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트 카르텔의 은밀한 부정행위, 이대로는 안 된다 - 조국과 정호영 사태의 같은 점 다른 점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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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 초대 내각 후보자 중, 정호영 보건복지부장관 후보자의 자녀들의 의대 편입 특혜 의혹이 불거졌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 자녀의 의대 입시 부정과 판박이라는 비판이 일면서, 결국 정호영 장관 후보자는 낙마했다. 실제로 이 두 사건이 판박이인지, 또 다른 점이 있는지 살펴보고, 우리사회에 시사하는 바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엘리트 카르텔의 특혜 대물림 의혹’이라는 공통점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조국 사태나 정호영 자녀 논란 모두, 자녀들의 의대 입시에 부모찬스를 이용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핵심이다. 부모찬스는 우리사회 돈 있고 힘 있는 엘리트 부모들이 기득권 카르텔을 만들고, 끼리끼리 봐주면서 제 자식들 스펙 쌓기 품앗이를 하거나, 취업, 채용에서 특혜를 주는 것을 뜻한다. 조국 딸은 대학과 의전원 입시에 각각 의학논문 제1저자 등재와 동양대 표창장, 그리고 각종 인턴활동 증명서에 대해 허위 논란이 있었는데, 대부분 부모가 직접 위조에 개입하거나, 부모와 친분 있던 지인 찬스를 통해 허위 증명서를 발급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정호영의 자녀들은 아버지가 경북대학병원 부원장으로 재직하던 2016년에는 딸, 병원장으로 재직하던 2017년에는 아들이 각각 경북대 의대 특별편입 전형으로 합격하면서 아빠찬스 의혹이 불거졌다.
의대나 의학전문대학원 입시는 상대평가 방식이고, 1년에 기회가 한번 밖에 없기 때문에, 특정 고위층 자녀가 부모찬스를 통해 불공정하게 합격해 버리면, 피해자는 1년간 쏟아 부은 시간과 돈과 노력을 몽땅 날리게 된다. 게다가 부모가 힘이 없어서, 돈이 없어서 자신들이 들러리로 면접장까지 불려갔다는 사실에 큰 분노와 자괴감을 갖게 된다. 그런 면에서 부모찬스를 이용한 입시부정은 우리사회의 공정성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리고 청년들이 노력해서 실력을 키우면 꿈을 이룰 수 있다는 희망을 짓밟는다는 점에서 사회에 큰 해악을 끼친다.
물론 조국 딸 관련 논란은 법원 재판을 통해, 제기된 의혹 상당부분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실체가 드러나고 있다. 반면 정호영 의혹은 정호영 후보자가 장관 후보직에서 자진 사퇴함으로써 논란이 일단락되는 모양새이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제기된 수많은 의혹들과 우리사회에서 교수, 의사, 병원장 같은 특정 직업이 갖는 사회적 영향력을 고려하면, 두 사건 모두 특정 엘리트 카르텔에 속한 부모가 자녀에게 사회적 특혜를 대물림하기 위해 입시부정을 저지른 사례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다른 점,‘부모의 적극적 입시부정 가담 vs. 부모 카르텔 집단의 암묵적 호의’
하지만, 조국의 자녀와 정호영의 입시부정에 개입한 부모찬스는 상당히 다른 양상을 보인다.
딸의 고려대 입학에 결정적 요인이 된, 의학논문 제1저자 등재 문제는 사실 조국 부부가 평소 가까이 지내던 단국대 의대 교수에게 부탁해 만들어낸 허위 스펙이었다. 부산대 의전원 합격에 영향을 미친 동양대 총장 표창장은 어머니인 정경심 교수가 직접 위조했다는 사실이 재판에서 확인되었다. 이외에 조국 전 장관이 서울대 법대 교수로 근무하던 시절, 딸이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에서 인턴활동 증명서를 발급받은 일이나, 지인이 운영하던 부산의 호텔 등에서 자녀의 인턴활동 증명서를 받은 것, KIST발급 인턴증명서 모두 부모찬스를 통한 허위 또는 과장이라는 의혹이 제기되었다. 이렇게 화려한 스펙은 평범한 고3 수험생이나 의전원 편입을 준비하는 보통 수험생들은 상상도 할 수 없는 것들인데, 부모찬스가 아니었다면 입학 지원서에 기재하기 힘든 스펙들이었다.
