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애가 김정은의 후계자로 ‘내정’되었다고 평가할 수 있는 8가지 이유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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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작년 11월 19일 김정은과 그의 딸 김주애의 신형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포-17’형 시험발사 참관 사진을 공개하고, 11월 27일에는 두 부녀(父女)가 화성포-17형 ICBM 시험발사 관계자들과 같이 찍은 기념사진을 공개했다. 그리고 올해 1월 1일에는 김정은과 김주애의 핵무기 탑재 가능 미사일 시찰 사진을 공개했고, 2월 8일에는 두 부녀의 북한군 장령 숙소 방문 및 인민군 창건 75주년 기념연회 참석 사진을 공개했으며, 2월 9일에는 김주애의 열병식 참가 사진과 동영상을 공개했다.
또한 2월 14일에는 북한 우표 8종 중 5종에 김정은과 김주애의 사진이 들어간 우표 도안들을 공개했고, 2월 18일에는 두 부녀의 내각과 국방성 직원들 간 체육경기 관람 사진을 공개했다. 이처럼 북한이 적극적으로 ‘김주애 띄우기’에 나서고 있고, 김주애에 대해 우상화 조짐까지 나타나고 있어 우리 사회에서 김주애가 김정은의 후계자로 ‘내정’된 것인지를 둘러싸고 현재 치열한 논쟁이 진행되고 있다.
필자는 현재 김주애가 김정은의 후계자로 ‘내정’되었다고 평가한다. 그리고 앞으로 10~20년 후 일정 시점에 가서는 김주애가 후계자로 공식 결정되어 그에 상응하는 직책과 권한을 위임받겠지만, 지금은 후계자가 되기 위한 수업을 시작했다고 본다. 필자가 그렇게 평가하는 근거들은 다음과 같다.
첫째, 북한은 지난 11월 27일자 로동신문을 통해 김주애에 대해 ‘존귀하신 자제분’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는데, 로동신문 사이트에서 ‘존귀하신’이라는 수식어는 김일성과 김정일과 같은 ‘선대 수령’ 그리고 김정은과 같은 ‘현재 수령’에게만 사용되어 왔다. 그러므로 이처럼 절대권력자를 의미하는 ‘수령’에게만 사용되는 수식어를 김주애에게 사용한 것은 곧 그가 북한의 ‘후대 수령’이 될 것임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또한 북한은 지난 2월 8일자 로동신문에서부터 김주애에게 ‘존경하는 자제분’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10대의 어린 김주애에게 ‘존경하는’이라는 수식어를 사용한 것은 앞으로 서서히 김주애에 대한 우상화가 시작될 것임을 예고하는 것이다.
둘째, 북한은 11월 27일자 로동신문에서 김주애에 대해 김정은이 ‘제일로 사랑하시는 자제분’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김정은에게 여러 명의 자녀가 있을 경우 그가 가장 사랑하는 아이를 후계자로 선택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하겠다.
셋째, 지난 2월 9일 북한 조선중앙TV는 전날 열병식에서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상무위원회 위원, 당중앙위원회 비서들이 존경하는 자제분을 모시고 귀빈석에 자리잡았습니다.”라고 보도하면서 윗사람에게 사용하는 ‘모시고’라는 표현을 김주애에게 사용했다. 북한에서 당중앙위원회 정치국 상무위원들은 서열 5위 안에 들어가는 최고위급 간부들이므로 이들이 김주애를 모셨다는 것은 김주애가 그들보다 우월적 지위에 있음을, 다시 말해 김정은 다음가는 위상을 차지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넷째, 북한 조선중앙TV는 2월 8일의 열병식에서 기마부대가 앞장선 열병 행렬 순서를 소개하면서 김정은의 ‘백두산 군마’와 바로 뒤의 김주애 백마를 보여주고 “사랑하는 자제분께서 제일로 사랑하시는 준마가 그 뒤를 따라 활기찬 열병의 흐름을 이끌어갑니다.”라고 보도했다. 이는 김주애가 미래에 김정은의 후계자가 되어 북한을 이끌어갈 것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었다.
