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의 현재와 미래 본문듣기
작성시간
관련링크
본문
더불어민주당 당권 레이스가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당 대표 연임에 도전하는 이재명 후보는 11일 누적 득표율 89.21%를 기록하며 ‘어대명’(어차피 대표는 이재명)에 쐐기를 박았다. 누적 득표율 9.34%를 기록한 김두관 후보는 “참으로 우리 당의 미래가 걱정이 된다”며 ‘이재명 일극체제’를 비판하고 있다. 그는 “민주당의 다양성과 민주성이 살아나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최고위원 경선에서는 이재명 전 대표의 지원을 받는 김민석 후보가 누적 득표율 18.03%로 1위를 지켰다. 이 전 대표의 최고위원 선거 개입을 비판했다는 논란에 휩싸인 정봉주 후보는 누적 득표율 15.63%로 2위에 올랐다. 정 후보는 12일 기자회견에서 “통합을 저해하는 당 내부의 암덩어리인 '명팔이'를 잘라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지금처럼 '이재명 팔이' 무리들을 방치한다면 통합도, 탄핵도, 정권 탈환도 어렵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위기감을 느낀 정 후보가 이 전 대표 대신 명팔이를 공격하면서 꼬리를 내린 것이다. 민주당 대표 및 최고위원 후보들은 오는 17일 서울 지역 합동연설회를 마지막으로 지역 경선을 마무리한다.
민주당은 8·18 전당대회에서 전국대의원 투표 14%, 권리당원 투표 56%, 국민 여론조사 30%를 합산해 당 대표 1명과 최고위원 5명을 뽑는다. 민주당 당 대표 경선이 전개되고 있지만 컨벤션 효과는 나타나지 않고 투표율마저 저조하다. 민주당에 따르면 지역 순회경선 권리당원 온라인투표 참여율은 30%를 넘지 못했다. 당 대표 선거는 29.19%, 최고위원 선거는 29.64%를 기록했다. 민주당 텃밭으로 꼽히는 호남 지역 민주당 권리당원은 전체의 약 33.3%로 수도권(39.7%) 다음으로 많다. 그러나 호남 지역 투표율은 22.64%에 그쳤다(광주 25.29%, 전북 20.28%, 전남 23.17%). 영남 지역 광역 단위 투표율이 40~50%대를 기록한 점과 비교해 상당히 낮다. 2년 전 전당대회(36.44%)때 보다 9.97%포인트 내려갔다. 결과가 뻔한 ‘어대명(어차피 대표는 이재명)’ 기류 탓으로 전당대회 흥행이 부진한 것과 민주당에 대한 호남 유권자들의 실망감이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
지난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압승을 거두었는데도 최근 정당 지지율은 외려 국민의힘이 민주당을 앞서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전국지표조사(NBS, 7월 22~24일)에서 국민의힘 지지도가 36%였고, 민주당은 25%였다. 양당 지지율 격차는 11%p로 크게 벌어졌다. 한국갤럽 조사(7월 23~25일)에서도 국민의힘(35%)이 민주당(27%)보다 8%p 앞섰다. 리얼미터 조사(8월 8~9일) 결과 국민의힘 37.8%, 민주당 36.8%를 기록했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난 것일까? 민주당이 ‘3무(無) 정치’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첫째, 민주는 없고 이재명 사당화만 있다. 신임 대표를 선출하기 위한 민주당 8·18 전당대회에서 연임에 도전하는 이재명 후보의 누적 득표율이 90%에 이르면서 사실상 '이재명 대표 추대식'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1981년 2월 대통령 선거에서 전두환이 90.1%로 당선되었는데 선거에서 '90% 득표'는 독재국가에서만 가능한 수치다. 이렇다 보니 민주당에서 '이재명은 민주당의 아버지'라는 말이 버젓이 나오고 있다. 그동안 민주당이 자랑했던 김대중과 노무현의 정신과 가치, 품격은 사라지고, 오직 '이재명의 민주당'이 존재할 뿐이다. 다양성과 역동성이 사라진 1인 사당화된 더불어민주당에는 ‘더불어’도 없고 ‘민주’도 없다. 오직 '나 홀로 이재명'만 있다.
둘째, 민생은 없고 탄핵만 있다. 민주당은 22대 국회 개원 두 달 만에 탄핵안 7건을 쏟아냈다. 이 과정에서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 다반사로 일어났다. 민주당은 헌법과 국회법을 무시하면서 방통위원장 권한 대행에 대한 탄핵 소추안을 발의했다. 민주당은 이재명 전 대표 등을 수사한 검사 4명에 대한 탄핵안을 발의했다. 검사 탄핵안이 통과되면 이 전 대표에 대한 수사나 재판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 사법 방해의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을 취임 이틀 만에 탄핵했다. 방통위의 기능을 정지시켜 자신들이 그동안 구축한 '진보 이권 카르텔'의 상징인 MBC 경영진 교체를 막으려는 의도로 보인다.