한편, 관련 의혹이 언론에서 새로 터져 나올 때마다 조국 당시 법무장관은 의혹 일체를 부인하면서, 자신이 검찰개혁을 주도했다는 이유로 보복수사를 받는 희생양이라는 주장을 내세웠다. 게다가, 입시부정의 핵심 증거들이 드러나기 전까지 자신의 SNS를 통해 당시 여권의 강성 지지층에게 억울함을 호소함으로써, 사건을 정치 한복판으로 끌고 들어갔다. 각계각층의 지지와 비판 성명이 발표되었고, 사회 전체가 극심한 대립과 분열에 빠져들었다. 심지어 당시 권력자들은 수사 책임자였던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힘으로 찍어 누르며 수사를 방해하기도 했다. 비판하는 사람들에겐 여권 인사들이 좌표 찍기를 하면, 극렬 지지자들이 훌리건처럼 달려가 댓글 테러나, 문자폭탄, 폭언, 협박을 쏟아냈다. 건전한 토론과 비판이 보장되어야 하는 민주주의 시스템 자체를 파괴하는 행동들이었다. 하지만, 사실 사태의 본질은, 조국 자녀의 입시부정에 부모가 광범위하게 적극적으로 개입했다는 것이고, 법원의 재판을 통해 실체가 확인되었다는 점이다.
반면, 정호영 전 장관후보자의 경우, 사뭇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아버지가 병원장이던 경북대병원에서 아들이 봉사활동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의혹, 의대 편입과정에서 면접시험이 구술평가등 주관적 요소를 통해 당락이 결정되는 상황에서 당시 정호영 병원장과 가까운 경북대 병원 교수들이 평가위원이었던 점, 2017년에 한차례 낙방한 아들이 재차 도전한 2018년에 지역인재 특별전형이 갑자기 생겼고, 아들이 이 특별전형을 통해 뽑힌 점 등, “특혜는 없었다”는 정호영 측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일반 국민들이 보기에, 상당히 의심스러운 정황들이 다수 제기 되었다.
다만 우리사회의 뿌리 깊은 온정주의와 연고주의, 대학병원 내부의 폐쇄적인 분위기 등을 고려하면, 의사라는 특별한 사회적 신분을 대물림하기 위해 아버지의 역할이 있었다거나, 또는 평소 친분 있던 지인들로부터 암묵적 호의를 받았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럼에도 아직 실체가 밝혀진 것은 없다. 시민단체의 고발에 따라 사법당국의 수사를 통해 구체적인 사실관계가 밝혀지겠지만, 현재까지 제기된 의혹만으로는 정호영 전 후보자의 형사법에 위반하는 적극적인 범죄행위와 입시부정 개입은 찾아볼 수 없다. 게다가 정호영 후보 본인이 이미 스스로 장관 후보직에서 물러남으로써 도의적 책임을 지기도 했다. 부모의 문서위조나 지인을 통해 허위 스펙을 다수 만들어낸 조국 자녀 사례와 가장 큰 차이점이다.
시사점과 대책…불공정 카르텔 척결로 사회적 확신과 신뢰 구축
문재인 대통령은 5년 전 취임사에서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운 사회”를 약속하면서, 많은 국민들의 호응을 받은 바 있다.
그런데, 조국 사태나 정호영 논란에서 살펴본 것처럼, 우리사회는 정의로운 결과는커녕, 그 과정에서 조차 부모찬스와 같은 불법과 비리가 판치고 있어, 정의로운 결과는 담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불공정한 과정을 그대로 두면, 정의로운 결과는 결코 기대할 수 없다. 능력과 실력도 안 되는 사람들이 불공정한 찬스로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될 때, 그 조직이나 우리사회 전체의 역량이 함께 추락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보통 청년들이 대학에 진학하는 시점 전후로 법적인 성년이 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대학 입시는 사회생활의 첫 발걸음을 위한 관문인 셈이다. 그 첫 관문부터 부모에 기대 새치기로 시작했는데, 그렇게 첫 발을 내딛은 사람이 의사가 되면, 과연 병들고 소외된 사람들의 꺼져가는 소중한 생명을 어떻게든 살려보려고 헌신하는 의사가 될지, 아니면 돈 되는 학과에 몰려가 의사라는 직업을 자신의 사회적 지위와 부를 공고히 하는 도구로 이용하게 될 것인지는 자명하다.
정의로운 결과, 공정한 세상을 위해서라면 엘리트 카르텔의 은밀한 부정행위에 대해 철저히 조사하고, 무거운 법적, 사회적 책임을 반드시 지게 해야 한다. 입시 과정에서 부당한 일이 있었다면, 이후 의사가 되기까지 본인 노력이 있었다 하더라도, 관용 없는 입학취소와 의사면허 취소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 과정에서 형사법에 반하는 불법행위가 있었다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차별 없이 형사처분도 내려져야 한다. 그래야 부당한 카르텔이 무너진다.
불공정한 방법으로는 결코 원하는 바를 얻을 없다는 강력한 사회적 확신과 신뢰가 우리사회에 필요하다. 그래야 개인의 노력과 실력으로 성공을 담보할 수 있는 세상, 즉 공정한 세상이 열리기 때문이다. 우리사회 불공정에 좌절한 청년들의 희망은 그 지점에서 다시 시작될 것이다. 조국 사태와 정호영 논란 모두 이런 과제들을 강하게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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