다섯째, 열병식 참가자들은 “김정은 결사옹위! 백두혈통 결사보위!” 구호를 계속 외쳤고, 북한 TV는 수시로 김주애를 비췄다. 따라서 열병식 참가자들은 실제로 “김정은 결사옹위! 김주애 결사보위!” 구호를 외친 것이나 다름없다. 그런데 북한은 지금까지 최고지도자와 후계자 외의 인물에 대해 ‘결사보위’ 구호를 외친 적은 없다. 따라서 김주애는 김정은의 단순히 ‘사랑하는 자제분’ 수준을 넘어서서 사실상 후계자 대우를 받고 있는 것이다.
여섯째, 지난 2월 7일 북한군 창건 70주년 기념연회에서는 김정은이 김주애를 테이블의 정중앙에 앉히고 자신과 부인 리설주는 그 양옆에 앉아 군 고위간부들을 병풍처럼 뒤에 세우고 사진을 찍었다. 이는 김정은이 북한군 간부들에게 앞으로 김주애가 자신의 뒤를 이을 것이니 김주애를 잘 모시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일곱째, 지난 2월 14일 북한 조선우표사는 17일 발행 예정인 새 우표의 도안 8종을 공개했는데, 8종 가운데 5종의 우표에 김주애가 김정은과 미사일을 배경으로 손을 잡고 나란히 걷거나 팔짱을 끼고 포즈를 취한 모습, 인민군 병사들과 기념사진을 촬영하는 모습이 담겼다. 이는 2010년 9월 김정일이 노동당 제3차 대표자회를 통해 후계자 김정은을 대외적으로 처음 공개한 후 북한 매체들이 김정일과 김정은 2인에게 포커스를 맞춘 사진을 계속 게재한 것을 연상시킨다.
여덟째, 지난 2월 10일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최근 북한 당국이 ‘주애’라는 이름으로 주민등록이 된 여성들에게 이름을 고치도록 강요하고 있다고 보도했는데, 만약 김주애가 후계자로 내정되지 않았다면 동명이인의 여성들에게 개명까지 요구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북한은 과거에도 김일성, 김정일과 같은 이름을 가진 남성들에게 개명을 요구했다.
이와 같은 김주애 띄우기는 일부 전문가들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북한이 핵과 ICBM 개발을 통해서 ‘미래세대’의 안전을 담보한다는 것을 은유적으로, 상징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김주애를 ‘활용’하는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 것이다. 핵과 미사일 개발을 정당화하기 위해 김주애를 단순히 ‘활용’하기 위한 차원이라면 그에게 수령에게만 사용해온 ‘존귀하신’ 같은 수식어를 사용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다. 2월 18일 북한은 김정은과 김주애가 내각과 국방성 직원들 간 체육경기를 관람하는 사진도 공개했는데, 이는 앞으로 김주애의 활동 공간이 군사 분야에만 국한되지는 않을 것임을 시사하는 것이다.
필자가 2021년 3월 미국 워싱턴 DC에서 만난 김정은의 이모 고용숙 부부의 증언에 의하면, 김정은의 8세 생일날(김정일이 만 50세 때)인 1992년 1월 8일 그에 대한 찬양가요인 ‘발걸음’이 김정일과 그의 핵심 측근들, 그리고 김정은 앞에서 처음으로 공연되었고, 김정일은 이때부터 “앞으로 내 후계자는 정은이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김정은을 후계자로 내세우기에는 너무 이르지 않은가”라는 김정은 이모부의 지적에 대해 김정일은 계속 “나를 닮아서”라고 대답했다. 김정은이 만 8세가 되었을 때 김정일이 그를 후계자로 ‘내정’했기 때문에 김정은도 그의 아버지의 전례에 따라 현재 만 10세로 추정되는 김주애를 자신의 후계자로 ‘내정’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김정일은 김정은을 1992년에 후계자로 내정하고도 그것을 소수의 측근들에게만 알게 했기 때문에 김정은은 오랫동안 그의 이복형 김정남이나 친형 김정철이 후계자가 될 것이라는 외부세계의 억측으로 마음고생을 했다. 따라서 김정은은 자신의 아버지를 반면교사로 삼아 후계자 내정 사실을 간부들과 인민들에게 조기에 공표함으로써 근거 없는 억측이 도는 것을 미리 차단하고 미래의 후계자에게 어려서부터 간부들과의 폭넓은 접촉 기회와 경험을 제공하려 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끝>
※ 이 글은 세종연구소가 발간하는 [세종논평 2023-2](2023.2.20.)에 실린 것으로 연구소의 동의를 얻어 게재합니다.<편집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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