민주당은 국회 법사위에선 위법 논란을 뭉개며 윤석열 대통령 탄핵 청원 청문회도 강행했다. 국민 청원을 이유로 정략적 청문회를 연 것도 헌정사상 처음이다. 청문회 과정에서 자기 마음대로 회의를 진행하고 증인을 조롱하고 동료 의원에게까지 막말과 독설을 퍼부은 민주당 소속 정청래 위원장이 보여준 반의회주의적이고 저질적 행태는 여론이 민주당에 등을 돌리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특히 중도층의 이탈을 심화시키고 있다. 이 전 대표는 출마하면서 ”성장의 회복과 지속 성장이 곧 민생이자 '먹사니즘'((먹고사는 문제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의 핵심이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민생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묻지 마 탄핵'은 '먹사니즘'을 스스로 부정하는 이율배반적 행태다.
셋째, 민심은 없고 개딸(팬덤)만 있다. 당원들이 보여주는 열정과 참여는 당을 결속시키는 유용한 방식이다. 하지만 민주당에서 개딸로 불리는 강성 지지층의 적대의 감정은 '정서적 양극화'를 심화시킨다. 이재명 전 대표는 7월 10일 당 대표 출마 선언문에서 "민주당을 당원 중심의 대중적 민주정당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당원이 당의 진정한 주인으로서 당 활동에 소외되지 않고 당 활동에 적극 참여하는 길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정당의 주인은 ‘당원’이기 때문에 당의 운영과 결정에 당원 참여를 더 많이 보장하는 게 민주주의에 부합한다는 논리다.
그러나 당원 중심의 대중정당 모델은 시대착오적이다. 이는 유럽 좌파 정당들의 구시대적 산물이다. 강성 팬덤에 의한 정당이나 의정 간섭은 대의민주주의를 퇴행시킨다. 민주당이 국회 개원 두 달 동안 민생과 상관없는 탄핵과 특검 등에 치중하는 배경엔 당원 중심 정당이라는 후진성이 자리 잡고 있다. 개의 꼬리(당원)가 몸통(민주당)을 흔드는 ‘왝더독’이다. 민주당 지도부는 비전과 소신을 갖고 팬덤을 이끌어가는 것이 아니라 개딸 눈치 보기에 바쁘다. 민심은 아랑곳하지 않고 오직 강성 지지층을 향한 구애와 선동에 함몰되어 있다.
결과적으로 협치는 사라지고 정치는 실종되었다. 여하튼 민주당이 총선에서 압승을 거둔 뒤 이재명 일극 체제, 탄핵, 개딸에만 전념하면서 국민 눈치를 전혀 보지 않은 것이 지지도 하락의 핵심 요인이다. 지난 6일 민주당 의원 84명이 참여하는 공부 모임인 ‘경제는 민주당’이 출범했다. 글로벌 경기 침체의 공포가 커지는 가운데 민주당이 ‘경제 정당’ ‘수권 정당’의 면모를 부각하겠다는 취지에서 출범했다. 이재명 전 대표는 이 모임의 서면 축사를 통해 “경제를 살리고 국민 삶을 살리는 유능한 수권 정당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이 전 대표는 당 대표 출마 선언문에서 “지금 민주당의 가장 중요한 과제는 더 유능하고, 더 혁신하고, 더 준비된 정당으로 거듭나는 일"이라고 했다. 민주당이 진정 이런 목표를 달성하려면 이제라도 '민주, 민생, 민심'의 '3민(民) 정신'을 받들어야 한다. 그래야 지지도를 회복하고 국민의 신뢰를 얻으며 수권 정당으로 거듭날 수 있다. 서서히 일어나는 중요한 변화에 반응하지 않고 무능하고 무관심한 사람들을 은유할 때 '끓는 물 속 개구리'라는 말이 사용된다. 개구리가 점점 따뜻해져 끓게 되는 물속에 들어가 있다 보면 위험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가 서서히 죽게 된다. 민주당은 당장 '끓는 물 속 개구리' 같은 어리석은 행태에서 벗어나야 한다. 민주당은 지난 2020년 총선에서 180석의 압승을 거두었다. 그러나 총선 승리에 도취해 자제를 잃은 채 입법 폭주에 나선 민주당은 2년 뒤 대선에서 정권을 빼앗겼다. 민주당이 ‘총선 승리의 저주’에서 벗어나려면 작금의 ‘묻지마 탄핵’에서 벗어나고, 전국민 25만원 지원, 노란봉투법 등 정쟁 유발 법안들보다 경제를 살리고 미래를 준비하는 민생 입법에 매진해야 할 것이다.
<ifsPOST>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