요함을 시사한다.
다만, 제도의 실효성을 높여 나가기 위해서는 국내외 사례를 참고하여 중소기업-대기업 간 상호 협의를 통한 표준계약서를 작성할 필요가 있다. 이를 기반으로 대기업에서 지적하는 문제점을 보완하면서 중소기업-대기업 간 실질적인 상생의 실마리를 찾아나가길 기대해 본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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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한경 경제용어사전
2) 최수정(2018), 『공정한 납품단가 결정에 관한 표준절차 연구』, 중소벤처기업연구원.
3) 제16조의2(원부자재 가격변동 등에 따른 납품단가 연동제) ① 하도급 계약기간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단가 변경사유가 발생하면 원사업자, 수급사업자는 납품단가를 연동하여야 한다. ② 합리적인 단가협상을 위하여 수급사업자는 업종별 협동조합 또는 협회에 단가협의를 위임할 수 있다. ;
4) 중소기업중앙회(2021.7), 원자재 가격변동 및 수급불안정 관련 실태조사.
5) 송영철ㆍ임수환(2022.4.5.),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이 중소기업에 미치는 영향과 시사점”, 중소벤처기업연구원.
6) 국민의힘ㆍ중소기업중앙회(2022.05.17.), 국민의힘과 함께 하는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을 위한 정책토론회.
7) KBIZ중소기업연구소 내부자료(2020. 12월), “생산요소가격-중소기업경영성과 변화분석.
8) Raw Material Price Increase Upon advance written notice to OptiNose in each instance, CPL shall be entitled to an immediate adjustment to the unit price for a Product by the amount of the increase in Raw Materials cost where any increase in Raw Material costs increase the total unit price for the Product by [***] percent ([***]%) or more. CPL shall provide sufficient documentation to support any unit price adjustment in accordance with this Section (자료: 미국 증권거래위원회 합의서(표준계약서) 샘플).
9) Die vereinbarten Preise sind danach entsprechend der Marktentwicklung inder Weise anzupassen, dass nach Vertragsschluss eintretendeKostenerhöhungen bz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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