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훈의 파리 구석구석 돌아보기(17)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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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아내가 묻습니다. 오늘은 어디를 가냐구요. 기실 반환점 가까이 다가간 지난 주에 워낙 속도를 낸 바람에 저희 체력은 바닥으로 떨어졌지만 빠리의 중요한 것들을 참 많이 보고 다녔네요. 이제는 슬슬 속도를 줄여야 하는 때, 체력 소모도 조금 멈추어야지요. 그래서 오늘은 그동안 좀 미루어 왔던 곳들을 한 세트로 가보기로 했습니다. 어제 마들렌느 성당 음악회 때문에 지쳐서 못간 오페라를 들르고, 오후에는 빠리 시청 쪽으로 와서 점심을 먹고 저희가 빠리 도착한 다음 날 강행군을 했던 시떼섬과 붙어 있는 생루이섬을 돌아보기로 했습니다. 오페라를 빼놓고는 내부에 들어가서 긴 시간을 돌아보는 그런 일이 없다는 얘기지요.
여하튼 출발은 좋았습니다. 비록 기침들은 계속 하지만 아침에는 제법 싱싱하게... 버스 정류장 사진도 그렇죠. 그리고 오페라의 거울에 비추어서 장난도 한번 쳐 봤습니다.
오페라의 정식 명칭은 오페라 가르니에 (l'Opera Garnier). 뒤에 세워졌지만 역시 국립오페라인 l'Opera de Bastilles와 구분하기 위한 것인 듯합니다. 그런데 정면에 붙어있는 명칭은 또 'Academie Nationale de Musique'라 되어 있고, 방문 가이드 리플렛에는 'Palais Garnier'라 쓰여 있으니 한 곳의 이름이 이렇게 많은 것은 어쩐 일일까요? 여하튼 Garnier는 1860년 건축설계 공모 당시 당선된 건축가인데 들어가는 입구에 그의 동상이 서 있네요. 오페라는 프랑스 음악의 전당 노릇을 톡톡히 해오다가 지금은 큰 무대는 새로 지은 바스티유오페라, 스포츠전당, 컨벤션센터 등으로 자리를 넘겨주었지만 그 명성은 그대로입니다. 시내 중심가에 자리잡고 있는 덕을 보고 있는 셈이죠. 저희는 오늘 이 오페라의 화려한 내부를 보러 갔습니다. Guided Tour는 우리 몇사람 앞에서 인원이 차서 저희는 돈만 내고 (14유로씩, 좀 비싸죠.) 자유방문을 했습니다. 들어가는 입구의 계단부터 화려한데 나중에 보여드릴 곳들은 더욱 화려합니다. 이것들을 보려고 들어온 셈이네요. 마침 한국에서 온 신혼부부가 있어 그 사람들 두 사람을 찍어주고 우리도 몇 장 모처럼 사진을 함께 찍었습니다. 반가와하는 분들이 있을 것 같네요.
다음 사진들이 14유로 값을 해야 합니다. 손님들과의 무도회가 열리는 방의 화려함은 베르사이유 궁전의 '거울의 갤러리' 못지않다고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그곳에서 사진들을 당연히 찰칵. 다음은 비좁은 입구 두 곳으로 들어가서 공연장의 모습을 사진에 담아 보았지요. 와서 공연을 보신 분들은 이곳의 화려함에도 고개를 끄덕였을 것 같습니다. 층층으로 나뉘어진 주변의 객석, 중앙의 객석 등이 모두 다 그렇네요. '화룡점정'이라 할까요. 이 공연장의 지붕에는 마크 샤갈의 그림이 걸려 있는데 그림 전체의 색감도 좋고 공연장의 중후함과도 참으로 잘 어울리는 작품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이 작품은 1964년에 다른 사람의 작품을 대신해서 걸리게 되었는데, 드골 대통령 당시 문화부 장관이던 앙드레 말로는 처음 작품에 도저히 만족하지 못하고는 절친한 친구인 샤갈에게 부탁하게 되었답니다. 샤갈은 이 그림을 그리느라 8개월이 걸렸고, 그림을 14 부분으로 나누어 빠리 주요 모습 (에펠탑을 비롯한)을 조화롭게 그려 넣었네요. 초기에 샤갈의 작품을 이해하지 못한 사람들의 반발도 있었으나 말로 장관의 강력한 추진력으로 '완성된 뒤 일단 걸었다가 마음에 안 들면 내리기로 하자.'고 하면서 통과시켰다는 작품입니다. 재미 있는 것은 이 그림 속에 앙드레 말로의 모습이 숨어 있다고 하는데 한번 찾아보시죠. 그리고 한창 다음 공연의 무대를 꾸미고 있는 사람들의 사진도 담아 보았습니다.
그리고 다시 버스를 타고 빠리 시청으로. 오는 도중에 목표로 한 정류장 하나 앞에서 내리게 되었습니다. 멀리서도 뚜렷이 보이는 생자끄 타워 (유네스코 유산으로 지정)를 보려고요. 그런데 저희 둘다 이 타워에 도착하자마자 갑자기 컨디션이 뚝 떨어져서 그 타워가 있는 공원에서 한참 동안 숨을 골랐습니다. 빠리 시청 근처에서의 점심 장소는 제가 목표로 하기로는 시청 광장 맞은 편에 있는 식당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그 긴 빠리 시청 맞은 편 길에 시청 쪽에서 보아 가장 왼쪽 끝에 하나가 있어서 그곳을 찾아 겨우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Bistro Marguerite) 여하튼 여기서 점심 포뮬라로 주요리와 디저트를 먹고, 커피 마시고 하면서 한참을 쉬었습니다. 그렇게 쉬는 것이 얼마나 좋았는지요. 빠리 시청 앞 광장에는 비치발리볼 네트가 세 개 쳐져 있어서 청년들이 즐기고 있고, 대형 비누방울을 만들어서 어린이들을 즐겁게 하는 사람도 있어 사진에 담았습니다. 우리 서울광장의 이미지와 조금 겹쳐지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시청 옆에 서 있는 동상은 중세 프랑스의 영웅 에티엔느 마르셀이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마지막 목적지 생루이 섬으로. 가는 도중에 'Paris Plage'라는 안내판이 곳곳에 서 있어서 사진을 찍었는데, 해석하자면 '빠리 강변 혹은 강수욕장' 정도? 여하튼 서양 사람들이 좋아하는 햇빛 쬐면서 쉬는 공간을 아침 10시부터 저녁 8시까지 빠리 시청에서 제공한다는 것이지요. 어떻게 사용하는가 궁금해 하며 우연히 사람들이 좋은 천 의자에 앉아 쉬고 있는 곳을 지나가면서 이 의자 누구에게 돈내고 빌려야 하느냐고 물었더니 자유롭게 가져가서 앉으면 된다고 합니다. 이런 좋은 곳에 이런 좋은 의자를 공짜로 놓아두다니... 우리나라 같으면 금방 비즈니스를 생각했을텐데. 뤽상부르 공원의 철제 의자와 같은 개념이었네요. 그래서 우리 모두에게 그늘을 만들어주는 양버들 나무 아래에 누워서 거의 한 시간 가까이 쉬었습니다. 지나가는 배 사진도 찍구요. 저희들 힘들 때 쉴 수 있는 곳이 하나 더 생겼습니다. 빨레 루아얄 정원과 함께 이곳이 좋은 후보가 되었네요. 'Paris Plage'는 쓰는 사람들의 수요에 따라 어린이들 놀이터, 야외 먹거리 등도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마지막 생루이섬은 이 'Paris Plage'에서 걸어서 약 500m 정도에 있는데 제가 빠리에 오기 전에 이곳에 관한 좋은 유투브 다큐를 하나 보아서 꼭 와보고 싶었습니다. 노트르담이 있는 이웃 시떼 섬이 완전히 관광지 역할을 하면서 상인들 사이에도 협력 관계가 원활치 않은데 이곳 사람들은 정말 오랫 동안 같이 살면서 서로에게 좋은 물품을 제공한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저희도 이곳에서 저녁꺼리 샌드위치와 작은 선물도 하나 샀네요. 저희가 둘째날 들렀던 호텔 근처의 화가들의 네트워크 Le Carre d'Artistes 화랑은 이곳에도 하나의 갤러리를 가지고 있어서 인사하고 저희 경험을 얘기했더니 반가와해 주었습니다. 그곳 그림 한 장도 담습니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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